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책 사러 강남까지 가요”

유창한 한국어 실력을 뽐내는 외국인들이 모인 프로그램 ‘비정상회담’. 수다쟁이 멤버들 사이에서 입 한 번 떼기 힘들었던 일본 청년 타쿠야가 요새 부쩍 말수가 늘었다. 자신감도 붙고, 한결 여유도 생긴 모습이다. 이제 뭔가 제대로 보여줄 준비가 됐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타쿠야가 주인공이다.
[스타 인터뷰] 비정상회담 타쿠야
1992년생
‘크로스진’ 멤버
2008년 제21회 주논슈퍼보이콘테스트(일본) 심사위원 특별상
2009년 잡지 모델 데뷔
2014년 JTBC 비정상회담 출연 중
[스타 인터뷰] 비정상회담 타쿠야
요즘 타쿠야에 대한 호감도가 급상승하고 있어요.
알아보는 사람이 많이 늘었어요. 예전에는 한국보다는 일본에서 인기가 많다고 느꼈는데 ‘비정상회담’에 출연하면서 한국에서도 많이 알려진 것 같아요.


비정상회담 출연자들 입담이 대단하잖아요. 그 안에서 좀 조용한 편이더라고요.
원래 성격이 조용한 편이기도 하고 방송에서 다른 사람들 얘기 듣다 보면 거기에 빠져버려서 끼어들지를 못해요. 요즘은 그래도 익숙해지고, 형들과 친해져서 처음보다는 말하기가 쉬워졌어요.


실제로는 누가 제일 수다쟁이예요?
줄리안 형이요. 실제로도 진짜 말이 많아요. 멀리서도 형이 오는 것은 바로 알 수 있을 정도예요. 걸어오면서도 계속 말하거든요. 에네스 형은 진짜 한국 사람처럼 대화하죠. 어려운 단어를 제일 많이 아는 사람은 타일러 형이고요.


비정상회담 녹화는 보통 몇 시간해요?
일주일에 한 번, 6시간 정도요. 엄청 길죠? 사실 힘들 때도 있어요. 아무래도 외국어를 쓰는 것이다 보니 다른 사람 말에 계속 집중해야 하거든요. 가끔 어려운 단어는 이해가 안 될 때도 있어요. 그럴 땐 분위기 봐서 ‘이런 뜻이겠구나’ 하고 예상만 하죠.


방송은 재미있어요?
재밌어요. 녹화할 때마다 학교 가는 느낌이에요. 방송을 하는 것은 학교에서 수업 듣는 느낌이고, 쉬는 시간에 형들이랑 얘기하고 간식 먹을 때는 친구들과 노는 것 같아요.


학교 다니는 것을 좋아했나 보네요. 공부 잘 했어요?
좋아하는 과목은 잘 했고, 싫어하는 과목은 정말 안 했어요. 이과라서 수학이나 과학은 좋아했는데 국어나 영어는 정말 싫어했죠.


언어 공부를 싫어했다면 한국어를 배우는 게 힘들었겠어요.
한국에 오고 나서 한국어 공부를 시작했는데, 영어보다는 쉬웠어요. 일본어랑 비슷한 게 많아 그런 것 같아요.


한국엔 언제 왔어요?
2011년 12월에요. 일본에서 꽃미남 대회에 나가 수상하면서 기획사에 들어가게 됐거든요. 아, 그렇다고 제가 최고 꽃미남으로 뽑힌 건 아니에요. 대회에서 시상하는 여러 상 중에 저는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았어요. ‘어느 정도’ 꽃미남인 거죠.(웃음) 그렇게 기획사에 들어가면서 모델, 배우로 활동했어요. 음악도 해보고 싶었는데 마침 일본에 K-POP 붐이 불었죠. 회사에서 다국적 아이돌 그룹을 만들 거란 얘기를 듣고 지원했어요. 그렇게 연습생으로 한국에 오게 됐죠.
[스타 인터뷰] 비정상회담 타쿠야
서울에서만 지냈나요?
네. 그런데 일 때문에 부산도 한 번 가봤고 여수도 가봤어요. 이번 추석에는 가평 펜션에도 놀러갔어요. 저희 ‘크로스진’ 멤버들이랑 에네스 형이랑요.


그건 무슨 조합이죠?
이상하죠?(웃음) 추석 전날 가로수길에 갔다가 우연히 에네스 형을 만났거든요. 형한테 추석 때 뭐할 거냐고 물어봤더니 아무것도 안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가평에 같이 가자고 했어요. 크로스진 멤버 3명, 에네스 형, 형 친구 이렇게 5명이서 갔죠. 수상스키도 타고 저녁엔 바비큐도 구워 먹고 정말 재밌었어요.


사실 한국과 일본은 가까운 나라여서, 외국이란 느낌이 덜 한 것 같아요. 그래도 ‘한국은 이게 참 신기하다’라고 느낀 게 있다면?
한국은 카페가 무척 많아요. 노래방도 많고요. 그런데 서점 같은 것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큰 서점은 몇 개 있는데, 동네에 작은 서점이 거의 없더라고요. 그래서 책을 사려면 강남까지 가야 해요.
[스타 인터뷰] 비정상회담 타쿠야
책을 많이 읽나 봐요.
책 읽는 것을 좋아해요. 소설이나 만화책이요. 아직 한국어로 읽는 것은 힘들어서 일본어로 된 책을 사죠.


한국에 와서 가장 좋은 것은 뭐예요?
와이파이존이 많아서 좋아요. 교통비나 물가가 일본보다 싼 것도 좋고요. 2000원만 있으면 서울 안에서는 어디든 갈 수 있잖아요. 지하철 타고 가다가 환승도 잘 되고요.


비정상회담에서도 한국 취업 문제에 대해 다룬 적이 있죠. 일본도 한국만큼 취업이 어려운가요?
요새는 불경기여서 취업하기 힘들어요. 친구 중에 프리터족(아르바이트만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 있고, 대학 졸업 후에 취업을 못해서 계속 공부하며 직장을 찾고 있는 친구들도 있어요. 일본도 취업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그래도 한국이 더 열심히 하는 것 같아요. 취업 때문에 성형하는 사람도 있다더라고요. 그걸 듣고 정말 깜짝 놀랐어요.


타쿠야는 고등학교만 졸업하고 한국에 왔죠?
네. 그런데 ‘비정상회담’에 출연하면서 대학에 다니고 싶어졌어요. 형들이 다들 대학을 다니고 있거나 다녔잖아요. 대학에서 배우는 게 많은 것 같아요. 당장은 아니겠지만 만약 가게 된다면 한국에서 다니고 싶은데, 뭘 전공해야 할지는 아직 모르겠어요.


앞으로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올해 안에 ‘크로스진’의 앨범이 나와요. 이제 녹음도 시작했어요. 컴백하면 한국과 일본, 중국 등 아시아권에서 활동할 예정이에요.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비정상회담도 더 오래오래 잘 하고 싶고요.


글 박해나 기자
진행 이동찬 기자
사진 신채영(신채영 스튜디오)
모델 타쿠야
헤어·메이크업 김정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