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진 사장 최초 1위

<캠퍼스 잡앤조이>는 대학생 1000명을 대상으로 제조업, 비제조업, IT·인터넷·통신, 금융업, 공기업, 외국계 기업, 벤처 기업 등 총 7개 부문에서 ‘닮고 싶은 CEO’를 조사했다. 조사 결과, 순위 경쟁이 가장 치열했던 부문은 ‘IT·인터넷·통신’, ‘금융업’, ‘공기업’ 등이었다. 그만큼 간소한 차이로 순위가 갈렸다. 독보적인 차이로 1위를 고수한 CEO들도 눈에 띄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4년 연속 ‘제조업’ 부문 1위 자리를 지켰고,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비제조업’ 부문에서 2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이 밖에 조사를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1위 자리에 오른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과 2년 만에 1위 자리를 탈환한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도 눈길을 끈다.
[2014 대학생 1000명이 뽑은 닮고 싶은 CEO] 이건희 회장 4년 연속 1위
예상했던 대로, 역시 ‘이건희’였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제조업’ 부문에서 38%의 높은 응답률로 1위를 차지했다. 이 회장은 남녀 대학생 모두에게 고른 지지를 받았고, 응답자들의 학년이 높아질수록 지지율이 높아졌다. 이 회장은 <캠퍼스 잡앤조이>가 창간 1주년 때부터 진행해온 ‘대학생 1000명이 뽑은 닮고 싶은 CEO’ 조사에서 유일하게 4년 연속 1위를 차지한 CEO다. 또한 <캠퍼스 잡앤조이>가 연말에 진행하는 ‘대학생이 뽑은 올해의 CEO’ 설문조사에서도 매년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대학생 사이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자랑하고 있다. 대학생들이 입사하고 싶은 기업으로 손꼽는 ‘삼성’의 최고경영자이니만큼 그에 대한 신뢰와 존경심이 탄탄하게 자리매김하고 있는 듯하다. 이 회장은 실제로 삼성이 국내 최고의 기업으로 성장하고,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는 데 가장 큰 공을 세운 주인공으로 손꼽힌다.
[2014 대학생 1000명이 뽑은 닮고 싶은 CEO] 이건희 회장 4년 연속 1위
이 회장에 이어 권오준 포스코 회장(6.8%),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6.1%)이 ‘제조업’ 부문에서 각각 2, 3위를 차지했다. 제조업의 경우 1위를 제외한 나머지 순위에서는 남녀 의견 차가 나타났다. 남학생의 경우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을 2위로, 권오준 포스코 회장을 3위로 꼽았으나, 여학생들은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을 2위로, 권오준 포스코 회장을 3위로 꼽은 것이다. 화장품 제조업체라는 아모레퍼시픽의 특성이 여학생들의 표심을 얻은 주요 요인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5위를 차지했던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은 7위로 밀려났고, 박지원 두산중공업 부회장이 처음으로 톱5에 진입했다.


이부진 사장 득표율 전년 대비 11.4%p ‘업’
‘비제조업’ 부문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28.3%)이 1위를 차지했다. 이 사장은 특히 여학생들 사이에서 높은 지지를 받았다. 순위권의 다른 CEO들의 경우, 남학생과 여학생의 득표율 차이가 2~3%가량에 불과했지만 이 사장은 여학생의 득표율이 남학생보다 13%가량 높았던 것. 특히 이 사장은 지난해에 비해 11.4%포인트나 득표율이 상승했다. 올해 초 신라호텔 출입문 파손 사고를 낸 택시기사의 가정 형편을 고려해 사고 보상금을 받지 않기로 한 이 사장의 일화가 화제가 되었는데, 이러한 선행이 이미지를 보다 긍정적으로 만드는 데 도움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2위는 손주은 메가스터디 회장(10.4%), 3위는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9.2%)이 차지했다.


정태영 사장 1위 … 권선주 행장·임영록 회장 공동 2위
최근 각광받고 있는 ‘IT·인터넷·통신’ 부문에서는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23.8%)이 조사 이래 최초로 1위를 차지했다. 3년 연속 1위 자리를 지키던 김상헌 NHN 사장(21.3%)은 2위로 밀려났다. 국내 게임 산업 1세대 CEO인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이 최근 경영 일선에 모습을 드러내며 대외활동을 늘린 것이 득표율을 높인 요인으로 예상된다. ‘은둔형 CEO’로도 불리는 김 사장은 개발현장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듯, 기업 행사 등에 좀처럼 얼굴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2013년 NC 다이노스가 1군에 진출하면서부터 직원들과 구장을 방문하는 모습 등이 자주 언론에 포착됐다. 또한 각종 게임 행사에 참여하며 활동을 늘려감으로서 대학생들 사이에서 긍정적인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특히 김 사장의 경우 남학생의 지지가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온라인 게임 업계를 이끌고 있는 기업답게 게임에 관심이 많은 남학생들이 김택진 사장에게 표를 던진 것으로 예상된다. 여학생들은 2위를 차지한 김상헌 NHN 사장을 1위로 꼽았다.
[2014 대학생 1000명이 뽑은 닮고 싶은 CEO] 이건희 회장 4년 연속 1위
‘금융업’ 부문에서는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11.3%)이 1위를 차지했다. 정 사장은 2012년 같은 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으나 2013년 어윤대 전 KB금융그룹 사장에게 1위를 내준 전력이 있다. 올해는 다시금 1위 자리를 탈환했다. 정 사장은 금융업계에서 혁신적인 CEO로 정평이 나 있다. 다양한 ‘업계 최초’, ‘국내 최초’ 상품을 내놓았고, 혁신적인 경영전략과 마케팅으로 늘 이슈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정 사장은 트위터를 통해 대중과 소통하는 것에 능하다. 8만6000여 명의 팔로어를 거느린 정 사장은 트위터에서 일상의 모습을 전하거나 대중문화에 관한 이야기를 공유하기도 한다. 보수적이기로 소문난 금융업계에서 이처럼 젊은 감각으로 소통하고 있는 정 사장의 행보가 대학생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준 것으로 보인다. 정 사장의 뒤를 이어 권선주 IBK 기업은행 행장(9.7%)과 임영록 KB금융그룹 회장(9.7%)이 공동 2위를 차지했다. 특히 금융권은 1, 2위권에서 박빙의 승부가 이어졌다. 여학생의 경우 3명의 CEO에게 거의 동등한 표를 던졌다. 결국 남학생의 응답률에 순위가 갈렸다. 남학생들 사이에선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에 대한 응답률이 가장 높았고 권선주 IBK 기업은행 행장과 임영록 KB금융그룹 회장은 비슷한 응답률을 얻었다.


벤처기업 부문, 김범수 카카오 의장의 압승
‘공기업’ 부문에서는 지난해 2위를 차지했던 조환익 한국전력공사 사장(12.8%)이 1위로 꼽혔다. 2위는 최홍열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직무대행(11.3%)이 차지했다.

공기업의 경우 남녀 지지율의 차이가 눈길을 끌었다. 여학생의 지지율은 최홍열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직무대행, 변추석 한국관광공사 사장, 조환익 한국전력공사 사장 순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남학생의 경우 조환익 한국전력공사 사장,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 최홍열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직무대행 순으로 조사됐다.
[2014 대학생 1000명이 뽑은 닮고 싶은 CEO] 이건희 회장 4년 연속 1위
조환익 한국전력공사 사장은 산업자원부 차관, 수출보험공사 사장, 코트라 사장을 거쳐 지난 2012년 말 한전 사장직을 맡았다. 조 사장은 한전이 부채, 비리사건 등으로 ‘역사상 가장 힘든 시기’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시점에 사장직을 역임했지만, 한전이 6년 만에 흑자 전환을 하는 데 일조했다.

‘외국계 기업’ 부문에서는 존 리 구글코리아 사장(37.3%)이 1위를 차지했다. 공동 2위를 차지한 김효준 BMW 코리아 사장, 조 엘린저 한국맥도날드 사장(5.4%)과의 격차가 무려 30% 이상이다. ‘일하고 싶은 외국계 회사’ 부문에서도 구글은 38.6%로 1위를 차지했다. 기업에 대한 선호도가 CEO에 대한 선호도로 이어진 듯한 결과다. 특히 존 리 사장은 인문계열에서 40% 이상의 높은 지지를 받았다. 또한 남학생보다 여학생의 응답률이 약 8%가량 높았다. 반대로 김효준 BMW코리아 사장과 조 엘린저 한국맥도날드 사장은 여학생보다 남학생의 응답률이 높게 나타났다.

올해 처음으로 조사를 진행한 ‘벤처 기업’ 부문에서는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독보적인 1위를 차지했다. 무려 50.7%의 지지율이다. 남학생은 44%, 여학생은 57.4%가 김 의장을 첫손으로 꼽았다. 한게임 창업자인 김 의장은 2006년 카카오를 설립해 2012년 창립 6년 만에 흑자 전환을 하고 매출과 영업 이익을 늘리며 회사를 키워가고 있다. 최근에는 <포브스>에서 발표한 ‘2014년 한국 50대 부자 명단’에 32위로 처음으로 이름을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 의장은 특히 창업에 관심 있는 학생들의 롤모델로 손꼽히고 있다.

2위는 이원영 제니퍼소프트 사장(11.1%)이 차지했다. 이 사장은 경기도 파주에 획기적인 ‘꿈의 일터’를 만들어 화제가 됐다. 수영장과 일류 셰프가 요리하는 식당을 마련하고, 5년차 이상 직원에게는 해외 가족 여행을 지원하는 등 파격 복지를 실현하고 있다. 3위에는 국내에서 가장 먼저 소셜커머스 서비스를 시작한 신현성 티켓몬스터 사장(6.6%)이 올랐다.


글 박해나 기자 | 사진 한국경제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