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협동조합 열전

우리나라에서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된 것은 2012년. 오랜 역사를 지닌 유럽, 북미와 달리 우리 협동조합은 걸음마 단계일 수밖에 없다. 협동조합의 숫자도 많지 않고, 조합원들 대부분은 40~50대인 상황에서 유독 반짝반짝 빛나는 조합들이 있다. 20대 초반에서 30대 초반의 청년들이 주도가 되어 설립된 ‘젊은’ 협동조합이다. 시행착오에 잠시 길을 돌아가기도, 수익이 안 나는 사업구조에 골머리를 앓기도 하지만 자신들이 꿈꾸는 더불어 사는 세상을 얘기하며 눈을 크게 뜨는 이들을 만나보자.





쿠피(COOPY) 협동조합 협동조합을 위한 지식 컨설팅
[스페셜리포트] 우리는 청춘 조합원! “갈 길 멀지만 더불어 사는 행복에 힘이 나”
[스페셜리포트] 우리는 청춘 조합원! “갈 길 멀지만 더불어 사는 행복에 힘이 나”
협동조합은 협동조합을 지칭하는 영단어 Cooperative를 줄여 보통 ‘Coop(쿱)’이라고 줄여 말한다. 그런데 이 조합, 이름부터 궁금하다. “쿠피(COOPY)”. 이 조합의 장승권 이사장(성공회대 경영학부·대학원 협동조합경영학과 교수)은 “‘쿱’다음의 Y는 ‘Young’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그만큼 젊은 조합원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일러주었다.

쿠피협동조합은 성공회대 경영학부와 동 대학원 협동조합경영학과 재학생과 졸업생, 교수 등으로 구성돼 있다. 현재 조합원은 40여 명 정도. 장 이사장은 “학부와 대학원에서 협동조합 관련 공부를 하는 학생들이 배움을 배움으로만 그치지 말고 실제 협동조합을 운영해보며 지식 나눔을 실천하고 싶어 했어요. 이론을 실제 현장에서 익히고 또 그 익힘을 기반으로 더 효과적인 학습이 이루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과정입니다”라며 쿠피협동조합의 성격을 ‘협동조합을 위한 협동조합’으로 풀이했다.

쿠피협동조합의 주 사업은 지자체를 상대로 한 협동조합 교육 사업, 공정무역과 관련한 연구·지식 사업 그리고 협동조합과 관련 책과 논문 등의 발간 사업이다. 또한 ‘쿠피 콘퍼런스’를 정기적으로 개최해 청년들에게 협동조합이 무엇인지, 협동조합의 청사진은 무엇인지 등을 직접 청년들과 공감하며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장 이사장은 “소속 대학의 창업지원센터를 이용하고 있어 사무실 비용이 절감되고 연구용역비로 매출을 올리고 있지만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수익구조에 대한 고민은 조합원들과 계속 하고 있다”며 쉽지 않지만 긍정적인 조합의 미래를 전망했다.


청년취업협동조합
‘리얼 스펙’ 맞춤형 인재 육성
[스페셜리포트] 우리는 청춘 조합원! “갈 길 멀지만 더불어 사는 행복에 힘이 나”
[스페셜리포트] 우리는 청춘 조합원! “갈 길 멀지만 더불어 사는 행복에 힘이 나”
초저스펙으로도 당당히 취업의 문을 열었다는 박장호 대표는 ‘스펙초월채용기획가’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소위 ‘저질 스펙’으로 그는 공기업, 대기업, 외국계 기업 등에 입사했다. 그 후 박장호 대표는 꽤 잘 나가는 취업컨설턴트로서 2년간 활동했다. 하지만 취업 컨설팅은 비싸면 무조건 좋다고 생각하는 구직자들과 어떻게든 ‘취업장사’만 하려는 업체들을 보며 회의감이 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뜻이 맞는 사람들과 청년취업협동조합을 설립했다. 의미 없는 스펙 쌓기에만 몰두하지 말고 청년들로 하여금 자신에게 진짜 필요한 것들을 직접 몸으로 겪어보며 ‘리얼 스펙’을 갖게 하자는 생각에서였다.

청년취업협동조합의 주 사업은 ‘리얼스펙학교(취업대안학교)’와 ‘스펙초월채용은행(스펙초월 채용대행)’ 운영, 이력서 및 자기소개서, 면접 코칭 등의 취업지원 서비스 제공 등이다.

정지혜 실장은 “청년취업협동조합은 거기서 거기인 지원자들을 단순히 기업에 합격시키는 게 목적이 아닌, 특정 기업 맞춤형 구직자를 적응·숙달시킵니다. 구직자 입장이 아니라 회사 입장에서 꼭 필요한 인재를 발굴·육성하는 것이죠”라고 말한다.

조합을 운영하며 힘든 점에 대해서 정 실장은 “의기소침해 있는 구직자들의 인식과 마주하는 게 가장 힘들다”며 “기업은 점점 차별화된 인재를 원하는데 그걸 정작 구직자들은 잘 모르고 있어서 안타깝다”고 했다.

조합 초창기에는 취업 컨설팅을 모두 무료로 했지만 이제는 소정의 컨설팅 비를 받는다고. 정 실장은 “수익은 아직 많이 나지 않지만 기업들과의 유대관계를 공고히 하고 지자체들과의 협력 및 후원을 통해 사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학 생활협동조합 대학내 건강한 소비·문화 생활 지향
[스페셜리포트] 우리는 청춘 조합원! “갈 길 멀지만 더불어 사는 행복에 힘이 나”
[스페셜리포트] 우리는 청춘 조합원! “갈 길 멀지만 더불어 사는 행복에 힘이 나”
대학 생활협동조합은 식당, 매점 자판기 등 학내 구성원들이 필요로 하는 시설을 설치하고 운영하는 조합이다. 대학 생협 조합원의 가장 큰 혜택은 대학 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싸게 구입할 수 있다는 점이다. 대학 생협이 추구하는 것은 이익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조합원의 편익이다. 이 때문에 판매 제품의 가격을 굳이 높게 책정할 필요가 없을 뿐더러 공동 구매를 통한 판매이기에 시중 가격보다 5~10% 정도 할인된 가격으로 물건 값을 책정할 수 있는 것이다.

발생된 이익은 학생과 학교 복지 제도에 사용한다. 조선대 생협의 경우 조합 운영 이익으로 해마다 5600만 원을 학생 장학금으로 기부하고 있다. 이화여대의 경우에는 생활협동조합 모니터링단으로 활동하는 조건으로 매 학기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 50명에게 80만 원씩의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또한 대학 생협에서는 천연비누 만들기, 문화 유적 답사 등의 문화 행사도 진행한다. 이미옥 한국대학생활협동조합 교육팀장은 “대학생활협동조합은 경제적인 소비생활과 건전한 문화생활을 주목적으로 삼아 대학 내에 설립되어 있다”며 “대학이라는 공간을 생활공간으로 사용하는 교수나 직원들도 주인의식을 가지고 조합원이 되어 함께 운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차문화협동조합 바른 음차 문화 정착 노력
[스페셜리포트] 우리는 청춘 조합원! “갈 길 멀지만 더불어 사는 행복에 힘이 나”
[스페셜리포트] 우리는 청춘 조합원! “갈 길 멀지만 더불어 사는 행복에 힘이 나”
한국차문화협동조합은 ‘잃어버린 문화’인 차(茶)문화를 다시 바른 마실 거리로 정립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조합이다. 이인용 팀장은 “차는 절대 가볍게 마시고 마는 것이 아닙니다. 인생을 품은 매개체이자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인문학 같은 존재입니다”라며 차의 가치를 강조했다.

한국차문화협동조합은 5명의 조합원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양질의 차를 선별하고 이를 교육·유통하며 차에 대한 컨설팅을 주로 진행한다. 특히 조합에서 운영 중인 차예사(茶睿士) 교육과정은 차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입소문을 타며 각광을 받고 있다. 차예사는 차에 대한 전문적인 식견과 경험을 바탕으로 생활 속에서 차살림을 실천하고, 이웃의 차 생활에 도움을 주는 사람이다. 차 시장이 갈수록 성장하는 가운데, 차예사에 대한 수요는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인용 팀장은 “현재는 차협동조합이라는 틀 속에서 차에 대한 기본 원리를 배우고 이를 바탕으로 바른 음료문화를 만들어 가실 분, 차를 업으로 하실 분들을 구체화하는 단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현재 비용 문제, 이익구조 개선 등 운영상의 어려움도 있지만 난관을 잘 넘겨 차 문화가 가정에서부터 바로잡히고 음주문화에서 음차문화로 무게중심을 옮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라며 조합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글 박상훈 기자·전세훈 대학생 기자(한신대 국제관계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