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가 없다 그래서 뛰는 거다>의 저자 김도윤·제갈현열

[스페셜 리포트] “지방대가 문제가 아니라 지방대처럼 사는 게 문제야”
지방대생이 서울권 대학에 비해 여러 가지로 불리한 것은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이다. 아무리 정보화 시대라지만 발 벗고 나서지 않으면 취업 트렌드는 도무지 와 닿지 않고, 그 흔한 대외활동도 하나같이 서울에서 진행한다. 취업할 때는 그놈의 학벌이 발목을 잡는다. 하지만 언제까지 지방대라는 꼬리표를 두고 신세 한탄만 할 수는 없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 나름이다. 여기 나이 서른에 지방대를 졸업해 학벌 사회의 뜨거운 맛을 제대로 본 김도윤·제갈현열 씨가 후배들에게 보내는 날카로운 독설을 담았다.



김도윤
[스페셜 리포트] “지방대가 문제가 아니라 지방대처럼 사는 게 문제야”
2011년 계명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2011년 다국적 커뮤니케이션 컨설팅사 플레시먼힐러드 코리아 입사
2012년 NOWING 공동 대표
대한민국 인재상
프레젠테이션 경연대회 금상
각종 공모전 및 경연대회 수상 17회



제갈현열
[스페셜 리포트] “지방대가 문제가 아니라 지방대처럼 사는 게 문제야”
2012년 계명대학교 광고홍보학·문예창작학과 졸업
2012년 HS애드 입사
2013년 NOWING 공동 대표
대한민국 인재상
잡코리아 글로벌 프런티어 최우수상 대한민국 대학생 광고경진대회 대상
각종 공모전 및 경연대회 수상 43회
세계 12개국 여행 및 재능 기부



김도윤, 제갈현열 씨는 ‘대한민국 인재상’을 수상한 공식적인 ‘인재’다. 김도윤 씨는 공모전과 경연대회, 해외 봉사, 인턴십 등 다양한 대외 활동을 하고 20개의 자격증을 취득했다. 제갈현열 씨는 40여 개의 공모전과 경연대회의 수상 경력을 자랑한다. 하지만 이들이 취업의 문을 여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왜냐고? 나이 서른에 지방 사립대를 졸업했으니까. 화려한 이력서를 보며 인사 담당자는 감탄했지만 결국 대학원에 진학해 ‘학벌 세탁’을 하라고 권유했다. 지방 사립대라는 이유로 입사 지원서조차 받을 수 없는 경우도 있었다. 이력서 경진대회에서 2등을 한 자기소개서였지만 대기업 서류 통과는 힘들었다. 취업 전선에 뛰어들어서야 이들은 학벌의 벽을 실감했다. 물론 그렇다고 포기하지는 않았다. 하루 4시간 이상 잠을 자지 않았고, 커피를 연거푸 마시는 것도 모자라 커피믹스를 하루에 30~40봉지씩 씹어 먹으며 버틴 끝에 결국 이들은 원하던 기업에 취업했다. 그리고 지방대 후배들을 위한 조언을 담은 <날개가 없다 그래서 뛰는 거다>라는 책을 출간하고, 현재는 교육컨설팅 ‘NOWING’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꾸준히 책 집필 활동도 이어가며 내년 초에는 군인들을 위한 책을 출간할 예정이다.


아직까지 우리 사회가 ‘학벌’에서 자유롭지못해요. 그래서 ‘지방대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학생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부분이 있어요.

김도윤 대학시절 취업 준비를 열심히 했어요. 공모전 17회 수상, 자격증 20개 취득, 해외 봉사 3회, 공기업, 외국계 기업, 대기업의 인턴십 활동도 다수죠. 학점도 나쁘지 않았고 대통령상도 받았어요. 그런데도 서류 통과율이 20%밖에 안 되더라고요. 기업에서 흔히 하는 말 있잖아요. ‘이력서보다 열정을 본다.’ 신문에는 ‘기업에서 보는 스펙은 1%, 나머지는 열정’이라는 기사도 있더라고요. 웃음이 나오는 거죠. 결과적으로 본다면 학벌에 대한 어느 정도의 차별은 분명히 존재해요. 그런 면에서 자신이 부족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차별을 극복할 수 있을 만한 무언가를 준비해야 하는 거죠.

제갈현열 학벌 차별을 하는 사회가 잘못됐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그건 차별이 아니라 형평성이기도 하거든요. 열심히 노력한 사람에게는 그만큼의 보상이 있어야 하니까요. 학벌 차별이라며 불평하는 친구들에게는 되묻고 싶죠. 학벌을 빼면 뭐가 남는지, 학벌 차별을

안 하면 100% 선택받을 수 있을 만한 결과가 하나라도 있냐고요. 차별이라고 불평하기 전에 그것을 극복할 만한 역량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지방대 학생들은 서울권 대학에 비해 기회가 없어 대외활동이나 스펙 쌓기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다고 얘기하죠. 두 분도 같은 상황이었을 텐데 어떻게 많은 대외활동과 스펙 쌓기를할 수 있었나요?

제갈현열 지방권 학생들은 서울권에 비해 기회비용이 많이 발생하죠. 서울권에 살면 지하철을 타고 쉽게 취업설명회, 박람회를 갈 수 있어요. 그런데 지방 학생들은 아니잖아요. 대부분의 대외활동 모임도 서울에서 진행되고요. 일주일에 두 번씩 서울에서 모임을 갖기 위해 올라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죠. 그리고 정보가 전달되는 통로도 좁아요. 서울권 학생들은 당장 선배들이 다양한 대외활동을 하고 있고, 가만히 있어도 여기저기서 정보들이 들어와요. 하지만 지방 학생들은 자발적으로 찾아 나서지 않으면 안 되죠. 저나 도윤이 형이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자발적으로 정보를 찾아나서는 것을 습관화했다는 거죠.

김도윤 환경은 다를 수밖에 없는 건데 환경 탓만 하면 발전이 없죠. 지방대이기 때문에 제한적인 게 아니라 지방대처럼 살기 때문에 그런 건 아닐까요? 공모전, 대외활동 중에는 전국적인 범위로 학생을 모집하는 것이 많거든요. 자신이 조금만 노력하면 볼 수 있는 기회는 많아요. 불리한 건 맞지만 포기할 만한 것은 아니라는 거죠. 생각보다 많은 활동과 대회 등이 있어요. 관심을 갖고 찾아본다면, 얼마든지 가능한 선에서 참여할 수 있을 거예요.

제갈현열 대외활동을 잘 못하는 것은 절대 지방대 학생들의 잘못은 아니에요. 하지만 책임이기는 하죠. 잘못했다고 말할 순 없지만 그렇다고 그 책임까지 전가할 순 없는 거니까요.



각종 공모전 수상 경력이 화려하네요. 혹시 자신만의 공모전 수상 노하우가 있나요?

제갈현열 서점에 가서 ‘광고’, ‘광고기획’, ‘마케팅’에 관련된 가장 핫한 책을 3권 구입하세요. 그리고 그 책을 10번씩 읽는 거죠. 그럼 공모전을 잘하게 될 수밖에 없어요. 기본적인 틀이 잡히거든요. 많다고 느낄 수 있지만 마음만 먹으면 한 달이면 충분해요.

김도윤 지난해 공모전 수상작을 다운받을 수 있거든요. 수상작을 먼저 공부하고 거기서 변형해 보는 식으로 시작하면 좀 수월하죠. 또 팀원 구성을 잘 해야 해요. 보통 친한 친구 몇 명이 모여 시작하는데 그보다는 PT에 강한 사람, 기획력이 있는 사람 등 필요한 부분을 잘 할 수 있는 사람으로 팀을 만들어야 해요.



다양한 대외활동, 공모전 참가 등의 과정이 꿈을 찾는 데 도움이 됐나요?

제갈현열 공모전을 하다 보니 기획이라는 게 좋아졌고, 좋아하는 것을 하다 보니 잘하게 됐죠. 또 기획을 하다 보니 욕심이 생겨 문예창작, 심리학을 더 공부하게 됐어요. 그러다 보니 사람에 관심이 생기더라고요. 그 관심이 봉사활동과 공익 커뮤니케이션 활동으로 이어졌죠. 대외활동이든, 공모전이든 내가 좋아하는 일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하다 보니 안 보이던 인생의 여러 갈림길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그 길을 걸으면서 조금씩 스스로를 다듬어 갔고요. 대외활동을 하면서 인생이 바뀌고, 태도가 바뀌고, 만나는 사람이 바뀌고, 결국 목표와 행동이 바뀔 수 있었죠.

김도윤 사실 처음에는 스펙 쌓기 때문에 대외활동을 시작했지만 나중에는 아니었죠. 내가 뭘 좋아하고 무엇을 잘 하는지를 찾을 수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너무 대외활동에만 집중하는 것은 반대예요. 기본기를 무시할 수는 없거든요. 기업 입장에서는 원하는 스펙이 있어요. 학점, 외국어 점수 등 정형화된 것들이요. 대외활동은 기본기가 아닌 부가적인 것이죠. 일단 기본에 충실하면서 외적으로 특별한 것들을 찾았으면 좋겠어요.



책에서도 단순히 스펙 쌓는 것을 넘어‘특별함’을 가져야 한다는 말을 했어요.

제갈현열 특별함이라는 것을 막연하게 생각할 수 있지만, 좋아하는 일을 찾고 하기 싫은 순간에도 그것을 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다면 특별하다고 이름 붙일 수 있을 것 같아요.

김도윤 강점의 강점화를 하라는 거죠. 우리는 대부분 약점의 보강화를 하고 있거든요. 예를 들어 국어, 영어, 수학 점수가 각각 70점, 90점, 70점이라고 해 보죠. 보통 이런 경우 국어와 수학 공부를 열심히 하죠. 그럼 두 과목의 점수는 올라가겠지만 영어 점수는 떨어지거든요. 모두 80점 정도로 점수가 맞춰지는 거예요. 저는 그러지 말고 제일 잘하는 영어 공부를 더 열심히 하라고 말하고 싶어요. 그 ‘영어’라는 것은 각자에게 공모전이 될 수도 있고 자격증이 될 수도 있죠. 정말 관심 있는 하나를 파고드는 거예요. 금융권에 관심이 있다면 금융관련 자격증을, 공모전에 관심이 있다면 공모전을, 아니면 해외봉사를 10번 가는 식으로요. 눈에 보이는 특별함을 갖췄으면 좋겠어요.



대학생의 시각에서 벗어나 먼저 사회에 나간 선배로서 새롭게 느끼는 것이있나요?

제갈현열 간절히 원하고 목맸던 많은 것들이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 같아요. 그 시절에는 학점이 몇 점인지, 자격증이 몇 개인지, 공모전 수상 경력은 얼마인지 등이 중요했는데 이제는 그런 결과보다 내가 거기에 어떤 태도로 임했고, 그 활동을 하면서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죠. 그 후로는 어떤 성과나 결과를 얻기 위한 활동을 하는 게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즐길 수 있는 것, 내가 행복한 것을 찾게 되더라고요.



학벌에 치이고 스펙에 허덕이는 이 시대 대학생들(지방대)에게 해 주고 싶은 이야기는?

김도윤 전쟁이 나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물자 확인이죠. 그것을 알아야 전쟁을 언제까지 치를 수 있는지 알 수 있으니까요. 취업 전쟁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지금 나의 상황을 먼저 확인해야죠. 지방대라면 서울권 학생에 비해 총알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니, 일단 명확하게 알고 있어야 뛰어넘을 수도 있는 거죠. 그리고 소위 말하는 SKY 학벌을 가진 대학생의 비율은 약 1.5%예요. 그 친구들은 학창시절 남들보다 열심히 공부해 1% 안에 들어간 거죠. 그들과의 경쟁에서 이기려면 어떤 부분에서건 1% 안에 들어야겠죠. 다른 친구들의 1%를 비난하지 말고 나의 1%는 무엇인지 한번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제갈현열 지도를 펼치고 제일 먼저 해야 하는 일은 내가 현재 어디에 있는가를 보는 거죠. 일단 자신의 위치를 정확하게 인지하고 나면 고생은 해도 방황은 안 해요. 현실이 참담할 순 있으나 불안하지는 않은 거죠. 한 우물만 파도 성공한다는 말이 있잖아요.


글 박지원 대학생 기자(충북대 국제경영 3) | 사진 서범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