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기 좋은 중견·중소기업

취업준비생은 ‘일할 곳이 없다’고 하소연한다. 반면 기업에선 ‘인재가 없다’고 말한다. 대기업 집중 현상 때문이다. 일부 대기업에 대다수 취업준비생이 몰리니 미스매치가 심해지는 것이다.

‘중소기업은 안정된 일자리가 아닐 것이다’는 인식이 이런 현상을 심화시킨다. 하지만 중소기업은 전체 경제의 90%를 차지하는 산업의 근간. 괜찮은 일자리도 수두룩하다. 잘 알려져 있지 않을 뿐이다.

캠퍼스 잡앤조이가 팔을 걷어붙였다. 연봉, 복리후생, 교육 프로그램 등에서 대기업 못지않은 중소기업을 찾아 그 면면을 들여다보기로 한 것. 물론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추천을 받은 검증된 일터들만 골랐다.

그 첫 번째는 ‘마이크로인스펙션’이다.
최고 엔지니어들의 집단 마이크로인스펙션
마이크로인스펙션은?
설립일 : 2000년 1월
자본금 : 15억 원(2011년 매출액 약 200억, 영업이익 약 40억)
대표이사 : 은탁
직원 수 : 54명
주요품목 : PDP 검사장비, COF 검사장비, 터치스크린판넬 검사장비, 솔라셀 검사장비


마이크로인스펙션은 검사기술 장비를 만드는 회사다. PDP, LCD 등의 불량 상태를 체크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LCD판넬이 검사장비를 통과하면 자동으로 불량 제품을 찾아준다. 관련 제품을 생산하는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테크윈, LG전자, LG디스플레이 등이 주요 고객사. 2000년 설립 이후 꾸준히 성장해왔다. 지난해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이 20% 수준으로 매우 높은 편이다. 직원의 70% 이상이 엔지니어라는 점이 특징이다.

마이크로인스펙션은 일하기 좋은 기업 문화를 만드는 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직원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기업 문화가 돋보인다. 대화를 통해 직원들이 필요로 하는 부분은 되도록 채워주고 있다. 자녀 한 명을 둔 직원에게는 연 240만 원을, 자녀 두 명을 두면 연 360만 원을, 자녀 세 명을 두면 연 720만 원을 연봉과 별개로 지급하는 일명 ‘자녀 수당’은 회식 자리에서 나온 얘기를 다음날 즉시 제도로 만든 대표적 사례다.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여성 직원은 탄력근무제를 신청해 오후 5시면 퇴근한다. 하루 9시간 근무를 원칙으로 해 특정 부서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야근 없이 ‘칼퇴근’을 한다. ‘상사 눈치 보지 않고 퇴근하는 분위기’라고 마이크로인스펙션의 3년차 직원이 스스럼없이 이야기한다. 직원 수가 적어 가족같이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근무할 수 있다는 것도 자랑거리다. 직원들은 동호회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매달 한 번 동호회의 날을 정해 오후 3시가 되면 밖으로 나선다. 지원비를 받아 영화, 뮤지컬을 보고 스크린 골프를 친다. 일 년에 네 번 추진하는 워크숍은 낚시터, 스키장 등 ‘초호화’로 떠난다.

마이크로인스펙션은 첨단장비로 가득하다. 2층에 위치한 연구실은 하얀 가운을 입고 소독한 후 입장이 가능하다. 연구실에는 검사 관련 장비가 여러 대 있는데, 핵심기술과 관련 있다. “회사에서 가장 만족하는 부분이 무엇이냐”라는 질문에 직원들이 첫 번째로 답한 것이 바로 ‘기술력’이다. 이미 만들어놓은 기기를 판매하는 것이 아닌, 회사마다 요구하는 사항을 수용해, 그에 맞춰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제품을 개발한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자부심으로 일한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이들이 만드는 기기는 국내 유일의 검사장비로 한 대 가격이 10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 ‘세계 1등의 검사기술 회사’를 지향하는 곳인 만큼 전 직원의 70% 이상이 엔지니어다.

기술력 증대를 위해 직원 교육은 필수다. 매주 두 번 전 직원이 참여하는 교육 시간이 있고, 외부 연수 프로그램에도 여러 차례 다녀온다. 월요일 아침마다 전 직원은 한 주간 공부하고 있는 내용과 적용한 기술에 대해 발표하는 시간을 갖는다. 마이크로인스펙션에서 승진하기 위해서는 논문을 필수로 써야 한다. 최소 6개월에서 1년가량 준비해야 논문 심사를 통과할 수 있다고 한다. 엔지니어가 자신의 기술을 다른 사람에게 설득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논문이라는 판단에서 실시한 제도다.

직원들은 적극적으로 특허 신청에 나서고 있다. ‘특허실시 보상지급’ 제도는 마이크로인스펙션의 또 하나의 자랑거리다. 개인이 특허를 출원해 상품화하면 적게는 300만 원에서 많게는 억대 보상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지난해 특허로만 3억 원의 보상금을 받은 직원도 있다. 특허 보상 이외에 연말에 지급하는 성과급도 대기업 못지않다. 지난해 10억 원의 성과급을 50여 명의 직원이 나눠 가졌다. 연봉보다 성과급이 많은 직원도 있을 정도. 마이크로인스펙션의 연봉 시스템은 ‘일한 만큼 보상 받는다’는 원칙이다. 신입사원 연봉은 2500만 원가량으로 높은 편은 아니지만, 해마다 5% 이상 연봉이 상승하는 구조다. 지난해 직원 평균 연봉(성과급 포함)은 6000만 원 정도였다.

작지만 알찬 기업, 마이크로인스펙션에서는 어떤 인재를 원할까. 이공계 관련 전공 지식이 있고, 끈기 있는 인재를 선호한다. 연구개발은 기본 2~3년의 시간을 요하는 만큼, 성실하게 꾸준히 일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또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작업인 만큼 호기심은 필수 요건이다. 학교, 영어 점수 등의 스펙은 크게 고려하지 않는다고 한다. 마이크로인스펙션에는 고졸부터 석사까지 다양한 인재가 근무하고 있다. 채용은 결원이 있을 때마다 수시 채용한다. 마이크로인스펙션 홈페이지를 통해 이메일 접수를 하면 된다. 비록 겉모습은 화려하지 않아도 단란한 기업 문화 속에서 최고 엔지니어가 되기를 꿈꾸는 이라면 눈여겨볼 만한 기업이다.
최고 엔지니어들의 집단 마이크로인스펙션
인터뷰 이래서 중소기업 택했다
이승희
서울대 전기컴퓨터공학부 석사
학점 : 3.4(4.3 만점)
외국어 : 텝스 750점
자격증 : 전자기사
입사 : 2012년 2월 3일
직무 : 마이크로인스펙션 PROBE 개발팀

“학교에서는 이론 위주로 배우는데, 회사에 오니 모르는 게 너무 많아서 충격을 받았어요. 열심히 배우고 있습니다.”

이승희 씨는 대학과 대학원에서 전기컴퓨터공학을 전공했다. 친구들은 대부분 대기업에 취업했다. 이 씨가 잘 알려지지 않은 중소기업에 입사한 이유는 무엇일까.

“지인이 추천해줬어요. 제 꿈이 창업을 하는 건데 그때 필요한 엔지니어로서의 역량을 많이 키울 수 있는 곳이라고 들었거든요. 관심을 가지고 정보도 찾아보고, 사전 견학도 해본 다음 입사하게 됐습니다.”

마이크로인스펙션에 입사하기 위해서는 총 4단계의 시험을 거쳐야 한다. 1차 서류 전형, 2차 팀장급 면접, 3차 전공 관련 필기시험, 4차 임원 면접이 그것이다. 이 씨는 면접을 치르면서 입사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커졌다고 한다.

“대기업에서도 면접을 치러봤는데 주로 지원 동기, 입사 후 포부 등을 질문했어요. 그런데 마이크로인스펙션 면접은 정말 구체적이었죠. 석사 때 진행한 프로젝트를 묻고, 연구 과정의 세세한 부분까지 질문했어요. 미처 준비하지 못한 질문에 당혹스러웠죠. 하지만 그만큼 경영진이 기술에 대한 통찰력이 있다고 판단했고, 엔지니어의 꿈을 키울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입사 이후 ‘멘토’ 선배에게 사회생활에 빨리 적응하는 법을 배웠다. 마이크로인스펙션은 신입사원에게 멘토를 지정해주고, 멘토의 활동은 인사고과에 반영되기 때문에 자연스레 멘티 멘토의 관계가 돈독해진다. 회사 자랑에 여념이 없는 이 씨에게 ‘불만’은 없느냐고 질문했더니 망설임도 없이 다시 자랑을 이어갔다.

“전혀 없어요. 집중해서 일하고 빨리 퇴근하고 나머지 시간은 자기 계발을 할 수 있어서 좋아요. 대기업에 가면 자기가 원하는 업무보다는 정해진 일만 하기 쉬운데, 이곳에서는 하고 싶은 엔지니어 업무만 할 수 있고, 또 일한 만큼 보상이 따라오거든요.”

친구들에게 매일 회사 자랑을 하지만, 거들떠보지도 않는 이들이 있다고 한다. 그는 중소기업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비해 연봉이 적긴 하죠. 하지만 우량한 회사가 많아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전문가로 빨리 성장하고 싶다면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 적합한 것 같아요. 자신에게 맞는 분야에서 탄탄한 기업을 찾아보세요. 중소기업은 꿈을 펼치기에 충분한 무대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글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
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