국내 유일 한국홍보전문가, 서경덕

서경덕 교수는 2005년 여름, <뉴욕타임즈>에 자비로 독도 광고를 게재하며 대중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이후 그는 자신의 시간과 비용, 열정을 들여 한국 홍보를 위해 전 세계를 누볐고, 이제는 모두가 인정하는 ‘국내 유일 한국홍보전문가’가 되었다. 하지만 누군가는 그를 보며 ‘왜 굳이 그 일을 당신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 이리저리 재고 따지는 것이 습관화되어 버린 대한민국 청년들이라면 더더욱. 서 교수는 그런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참 많다.
[My Dream My Way] 어이~ 대학생들! 너무 간 보며 사는거 아냐?
인터뷰 전 서경덕 교수에 관한 기사를 스크랩하다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배우 이영애와 뉴욕 할렘서 ‘한국문화 거리축제’ 후원 △어린이들에게 독도 책자 3000권 배포 △이상봉-서경덕 전 세계에 ‘이순신 장군’ 알리기 프로젝트 진행 △독도·동해 무료강연 △송혜교-서경덕 중국 항저우 임시정부청사에 한글안내서 제공 등 한 달간의 활동 내용이 어마어마했던 것. 때문에 약속 장소인 그의 연구실 문을 열기 전 잠시 머뭇거리게 됐다. 책과 자료가 빼곡히 쌓여 있을 연구실 안에서 지친 기색이 역력한 채 인사를 건넬 서 교수의 모습이 상상됐기 때문. 그러나 문을 열고 마주한 모습은 상상과는 정반대였다. 컬러풀한 그림과 소품으로 꾸며진 연구실은 마치 카페에 온 듯한 느낌을 주었고, 서 교수는 시종일관 유쾌하고 밝았다.


요즘도 해외를 오가며 바쁘게 지내시죠?
일 년에 절반은 해외에 나가 있을 정도예요. 당장 내일도 뉴욕으로 떠나야 하고요. 늘 바쁘죠. 이번 여름에는 전국 대학생들과 독도에 갈 생각이에요. 스킨스쿠버 동아리 학생들 중 일부를 선발해 독도에서 수상 스포츠를 즐겨보는 이색적인 이벤트죠. 우리 땅 독도에서 자유롭게 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독도에 대한 좋은 홍보가 될 거라 생각해요.


연구실이 마치 카페 같아요. 인테리어 감각이 남다르신데요?
어릴 때부터 미술을 좋아했어요. 미대 진학을 생각하기도 했을 정도죠. 그런데 부모님의 반대에 부딪혔어요. 돈 벌기 힘들 것 같다고요. 그래서 ‘그림 그리는 특기를 살릴 수 있는 다른 학과가 어디일까’ 생각해 봤어요. 결국 고민 끝에 조경학과에 진학하게 된 거죠.


의외예요. 한국 홍보 전문가이니만큼 역사 관련 공부를 하셨을 거라 생각했거든요.
제가 어릴 적 가장 좋아했던 책이 ‘사회과부도’예요. 다른 교과서는 다 흑백인데 유일하게 컬러였잖아요.(웃음) 사회과부도를 보면 앞쪽에는 지리, 세계지도가 나와 있고 뒤쪽에는 역사가 나와 있더라고요. 사회과부도를 자주 보며 역사에 대한 흥미가 생긴 것 같아요. 그래서 나중에는 역사 관련 책도 많이 읽게 됐죠.


그때부터 투철한 역사의식이 생긴 건가요? 언제부터 한국 홍보 활동을 하셨나요?
올해로 딱 20년이네요. 보시다시피 제가 ‘오리지널 토종 한국인’처럼 생겼잖아요. 그런데 대학교 때 해외여행을 갔더니 외국인들이 저에게 ‘중국인 아니냐’, ‘일본인 아니냐’라고 묻는 거예요. 당시에는 굉장히 큰 충격을 받았어요. 고등학교 때 ‘한국이 세계 경제 11위 대국’이라고 배웠는데 외국에서 “I’m from Korea”라고 하면 아무도 모르는 거죠. 그래서 그때부터‘한국을 알릴 수 있는 작은 일부터 해보자’ 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여행에서 돌아와 바로 아르바이트를 시작해 처음 받은 월급을 들고 남대문 시장을 찾아갔죠. 그리고 태극기 배지를 100개 사서 외국 여행객을 만날 때마다 가방에 달아주는 일을 시작했어요. 그게 제 인생의 첫 한국 홍보 활동이 되었죠.


대학생 때 여행을 많이 다니셨나 봐요.
그때 목표 중 하나가 8번의 방학에 맞춰 5대양 6대주와 북극, 남극을 가보는 것이었어요. 가능한 한 여행을 많이 다니려고 했죠. 처음에는 용돈을 모아서 여행을 갔는데 나중에는 부모님께서 “직접 돈을 벌어 나가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여행 경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도 열심히 했어요. 또 기업이 대학생 마케팅 활동을 기획하는 일에 참여해 기획료를 받기도 했고요.


당시에는 한국 홍보를 직업으로 삼게 될 줄 생각도 못했을 것 같아요.
그렇죠. 하지만 직접 해외에 나가 한국 홍보를 하는 일이 저는 정말 재밌었어요. 그리고 제가 이 일을 잘 하고 있다고 느꼈고요. 한국을 알리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고, 내가 즐거워하고, 또 잘하는 일이니 자연스레 직업이 된 거죠. 열심히 하다 보니 홍보 효과가 나타나고, 여기저기서 러브콜도 오고 있어요. 이렇게 교수 자리까지 주잖아요?(웃음) 저는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이 잘 하는 일을 찾는 것도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때문에 대학생들이 사회에 진출하기 전에 ‘내가 뭘 잘하는지’를 찾는 기회를 많이 가졌으면 좋겠어요.
[My Dream My Way] 어이~ 대학생들! 너무 간 보며 사는거 아냐?
이 일을 하게 된 걸 후회한 적은 없나요?
단 한 번도 없어요. 물론 일을 하면서 화가 날 때도 있었지만 그때마다 오히려 오기가 생겼던 것 같아요. 제대로 해보지도 않고 이대로 포기하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물론 결과가 성공적이지 않은 적도 있었지만, 그 역시도 이미 예상했던 결과 중 하나였기 때문에 크게 개의치 않았고요.


가장 보람을 느꼈던 때는 언제인가요?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은 없다고 하잖아요. 굳이 꼽아야 한다면 9년 전 <뉴욕타임즈>에 자비로 독도 광고를 냈을 때인 것 같아요. 아무래도 국가 현안이 걸린 문제라 행여나 오타라도 있을까 전날까지도 굉장히 걱정을 많이 했어요. 신문이 나오는 날 새벽부터 나가 기다리다가 첫 신문을 받아 펼쳐 보는데 그동안 고생한 기억들이 떠오르면서 울컥했어요. 정말 행복했죠. 뉴욕현대미술관에 한국어 서비스를 유치한 날도 기억에 많이 남아요. 티켓 박스에 한국어 팸플릿이 놓여 있는 것을 보고 뭉클했는데 큰 스크린에 한국어로 ‘환영합니다’라고 쓰여 있어 또 한번 놀랐죠. 정말 감격스러웠어요. 그런 보람이 있기 때문에 이 일을 계속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다양한 프로젝트의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으세요?
많이 보고 느끼는 과정에서 아이디어가 떠오르죠. 그래서 대학생들에게도 기회가 된다면 해외를 많이 나가보라고 얘기해요. 비용은 아르바이트를 해서 벌면 되니까요. 요즘에는 기업에서 주최하는 대학생 마케팅, 공모전 등에 참여해 여행을 가는 방법도 많더라고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런 것보다 스스로 기회를 만들어서 떠나보길 바라요. 직접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을 벌고, 은행에 가서 환전도 해보고, 해외에 나가 생각지도 못한 일을 직접 겪어보는 거죠. 그게 바로 자신을 성장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이에요. 지금 대학생들은 만들어진 틀에 자신을 끼워 맞추려고 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런 부분이 안타까워요.
[My Dream My Way] 어이~ 대학생들! 너무 간 보며 사는거 아냐?
도전정신과 끈기가 교수님의 가장 큰 무기인데, 요즘 대학생들은 그런 부분도 좀 부족하죠.
제가 존경하는 인물 중 한 분이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에요. 고등학생 때 정 명예회장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보며 감동을 받았어요. 극 중에서 비서에게 “너는 왜 해보지도 않고 안 된다고만 얘기 하냐”고 말하는 장면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죠. 안 된다고 말하기 전에 일단 시도해보는 것, 그게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요즘 대학생들을 보면 너무 많이 재고 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이건 어떻고 저건 어떻고’ 간을 보면서 해보지도 않고 쉽게 포기하는 거죠. 결과를 두려워하고 망설이기보다는 조금 단순하게 생각하면서 도전하고 밀어붙이는 자세가 필요해요.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도 있잖아요.


청소년들은 대입을 위해, 대학생들은 스펙 쌓기를 위해 한국사 공부를 하고 있어요. 이런 모습이 불편하지는 않나요?
보여주기 식으로 시작했다는 게 조금 아쉽긴 하지만 그렇게라도 한국사 공부를 시작하는 것은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공부를 하다가 ‘어, 재밌네?’ 하고 흥미를 갖게 되는 학생들이 생길 수 있으니까요. 취지가 어찌됐든 간에 한국사 공부를 시작한 사람과 하지 않은 사람은 다르죠.


한국 알리기나 독도 문제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이 실천해볼 만한 활동을 추천해주세요.
일단 움직이세요. 일본에서 독도를 두고 망언을 하면 분노하며 악플을 다는 그 마음도 충분히 이해해요. 하지만 감정적으로 대응한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거든요. 그보다는 직접 방문하는 것이 독도에 대한 실효적 지배를 강화하는 최고의 방법이죠. 언제든 갈 수 있는 우리 땅이니까 자주 방문하는 것만큼 좋은 건 없어요. 독도에 가서 친구들이랑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거나 영상을 찍어 유투브에 올리는 것만으로도 외국인들에게 한국과 독도에 대해 알릴 수 있어요.


한국홍보전문가로서 최종적인 꿈은 무엇인가요?
세계인들에게 한국 문화를 전파하는 것을 넘어서 이제 그들이 한국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만들고 싶어요. 단순히 알기만 하는 것과 즐기는 것은 천지 차이니까요. 언젠가 그런 상상을 해본 적이 있어요. 멕시코시티에 있는 술집에 갔는데 최신식 일렉트로닉 버전의 아리랑이 나와 모든 사람들이 따라 부르는 모습이요. 또 미국인들의 입에서 세종대왕과 이순신의 이름이 회자되는 모습도요. 물론 그런 날이 오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반드시 만들어 보고 싶어요.


진행·정리 장진영 대학생 기자(인하대 문화경영 3) | 글 박해나 기자

사진 서범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