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승자를 위한 안전장치는 자동차를 선택하는 중요한 기준이다. 전 세계 자동차 메이커들이 범퍼나 에어백 등에 관한 연구개발을 멈추지 않는 이유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더 생각해보자. 갑작스럽게 일어나는 자동차 사고에서 탑승자의 안전만 중요할까.

만약 보행자가 자동차에 부딪힌다면? 이 생각이 아이탑스 오토모티브(이하 아이탑스)의 출발점이었다.
[강소기업] 글로벌 하이테크 자동차 부품기업 꿈꾸는 아이탑스 오토모티브
우리나라의 자동차 생산기술은 세계 톱클래스 수준이다. 세계 곳곳의 도로에서 한국 자동차 브랜드를 만나는 것은 이제 어려운 일이 아니다. 수출 증가세도 상승 그래프를 이어가고 있다. 2012년 3월 기준 자동차 수출은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며 국가 경제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는 중이다.

하지만 이른바 명품 자동차 브랜드에 비해 한국 자동차 메이커가 다소 뒤처지는 게 있다. 자동차의 미래기술, 즉 첨단 안전장치나 환경 친화적 기술 분야다. 김구현 대표는 바로 이 점에 주목했다. 카이스트(KAIST)에서 항공우주공학과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지난 2000년 현대자동차에 입사해 차체 설계팀에서 일하던 그는 “해외에 의존하는 하이테크 부품을 우리 손으로 만들자!”는 생각으로 창업을 결심했다. 그리고 지난 2011년 12월 글로벌 자동차 부품기업을 목표로 ‘아이탑스(ITOPS) 오토모티브’를 설립했다. 준비 기간만 꼬박 5년이 걸린 이 회사는 요즘 자동차업계 안팎에서 ‘다크호스’로 주목받고 있다.


아이탑스 오토모티브는?
회사명 : 아이탑스(Innovative Technology of Optical Sensors) 오토모티브
설립일 : 2011년 12월 7일
대표자 : 김구현
주소 : 경기도 의왕시 철도박물관로 37
사업분야 : 자동차용 센서, 액추에이터, 솔레노이드 제조
연락처 : 031-689-5414
홈페이지 : www.itops.co.kr
[강소기업] 글로벌 하이테크 자동차 부품기업 꿈꾸는 아이탑스 오토모티브
‘보행자 충돌 안전장치’에 주력

“엔지니어는 기술에 대한 욕심과 자부심이 있어요. 우리나라는 자동차 생산기술은 탁월한데, 미래기술 관련 분야의 발전이 더뎌서 해외 의존도가 높습니다. 엔지니어로서 원천기술 개발에 욕심이 생길 수밖에 없었죠.”

지난 2005년 프랑스 자동차 시트로엥이 보행자 충돌 안전장치를 도입한 C6를 내놓은 것을 보고 김 대표는 무릎을 쳤다. 탑승자 중심의 안전장치와 더불어 장기적으로는 보행자 충돌까지 고려한 안전장치가 각광받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첫출발은 현대자동차 사내 벤처로 시작했다. 전자 설계 파트에 근무하던 이대엽, 홍성욱 이사와 의기투합해 2007년부터 본격적인 기술 개발에 들어갔다. 3년 만인 2009년 말, 비로소 보행자 충돌 안전시스템이 완성 궤도에 올랐다. 국내에선 개념도, 선행 연구도 전무했던 분야인 만큼 많은 시간과 투자가 필요했다.

“보행자가 자동차와 충돌하면 다리, 팔과 함께 머리에 가장 큰 부상을 입지요. 하지만 보행자 충돌 안전장치를 장착하면 보행자가 차량과 충돌할 때 범퍼 쪽 센서가 감지, 보닛을 살짝 들어 완충공간을 만들고 앞 유리 쪽에 에어백(액티브 후드리프트 시스템)이 작동합니다. 모든 과정이 작동하는 데 0.04초밖에 걸리지 않아요. 해외에선 2개 부품업체가 개발해 벤츠, BMW 등에서 적용하기 시작했지만, 순수 국내 기술로는 아이탑스가 최초입니다.”

김 대표는 이 시스템을 주력 아이템으로 삼아 창업하기로 하고 준비의 일환으로 중소기업청의 청년창업사관학교에 들어갔다. 10여 년 동안 대기업에서 근무한 터라 경영에 관한 실전 감각이 약하다고 생각했다. 아이탑스는 이곳에서 경영 관련 컨설팅을 받는 동시에 시제품 연구 지원도 받았다. 양산 가능성을 확인받은 후에는 자동차 부품기업의 30억 원 투자를 유치하는 데도 성공했다. 그만큼 새로운 분야, 독창적인 하이테크 기술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의미다.
[강소기업] 글로벌 하이테크 자동차 부품기업 꿈꾸는 아이탑스 오토모티브
아이탑스는 7월부터 획기적인 전환기를 맞는다. 보행자 충돌 안전시스템이 드디어 실제 차량에 적용되어 소비자 곁으로 가기 때문. 우선 현대자동차 SUV 차량인 산타페, 소렌토의 유럽 수출분부터 시작한다.

“유럽에서는 신차 안전도 평가에 ‘보행자 안전’이라는 항목이 있어요. 충족되지 않으면 좋은 평점을 받을 수 없습니다. 유럽 명차들이 속속 이 시스템을 도입하는 까닭이죠. 더욱 희망적인 것은 국내에서도 신차 안전도 평가에 보행자 부문이 추가될 전망이라는 겁니다. 이르면 내년부터 법제화될 가능성이 높아요. 시장이 커지는 만큼 선점 전략이 중요한 시점입니다.”

이와 함께 자동차 램프, 안전벨트 센서 등 애프터마켓을 겨냥한 각종 부품도 출시했다. 하나같이 신선한 발상이 돋보이는 하이테크 부품이라는 게 특징이다.

아이탑스는 현재 12명의 직원으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절반이 연구개발을 맡는 엔지니어. 이런 인적 구성은 김 대표가 그리는 아이탑스의 미래와도 관련이 있다.

“기존에 없던 기술을 만드는 연구 중심의 기업을 지향합니다. 세계적인 자동차 전장 부품기업인 콘티넨탈(독일)이 성장 모델인데, 그만큼 기술을 중시하겠다는 뜻입니다.”

아이탑스의 올해 매출 목표는 16억 원. 이미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는 만큼 내년 이후로는 가파른 매출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20년쯤이면 연 500억 원 매출은 거뜬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IT 기업처럼 급속한 성장은 어려워도 탄탄한 기술력이 있어서 안정적으로 커나갈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20년 내에 콘티넨탈의 경쟁사로 세계시장에 서겠습니다!”



Interview
지창욱 엔지니어 “발전 가능성 하나만 보고 입사”
[강소기업] 글로벌 하이테크 자동차 부품기업 꿈꾸는 아이탑스 오토모티브
지난 5월 아이탑스에 합류한 지창욱 엔지니어는 취업을 위해 중국에서 유턴한 케이스다. 아이탑스의 발전 가능성에 주목, 오랫동안 준비하고 경험을 쌓은 중국과 잠시 이별하기로 한 것.

“중국어를 부전공으로 공부하면서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에 입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어요. 비교적 일찍 목표를 정해 준비한 셈이죠. 이런 노력 덕분에 동국실업의 중국 생산단지에 입사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하이테크 기술 개발을 지향하는 아이탑스의 채용 공고를 보고 마음이 바뀌었어요. 유망 기술 기업의 성장 과정에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창욱 씨는 현재 자동차 램프 개발 업무를 맡고 있다. 창의력 넘치는 기술을 선보이는 회사답게 기존에 흔히 보던 램프가 아니다. 부드럽고 밝은 빛의 LED 면발광 실내등, 어두운 밤에 안전하게 차에 탈 수 있도록 땅으로 빛을 쏘는 스팟 램프 등이 이채롭다. 그는 “선배에게 여러 핵심기술을 배울 수 있어서 무엇보다 좋다”면서 “다양한 업무 경험, 빠른 성장 속도 등 중소기업이 갖는 장점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탑스는 지 씨의 중국 관련 경력을 현업에서 십분 발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김구현 대표는 “경쟁해야 할 중국업체가 생기고, 직접 중국 시장을 공략해야 할 때가 오면 지창욱 씨의 경력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 우석대 기계자동차공학과 졸업(중국어학과 부전공)
- 2010년 동국실업 입사(중국 장쑤성 옌청시)
- 2012년 5월 아이탑스 오토모티브 입사

글 박수진 기자 sjpark@hankyung.com┃사진 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