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문조사Ⅰ 입사하고 싶은 외국계 기업 톱 30


세계를 무대 삼아 뛰고픈 그대. 어디서 그 꿈을 실현하고 싶은가. 대한민국 청년들은 구글, 애플, BMW를 첫손에 나란히 꼽았다. 캠퍼스 잡앤조이가 취업 포털 잡코리아와 함께 ‘입사하고 싶은 외국계 기업’을 조사한 결과다. 역시 명불허전(名不虛傳). 특히 구글, 애플은 전 세계 젊은이들이 가장 입사하고 싶어하는 기업으로 통한다. 말 그대로 세계 최고 ‘꿈의 직장’인 셈. 이 밖에도 둘째가라면 서러운 브랜드 파워를 가진 세계적인 기업들이 ‘2011 입사하고 싶은 외국계 기업’ 톱 30을 장식했다. 개중에는 예상했던 기업도 있고 의외의 놀라움을 안겨준 기업도 있다.
[외국계 기업 특집]구글·애플·BMW에서 꿈 펼치고 싶다

‘기 회가 주어진다면 어떤 외국계 기업에서 일하고 싶습니까?’

캠퍼스 잡앤조이와 취업 포털 잡코리아가 20~30대 구직자 560명에게 물었다. 그 결과 구글코리아가 17.3%의 득표로 1위에 올랐다. 2~3위는 애플코리아(8.5%), BMW코리아(7.8%). 또 유한킴벌리(6.5%)와 스타벅스커피코리아(4.7%)가 뒤를 이었다.

구글은 2, 3위와의 격차를 한껏 벌리며 독보적인 수위를 차지했다. 특히 구글은 각국에서 이뤄지는 비슷한 주제의 조사에서 흔들림 없이 1위를 지키고 있다. 최근 미국의 채용 컨설팅 업체인 유니버섬이 40세 이하 젊은이를 대상으로 ‘일하고 싶은 직장’을 조사했을 때도 구글은 19.7%의 지지를 받아 2년 연속 1위에 올랐다(월스트리트저널 보도). 재미있는 것은, 미국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이 조사에서도 2위는 애플(12.7%)이 차지했다는 점이다. 1~2위만 보면 한국에서 이뤄진 이번 조사와 결과가 같다.

애플은 2007년 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모바일 인터넷, 터치스크린, 휴대전화의 세 가지 기능을 갖춘 아이폰을 처음 선보인 뒤로 디자인, 기술, 마케팅 등 거의 모든 면에서 창의적인 기업의 대명사가 됐다. 더불어 ‘일하고 싶은 기업’으로서 구글과 정상을 다투기 시작했다. 구글과 애플은 인터넷·스마트폰·태블릿PC 등으로 전 세계 청년들을 매료시켰다는 점, 이를 발판으로 구직 시장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BMW코리아는 3위에 올라 브랜드 파워와 청년층의 지지를 증명했다. 1995년 한국법인이 설립됐으며, 2010년 처음으로 매출액 1조 원을 돌파했다. 이익률도 높아서 매출액영업이익률이 13%에 육박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BMW는 수입차 브랜드 선호도 조사에서 단골 1위다. 2011년 5월 SK엔카의 조사에 따르면 BMW는 29.1%로 1위를 차지했다. 특히 여성 응답자 중 절반에 가까운 40.3%가 BMW를 선택해 이슈가 됐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남자 응답자가 여성 응답자보다 2배가량 더 높게 입사 의지를 표명했다.

4위는 유한킴벌리가 차지했다. 1970년 유한양행과 미국 킴벌리클라크의 합작으로 탄생한 이 회사는 유한양행의 청렴한 기업 이미지와 1984년 시작한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 등으로 존경받는 기업에 꼽히고 있다. 킴벌리클라크의 해외 자회사 중 현지 이름을 쓰는 회사는 유한킴벌리가 유일하다고. 특히 이번 조사에서 남녀 응답자가 비슷한 비율로 많은 표를 던져 고른 층에서 신뢰를 얻고 있음을 증명했다.

5위에 오른 스타벅스커피코리아는 커피 전문점 열풍의 원조 격이라 할 수 있다. 1997년 신세계가 라이선스를 체결, 이화여대 앞에 1호점을 낸 것을 시작으로 현재 전국에 350여 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카페베네, 엔제리너스 등 매장 수 1, 2위 브랜드들이 개인사업자 프랜차이즈로 매장 수를 늘린 반면 스타벅스는 전 매장이 직영체제다. 따라서 바리스타 등 사원 모집은 본사를 통해 일괄 진행된다. 채용 트위터에 수시로 모집 공고를 내고 있다. 한 가지 눈에 띄는 것은 여성 응답자의 입사 의지가 남성 응답자의 2배 이상이었다는 점. 커피의 주 소비층이 젊은 여성인 점과 일맥상통하는 결과다.

한편 6~10위는 소니코리아, GE코리아, 한국쓰리엠, 로레알코리아, 한국IBM이 차지했다. 11~19위에는 넥슨코리아, 아디다스코리아, 한국마이크로소프트, 한국씨티은행, 르노삼성자동차,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나이키스포츠, 도이치증권, 한국피앤지, ING생명보험이 이름을 올렸다. 또 21~30위는 코스트코코리아, 모토로라코리아, 이베이코리아, 한국GM, 홈플러스, 라이나생명보험, 필립스전자, 맥쿼리증권, 한국화이자제약, 도시바일렉트로닉스코리아, 볼보그룹코리아, 유코카캐리어스, 일본전기초자한국, 캐논코리아컨슈머이미징 순이었다. 득표 동률로 공동 순위를 차지한 기업이 있어서 30위까지 총 기업 수는 34군데로 집계됐다.
[외국계 기업 특집]구글·애플·BMW에서 꿈 펼치고 싶다
복지 제도·해외 근무 기회 ‘최고 매력’

흔히 외국계 기업은 복지 제도가 잘 갖춰져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확한 근무시간과 합리적인 보수 산정, 푸짐한 휴가 제도 등이 그렇다. 외국계 기업의 이미지로 ‘경쟁’과 ‘생존’보다는 ‘여유’를 떠올리는 이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20~30대 구직자에게 ‘외국계 기업의 장점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역시 ‘복지 제도(38.9%)’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두 번째 많이 나온 대답은 ‘해외 근무 기회(22%)’였다. 특히 언어 능력을 갖춘 구직자에겐 해외 근무가 매력적으로 다가가기 때문. 그야말로 세계를 무대로 뛰고 싶다는 의미다. 개인을 존중하고 공사(公私) 구별이 확실한 ‘서구식 기업 문화(20.2%)’를 꼽은 이도 적지 않았다. 반면 ‘연봉’ 즉 능력에 따른 보상을 꼽은 이는 12%로 예상보다 낮은 편이었다. 오늘을 사는 대한민국 20~30대는 돈보다 복지, 꿈을 펼 수 있는 기회를 더 중시한다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다.

그렇다면 구직자들은 외국계 기업 입사를 위해 어떤 조건이 필요하다고 생각할까. 절반을 훌쩍 넘는 응답자가 ‘어학 능력(60.5%)’을 꼽았다. 학업·직장 등을 위한 ‘해외 생활 경험(15%)’이라고 답한 이도 많았다. 종합하면, 75% 이상의 응답자가 외국인과의 업무, 해외 생활에 불편함이 없는 ‘글로벌 인간형’을 첫 번째 조건으로 생각하는 셈이다. 국내 기업에서 눈여겨보는 조건인 인턴십 등 직무 경험이나 출신 학교, 전공 등은 뒤 순위로 밀렸다.
[외국계 기업 특집]구글·애플·BMW에서 꿈 펼치고 싶다
돋보기 외국계 기업의 자본
BMW코리아가 네덜란드 기업이라고?

한국에 진출해 있는 외국계 기업들의 속을 들여다보면 선입관을 깨는 흥미로운 사실이 몇 가지 있다. 대표적인 게 자본의 ‘뿌리’에 관한 것.

독일 명차로 잘 알려진 BMW의 한국법인은 네덜란드에 본사를 두고 있는 BMW홀딩B.V.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그래서 독일이 아니라 네덜란드계로 분류된다. 홈플러스·ING생명보험·르노삼성자동차·한국IBM·소니코리아·필립스전자 등도 네덜란드계 자본이다. 흔히 IBM은 미국, 소니는 일본 기업으로 알고 있지만 한국법인의 자본은 네덜란드에서 비롯됐다. 이번 조사에서 톱 30에 오른 기업 중 네덜란드계는 7곳이나 된다.

이는 네덜란드가 특정 기업이나 사업 활동에 대해 세금상의 특전을 인정하는 택스 리조트(tax resort 룩셈부르크·네덜란드·스위스 등)에 속해 많은 다국적 기업들이 본사를 두고 있기 때문.

도이치증권·유코카캐리어스(몰타), 한국화이자제약(파나마)의 자본 역시 비슷한 맥락으로 풀이할 수 있다. 몰타와 파나마는 외국에서 들여온 소득에 대해 거의 과세하지 않거나 극히 낮은 세율을 부과하는 조세 피난처(tax heaven)다. 여기서 확인할 수 있는 사실 하나. 역시 자본은 이익을 위해 존재한다는 점이다.



글 박수진 기자 sj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