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없던 것을 시작한 청년들, 워너쉬

‘후 쿠부쿠로’를 아는가. 행복을 가져다주는 복주머니라는 뜻으로, 설에 여러 가지 물건을 한 주머니에 넣어 파는 일본의 독특한 이벤트 문화다. 이진성 대표는 후쿠부쿠로에서 영감을 얻어 워너쉬(Wannash)를 창업했다. 첫 아이템인 뷰티박스는 20대 여성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고, 후속타인 대한민국 최초의 푸드박스도 승승장구 중이다.
[청년 CEO 이야기] 워너쉬(Wannash) “한국 여성 모두 워너쉬 회원이 되는 그날까지 쭈욱~ Go!”
워너쉬는 she wanna, 다시 말해 ‘그녀들이 원한다’는 뜻의 합성어. 요즘 뜨는 서브스크립션 커머스(Subscription Commerce)다. 서브스크립션 커머스란 매월 잡지나 신문을 구독하듯 일정 비용을 내고 다양한 브랜드의 제품을 체험해볼 수 있게 하는 서비스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여러 제품을 만날 수 있어 인기가 높다. 워너쉬의 경우 지난 4월 오픈한 뷰티박스가 큰 반향을 일으켜 르네휘테르, 겔랑, 겐조, 입큰, 제닉 등 다양한 톱 브랜드가 참여하고 있다.

지금의 워너쉬는 우여곡절 끝에 탄생했다. 처음부터 서브스크립션 커머스로 승부수를 띄운 게 아니라 전혀 다른 창업 아이템으로 시작했다.
[청년 CEO 이야기] 워너쉬(Wannash) “한국 여성 모두 워너쉬 회원이 되는 그날까지 쭈욱~ Go!”
“‘왜 소설책 속에는 광고가 없을까’라는 단순한 호기심에서 도서 내 광고라는 아이템을 사업화했죠. 실제로 ‘정의란 무엇인가’ ‘도가니’ 등의 책에 광고를 실은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사업을 하면서 만난 많은 기업이 광고비를 현금 대신 상품으로 제공하기를 원하더라고요. 어쩔 수 없이 현물 결제를 하면서 수익을 낼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연구했는데, 그때 마침 일본 여행하면서 보았던 후쿠부쿠로가 생각났어요.”
[청년 CEO 이야기] 워너쉬(Wannash) “한국 여성 모두 워너쉬 회원이 되는 그날까지 쭈욱~ Go!”
이진성 워너쉬 대표
1980년생
단국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4월 25일 ‘워너쉬 뷰티박스’ 론칭
8월 16일 ‘워너쉬 푸드박스’ 론칭.

공동 창업자
기태현 마케팅 담당(연세대 전기전자 4)
김문정 디자인 총괄 담당(숙명여대 시각영상디자인 4)
www.wannash.com


일본의 후쿠부쿠로에서 사업 아이디어 떠올려

가방 안에 무엇이 있는지 모르는데도 2시간 동안 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떠올랐다. ‘박스에 여러 제품을 담아서 훨씬 싼 가격에 공급하면 재미난 마케팅이 되겠구나!’ 이 대표는 지하철 안에서 무릎을 쳤다. 워너쉬가 탄생한 순간이었다.

기업에서 받은 현물로 첫 워너쉬 박스를 내놓았다. 화장품을 비롯해 생활용품, 먹을거리 등 다양한 물품으로 구성했다. 1만 개를 준비해 광화문, 종각, 명동, 여의도 등에서 무료로 나누어 주었다. 일단 소비자 반응을 체크하기 위해서였다.

“지난해 엄청나게 추운 날씨인데도 뭔지도 모르는 박스를 받으려고 줄을 서서 기다리더군요. 1만 개를 모두 나눠 주면서 대박이 나겠다는 확신이 들더라고요. 기업 입장에서는 재고 처리나 신상품 홍보를 대신해줘 마다할 이유가 없으니 공급은 걱정이 없었죠.”
[청년 CEO 이야기] 워너쉬(Wannash) “한국 여성 모두 워너쉬 회원이 되는 그날까지 쭈욱~ Go!”
하지만 창업의 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기업의 반응처럼 소비자들 역시 달려들 거란 생각은 착각이었다. 지난 4월 25일 서비스 오픈을 한 후 첫 번째 뷰티박스를 내놓았지만 성적은 좋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이미 다른 업체가 비슷한 비즈니스 모델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새로운 경쟁 업체까지 등장했다.

“경쟁사가 늘어나니 더욱 불안했죠. BtoC(기업과 소비자 간에 이루어지는 전자상거래)에 대한 노하우가 없으니 해결 방법도 찾기가 쉽지 않았어요. 하지만 한두 번 어렵다고 사업을 접을 순 없죠. 좌절하지 않고 차분하게 세 번째를 준비했습니다.”

이 대표와 동료들은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기로 했다. 기업과 소비자는 다르다는 점을 깨닫고 인큐베이팅 단계에서 배웠던 것을 실행해나간 것. 이때 내건 슬로건이 ‘고객과 연애하라’였다. 편지를 쓰고, 문자를 하고, 전화를 하면서 소비자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했다.

이와 동시에 전략팀은 아이덴티티를, 홍보팀은 블로그와 키워드 관리를, 마케팅팀은 고객 분석과 나아갈 방향 설정을 맡았다. 연애로 따지자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단계로 접어들 때쯤 드디어 반응을 감지할 수 있었다. 야심 차게 준비했던 세 번째 박스가 성황리에 판매된 것.

“하루 20~30여 개가 팔려 나가니 전월 대비 매출이 10배 이상 상승했어요. 2주 반 만에 완판되는 걸 보면서 정말 감격스러웠습니다. 이어서 기업들의 호응이 이어지고 명품 브랜드의 러브콜까지 받게 되었죠. 소비자에게 마음을 고백하고 그 답을 듣기까지 100일이 걸린 셈이에요.”
[청년 CEO 이야기] 워너쉬(Wannash) “한국 여성 모두 워너쉬 회원이 되는 그날까지 쭈욱~ Go!”
[청년 CEO 이야기] 워너쉬(Wannash) “한국 여성 모두 워너쉬 회원이 되는 그날까지 쭈욱~ Go!”
[청년 CEO 이야기] 워너쉬(Wannash) “한국 여성 모두 워너쉬 회원이 되는 그날까지 쭈욱~ Go!”
뷰티박스가 궤도에 안착하자 워너쉬는 발 빠르게 새 상품을 내놓았다. 대한민국 최초의 푸드박스다. 푸드박스는 7일 만에 완판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여성이 원하는 소비 품목만으로 상품을 구성한 것이 완판의 비결. 11월에 내놓은 푸드박스도 1차 품절되는 기염을 토했다. 워너쉬는 뷰티박스(6~10개 화장품 정품&미니어처)를 1만2500원, 푸드박스를 1만2400원에 제공하고 있다.

워너쉬의 직원은 총 8명이다. 이 대표를 제외하면 모두 대학생. 출발을 함께한 창업 멤버인 기태현, 김문정 씨도 대학생이다. 워너쉬가 그 어떤 벤처보다 자신감에 넘치는 이유다.

“생활의 편리함을 제공하는 서브스크립션 커머스를 만드는 게 가장 큰 목표입니다. 원하는 상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해 시간을 절약하고 합리적인 소비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대한민국 모든 여성이 워너쉬를 이용하게 만들 거예요!”

글 이우림 대학생 기자(숙명여대 영어영문 2)│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