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셜텍(CrucialTec)


캠퍼스 잡앤조이는 지난 5월 창간 기념호에서 대학생 1000명을 대상으로 ‘일하기 좋은 기업의 최우선 조건’을 조사한 바 있다. 2011년 조사에서는 ‘고용 안정성’이 1위로 꼽힌 데 비해, 이번 조사에서는 ‘기업의 장래’가 가장 큰 지지(26.7%)를 받으며 1위에 올랐다. 기업의 성장 가능성과 이를 토대로 한 장래성을 말할 때 빠지지 않는 강소기업이 있다. 경기도 수원과 천안에 자리 잡은 ‘크루셜텍’이다.
[강소기업에서 네 꿈 펼쳐라!] 세상에 없는 새로운 기술만 만든다
캠퍼스 잡앤조이의 창간 기념 설문 결과, 취업 하면 흔히 떠오르는 고용·보수·업무 만족도 등보다 ‘성장할 수 있는 저력과 능력을 갖춘 기업’이 대학생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직장으로 떠오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업체 수나 고용 종업원 수만 보면 중소기업은 대한민국 기업의 절대다수를 차지한다. 사업체 수와 종업원 수 모두 전체의 90% 이상을 넘기며 대한민국 산업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것. 하지만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많은 중소기업 중 소위 ‘강소기업’이라 부를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 특히 ‘기업의 장래성’을 논하는 자리라면 중소기업의 설 자리는 더욱 줄어들고 만다.

2001년 4월 창립된 크루셜텍은 지난해 연매출 2700억 원을 달성했다. 창업 당시와 비교하면 10년 남짓한 기간 동안 무려 1000배에 이르는 성장이다. 연매출 10억 원대의 고만고만했던 기업이 3000억 원에 육박하는 매출액에 무한한 성장 가능성까지 갖춘 기업으로 성장한 셈이다.

크루셜텍의 핵심 생산품은 ‘옵티컬 트랙 패드(OTP)’다. 한때 얼리어답터들의 상징이었던 RIM의 ‘블랙베리’폰이나 세계적 스마트폰 제조사인 HTC의 제품에는 여지없이 OTP가 내장돼 있다. 작동 원리는 간단하다. 휴대폰에 장착된 패드에서 나오는 빛이 손가락의 이미지를 인식해 PC의 마우스처럼 커서를 움직이고 클릭까지 가능하게 하는 식이다. 쉽게 설명하면 손가락을 트랙볼에 대고 미세하게 움직이는 동작에 의해 스마트폰 화면 안의 마우스 포인트가 움직이고, 볼을 누르는 동작이 마우스 클릭과 똑같이 작동하는 이치다.
[강소기업에서 네 꿈 펼쳐라!] 세상에 없는 새로운 기술만 만든다
창업 10년 만에 1000배 성장

PC 화면보다 작을 수밖에 없는 스마트폰의 UI(User Interface)는 입력 오류가 잦은 편이다. 불필요한 터치로 원하지 않은 링크에 접속하기 일쑤고, 문자 메시지라도 보낼라치면 어느 정도의 오타는 감수해야 한다. 미세한 움직임으로 원하는 링크를 정확히 짚어내는 OTP의 쓰임새는 분명 따라올 수 없는 장점이다.

블랙베리폰과 터치 전용 HTC 폰의 등장으로 OTP 성장세가 다소 주춤하고는 있지만, 크루셜텍의 미래를 의심하는 이는 많지 않다. 휴대폰 외에도 연간 1억 개에 달하는 디지털 카메라 시장, 스마트TV의 리모컨, 노트북 컴퓨터 등 OTP를 적용할 수 있는 분야는 논모바일 분야에도 얼마든지 있다. 실제로 OTP를 장착한 다음TV의 리모컨이 출시된 상태이고, 세계적인 디카, 노트북 제조사와도 비즈니스 파트너로서 협상을 진행 중이다.

OTP 등 세상에 없던 새로운 기술로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는 크루셜텍의 차기 야심작은 ‘MS(Matrix Switching) 터치 솔루션’이다. OTP에서 벗어나 기존 제조사들의 영역으로 인식돼오던 터치 영역에까지 도전장을 던진 것. 기존 방식은 커버글라스 밑에 4개의 층이 들어가지만, MS 방식은 커버글라스 밑에 하나의 패턴층이면 충분하다. 공정이 줄어드니 원가가 절감되는 것은 물론 불량률도 현저하게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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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Y축의 좌표를 이용해 인식하던 애플 방식을 벗어나 독립적인 셀 하나하나가 전류를 인식하므로 무시무시한 애플의 특허권 침해도 원천적으로 피해갈 수 있는, 그야말로 세상에 없는 기술이다. 장갑을 끼고 터치가 가능한 것도 MS 터치 방식의 또 다른 경쟁력. 저항에 강한 IC(터치 칩)도 자체 개발해 화면 둘레의 베젤도 없앴다. 이런 방식의 터치 기술 개발이 완료됐다고 하면 시장에서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다. 부품 출하는 올 3분기, 기술이 적용된 스마트폰 출하 시기는 4분기로 예상하고 있다. 회사에서 2012년을 또 한 번의 대대적인 질적 성장의 해로 삼은 배경이다.

크루셜텍은 기술 기반 기업답게 전체 300여 명의 인원 중 절반이 순수 연구 인력이다. 이외에 영업, 기획관리 등이 나머지 조직을 구성하고 있다. 수원에는 중앙연구소와 지원부서가, 천안 본사에는 연구소와 생산 공장 등이 자리 잡고 있다. 이 밖에도 베트남 하노이와 중국 텐진에 공장이 있는데 크루셜소프트(소프트웨어 개발), 크루셜칩스(드라이버 IC 생산), 크루셜엠스(모바일 케이스모듈 생산, 전량 삼성전자 납품) 등을 합한 ‘크루셜 패밀리’는 아웃소싱 인원을 합쳐 2500여 명에 이른다.

크루셜텍은 매년 20~30명 정도를 공채로 뽑는다. 지난 1월에도 22명을 공채 3기 신입사원으로 채용했다. 강경림 전무이사는 “학벌이나 스펙은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오히려 학점이 낮은 사람을 골라서 뽑을 정도”라는 말도 덧붙였다. 자신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더욱 열심히 일하고, 이런 모습이 신입사원 간에 자극제 역할을 충분히 하기 때문이다. 면접을 통해 걸러지는 이들은 실력보다 열정, 일하고자 하는 태도를 갖춘 사람들이다.

1차 실무 면접에 이은 2차 면접에서는 어떤 일을 가장 좋아하는지, 왜 그 일을 좋아하는지, 학교생활은 어땠는지, 리더십을 발휘한 사례가 구체적으로 있는지 등 열정과 인성을 가장 중요한 채용 조건으로 심사한다. 능력은 다소 부족하더라도 일하고 배우겠다는 열망과 파이팅 정신이 있는 지원자가 회사에서 원하는 인재상이다. 연구·개발(R&D) 부문이 전체 채용 직원 3분의 2를 차지하고 나머지는 영업, 기획관리 등이다. 신입사원 연봉은 2900만 원으로 중견기업 중 중상급이다.

크루셜텍의 또 다른 장점은 철저한 직원 교육이다. 1년에 3~5학점을 무조건 이수해야 하는 규정도 있다. 직무와 연관성이 인정되는 강의는 외부 기관과 온·오프라인을 불문하고 정해진 학점을 이수해야 한다. 교육비는 전액 회사에서 지급한다. 이 밖에 지방 출신 직원을 위한 사원 아파트(기숙사) 제도, 연간 30만 포인트를 기본으로 하는 인센티브 복지 포인트 제도 등 사내 복지도 잘 갖춰져 있다.
[강소기업에서 네 꿈 펼쳐라!] 세상에 없는 새로운 기술만 만든다
능력은 다소 부족하더라도 일하고 배우겠다는 열망과 파이팅 정신이 있는 지원자가 회사에서 원하는 인재상이다.



Interview 기미향 사원
“자신이 원하는 업무부터 찾으세요”
[강소기업에서 네 꿈 펼쳐라!] 세상에 없는 새로운 기술만 만든다
세명대 경영학과 졸업
학점 4.3(4.5 만점)
외국어 토익 670점
자격증 MOS마스터, 워드프로세서 등 컴퓨터 관련 자격증
입사 2012년 1월 1일
직무 경영지원실 인사팀. 인원 데이터 관리, 채용 관리, 서버 관리 등

지난 1월 1일부로 크루셜텍 신입사원이 된 기미향(24) 씨는 대학 재학 중일 때부터 중소기업 입사에 관심을 기울여온 케이스다. 중소기업진흥공단 등에서 소개하는 기업을 꾸준히 알아보면서 자신에게 맞고 성장 가능성이 큰 중소기업을 체크해온 것. 크루셜텍 역시 숨어 있는 강소기업임을 입사 전부터 알고 있었다. 마침 졸업 시즌에 맞춰 공채 모집 공고를 접하고는 채용의 기쁨을 안을 수 있었다.

“대학 때는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한 기업 조사에 충실했어요. 현재 인사팀 소속인데, 원래 인사 쪽에 관심이 많았죠. 넓게는 경영지원실 소속이라 인사 외에도 폭넓은 업무를 경험할 수 있어 좋아요.”

각종 교육 지원책도 새내기 사원에게는 매력적인 혜택이다. 기 씨 역시 정식 입사 전인 작년 12월 한 달간을 온전히 신입사원 교육으로 채웠다. 2주간에 걸친 합숙도 이어졌는데, 직무별 기술 교육부터 비즈니스, 대인관계 교육까지 역량 개발 교육이 빡빡하게 진행됐다. 한 달에 한 번 ‘중소기업 최강 인재 만들기’ 포럼에 꾸준히 참석하고 있고, 얼마 전에는 급여 전문가 과정도 2박 3일간 다녀왔다. 이 밖에 기업 평가 교육 이수(16시간) 등 차고도 넘치는 역량 강화 교육이 지난 5개월간 이어졌다.

기 씨는 대학 시절 교수님들에게 받은 ‘미드필드십’ 가르침을 중소기업 선택의 이유로 꼽았다. 조직 전체를 이끄는 리더십도 중요하지만 중간을 아우르는 미드필더도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가르침이었다.

“지금은 신입사원이라 여러 가지를 배워가며 일하는 중이에요. 대기업에 가면 맡은 부문만 파고 들어가잖아요. 그런 면에서 중소기업은 훨씬 유리해요. 마침 인사팀이다 보니 다양한 행사 주최, 직원들의 커리어 관리 등 업무 범위가 굉장히 넓어 많은 것을 경험하며 배우고 있어요.”

기 씨는 “지금 내 주위에도 취직 준비로 고민하는 친구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채용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지금, 취업을 준비하는 또래 대학생들에게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제가 직접 사람을 뽑는 건 아니지만, 옆에서 돕다 보니 느낀 점이 있어요. 무조건 회사 이름만 보기보다는 자기가 할 수 있는 직무, 전문적으로 맡아서 해야 할 일 위주로 준비하는 게 좋을 듯해요. 정형화된 면접 스킬 익히기나 스펙 관리보다는 회사나 기업, 해당 팀에서 요구하는 사항을 알아서 이에 맞게 준비해야 효과적이죠. 저도 사실 그렇게까지는 못했거든요.”

글 장진원 기자 jjw@hankyung.com┃사진 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