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을 앞둔 영화‘거인’으로 부산국제영화제‘올해의 배우상’을 수상한 최우식. 그는 쏟아지는
축하 인사에 부끄럽다며 고개를 저었지만, 수상의 기쁨만은 감추질 못했다. 의도치 않게 기승전‘상’으로 귀결된 인터뷰가 이를 증명하지 않을까. 지금 가장 주목받는 배우, 최우식을 만났다.
[스타 인터뷰] “이방인의 마음으로 캐릭터 소화했죠”
최우식
1990년생
중앙대 아시아문화학 전공
2011년 드라마 ‘짝패’데뷔
2012년 드라마 ‘옥탑방 왕세자’, ‘특수사건 전담반 TEN’
2013년 시트콤 ‘패밀리’, 예능 ‘심장이 뛴다’
2014년 드라마 ‘운명처럼 널 사랑해’, ‘오만과 편견’, 영화‘거인’출연
[스타 인터뷰] “이방인의 마음으로 캐릭터 소화했죠”
‘거인’으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올해의 배우상’을 수상했어요. 소감이 어때요?
수상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어요. 부끄럽기도 하고 어깨가 무거워요.


첫 주연이라 감회가 더 새로웠을 것 같아요.
좋은 연기자로 거듭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지금까지는 드라마에서 ‘까부는 역할’만 주로 맡았잖아요. 이번 작품을 통해 영화감독님들이 저를 좀 다르게 봐 주시지 않을까 생각해요. 사실 지금은 영화 쪽에서 인지도가 거의 없어요. 오디션 가면 ‘넌 언제 태어났니?’라는 질문을 받을 정도예요.


영화에 대한 욕심이 좀 있나 봐요.
모든 배우의 꿈은 영화잖아요. 욕심이 있죠. 이번에 처음으로 긴 호흡의 영화를 했는데 작품상도 받고, 배우상도 받으니 굉장히 기분이 좋아요.


‘거인’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해요.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연기하는 데 있어 일종의 사춘기가 왔었어요. 기존의 연기들이 다 똑같다고 생각했거든요. 연기를 하는 건지, 마냥 웃고 떠드는 건지, 잘하고 있는 건지, 마냥 우습게 보이는 건지 헷갈리더라고요. ‘거인’에서는 감성적인 표현을 해볼 수 있을 것 같아 끌렸어요. 감독님의 전작 ‘밤벌레’도 인상 깊게 봤던 터라 고민하지 않았어요.


감독님은 우식 씨의 어떤 면을 보고 시나리오를 건넸을까요?
‘에튀드, 솔로’라는 작품으로 미장센 단편 영화제에 참석했을 때, 다른 영화로 영화제를 찾은 감독님과 함께 무대 인사를 한 적이 있어요. 그때 제 모습을 인상 깊게 보셨나 봐요. 제 눈이 좋았다고 하시더라고요.(웃음) 또 제 연기 스타일이 또래 배우들과는 좀 다른 느낌이라고 하셨어요.
[스타 인터뷰] “이방인의 마음으로 캐릭터 소화했죠”
‘거인’은 집을 나와 보호시설에서 지내던 고등학생 주인공의 성장통을 담은 영화죠. 김태용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이기도 하고요. 주인공 ‘영재’, 그러니까 감독님의 어린 시절을 연기하는 것이 어렵지는 않았나요?
제가 보낸 학창시절과 감독님이 살아왔던 시절은 비슷하면서도 굉장히 달라요. 환경이 극과 극이죠. 감독님이 영재처럼 하루하루 고생하면서 찌들었을 때, 저는 어떻게 하루를 더 쪼개서 놀 수 있을까를 고민했으니까요. 그리고 전 캐나다에서 학창 시절을 보내서 더 다를 수밖에 없어요. 그렇게 따지면 똑같은 게 거의 없는데, 한 가지 통하는 것은 있더라고요. 이방인의 마음? 어릴 때 캐나다에 가서인지 낯선 환경에서 자라면서 느낀 감정이 영재와 비슷했던 것 같아요.


초등학교 5학년 때 캐나다로 갔죠. 좀 힘들었겠어요.
지금 생각하면 괜찮은데, 그때는 정말 힘들었어요. 캐나다 생활에 적응 못하고 있을 때 사춘기를 겪었거든요. 친구들이랑 싸우면 다들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고 하는데, 혼란스러웠죠.


사실 연기하는 모습만 봤을 때는 캐나다에서 왔다고는 생각 못했어요. 말투가 자연스러워서요.
‘쟤가 캐나다에서 왔구나’라고 생각하고 들으면 어색한 말투가 느껴져요. 캐나다에 워낙 한국 사람들이 많고, 또 집에서는 한국말만 썼기 때문에 그나마 좀 자연스러운 편이죠. 사춘기 때 집에서 영어로 말하면 부모님께 혼났어요. “너는 한국인이니까 잘난 척하지 말고 한국말 써라”라고요.


영화 속에서 고등학생으로 나오던데, 교복이 참 잘 어울려요. 스물다섯이라고 전혀 못 느끼겠어요.
이제 진짜 고등학생 역할 그만해야겠어요.(웃음) 이번에 시작한 드라마 ‘오만과 편견’에서는 검사 역할을 맡았어요. 이제부터는 남자다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역할을 해야죠. 그래서 몸도 좀 키워보려고 운동도 했었는데 살이 더 빠지더라고요. 그냥 술 먹고 살 찌워야겠어요.
[스타 인터뷰] “이방인의 마음으로 캐릭터 소화했죠”
검사들 중에서도 밝은 캐릭터더라고요. 가볍고, 밝은 역할을 주로 맡고 있는데, 원래 우식 씨 모습이랑 비슷한가요?
모든 배우들이 그럴 것 같은데, 아무래도 맡게 되는 캐릭터가 비슷한 점이 많죠. 저도 실제 성격이 밝은 편이에요. 저희 집이 굉장히 화목한 편이고, 또 제가 늦둥이라 성격이 더 그런 것 같아요. 하지만 지금까지 맡은 역할들처럼 ‘너무’ 밝지는 않아요.


연기 때문에 캐나다에서 한국으로 돌아온 거죠?
네. 2010년 말쯤이었을 거예요. 오자마자 학원도 몇 달 안 다니고 운 좋게 데뷔했어요. 당시에는 연출에 대한 꿈이 있었는데, 연기에 대해 배운 뒤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었거든요. 그리고 캐나다에서 친구들이 한국에서 저 같은 얼굴이 유행(?)이라고 하더라고요. 비, 이준기 선배님처럼 외꺼풀이 한창 인기였거든요.


부모님은 반대하지 않으셨어요?
엄청 심했죠. 제가 연기할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하셨으니까요. 7살 위의 형이 있는데, 형은 미술을 전공했거든요. 그래서 저는 공부하길 원하셨어요. 모든 부모님들이 그렇게 생각하시겠지만 제가 굉장히 똑똑하다고 생각하셨죠. 공부도 곧 잘하는 편이었거든요. 이번에 상을 받고 아버지께 연락해 자랑했는데, 굉장히 좋아하시더라고요. 처음으로 자랑스러운 아들이 됐다는 게 굉장히 기분 좋아요.


대학교에서 아시아문화학을 전공하고 있더라고요.
일본어에 관심이 많았거든요. 일어일문학을 전공하기 위해 입학했어요. 캐나다에서 대학을 다니다가 와서 저보다 어린 동생들과 학교를 다니는 게 처음에는 조금 불편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재미있더라고요. 연기를 안 하고 대학생활만 했으면 더 재밌었을 것 같아요. 오티, 엠티, 미팅 같은 거요.(웃음)


앞으로 해보고 싶은 역할은 뭐예요?
서른이 넘을 때까지는 다양한 역할을 다 해보고 싶어요. 그리고 욕심을 내본다면 언젠가 수화를 하는 역할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말로 감정을 전달하는 게 아니라 표정이나 행동으로 감정을 보여줘야 하는 어려운 역할이잖아요. 당장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꼭 해보고 싶어요.


글 박해나 기자 I 진행 이동찬 기자 I 사진 신채영(신채영 스튜디오) I 모델 최우식 I 헤어·메이크업 장해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