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로 ‘특급 인턴’ 이야~

‘스펙초월 전형’, ‘금융 3종 자격증 폐지’, ‘채용 인원 축소’
금융권 채용 시장이 뒤숭숭하다. 금융권 입사를 준비하던 취업준비생의 몸과 마음은 지칠 대로 지친 상태. 그렇다고 포기를 하기엔 이르다. 발 빠른 취업준비생들은 이미 검색창에 ‘인턴’을 입력하고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는 중이다. 열심히 일하면 정규직 채용까지 이어질 수 있는 황금 기회.

갈 길을 잃고 헤매는 금융권 취업 준비생들을 위해 은행, 보험사, 증권사에서 인턴을 경험한 선배들이 생생한 수기를 보내왔다.



직무에 맞는 꼼꼼한 성격 어필해 ‘기회’ 잡아
[스페셜 리포트] 선배들이 들려주는 금융권 인턴 성공 지침
안정훈(25, 한양대 경제금융 4)
2014년 1월 ~ 4월
스탠다드차타드증권 인턴

학교에서 배운 이론적 개념을 직접 적용해 본 좋은 기회!

대외활동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활동을 찾아보던 중 ‘스탠다드차타드증권’의 인턴 모집 공고를 보게 됐다. 평소 학교에서 배운 금융지식을 발휘하면서 능동적으로 임할 수 있는 활동을 하고 싶었기에 ‘딱’이다 싶어 지원했다. 게다가 해당 인턴은 소수정예로 선발해 정직원처럼 자리를 부여받고 일할 수 있다고 해 좋은 경험은 물론 실력을 쌓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내가 지원한 부서는 재경부였는데, 자료입력 등 숫자와 관련된 일이 많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자기소개서에 꼼꼼한 성격을 어필했다. 결국 서류 합격의 기쁨을 누리게 되었고, 면접을 보게 됐다. 면접 때는 전공 내용이나 어려운 금융지식보다는 주로 나의 경험에 관한 질문을 받았고 꾸며낸 내 모습이 아닌, 평소의 내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금융자격증 취득을 위해 매일 아침부터 밤까지 쉬지 않고 공부했던 성실함과 꼼꼼한 성격이 잘 어필되었는지 올해 1월, 스탠다드차타드증권 재경부의 인턴으로 출근할 수 있었다.

나에게 주어진 일 중 가장 중요한 업무는 ‘금융감독원 보고’였다. 주식 및 채권, 유가증권과 파생 상품 등의 거래결과를 엑셀을 활용해 취합하는 일이었다. 또 RP(환매조건부채권) 이자율의 상한가, 하한가, 평균을 매일 확인해 지정된 파일에 기록하는 일을 했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매일 현장에서 RP가 계약 체결되는 것을 직접 눈으로 보는 것이었는데, 다시 한 번 공부한 것들을 되새기는 기회가 됐다. 이 외에도 10곳이 넘는 각 부서의 지출 경비나 계획했던 계정의 예산과 지출된 경비를 최종적으로 확인하고 관리하는 일도 진행하며 차근차근 업무를 배웠다.

스탠다드차타드증권은 법인고객을 상대하고 M&A 관련된 일을 해서 고객을 대하는 어려움은 없었다. 고객을 응대하는 일보다 어려웠던 것은 많은 양의 자료를 빠르게 해석하고 정확하게 수치를 입력해야 하는 일이었다. 모든 업무가 촘촘히 얽혀 있기 때문에 늘 긴장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클럽 스페이스(Club Space)에서 생일파티를 하고, 인생 상담도 기꺼이 들어주는 선배들 덕분에 근무하는 동안 애정을 갖고 임할 수 있었다.

짧지만 인턴으로 사회생활을 경험하며 기업에 상관없이 자신의 역량을 최대로 펼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평소 열심히 공부해둔 지식을 바탕으로 실무를 경험하며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정규직 전환 성공 비결은 ‘주도적인 일처리’
[스페셜 리포트] 선배들이 들려주는 금융권 인턴 성공 지침
박현진(29, 연세대 영어영문·경영 졸)
2011년 2월 ~ 2012년 2월
알리안츠생명 커뮤니케이션부 인턴
정규직 전환

매사 최선을 다한 덕에 '눈도장', 정규직 전환까지 !

어렸을 때부터 글을 쓰고, 말로 표현하는 것을 좋아했다. 그러다 대학에 입학해서는 구체적으로 ‘보험업’에 관심을 두게 됐다. ‘내가 열정을 가질 수 있는 분야에서 즐기며 일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하던 차에 알리안츠생명 커뮤니케이션부 인턴 공고를 보게 됐다. 자신 있게 지원했고, 서류전형을 통과할 수 있었다. 알리안츠생명 인턴이 되기 위해서는 두 번의 면접에서 합격점을 받아야 했는데, 처음 보게 된 면접에서는 “어떤 글을 쓰는 것이 좋은지”, “커뮤니케이션 업무는 몸을 써야 할 일도 많은데, 잘해낼 수 있는가?” 등 직무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이후 치러진 영어 면접에서는 대학 때 영어연극에 참여하고 글을 썼던 경험, 다른 업계에서 겪었던 사회 경험에 관해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세 번의 전형을 무사히 통과하고 2011년 2월, 인턴사원으로 첫 출근을 했다. 처음 두 달은 사내 커뮤니케이션 업무에 최선을 다해 임했다. 회사의 전략과 비전, 조직 형태, 상품 특성 등을 파악하고 제대로 글 쓰는 법을 익히기 위해서였다. 맡은 업무는 사내 행사나 소식을 취재한 후 기사를 작성하고 사진을 찍어 사내 인트라넷에 게재하는 일이었다. 사내 커뮤니케이션 업무가 익숙해진 뒤에는 본격적으로 대외 언론 업무를 맡았는데, 8시 15분까지 출근해 뉴스클리핑을 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이 외에도 한 달에 한 번 이상 보도 자료를 작성하고, 매달 말에 한 달간의 언론 노출 정도를 측정해 미디어밸류 보고서를 작성하는 일도 수행했다. 꽤 오랜 기간 동안 업무를 수행했기에 좀 더 다양한 업무를 경험해볼 수 있었다.

특히 인턴 막바지에 진행했던 업무는 정규직까지 이어지는 행운의 시간이 되었다. 한 언론사의 행사에 참여한 회사의 일을 진행하며 ‘필요한 인재’로 눈도장을 받은 것이었다. 영업지점 직원들 및 설계사들과 부스를 운영하며 회사와 상품을 홍보하고 내방객들을 응대하는 중요한 일을 맡았었는데, 상사가 주도적으로 일을 하는 모습을 긍정적으로 평가해주었고, 정규직 채용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다.
[스페셜 리포트] 선배들이 들려주는 금융권 인턴 성공 지침
1년간 인턴 과정을 거치며 느낀 것은 ‘소통’이었다. 보험사의 특성상 전통적인 여성 설계사 채널, 남성 중심의 전문 설계사 채널, 은행과 제휴된 방카슈랑스 채널 등 서로 다른 특징을 가진 영업채널이 많았다. 다양한 채널 간 소통이 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커뮤니케이션 부서였다. 보험사가 가지고 있는 이러한 특성을 파악하고 영업 현장과의 협업은 물론 영업채널, 지역, 지점, 설계사 등의 특징을 알고 잘 맞춰나가기 위해 노력했고, 이후 업무에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보험사에 입사하기 전, 나는 보험사에 대한 막연한 편견이 있었다. 또 전공지식이 없었기 때문에 보험 업무를 수행하기에 부족함이 많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막상 일을 배우면서 보험사 안에서도 다양한 직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색다른 경험을 하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원하는 업무가 계리, 상품개발, 자산운용과 같은 전문적인 분야가 아니라면 반드시 금융권 인턴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다만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다양한 경험을 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나는 금융권 입사 준비를 하는 후배들을 만나면 ‘금융권 지식에 집착하느라 시간을 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조언해준다. 자격증 하나를 더 따기 위해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새로운 취미를 갖거나, 언어를 배우거나, 여행지에서 새로운 경험을 쌓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된다는 것을 몸소 느꼈기 때문이다.



‘기본’만 지켜도 우수 인턴으로 ‘우뚝’
[스페셜 리포트] 선배들이 들려주는 금융권 인턴 성공 지침
김대민(27, 한양대 경제금융 4)
2014년 1월 ~ 2월
하나은행 인턴
우수인턴 선발

본점 선배들과의 멘토링으로 PB라는 꿈에 '한 발짝 더'

나의 대학생활은 PB가 되기 위한 노력으로 가득했다. 그러던 중 하나은행 동계 인턴 공고를 보게 됐고, PB라는 목표에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 지원했다. 서류 전형을 무사히 통과한 후 실무진 면접을 치렀는데, 신입 공채와 달리 필기시험, 임원면접이 없어서 부담을 덜 수 있었다. 면접은 8명의 지원자가 한 조가 되어 진행됐다. 자기소개서를 기본으로 한 질문들이 이어졌다. “왜 PB가 되고 싶은가?”, “취미에 당구가 적혀 있다. 당구를 얼마나 잘 치는가?”와 같은 질문들이었다.

전문 지식을 평가하기 위한 질문이 없었기에 한시름 놓고 편안하게 웃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면접 내내 웃으며 임한 덕분인지 실무진 면접에서 합격해 하나은행 인턴으로 일할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올해 1월, 설레는 마음을 안고 하나은행 본점으로 첫 출근을 했다. 처음엔 적응하느라 어리둥절했지만 이내 적응하고 나서는 매일 오전 8시 30분까지 출근해 부서 선배들에게 인사를 하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했다.

하나은행 인턴은 모두 본점에서 일을 배우게 되는데, 부서마다 업무 내용과 문화가 달라 다른 인턴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정보를 공유할 수 있었다. 내가 있었던 부서에서는 ‘멘토링’이 이루어졌다. 선배들이 돌아가며 ‘일일 멘토’를 맡아 인턴에게 업무나 회사생활 전반에 관해 멘토를 해주는 식이었다. 멘토는 매일 인턴에게 과제를 내주었고, 과제를 해결하는 것이 다음 주 업무였다.

개인 정보를 다루는 은행의 특성상 인턴은 실무에 투입되어 일을 수행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었기에 주어진 과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하고 최선을 다했다. 과제는 주로 국내 증시, 당행 PB 업무, 타행 PB 업무를 분석하는 것이었는데, 업무 전체를 파악하는 데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인턴십을 수행했던 1월은 행원 인사이동과 인턴 연수가 겹친 기간이었다. 게다가 본점은 연간 계획을 세워야 하기 때문에 연초에 업무량이 많아 정신없이 바빴지만 그만큼 더 많은 일을 배울 수 있었다.

무엇보다 하나은행은 우수 인턴으로 선발되는 경우, 공채 지원시 서류 전형을 면제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인턴 업무를 수행하며 우수 인턴으로 선발되기 위해 노력했다.

우수 인턴이 되기 위해서는 팀 프로젝트 발표 대회에서 입상을 하거나 업무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아야 하는데, 아쉽게도 내가 속해 있던 팀은 팀 프로젝트에서 입상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우수 인턴으로 선발되기 위해 ‘기본’을 지키자는 마음으로 매 순간 최선을 다했다. 그중 하나가 ‘인사’였다.‘인사하는 문화’는 하나은행이 강조하는 슬로건이기도 했다.

처음 만나는 직원에게도 쭈뼛거리지 않고 가볍게 목례를 하며 인사를 했다. 또한 부서 내 행사나 워크숍이 있을 때는 열정적으로 참여하려는 의지를 표현했다. 모든 일에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맡은 일은 끝까지 하려는 성실한 모습을 보인 덕분에 우수 인턴으로 선발되는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인턴을 하면서 책으로는 알 수 없는 현장 업무를 배울 수 있어서 소중한 경험이 되었다.


정리 이도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