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하 GS샵 PD

[이 죽일 놈의 스토리] 서류 전형 불패! “자소서 쓰기는 재밌다”
입사 2013년 7월 1일
소속 GS샵 영상영업 2팀
학력 서강대 신문방송학과(국어국문학 복수전공) 졸업
학점 2.97
어학 토익 905점, 오픽 IM level
교내외 활동 서강대 ‘킨젝스’ 밴드 보컬, 대학로 연극 스태프, 보건복지부 청소년 교류프로그램 인도 2주
경력 지상파 방송국 드라마PD 퇴사

신입사원 인터뷰를 요청하자 GS샵 인사팀에서는 지난 7월 1일 입사한 박준하 PD를 적극 추천했다. 박 PD는 서류 전형에서 한 번도 탈락해본 적 없는 ‘능력자’였다. 그는 그 노하우를 ‘다양한 경험’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가 말한 ‘다양한 경험’ 안에는 대학생이라면 한 번쯤 한다는 이름난 대외활동이나 인턴 활동은 없었다. 대신 대학로 연극 스태프, 영화 엑스트라 보조 출연, 대학교 밴드 보컬, 미국·유럽 배낭여행 등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그러나 자신이 좋아해야 할 수 있는 경험들이 있을 뿐이었다.



자소서 쓰기, 가장 재밌었어요
“고등학교 때 막연히 언론인이 되겠다는 꿈을 갖고 신문방송학과에 입학했어요. 언론고시를 준비하며 신문사 공채를 지원했는데 항상 필기 전형에서 탈락을 하더라고요. 그러던 중 우연히 PD 공채를 지원했는데 필기에 합격하고 바로 면접 단계까지 올라갔어요. 그래서 ‘나는 기자보다는 PD가 더 잘 맞는 건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됐죠. 가만히 생각해보니 영화나 문학을 좋아하는 제 관심사라든가, 논술보다 작문에 강한 부분이 PD직군에 더 어울리는 것 같더라고요. 다른 사람과 협업하고 몸을 쓰며 일하는 것을 선호하는 성향도 PD에 더 어울렸죠.”

취업 준비를 하며 자신의 진짜 적성을 찾은 박준하 PD는 공채 시험 도전 두 번 만에 모 방송국 드라마PD로 입사했다. 하지만 적성에 잘 맞지 않아 4개월 만에 그만두고 재취업을 준비했다. 그 과정에서 눈에 들어온 것이 GS샵 PD직군이었다.

“사실 홈쇼핑에 관심이 별로 없었어요. 그런데 학교 여자 동기들을 보니 GS샵은 꼭 한 번씩 지원하더라고요. 여자들이 선호하는 회사들을 보면 기업 문화가 좋은 곳이 많거든요. 그래서 눈여겨보게 됐죠. 홈쇼핑은 마케팅과 방송이 결합된 형태라고 볼 수 있어요. 그래서 좀 더 다양한 기획을 해볼 수 있을 것 같아 관심이 가더라고요. 입사하고 나니 무엇보다 회사 분위기가 좋아 굉장히 만족하고 있어요.”

GS샵도 첫 도전에 합격을 거머쥐었고 다른 신문사, 방송국 등을 지원했을 때도 서류 전형에서는 한 번도 탈락해본 적 없는 그다. 서류 전형의 핵심인 자소서를 쓰는 일이 취준생에게 가장 곤혹스러운 일임을 알기에 ‘힘들지 않았느냐’ 묻자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취업을 위해 자소서를 쓰긴 했지만 그 과정을 통해 ‘내가 어떻게 살아왔나’를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 있었어요. 그래서인지 저는 자소서를 쓰는 과정이 재미있더라고요.”

이건 뭐 ‘공부가 가장 쉬웠어요’급의 망언이 아닌가!


다양한 경험 + 구체적 묘사 + 포장 기술
박 PD는 특별히 자소서 관련 스터디를 하거나, 다른 사람의 합격 자소서를 참고한 적이 없다. 자신의 소신껏, 진솔한 이야기를 담아내려고 노력했을 뿐이다.

“제가 대학 졸업 학점이 2.97이에요. 그만큼 학교 공부보다 다른 것에 관심이 많았죠. 대학 때는 가능한 한 다양한 경험을 많이 해야 한다는 생각을 늘 갖고 있었거든요. 그렇게 쌓아온 경험들을 자소서에 담아냈고요. 아마 제 자소서에 특이한 경험이 많이 들어가 있어서 눈에 띈 것 같아요.”

그는 대학 시절 남들이 다 하는 대외활동에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다. 이력서에 한 줄 기입하기 위한 경험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대신 진짜로 흥미를 느끼고 관심이 가는 것에 집중했다. 음악을 좋아해 교내 밴드부 보컬로 활동하며 대학가요제도 출전하고 애니메이션 OST도 불렀다. 영화에도 관심이 많아 영화 2편에 엑스트라로 출연했고, 대학로 연극판에서 스태프로 일하기도 했다. 전단지를 돌려서 번 돈을 모아 미국과 유럽 배낭여행도 다녀왔다. 이러한 경험들을 통해 그는 자소서에 활용할 수 있는 많은 소스를 얻었다. 하지만 굳이 이런 굵직굵직한 경험만이 이야기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는 ‘사소한 것을 포착하고 기억할 것’을 강조했다.

“제가 대학에 입학해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 간 날이었어요. 다들 대학생이 됐다는 흥분감에 우르르 술집으로 몰려가고 있었죠. 그런데 뒤에서 선배 한 명이 조용히 저를 부르는 거예요. 갔더니 ‘우리 조금 천천히 가자’라고 하더라고요. 뒤를 보니 다리가 불편한 동기 한 명이 혼자 떨어져 걷고 있는 거예요. 남들이 관심 없는 사소한 부분까지 신경 쓰는 선배의 모습이 존경스러웠어요. 그런 이야기도 자소서에 담았어요. 굉장히 오래전이고, 거창할 것 없는 이야기지만 당시 내가 느꼈던 감정이나 진솔함이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이 죽일 놈의 스토리] 서류 전형 불패! “자소서 쓰기는 재밌다”
그는 예전 기억을 떠올리기 위해 당시에 자주 이용하던 미니홈피나 다이어리를 활용했다. 당시 글이나 사진들을 보면서 잊고 있던 기억을 끄집어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최대한 구체적으로 묘사하려고 애썼다. 미국, 유럽 등을 여행한 이야기를 자소서에 담아낼 때는 보는 사람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도록 이야기를 하듯 당시의 상황을 담아냈다.

“미국 배낭여행 때 있었던 일을 자소서에 녹여냈어요. 추상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새벽 1시 반부터 4시까지 돌아다닐 때 OO를 만났다’처럼 굉장히 구체적으로 서술하는 거죠. 상황을 자세히 그려내면서 재미있게 쓰려고 노력했어요.”

마지막으로 그는 ‘포장의 기술’을 활용할 것을 당부했다.

“제가 영화, 문학 등에 관심이 많거든요. 그래서 그런 것들을 기본 프레임으로 사용했어요. 좋아하는 영화와 제목을 써놓고 그 옆에 기억나는 핵심 대사들을 써보는 거예요. 그러고 나서 그 대사에 맞는 제 경험을 덧붙여 보는 거죠. 지원동기를 쓸 때는 ‘그리스인 조르바’의 한 장면을 인용했어요. ‘조르바는 말했습니다. ‘왜’가 없으면 아무 짓도 못 하시오? 가령 하고 싶어서 한다면 안 된답니까? 자, 날 데려가시오’라고 쓴 뒤 홈쇼핑을 잘 모르지만 잘할 자신이 있다고 썼죠.”

남들과 다른 구성으로 시선을 끌면서 자연스레 자신의 관심사나 가치관 등을 보여줄 수 있었다. 영화 외에도 좋아하는 시구나 음악 등을 넣기도 했다. 기자를 지원했을 때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 ‘마더’를 언급하며 ‘어머니는 숨기고 싶었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시련이나 왜곡된 현실을 회피하지 않고…’ 같은 내용을 쓰기도 했다.

이렇게 완성된 자소서는 인사담당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면접에서도 그 관심은 이어졌고, 결국 그는 원하던 GS샵 사원증을 목에 걸었다. 박 PD는 지난 8월 부서 배정을 받고 요즘은 선배들을 따라다니며 업무를 익히고 있는 중이다.

“이제 막 입사해서 일을 배우는 단계라 앞으로 어떤 일을 맡게 될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어떤 일이든 최선을 다해서 해내야죠. 홈쇼핑 PD라고 해서 단순히 콜 수를 늘리는 것에만 연연하지 않고 다양한 기획을 해보고 싶어요. 고령화 사회가 되고 있으니 시니어 패션쇼 같은 것도 기획해보고 싶고요. 워낙 회사 분위기가 좋아 앞으로의 회사 생활이 정말 기대돼요.”


글 박해나 기자│사진 김기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