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 멘토링- ‘퍼스트 룩’ 이윤정 대표·강효미 실장

‘변호인’, ‘추격자’, ‘광해 - 왕이 된 남자’, ‘도둑들’, ‘내 아내의 모든 것’, ‘아이언맨1·2’ 등 수많은 히트작들은 이들의 손을 거쳐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 영화의 매력을 알맹이만 뽑아내 먹기 좋은 알약으로 만들어내는 신기한 공장, ‘퍼스트 룩’의 이윤정 대표와 강효미 실장이다.
[연예계 취업 완벽 가이드] “영화 마케팅은 감성과 이성의 절묘한 앙상블”
Profile

이윤정 대표(오른쪽)
1977년생
2001년 명필름 입사
2005년 퍼스트 룩 설립
2012년 한국영화기자협회
제3회 올해의 영화상 홍보인상


강효미 실장(왼쪽)
1978년생
2004년 명필름 입사
2005년 퍼스트 룩 설립
2014년 한국영화기자협회
제5회 올해의 영화상 홍보인상


영화 마케팅 일을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 이 대표 이 일을 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것은 사실 영화 때문은 아니에요. 어렸을 때부터 문학, 연극, 뮤지컬 등을 접하며 자연스럽게 문화 창작물과 가까워졌죠. 특히 연극이 제게 큰 울림을 줬는데, ‘엄마는 오십에 바다를 발견했다’라는 작품이 결정적이었어요. ‘아, 문화 콘텐츠라는 것이 이렇게 사람의 마음을 흔들 수 있구나!’라는 것을 느꼈거든요. 그 후 제 관심은 영화로까지 이어졌고, 중2 때 ‘내 길은 영화다’라고 확신하게 됐어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빨리 찾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만큼 남들보다 자신의 인생에 집중할 시간이 더 많아지는 셈이니까요.

▶ 강 실장 고등학생 때부터 대중문화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중에서도 영화를 가장 좋아해서 한국영화, 외국영화 가리지 않고 많이 봤죠. 그러다 보니 점점 영화를 ‘내 일’로서 생각하게 됐어요. 하지만 막연히 영화를 좋아하는 것만으로는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마케팅 워크숍 같은 활동에 참여하며 ‘내가 좋아하는 것’과 ‘내가 해야 할 일’ 사이의 간극을 좁혀 나갔어요.


일을 하며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 이 대표 물론 저희가 공을 들인 영화가 많은 관객들의 선택을 받을 때 보람을 느끼죠. 일적인 면에서 성공했다는 뿌듯함도 있지만 저희의 안목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검증받은 기분이 들거든요. 영화 ‘완득이’는 얼핏 보면 가난하고 공부 못하는 학생의 좌충우돌 성장기라고 생각할 수 있어요. 저희 입장에서도 얼마든지 그런 면을 부각시켜 홍보할 수 있지요. 하지만 영화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멘토(동주 역)와 멘티(완득 역)가 ‘끈적하게’ 연결되어 있는 걸 알 수 있어요. 그게 당시의 시대가 요구하는 것이기도 했고 많은 이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기제이기도 했죠. 결국 이렇게 영화를 밀도 있게 들여다보고 시대와 호흡하며 관객과의 최적의 접점을 만들어내는 게 저희 일이고, 그 일이 성공을 거둘 때 가장 즐거워요.
[연예계 취업 완벽 가이드] “영화 마케팅은 감성과 이성의 절묘한 앙상블”
어떤 전공이 영화 마케팅 업무에 도움이 될까요?
▶ 강 실장 저는 대학시절 영어를 전공했어요. 딱히 영화와 관련 있다고 얘기하긴 어려운 전공이죠? 하지만 저는 이 일을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영화 관련 전공을 하지 않은 것을 후회해본 적이 없어요. 실제로 저희 회사에도 다양한 전공자들이 있어요. 업계 전체로는 이공계 출신들도 있고요.

▶ 이 대표 지원 자격 ‘전공불문’이라는 말을 가장 모범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곳이 바로 영화 마케팅 업계가 아닐까 싶어요. 제 전공은 정치외교학이었어요. 그런데 전 이 전공을 제가 앞으로 영화 관련 일을 해 나가는 데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으로 일부러 선택했어요. 영화는 사회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예요. 우리가 지금 어떤 시대·사회에 살고 있는지 잘 알아야 영화 마케팅이 관객에게 좀 더 밀착할 수 있어요. 영화 마케팅 일을 한다고 굳이 영화 관련 전공을 해야 할 필요는 없어요.


가장 인상적인 영화는 무엇인가요?
▶ 이 대표 ‘변호인’이에요. 마케팅 하기가 굉장히 어려웠던 작품이에요. 아시다시피 영화 개봉 전부터 사회적 논란이 일었잖아요. 정치색이 있다는 이유로요. 그것에 대한 판단은 어차피 개인의 몫이지만 어쨌든 영화 마케터 입장에서는 여간 까다롭지 않았어요. 전국 관객 2만 명을 대상으로 ‘변호인 국토대장정 시사회’를 제주·부산·대구·광주·전주·대전·천안·경기·서울 등에서 열었어요. 처음엔 어려운 부분도 많았지만 화제도 많이 됐었고, 결국 영화 흥행 성적(1136만 명)도 좋아서 기억에 남아요.

▶ 강 실장 저희 회사 초창기 때 작품인 ‘추격자’예요. 평단과 관객의 평가도 좋았고 흥행(513만 명)도 잘 돼서 기뻤어요. 개인적으로는 1997년 개봉했던 대니 보일 감독의 ‘트랜스포팅’의 신선한 충격을 잊을 수 없어요.


영화 마케터에게 요구되는 능력은?
▶ 이 대표 많은 분들이 영화 마케팅은 굉장히 감성적인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영화 자체가 하나의 예술이고 그것을 대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어야 한다는 점에서 틀린 말은 아니지만 사실 그 이전에 철저한 분석력이 있어야 해요. 영화 자체에 대한 분석은 기본이고 관객과 시장에 대한 조사가 밑바탕에 깔려 있어야 하는 거죠. 그래서 영화 마케팅은 감성과 이성의 앙상블이라고 할 수 있어요.

▶ 강 실장 영화 마케팅에서 가장 중요한 건 역시 관객과의 소통이에요. 그런데 관객이라는 존재는 백이면 백 영화에 대한 느낌과 평가가 달라요. 이러한 다양한 반응들을 종합적으로 바라볼 줄 알아야 하는데, 여기서 영화 마케터는 절대로 관객의 시선으로 영화를 대해선 안 돼요. ‘이 영화는 어떤 점이 재밌었고, 어떤 점은 별로다. 그래서 내 별점은 몇 개’ 식의 감상평에 그쳐선 곤란하죠. 적어도 영화 마케터라면 ‘이 영화는 이 장면을 마케팅 포인트로 삼으면 되겠어. 어느 정도 어필할 수 있을지 따져봐야지’ 정도의 생각을 갖고 있어야 하죠.


영화 마케터를 꿈꾸는 청년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 강 실장 영화가 좋다는 사람은 무수히 많아요. 하지만 이런 말은 ‘왜 영화 마케터가 되고 싶냐’는 질문에 답이 될 순 없어요. 영화 관련 스펙을 쌓는다는 게 마땅치 않지만, 자신이 영화를 업으로 삼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얼마나 발품을 팔며 배워왔는지를 자기 스스로에게 물어보시기 바라요. 그런 다음에도 확신이 든다면, 당연히 도전하셔야죠.

▶ 이 대표 책을 많이 읽는 것이 중요해요.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의 트렌드, 관객의 성향을 짚어내려면 많은 책을 읽어야 해요. 신문이나 잡지도 좋고요. 컴퓨터와 스마트폰으로도 다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렇게 해서는 진정한 창의성이 발현되기 힘들죠. 하물며 영화 마케터는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하는 사람인데 수박 겉핥기 식의 정보 습득으로는 한계에 부닥칠 거예요. 마지막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과 잘 할 수 있는 일 그리고 해야만 하는 일 사이에서 고민하고 방황하는 친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남들이 세운 기준과 시선에 얽매이지 말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발견했다면 과감히 자신을 거기에 던져보세요. 하고 싶은 일을 하는데 잘 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요?


글 박상훈 기자│사진 서범세 기자

인터뷰 함께한 대학생 기자 김지은(성신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 3)·박고은(중앙대 사회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