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말한다. “우린 스펙보다 인성을 더 중요시해요~”

이에 대한 취업준비생들의 화답. “그딴 소리 길 가는 고양이한테나 줘버려요~”

제아무리 스토리의 시대라지만 숫자와 간판이 가지는 스펙의 힘은 유효하다고 믿는 이들이 많다. 뼈 빠지게 번 알바비를 영어 학원에 갖다 주고 오늘도 토익 점수와 씨름하는 이유다.

그러나 이 사람들을 만나보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남부럽지 않은 저질 스펙을 가졌으나 남부러워 할 만한 취업문 뚫기에 성공한 이들이다. 저질 스펙 뚫고 하이킥 날린 비결, 지금부터 그들의 천기누설이 시작된다.
[저질 스펙 뚫고 하이킥] 저질 스펙 뚫고 하이킥!
각 기업 인사담당자들이 예상하는 2012년 기업경영 상황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잡코리아가 기업 인사담당자 32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 중 43.0%가 ‘기업경영 상황이 2011년과 비슷할 것’이라 답했고, ‘2011년보다 나빠질 것’으로 예상하는 응답자도 38.3%에 달했다.

이는 올해도 신입사원 채용시장이 그리 밝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와 같다. 여전히 취업난은 사회문제 1순위이며, 청년 백수들의 우울한 날이 계속될 것이란 뜻이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순 없다. 파란색 추리닝에 삼선 슬리퍼로 청춘을 보낼 수는 없는 일. 여기 그리 내세울 것 없는 ‘액면’이지만 기업의 낙점을 받은 루키들의 이야기부터 들어 보자.
[저질 스펙 뚫고 하이킥] 저질 스펙 뚫고 하이킥!
서울 중위권 대학을 졸업한 김동환 씨는 영어 학원에 다닌 일이 없다. 친구들이 학원에 다닌 그 시간에 온갖 아르바이트를 하며 세상을 탐험했다. 그의 이야기는 야생형 인재를 찾는 SK텔레콤을 매료시켰고, 결국 300 대 1의 경쟁을 뚫고 신입사원이 됐다.

대전 세이백화점 신입사원 엄세영 씨는 늘 어눌한 언변이 고민이었다. 지방 사립대 출신에 변변한 토익 점수도 없었다. 하지만 수많은 모의 면접 연습을 통해 약점을 극복했다. 더불어 직무에 적합한 자격증을 공략하고 한 회사에 끈기 있게 집중한 끝에 합격 통지서를 손에 쥐었다.

수도권 사립대 출신에 400점대의 애매한 토익 점수. 임소연 씨는 취업준비생 중 많은 이가 공감할 만한 ‘어중간한’ 스펙의 소유자다. 묻히기 십상이라는 점을 안 그는 자신만의 강점을 담은 자유 형식의 자소서와 포트폴리오를 만들었다. 더불어 취업박람회를 돌며 인사담당자와 눈도장 찍기 공법을 구사했다. 제대로 된 우회 전략은 그를 쌍방울의 비주얼머천다이저(VMD)로 인도했다.
[저질 스펙 뚫고 하이킥] 저질 스펙 뚫고 하이킥!
이들의 공통점은 ‘저질 스펙에 연연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자신의 객관적 상황을 인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무기를 만들었다.

저질 스펙이라고 해서 인생도 2군인 것은 아니다. 하이 스펙의 휘황찬란한 성공담에 주눅들 필요도 없다. 취준생 그룹의 몸통, 저질 스펙들이여! 세상을 향해 보란 듯이 하이킥의 역습을 날려보자.


글 박수진 기자 sj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