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채용’이 화두로 떠올랐다.

삼성을 비롯해 대기업과 공공기관들이 잇따라 신입사원 채용 시 학력, 성별, 나이 등을 보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정부의 고졸 채용 장려 정책까지 맞물리면서 갑자기 대한민국이 학벌에서 자유로운 사회가 된 느낌이 들 정도다.

하지만 취업준비생들은 혼란스럽다. ‘스펙 안 본다. 진짜 실력만 있으면 오케이’라고 외치는 기업들에 어떻게 맞춰야 할지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게다가 이제는 채용시장에서 고교 졸업생들과도 경쟁해야 한다. ‘열린 채용 때문에 역차별 당한다’는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트렌드는 그때그때 잡아야 뒤처지지 않는 법. 우선 ‘열린 채용’이 무엇인지부터 파악하고 그에 맞는 성공 전략을 짤 때다.
스펙 파괴 ‘열린 채용’의 모든 것
열린 채용이 부쩍 회자되기 시작한 것은 작년부터다. 정부의 교육역량사업이 고등학교로 확대 실시되면서 학력을 파괴하는 열린 채용이 주요 이슈로 등장한 것이다. 여기에 마이스터고 1회 졸업생이 배출되면서 분위기가 더욱 무르익었다. 올 상반기 공채 시즌이 개막하자 열린 채용을 실행에 옮기는 대기업·공공기관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SK그룹은 오디션 방식의 채용 제도인 ‘바이킹 챌린지’를 선보였고, 한국마사회·한국산업인력관리공단도 대열에 합류했다.

열린 채용 트렌드는 ‘스펙 파괴’로 이어지고 있다. ‘4년제 대학 졸업 이상’ 같은 학력 제한을 없애 지원자 범위를 크게 넓히고, 나이나 성별의 차이도 두지 않는 곳이 늘었다. 애초 시작은 고졸 채용 확대가 목적이었지만 점점 채용에 대한 인식 자체가 바뀌는 효과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열린 채용 시스템이나 개념이 명확하게 정립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열린 채용이라고 표방하지만, 모든 제한을 없앤 곳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가장 선봉에 서 있는 삼성그룹의 경우 3월 18일부터 상반기 공채 원서접수를 시작하면서 ‘학력 파괴 열린 채용’을 키워드로 내걸었다.

그러나 그 내용은 지방대 출신 비중을 35%, 저소득층 출신을 5%까지 할당하는 것. 모든 지원자가 간판 가리고 차별 없이 경쟁하는 개념과는 거리가 있다. 공공기관 역시 별도의 필기 전형을 통과해야 본격적인 채용 프로세스를 시작할 수 있는 곳이 많다. 직무적 연관성 때문에 영어 점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거나 특정 자격증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열린 채용의 개념 정립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분명한 것은 한때 지나가는 ‘유행’은 아니라는 점. 취준생 입장에서는 변화상을 체크하면서 준비할 필요가 있다. 윤호상 인사PR연구소장은 “열린 채용은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는 긍정적 의미가 크지만, 아무런 준비 없이 채용될 수 있다는 요행을 바라는 것은 금물”이라고 말했다. ‘아무나’ 뽑는 게 아니라 기업과 직무에 대해 누구보다 충실한 준비를 마친 이를 선택하는 게 열린 채용인 까닭이다.


글 박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