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 멘토링- 예능 작가 김대주

주말 예능 프로그램에서 39.3%라는 경이로운 시청률을 찍었던 ‘1박 2일’ 시즌1.
‘은초딩’, ‘시베리아 야생 수컷 호랑이’와 함께 기억나는 또렷한 이름이 있다. 강호동이 애타게 불러댔던 ‘작가 김대주’다. 1박 2일의 막내 작가로 활약했던 그는 이후 ‘응답하라 1994’, ‘꽃보다 할배’, ‘더 로맨틱’ 등의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이제 ‘예능’하면 빠질 수 없는 ‘간판’ 작가가 됐다.
[연예계 취업 완벽 가이드] “다양한 경험이 최고의 재산…인간관계도 챙겨야”
1박 2일 이후로 연예인 못지않게 유명해졌어요.
‘1박 2일’을 촬영하면서 제가 카메라에 비친 것은 능력이 좋은 작가라서가 아니라 상황상 재미를 위해서였어요. 그래서 ‘스타 작가’라고 하면 부담스러워요. 하지만 덕분에 작가 생활을 하며 도움이 되기도 했어요. 김대주가 ‘1박 2일’ 프로그램에서 일했던 작가라는 사실을 PD나 선배 작가들이 알게 됐으니까요.


작가로 일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작가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한 것은 고등학교 2학년 때였어요. 그전에는 방송 작가가 있는 줄도 몰랐죠. 라디오 작가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드라마를 보고 방송 작가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매력적으로 느껴져 꿈을 꾸게 됐어요. ‘글쓰기 실력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에 국문과를 전공으로 선택했고, 군 제대 후 MBC아카데미를 다니며 작가를 시작했죠.

처음 맡은 프로그램은 EBS 라디오의 영어 프로그램이었어요. 그러다가 MBC 예능 프로그램 ‘느낌표’에서 연락이 왔는데, 평소 예능 작가를 하고 싶었던 터라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참여했어요. 이후 MBC ‘공부의 제왕’을 거쳐 KBS ‘1박 2일’에 막내 작가로 들어가게 됐어요. 3년 정도 경력을 쌓았을 때였는데, 함께하는 작가들이 워낙 연차가 높다 보니 제가 막내더라고요.


여러 분야 중에서 ‘예능’을 하고 싶었던 이유는?
웃기는 것이 좋아서 예능을 하고 싶었어요. ‘1박 2일’을 할 때는 ‘내가 정말 좋은 프로그램을 하고 있구나’를 느껴서 더 애정을 갖게 됐어요. 고향에 내려갔는데 할머니가 집에서 TV를 보시면서 많이 웃으시더라고요. 그 프로그램이 ‘1박 2일’이었어요. 그런 할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느꼈어요.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요.


주로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맡는 것 같아요.
프로그램마다 작가의 성향, 역량이 다른데 저는 버라이어티에 잘 맞는 것 같아요. 섬세하지 못한 편이어서 많은 자료를 조사해야 하는 분야는 잘하지 못하거든요. 대신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하며 현장에서 생기는 돌발 상황에 대해 대처할 수 있는 노하우를 쌓았기 때문에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는 어느 정도 자신이 있어요. 자신의 성향을 잘 파악하면 노하우가 쌓이고, 그 길이 자신의 길이 되는 것 같아요.


예능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역량이 중요한가요?
대학 때 시를 쓰는 학회까지 가입하면서 글쓰기 능력을 키우려고 노력했어요. 그렇게 열심히 했는데 작가를 시작하고 처음 쓴 것이 ‘다음 주 예고’였어요. 문학적인 소양과는 상관없는 일이었죠. 방송 작가에게는 문학적인 글을 쓰는 것보다 정확하게 전달하고, 전달 포인트를 잡아내는 능력이 더 중요해요. 방송은 특정 계층이 아닌 모든 사람이 보는 매체이니까요. 이런 능력을 갖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글을 쓸 수 있어야 가능해요. 비문을 쓰는 작가들이 종종 있는데, 그렇게 되면 빠른 호흡으로 지나가는 방송에서 대중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하거든요. 글 쓰는 것이 업무의 주를 이루지는 않지만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어야 하는 능력이에요.

또 하나, 방송 작가는 프리랜서로 일하는 직업이지만 한 팀으로 움직일 때가 많아요. 마음이 맞으면 프로그램이 바뀌어도 함께 일을 계속 하거든요. 그래서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것도 중요해요. 소설이나 시를 쓰는 것은 혼자 하는 일이지만 방송 작가는 혼자 하는 일이 아니니 인간관계를 잘 유지해야 해요. 프리랜서는 언제나 사람들의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 관리를 잘해야 가치를 높일 수 있어요.
[연예계 취업 완벽 가이드] “다양한 경험이 최고의 재산…인간관계도 챙겨야”
공채가 없어서 취업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해요.
작가가 되기 위한 교육과정은 많지 않아요. 방송국이나 작가 협회에서 운영하는 아카데미를 수료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방법이에요. 하지만 책상에 앉아서 이론을 공부한다고 해서 역량을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현장에서 일하며 배우는 것이니까요.


국문과 전공이 아닌데 작가를 할 수 있을까요?
작가를 하는 데 있어서 전공은 상관없어요. 예체능을 전공했던 사람들도 있어요. 오히려 전공을 잘 살리면 더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음대 출신이라면 음악 프로그램에서 다른 사람보다 더 전문적인 역량을 발휘할 수 있겠죠. 전공으로 자신의 색깔을 살릴 수 있으니 전공 때문에 고민할 필요는 없어요.


예능 작가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방송 작가는 개인 시간도 없고 일의 강도와 비교하면 급여도 적기 때문에 힘든 직업이에요. 하지만 조금이라도 재미를 느낀다면 버틸 수 있어요. 버티다 보면 시간이 가고, 노하우가 쌓여서 자신의 가치가 올라가죠. 힘든 시기가 지나면 충분히 즐기면서 할 수 있어요. 이런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면 바로 그만두는 것이 좋아요. 버티기만 한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으니까요. 더 힘들어질 뿐이죠. 작가는 학력이나 나이 제한이 없어서 취업의 문이 굉장히 넓은데, 그만큼 업계를 나가기도 쉬운 직업이니 우선 해보고 그만둬도 괜찮아요.

작가를 하고 싶다면 많은 경험을 해봤으면 좋겠어요. 창의적인 작업이 주를 이루거든요. 자신이 아는 것만 가지고는 한계를 느낄 거예요. 아르바이트, 연애 등 많은 경험을 할수록 아이디어가 많아지겠죠. 작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경험이에요. 여러 프로그램을 경험하며 쌓은 노하우가 저의 가장 큰 재산이 되는 것처럼요.

저는 대학 때 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아서 동아리를 8개나 가입해서 활동했었어요. 그때의 경험들이 작가로서 일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죠. MT에 가서 했던 게임이 ‘1박 2일’의 게임 소재가 되기도 했고요. 아직 방송 작가로서 노하우가 쌓이기 전이니까 대학생으로서 할 수 있는 일들을 많이 해보세요. 책을 보는 것도 좋아요. 작가, 특히 예능 작가가 되고 싶다면 문학 서적보다 잡지를 보는 게 도움이 될 거예요.
[연예계 취업 완벽 가이드] “다양한 경험이 최고의 재산…인간관계도 챙겨야”
Profile
1981년생
경희대 국어국문 졸
2005년 방송 작가 데뷔
참여 프로그램
→‘느낌표’, ‘1박 2일’, ‘더 로맨틱’, ‘응답하라 1994’ 등


글 김은진 기자│사진 이승재 기자

인터뷰 함께한 대학생 기자 김예지(한림대 언론정보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