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기업에서 네 꿈 펼쳐라!

사옥의 겉모습부터 범상치 않은 기운이 풍긴다. 멋들어진 외관 못지않게 내부로 들어가면 웬만한 인테리어 전문업체나 글로벌 IT기업 못지않은 세련됨이 눈길을 끈다. 층마다 마련된 직원 휴게실은 고급 리조트 로비 뺨칠 만큼 안락하게 꾸며져 있다. 충청남도 아산시 인주산업단지에 자리 잡은 ‘SAC’는 국내 최고 수준의 공업로 설비 설계와 생산 기술을 갖춘 기업. 불꽃이 번쩍이고, 기계 돌아가는 소리에 귀가 먹먹해질지도 모른다는 선입견은 기우에 불과하다.
‘친환경 플랜트’ 설비 최고 선두 기업 SAC
SAC 는 공업로 관련 설비의 설계와 생산 면에서 국내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강소기업이다. 지난 1998년 창립 때부터 지금까지 회사를 맡고 있는 한형기 대표이사는 국내 대표적인 공업로 엔지니어 1세대다.

공업로는 쉽게 말해 열을 가해 금속의 성질을 변형시키는 설비를 말한다. 버너와 같이 열을 가하거나, 최근 SAC가 주력하고 있는 전기로, 포스코 같은 철강기업에서 사용하는 용광로 같은 설비가 모두 공업로의 범주에 속하는 것이다. 단순히 열을 가해 금속을 녹이는 것뿐 아니라 연료가 들어가는 프로세스부터 시작해 전체적인 설비를 설계·제작하는 것이 SAC가 자랑하는 기술력이다.

SAC는 몇 년 전부터 직접 불을 가해 열을 전달하는 버너식에서 벗어나 전기로 열을 발생하는 전기로 개발과 생산에 힘을 쏟고 있다. 기존의 방식은 거의 대부분 석유를 원료로 쓰는 데 비해 전기로는 말 그대로 전기가 주원료다. 따라서 친환경적이면서도 고효율 저비용을 실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SAC는 창립 이후부터 지금까지 연구개발(R&D)에 꾸준히 투자해왔는데, 전기로 개발의 경우도 이미 2002년부터 본격적인 개발에 나섰고 현재 꽃을 피우고 있다.

SAC의 주요 사업 영역은 ‘제철 플랜트’와 ‘압연 플랜트’ 그리고 ‘ENT 사업’으로 나뉜다. 제철 플랜트의 경우 지난해 말레이시아의 철강 관련 기업으로부터 1000억 원에 이르는 합금철 플랜트 설비 수주를 따내는 쾌거를 이뤘다. 압연 플랜트는 제철 플랜트를 통해 생산된 철 제품을 자동차, 냉장고 등 용도에 따라 가공하고 고급화시키는 설비를 말한다.

SAC는 최근 들어 ‘녹색 철강 플랜트’를 기치로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환경 문제가 따라붙던 기존의 플랜트 설비를 친환경 트렌드에 맞게 발전시키고, 이를 토대로 기술의 국산화도 이뤄낸다는 비전이다. 지난해 9월 천안에서 현재의 위치로 사옥을 신축하며 자리를 옮긴 SAC는 서울에도 R&D센터를 열고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친환경 플랜트’ 설비 최고 선두 기업 SAC
사내 교육으로 최고의 전문가 키운다

철강 플랜트나 공업로 관련 기업 중 SAC는 최고의 기술력과 맨파워를 자랑한다. 경영 이념에 ‘정도’ ‘인화’와 더불어 ‘교육’이 포함된 배경이다. 회사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임원급 이상의 엔지니어들은 설비 설계나 제작 면에서 최고의 강사진과 다름없다”고 한다. 실제로 사내에서 임원진들이 직접 강의를 준비해 신입사원이나 중간급 관리자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매달 1회 전문기술 시험을 진행하고, 임원들이 시험 진행과 출제를 직접 관리한다. 공업로나 플랜트에 관한 교육으로는 어디서도 따라오기 힘든 수준이다.

이 밖에도 생산성본부나 능률협회 등을 통해 사원들이 원하는 교육을 이수하게 하고, 사내에서 그때그때 필요한 분야의 강사를 초빙해 강의도 진행하고 있다. 공장동 2층에 강당이 마련돼 있는 이유다. 일본 등 기술 선진기업과 제휴를 맺고 시행 중인 선진 기술 연수도 SAC 경쟁력 제고의 바탕이 되고 있다.

‘입사와 동시에 최고의 기술을 배울 수 있는’ SAC의 채용은 1년에 한 번씩 치러지는 정기 공채와 수시 채용으로 나뉜다. 해마다 사세가 확장되는 터라 신입사원 채용 수도 함께 늘고 있는 중. 지난해 15명에 이어 올 초에는 23명을 새로 뽑았다.

금속, 기계, 전기, 화학, 환경 등 이공계 전공자들이 주요 채용 대상이지만, 경영지원이나 인사 등 일반 행정직도 함께 모집한다. 최근에는 해외 사업을 확대하는 중이어서 영어 등 어학 우수자가 조금 더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이공계 전공과 일반 부문의 채용 비율은 6 대 4 정도다.
‘친환경 플랜트’ 설비 최고 선두 기업 SAC
SAC는 입사 후 일정 기간 동안 전 부서에 걸쳐 로테이션 근무를 원칙으로 한다. 따라서 어느 부서라도 기술 관련 공부는 필수다. 그렇다고 전공이나 학과 성적이 입사의 필수 조건은 아니다. 회사 관계자가 강조한 입사의 기술은 바로 ‘면접’이다. 면접 시 드러나는 기본적인 인성과 예의, 일하고 배우려는 의지가 당락을 좌우하는 키워드라고. 대학과 점수 같은 스펙에 연연할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또 한 가지 중요한 노하우는 ‘자기소개서’ 작성이다. 면접관도 자기소개서에 나와 있는 내용을 묻는 경우가 많다. 최소한 입사하려는 기업이 어떤 곳인지를 알고, 관심을 표명하느냐가 관건이다.

사옥을 신축하며 직원들의 편의와 복지를 위한 시설들을 마련한 것도 눈에 띈다. 업무 특성상 설계 작업이 많고, 산업단지 주변에 편의시설이 부족하기 때문에 설계 당시부터 고려한 내용이다. 우선 건물의 각 층마다 바(bar) 등 휴게실이 마련돼 있다. 설계 부서가 많은 3층에는 안마의자도 들여놓았다. 이 밖에도 당구대, PC방, 헬스장, 노래방, 게임방, 스크린골프, 옥외 공원 등 ‘펀(fun)’한 직장 생활을 위한 배려가 돋보인다.

야구, 산악회 등 사내 동아리도 회사에서 적극 지원하는 복지활동이다. 1년에 한 번씩 마련되는 전 직원 ‘보약’과 ‘정장’ 선물은 독특하면서도 재미있는 복지 혜택이다. 대기업에는 못 미치지만 급여도 동종 업계 최고 수준이다. 인사 개편과 사세 확장, 영업이익 증가 등을 통해 매년 급여 인상도 꾸준하다.

회사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일하는 분위기가 가장 큰 복지”라고 입을 모았다. 업무가 과중하더라도 힘들거나 어렵다기보다는 즐거운 마음으로 일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마련돼 있다는 뜻이다.
‘친환경 플랜트’ 설비 최고 선두 기업 SAC
‘친환경 플랜트’ 설비 최고 선두 기업 SAC
‘친환경 플랜트’ 설비 최고 선두 기업 SAC
Interview 차정혁 사원
“길게 보는 안목 가지세요”

차정혁 씨는 올해 1월 1일 입사해 이제 막 3개월간의 수습 딱지를 뗀 신입사원이다. 대학을 마친 후 학군장교(ROTC)로 입대해 지난 2009년 6월에 전역했다. 그가 SAC에 입사하기로 마음을 먹은 계기는 기계공학이라는 대학 전공을 살리고 싶은 것이 첫째지만, 다양한 업무를 배울 수 있다는 메리트에 끌렸기 때문이다.

“대기업은 자기가 맡은 업무 하나만 파는 경우가 많더군요. 그에 비해 우리 회사는 다양한 경험이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지금은 기술영업 일을 맡고 있지만 언젠가 엔지니어로 일할 기회도 있을 겁니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복수전공하고, 전공 관련 자격증 외에도 잡다한 자격증에 도전해온 제 성격과도 잘 맞는 것 같습니다. 입사 전 회사 홈페이지를 들여다봤는데, 중소기업 가운데 SAC만큼 기술력에서 자신감을 표하는 회사를 찾기 힘들었어요.”

입사 전형 중 기억에 남는 건 역시 면접이다. 간단한 질문이었지만 말끝을 흐리지 않고 명확하게 답하려 노력했다고. 실력이 부족하더라도 부끄러워하기보다는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 주효했다는 생각이다.
‘친환경 플랜트’ 설비 최고 선두 기업 SAC
“예를 들어 영어 스펙이 부족한 편인데 ‘이렇게 저렇게 준비하고 공부하겠다’고 솔직히 답변했어요. 또 자기소개서 위주로 질문을 하셨는데, 마찬가지로 당당하되 예의를 지키면서 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준 게 입사로 이어진 것 같습니다.”

SAC는 얼마 전 회사 전체를 ‘사업부’ 단위로 개편했다. 설계와 제작, 시공을 원스톱으로 처리하는 회사의 역량과 마찬가지로 영업과 기술을 한꺼번에 진행할 수 있는 인재를 키우려는 목적이다. 입사 전 걱정한 것 중 하나는 ‘보수적인 근로 분위기’였다. 하지만 입사 후 가장 놀랐던 것이 직급을 막론하고 서로 존칭을 쓰며 존중하는 모습이었다고. 그만큼 상하 간 커뮤니케이션이 자유롭고, 각종 복지 혜택도 생활 반경을 고려하면 대기업 못지않다는 게 현재 내린 결론이다.

“작게 보면 작게 보이지만, 크게 보면 크게 보인다고 생각합니다. 무조건 대기업을 찾기보다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정하는 게 먼저가 아닐까요. 기업의 규모는 관계없습니다. 저도 전역 후 소비한 1년 반이라는 시간이 지금 생각하면 너무 아까워요. 취업이 조금 늦어지더라도 길게 보는 안목을 갖는 게 중요합니다.”



영남대 기계공학부 졸업. 2009년 ROTC 전역.
학점 3.5(4.5 만점)
외국어 오픽 IL 자격증 기계설계산업기사, 전산운용 기계제도, 검도, 태권도, 스포츠마사지 등
입사 2012년 1월 1일
직무 압연플랜트사업부 기술영업

글 장진원 기자 jjw@hankyung.com┃사진 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