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제 36호 (2013년 04월)





배낭여행 자전거여행 대외활동 강연 저작… “나는 모험하려고 태어났다!”

Interview 최경윤 연세대 기계공학 4


최경윤(24) 씨의 대학 생활은 스펙터클하다. 이 많은 것을 언제 다 했나 싶게 프로필이 화려하다. 배낭 하나 짊어지고 인도와 남미를 7개월 넘게 돌았고, 그 경험을 담아 책을 냈으며, 각종 공모전과 대회에 나가 상을 받았다. 그렇다고 해서 전공을 내팽개치고 한눈을 판 것은 아니다. 전공인 기계공학 관련 해외봉사나 박람회에 적극 참여했을 뿐만 아니라 학생회 임원으로도 활동했다. 지금은 우주비행사라는 꿈을 향해 달리고 있는 최경윤 씨를 만나 에너지 넘치는 대학 생활의 비결을 들어봤다.

최경윤은?
●1990년 생
●2008년 서울~전주 자전거여행
●2010년 제주도 한바퀴 자전거여행
●2010년 연세대 기계공학부 부학생회장
●2010년 8월 필리핀 엔지니어링 봉사활동
●2011년 9월 인도·남미 배낭여행(220일)
●2011년 4월 두산인프라코어 라스베이거스 건설기계 박람회 참관단
●2011년 한국 외식산업 효율화 아이디어 공모전 서울시장상
●2012년~ 수원시 자원봉사센터, 지멘스 등에서 강연
●2013년 1월 ‘답답해서 떠났다-220일간의 직립보행기’(지식노마드) 출판
●2013년 한국항공우주연구소 큐브셋 인공위성 경연대회 최종 합격


여행 준비부터 남다르게

그도 여느 친구들과 다름없이 이른바 ‘스펙 쌓기’에 여념이 없었다. 다양한 대외활동에 도전한 덕분에 이것저것 벌려놓은 일이 많았다. 그런데 어느 날 허무함이 몰려왔다. “나를 위한 휴식 시간을 갖자!” 배낭 하나를 짊어지고 인도, 남미로 떠났다. 여행은 220일 동안 계속됐다.

“앞만 보고 달려왔던 나에게 정작 ‘현재’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인지 넓은 바다에 홀로 떠 있는 배 같다는 느낌이 들었죠. 내가 얼마나 달려왔나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했어요. 나를 위한 시간을 주자! 이게 여행을 떠난 계기입니다.”

여행을 가기 위해서 우선 돈이 필요했다. 과외를 하고, 밤에는 재즈바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주말에는 벼룩시장에 나가 장사도 했다. ‘남미로 떠나는 여학생을 도와주세요!’라고 적은 포스터를 내걸고 장사를 했더니 “학생이 기특하네” 하며 응원하는 이가 많았다.

“벼룩시장과 재즈바에서 일하면서 낯선 사람들과 소통하는 좋은 경험을 했어요. 예, 아니요 식으로 단답형 대답을 하는 버릇과 직설 화법을 고칠 수 있었죠. 여행을 떠나기 전 이미 제1의 터닝포인트를 경험한 겁니다.”

본격적인 여행 준비를 하면서도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빠듯한 예산에 여행 필수품을 구비하는 게 만만치 않았던 그는 한 아웃도어 회사에 기획서를 보내 협찬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최경윤 식 위기 돌파법이었다.

“코오롱스포츠에서 주최하는 ‘오지탐사’에 지원한 적이 있어요. 비록 최종 심사에서 떨어졌지만. 체력검사를 거쳐 2박 3일간 산속에서 합숙심사를 하는데, 그때 썼던 배낭이 무척 가볍고 좋더라고요. 그런 가방 하나 있으면 어디든 편하게 갈 수 있겠구나 생각한 게 떠올라 협찬을 해주십사 청하면서 나름대로 작성한 기획안을 보냈죠.”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 기획안에는 트위터나 블로그를 통한 SNS 마케팅 활동 계획을 담았다. 브랜드를 홍보하는 개인 서포터 역할을 하겠다고 제안한 것이다. 며칠 지나지 않아 긍정적인 답을 받았다. 마침 ‘오지탐사’ 프로그램에 함께 참여했던 담당 직원이 한눈에 그를 알아보고 지원을 아끼지 않은 것. 배낭뿐만 아니라 등산복, 양말 등 배낭여행에 필요한 물품을 지원받았다. 여행 전부터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머쥔 셈이다.



사람 보는 눈을 키워준 인도, 소통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준 남미

2011년 9월 인도를 시작으로 220일 동안 여행을 했다.

“모험을 즐기는 터라 언어도 모르는 낯선 나라에 간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좋았어요. 때마침 다큐멘터리 ‘아마존의 눈물’을 보았는데, 그곳에 가면 원주민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하며 떠났죠. 원래 계획은 남미만 가는 것이었는데, 이왕 떠나는 김에 예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인도에 들르면 좋겠다 싶었어요. 카레도 먹고 요가도 배우고.”

여행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특히 인도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다른 세계처럼 다가왔다. 황당한 에피소드도 적지 않았다.

“어느 날 인도에서 길을 걷고 있는데 누군가 말을 걸어왔어요. 처음에는 외국인이 혼자 길을 걷고 있으니까 알려주려나 보다 싶었는데 마지막에는 ‘마사지하고 싶지 않니? 키스하고 싶지 않니?’ 하며 뜻밖의 행위를 요구했어요. 알고 보니 인도에서는 종교적인 이유로 성욕을 억압당하기 때문에 외국인은 쉽게 허락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하더군요.”

인도 여정을 마치고 콜롬비아로 떠날 때는 새로운 나라에 대한 설렘이 가득했다. 인도 - 미국 시카고 - 마이애미를 거쳐 30시간의 비행 끝에 콜롬비아에 도착했다. 남미에서 만난 친구들은 그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 가족처럼 친근하게 대해준 것은 물론, 헤어지는 순간에는 혼자 여행할 그를 걱정해주었다. 자신의 인맥을 동원해 다음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도착할 수 있도록 체크해주는 경우도 있었다. 사람들과 함께하는 삶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되었고, 외롭다는 것도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한국에서는 ‘혼자만 잘하면 돼’라는 생각을 가지고 스스로를 채찍질하곤 했어요. 하지만 여행을 통해 사람들과의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았어요. 무언가 일을 할 때 잘하기는 했지만 즐기지는 못했던 나 자신이 보였죠. 요즘은 사람들과 함께 일을 하면서 작은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재미를 느껴요.”



220일의 여행 후 찾아온 크고 작은 변화

여행을 다녀온 후 그의 인생관은 단순해졌다. 무엇이든지 계획한 대로 실천해야 하고 잘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던 그에게 변화가 찾아온 것이다.

“경쟁에 익숙한 탓에 남보다 잘해야 한다는 스트레스가 많았어요. 그러나 여행 후에는 여유를 갖게 되었어요. 행복하게 즐기면서 사는 것에 대해 알게 되었답니다. 내가 나를 옥죄면서 산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되었죠.”

그는 바쁜 중에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놓치지 않는 사람들을 보면서 큰 감동을 받았다. 그 역시도 인생을 즐기는 방법을 찾기로 했다. ‘인생 심각하게 살 필요는 없구나, 재미있는 일을 찾아서 하면 보다 여유롭게 살 수 있겠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변한 것은 삶에 대한 자세만이 아니다. 220일간의 여행 기록을 담아 책으로 내면서 ‘여행작가’라는 프로필을 추가했다. 여행 기회가 쉽게 주어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매일 하루의 일을 기록한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일기에는 그림도 많이 있어요. 심심할 때나 신기한 것을 발견했을 때는 그림으로 표현했거든요. 220일 여행 동안 3권의 일기장이 나왔는데, 혼자 보기에 아깝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여행에서 느낀 감정이나 다양한 삶의 방식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공유하고 싶었어요. 여행한 지 5개월쯤 됐을 때 페루에서 문득 ‘책을 내야겠다’고 결심했죠.”

한국에 돌아와 출판사 여러 곳에 일기장을 사진 찍어 기획서를 보냈다. 그중 세 곳의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고 한 군데를 택해 출판을 했다. 책이 나온 후에도 여러 변화가 있었다. 연락이 뜸했던 친구와 다시 만나게 되었고, 난생처음 인터뷰나 강연을 하는 기회도 생겼다. 새로운 사람들을 알아가고 그들의 생각이나 삶의 방식을 배우는 과정이 또 다른 ‘배낭여행’처럼 다가온다고.



또 하나의 모험, 우주비행사

요즘 그는 학교 연구실에서 인공위성을 만들고 있다. 미국 나사(NASA)와 연세대가 협력하는 프로젝트로, 완성을 하면 2015년 미국에서 발사하게 된다.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우주비행사에 대한 꿈을 갖기 시작했죠.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야겠다고 생각하다 보니 우주비행사가 떠올랐어요. 평소 천문학에 관한 책도 좋아했고, 우주에 대한 환상이 컸거든요. 나사에서는 이미 100명의 우주비행사를 키워내고 있으니 나도 가능성이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우주비행사가 되겠다고 결심한 후 우선 나사 홈페이지에 들어가봤다. 그 속에는 물리학자, 천문학자, 의사 등 다양한 직업의 사람들이 있었다. 그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엔지니어 모집 소식. 기계공학을 전공으로 선택한 이유였다.



네가 하고 싶은 일에 확신을 가져라!

도전과 모험의 연속인 삶을 사는 그는 방황하는 친구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 특히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모르거나, 남의 시선 때문에 주저하는 것을 안타까워한다.

“사회에서 말하는 흔한 코스를 따라가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일단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찾는 과정이 필요한 것 같아요. 내가 정말 하고 싶고 재미있는 일을 하고 있으면 그 일에 대한 확신도 생기고 자신감도 생기거든요. 드디어 하고 싶은 일을 찾았다면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주관을 가지고 밀고 나갔으면 좋겠어요. 남들과 비교하거나 망설이지 말고.”

휴학을 하고 여행을 간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는 우려가 많았다. “그 시간에 영어 공부를 해라” “차라리 계절 학기를 들어서 학점을 올려라” 등 숱한 조언(?)을 들었다. 그러나 그는 주저하지 않고 밀어붙였다. 자신이 결정한 것에 대해 확고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주비행사가 되겠다는 꿈도 마찬가지. 그 꿈에 대한 그의 믿음은 차돌처럼 단단하다.

“우주비행과 배낭여행은 비슷한 점이 많아요. 배낭여행도 가기 전에 어디로 갈 것인지 무엇을 타고 갈 것인지 계획을 짜야 하듯, 우주비행사가 되기 위해서는 체력 단련이나 관련 공부의 과정이 필요하죠. 여행에서 모르는 사람들과 만나서 함께 추억을 나누듯이 우주비행사도 소통이 중요해요. 우주 정거장에서 세계 각국의 우주비행사들과 함께 지내니까요. 그래서 우주비행도 배낭여행과 다를 것이 없고, 배낭여행은 우주비행사가 되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었다고 생각해요.”



글 문경림(일본 메이지대 정보커뮤니케이션 4)│사진 김기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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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3-04-16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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