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제일 핫한 신인 배우 이지훈

드라마 ‘학교 2013’으로 데뷔한 이지훈(26)은 요즘 드라마 ‘최고다 이순신’, 예능 프로그램 ‘맘마미아’ ‘우리동네 예체능’ 촬영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데뷔한 지 1년도 채 안 된 신인의 스케줄이 이렇게 바빠도 되나 싶을 정도. 인터뷰를 위해 만난 그는 촬영 중 걸린 감기로 고생하면서도 연신 싱글벙글이었다. 왜냐고? 팬클럽 회원 수는 4000명으로 늘었고, 곧 촬영을 핑계로 첫 해외여행도 떠날 수 있으니까.
[스타 인터뷰] 세상이 두렵니? 일단 부딪쳐 보는 거지!
이지훈은
1988년생. 한림대 체육학과 2학년 휴학 중. 2012년 KBS ‘학교 2013’ 데뷔.
2013년 KBS ‘최고다 이순신’ ‘해피선데이-맘마미아’ ‘우리동네 예체능’ 출연 중.



생각보다 키가 컸다. 예상대로 얼굴은 작았고. 키가 크다고 한마디 던지자 “깔창은 안 깔았어요” 하며 바지까지 걷어올린다. 카메라 앞에서는 시키지도 않았던 장난스러운 표정과 포즈가 절로 나왔다. 보다 못한 매니저가 자제시킬 정도. 촬영이 끝나니 쪼르르 달려와 ‘오늘 눈이 부은 것 같지 않냐’ ‘이 사진 잘 나왔다’ ‘다리가 길게 나온다’며 종알종알 말도 많다. 처음 본 기자를 누나라고 부르는 넉살에 직접 문을 열어주는 매너까지! 그렇다. 고백하건대 이것은 사심 가득한 인터뷰였다.

요즘 지훈 씨 인기가 많아요. 실감하나요?
주말 드라마를 하다 보니 어머님, 아버님들이 알아봐 주세요. 드라마 ‘학교 2013’ 촬영할 때는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 팬이 제일 많았거든요. 아직도 신기하고 얼떨떨해요. 여자 분들이랑 이렇게 있는 것도 예전에는 상상 못할 일이었죠. 어릴 때부터 축구를 해서 남자들끼리만 어울리다 보니 여자들과 있는 걸 불편해했거든요. 처음 여자 기자님과 인터뷰할 때는 얼굴이 빨개져서 진땀 났어요. 이제는 익숙해져서 좀 낫죠.

축구 선수 출신이에요?
초등학교 3학년부터 고등학교 2학년까지 축구를 했어요. 프로 축구 선수가 되고 싶었는데 키가 작아서 그만뒀어요. 신체 조건이 안 좋으니 프로팀도 갈 수 없고, 대학에서도 안 받아주더라고요. 지금은 키가 184cm인데, 고등학교 2학년 때는 167cm였거든요. 축구를 그만두고 나니 한 번에 키가 쑥 자라더라고요.

축구를 포기한 뒤 배우의 꿈을 꾸게 된 건가요?
축구를 그만두고 체대에 입학했지만 이렇다 할 꿈이 없었어요. 아무 생각 없이 군대를 갔는데 제대가 1년 정도 남으니 정신이 들더라고요. ‘제대하면 뭘 해야 하나’ 고민하던 차에 뮤지컬 배우 출신인 후임이 들어왔어요. 그 친구가 저에게 ‘배우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권하는 거예요. 호기심으로 그 친구가 주는 대본을 읽어봤는데 재밌더라고요. 그때부터 연기에 푹 빠져버렸죠.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연기자의 꿈을 키웠군요.
그때가 스물한 살이었어요. 군대에 있으면서 셰익스피어, 안톤 체호프 형들의 책을 읽었어요.(웃음) 운동만 하느라 공부와는 거리가 멀었던 제가 그 책들은 얼마나 재밌게 읽었는지 몰라요. 그리고 제대하고 나서 연기학원을 다녔죠. 제 자랑 같지만 연기학원에서 1등이었어요. 물론 연기라는 것이 등수를 매길 수 있는 것은 아닌데, 학원에서 선생님들이 제일 잘한다고 칭찬해주셨거든요. 소속사도 선생님의 추천으로 들어갈 수 있었어요.

데뷔까지 굉장히 순탄한 길을 걸어왔네요.
데뷔작에서부터 주목을 받긴 했지만 그 과정이 쉽지는 않았어요. 특히 부모님께서 반대가 심하셨어요. 삼촌이 KBS 탤런트이신데 아직도 무명이세요. 집안의 반대가 심할 수밖에 없었죠. 전혀 지원을 안 해주셔서 학원비도 아르바이트를 해서 직접 벌었어요. 매일 아침 8시부터 밤 11시까지 카페, 옷가게 등에서 일을 했죠. 차비도 없어서 압구정부터 잠실까지 걸어다니고요. 데뷔 전에 사기도 2번이나 당하고, 연기자가 되고 싶었는데 아이돌로 데뷔할 뻔해 소속사를 나오기도 했어요.

지금은 부모님이 좋아하시죠?
가장 많이 반대하셨던 아버지가 제일 좋아하세요. 촬영 끝나고 새벽 3시가 넘어서 들어갈 때도 있는데, 그때까지 거실에서 기다리고 계시죠. 제가 아버지에게 ‘너무 달라진 것 아니냐’고 농담을 할 정도예요.

데뷔작인 ‘학교 2013’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어요. 당시 오디션 경쟁률이 굉장히 높았죠?
800 대 1 정도 된 것 같아요. 아마 우리나라 신인 배우들은 다 왔을 거예요. 이상하게 저는 별로 긴장이 안 되더라고요. 남들은 정장 입고 왔는데 저는 혼자 트레이닝복을 입고 갔죠. 연기도 굉장히 편안하게 했어요. 오디션을 볼 때 대사가 “아빠, 나 어떡해” 한마디였는데 감독님이 잘했다고 하시더라고요. 한마디뿐이었지만 감독님 눈에는 좋게 보였던 것 같아요. 그날 바로 캐스팅 연락이 왔죠.

초반에는 대사도 없었는데, 후반부에 분량이 굉장히 많이 늘었어요.
저도 대본을 받고 놀랐어요. 9회부터 갑자기 제 분량이 많아지는 거예요. 나중에 작가님께 들었는데, 극 중 ‘오정호 패거리’를 캐스팅할 때부터 생각하셨던 에피소드였대요. 원래 모범생인 민기 역할을 주려고 했는데, 제가 키도 크고 눈빛이 아련해 보여서 그 역할을 주었다고 하시더라고요. 처음 원샷을 받을 때 떨렸던 기분이 아직도 기억나요. 대본도 다 가지고 있어요. 지금 생각하면 정말 아쉬워요.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학교’로 데뷔해서 고등학생인 줄 오해했어요. 지금 대학생이죠?
2학년 휴학 중이에요. 수업 일수를 채우면서 촬영을 하는 게 힘들 것 같아 휴학을 했어요. 학교에서는 송중기 선배님의 경우를 예로 들면서 출석이 가능할 거라고 했는데, 선배님은 학교가 서울이지만 저는 춘천이니까요. 춘천은 생각보다 멀어요.(웃음) 그래도 이번 9월에 복학할 예정이에요. 계절학기도 다니면서 부족한 학점을 채우려고요. 체육 전공인데, 빨리 교생 실습도 나가고 싶어요.

학교 친구들이 부러워하겠어요.
제가 처음에 배우 준비한다고 했을 때 친구들이랑 교수님도 다 웃었거든요. 막상 제가 TV에 나오니 신기한가 봐요. 사실 제가 봐도 신기해요.(웃음)

‘학교’ 종영 후 바로 주말 드라마 ‘최고다 이순신’에 캐스팅됐어요.
‘학교’ 촬영이 후반부로 가니 점점 불안해지더라고요. 다음 작품을 또 할 수 있을까 해서요. ‘최고다 이순신’은 오디션 시간이 안 맞아서 못 볼 뻔했는데 다행스럽게도 감독님이 시간을 맞춰주셔서 겨우 볼 수 있었어요. ‘최고다 이순신’ 오디션 때는 다른 지원자들도 다 있는데 앞에 나가 엎드려서 감독님께 편지를 쓰고 나왔어요. 제가 얼마나 이 역할이 하고 싶은지, 간절한 마음을 전하려고 종이를 빌려 편지를 썼죠. 나중에 감독님이 그 편지 때문에 저를 뽑았다고 하시더라고요.

촬영장에 대선배님이 많은데, 어렵지는 않나요?
현장 분위기가 좋아요. 선생님들도 많이 예뻐해주세요. 제가 애교 부리고 살갑게 굴면 허허 웃으면서 잘 받아주세요. 대선배님이나 남자 배우들과는 잘 지내는데, 또래 여자 배우들과는 조금 불편해요. 괜한 오해를 살 수도 있고, 이야기가 이상하게 퍼질 수도 있더라고요. 일부러 조금 거리를 두는 것도 있어요.

애교가 많은 성격인 것 같아요.
밖에서는 애교가 많은데 가족한테는 무뚝뚝해요. 이상하죠? 왜 부모님께는 점점 더 서툴고 어색해지는지 모르겠어요. 그래서 어머니와 함께 촬영하는 ‘맘마미아’에서는 방송 핑계로라도 부모님께 더 잘하려고 노력해요.

쉬는 날에는 뭐하면서 지내요?
자전거를 타거나 매니저 형이랑 오리고기맛집을 찾아다녀요. 제가 오리고기를 정말 좋아하거든요. 요즘에는 영어 공부도 하고 있어요. 옛날에 사놓고 보지 않았던 단어장을 다시 꺼냈죠.

영어 공부? 벌써 할리우드 진출 준비인가요?
그럴 리가요. SBS 새 예능 프로그램 ‘우리가 간다’를 시작하는데, 외국에 나가서 그 나라의 문화를 체험하는 내용이거든요. 사실 제가 한 번도 해외여행을 간 적이 없어요. 이번이 처음이죠. 요즘 굉장히 설레요. 첫 여행으로 유럽을 간다니! 혹시 네덜란드 가보셨어요? 저는 곧 간다니까요.(웃음) 가서 재미있게 잘해보고 싶어요.

‘맘마미아’ ‘우리동네 예체능’에 이어 세 번째 예능 프로그램 출연이네요?
예능 프로그램이 재미있어요. 하지만 저는 연기를 하고 싶어서 배우가 된 건데, 계속 예능으로 얼굴을 비친다는 것이 부담이 되기도 해요. 혹시 내가 갈 길을 잊을까봐 걱정도 되죠.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을 해도 연기자 본연의 모습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해야죠.

롤모델은 있어요?
모건 프리먼, 마크 월버그나 나이가 든 디카프리오의 모습을 닮고 싶어요. 디카프리오를 보면 초반의 작품들과 최근 작품의 연기가 완전히 달라요. 작품 때문에 일부러 마약을 하고 살도 찌웠다고 하잖아요. 맡은 캐릭터에 완전히 흡수되도록 일부러 자신의 모습을 계속 바꿔가는 것이 인상적이에요. 저도 ‘최고다 이순신’의 ‘조인성’ 역할이 저와 너무 달라서 처음엔 힘들었어요. 저는 행동이나 말투가 느린데 ‘인성’은 정반대였거든요. 그래서 걸음걸이부터 행동, 말투, 말하는 속도도 다 바꿨어요.
[스타 인터뷰] 세상이 두렵니? 일단 부딪쳐 보는 거지!
앞으로의 계획은?
임창정, 차태현 선배님처럼 유쾌하고 편안한 연기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운동을 열심히 해서 잃어버렸던 복근을 다시 찾을 거예요. 9월 안으로 만들도록 노력할게요.

잡앤조이 독자들에게 한마디!
친구들아, 안녕.(웃음) ‘벽이 높아진 게 아니라 내가 낮아진 거다, 세상이 무서워진 게 아니라 내가 두려워하고 있는 거다’라는 말이 있어요. 요즘 취업이 어려워서 대학생들이 굉장히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잖아요. 하지만 먼저 겁을 먹고 용기를 내지 못하는 건 바보인 것 같아요. 일단 부딪쳐서 경험해보라고 말하고 싶어요. 저도 그렇게 용기를 내서 꿈을 이룰 수 있었으니까요.



글 박해나 기자│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