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들의 노하우 - 김대욱 GS칼텍스 경영기획팀 사원

정유 기업의 채용 부문은 대부분 엔지니어나 연구직이다.
따라서 지원 조건이 화학분야 관련 전공자에 한정되어 있는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인문계 전공자가 지원할 수 있는 경영기획이나 인사, 영업 등의 직무는 채용 인원이 소수이거나 때에 따라 자리가 전혀 나지 않는 경우가 있어 인문계 전공자들에게는 입사의 벽이 높은 분야다.
복지제도와 근무 환경이 좋아 많은 구직자들이 일하고 싶어 하는 정유기업 GS칼텍스에 입사한 심리학 전공자 김대욱(28) 씨의 ‘스펙’이 더 궁금해지는 이유다.
[인문계 전공자 서바이벌 전략] “최고의 스펙은 탄탄한 전공 공부와 자신감”
‘내가 필요한 곳이 있다’는 믿음으로 지원해
인문계 전공자, 졸업과 동시에 취업 성공! 인문계 전공자의 취업이 어렵다는 소식이 연일 쏟아지는 요즘, 가장 부러운 이야기가 아닐까. 심리학을 전공한 김대욱(28) 씨는 지난해 7월 졸업과 동시에 GS칼텍스에 입사했다.

김대욱 씨에게 ‘스펙’을 묻자 돌아오는 대답은 “남들과 다르지 않은 대학생활”이었다. 그는 정유 회사에 입사하기 위해 특별히 전문 지식을 쌓은 적도, 자격증을 따로 준비한 적도 없다. 오히려 3~4학년 때 취업 때문에 급해진 친구들과 달리 한껏 여유를 부리며 대학생활을 했다. 군 제대 후 졸업을 앞둔 친구들에게 ‘대학생활 중 가장 아쉬운 것이 있었느냐’고 물어 리스트를 만들고 하나씩 해나가며 3~4학년을 보냈다.

“남의 기준에 맞춰 생활한 것은 아니었어요. 그저 ‘이런 것도 있구나’ 하면서 나도 한 번 해보자는 마음이었어요. 3학년이 돼서야 노르웨이로 교환학생을 다녀오고, 재즈밴드 동아리에 가입해 활동했죠. 전공 공부에도 최선을 다하면서 후회 없이 대학생활을 하려고 노력했어요. 휘둘리지 않고 제 갈 길을 가려고 노력했죠.”

대학생활을 맘껏 즐긴 김 씨는 졸업을 앞두고 취업 준비를 시작했다. 패션, 컨설팅, 건설, 정유 등 관심 있는 기업, 자신이 일하고 싶은 기업에는 망설이지 않고 원서를 썼다. 그가 입사지원서를 쓰며 자신 있게 내민 스펙은 바로 김 씨 자신이었다.

“정유회사는 업무 특성상 다른 일반 기업보다는 인문계 전공자에게 할당된 자리가 적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누군가는 그 일을 해야 하는 것이고, 그게 제가 되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죠.”

경영기획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그가 처음 지원한 부서는 원유 구매·수입 및 제품 수출입의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인 S&T(Supply&Trading) 본부였다. 그러나 그의 성향과 적성을 고려해 경영기획부서로 배치를 받아 일을 시작했다. 당시 경영기획부서에 지원한 수많은 경영, 경제 전공자들이 있었지만 모두 탈락하고 김 씨가 그 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해당 업계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전무한 상태에서 경영·경제 전공자도 아닌 그가 합격의 기쁨을 누릴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인터뷰 내내 그를 관통한 단어, ‘당당함’이 답이었다. 인터뷰를 함께 한 홍보팀 과장은 “당당한 모습이 우직해 보여 신뢰를 주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많은 기업을 지원하면서도 그는 자신만의 색을 잃지 않았고, 자신의 색과 잘 어울리는 기업에 입사할 수 있었다.

“화학공학을 전공하거나 관련 전공이 아니기 때문에 전문 지식을 접하기는 힘들었어요. 하지만 전형 과정에서 두려워하지도 않았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주면 알아주실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다행히 면접 때는 전문 지식보다는 직무와 관련된 질문을 받았죠.”

직무가 중요하다곤 하지만, 업계의 현황이나 기초 지식이 없으면 일을 수행하기가 쉽지 않을 것. 그는 입사 후 정유 회사에 대한 전문 지식을 쌓기 시작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공부는 쉽지 않았고, 입사한 지 1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 야근을 불사하며 연일 공부에 매진하고 있다.

“화학공학에 대한 지식이 없기 때문에 당연히 두 배로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반대로 화학공학 전공자가 경영기획 일을 한다면 경영 공부를 두 배로 해야 하는 것과 같은 거죠. 하지만 화학공학 지식을 모른다고 해서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저도 입사하고 나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으니까요.”


“전공보다 중요한 것은 취업에 임하는 태도”
심리학에 대한 열정으로 인문학부에 지원한 김대욱 씨는 진화심리학, 사회심리학에 관심이 많았다. 그러나 막상 취업 시장에 나가 보니 심리학 전공자를 모집하는 곳은 많지 않았다. 인문계 전공자를 모집하는 곳은 있었지만 그 범위가 경제, 경영에 한정되어 있었다.

“심리학은 활용할 곳이 많았지만 전공자를 원하는 곳은 많지 않더라고요. 심리학은 마케팅이나 기획 관련 일을 할 때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인문학도로서 전공 지식을 통해 기여할 바가 분명히 있다고 믿고 있어요.”

전공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의 역량을 발휘한 덕분에 그는 졸업과 동시에 GS칼텍스에 입사를 할 수 있었다.

“전공보다 중요한 것은 ‘태도’라고 생각해요. 인문계 전공자를 뽑지 않는다고 해서 ‘나는 인문계 전공자라 실패하겠구나’라고 생각하면 될 일도 안 될 거예요. ‘할 수 있다’라고 스스로를 믿어도 힘든데, 지레 포기하면 가능성조차 사라지는 것이니까요. 기회가 없다고 절망할 시간에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더 투자하고 자신의 색을 찾으세요. 취미생활도 즐기면서 말이죠.”

조급해하는 인문계 전공자에게 그는 “조급해한다고 해서 바뀌는 것은 없다”고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인문계 전공자는 많은데 자리는 없다는 말에 흔들리면 아무것도 안 된다는 말을 해주고 싶어요. 자신이 그동안 준비해왔던 것들에 대한 믿음만 있다면, 그 믿음이 통하는 기업이 분명 있을 거예요.”


profile
1987년생
연세대 심리학과 졸업
경영학 부전공
2013년 7월 입사


글 김은진 기자│사진 김기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