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채도 다 끝나가는 이 판국에 믿을 것이라곤 오직 취업 포털뿐? 취업 포털에 이력서 올려놓았더니 연봉 4000만 원을 준다는 회사가 면접 제안을 해왔다는 제보. 귀가 쫑긋, 눈이 반짝하는 정보에 당장 컴퓨터를 켜고 취업 포털에 이력서를 올려봤다.
과연 일주일간 무슨 일이 있었을까?
[스페셜 리포트] 취업 포털에 이력서 올리면 정말 연락 오나요?
test 1
공학계열 이력서 올려보니


이력서
지원 분야 디스플레이 및 반도체 소자
희망 연봉 3400만 ~ 3600만 원
이름 박서준
생년월일 1987년 11월 20일
학력 사항 A대학교 전자공학과 졸업(3.3/4.5), A대학원 전자컴퓨터공학과 석사 과정(4.2/4.5)
어학 점수 TOEIC Speaking Test 5급
참여 프로젝트 나노 복합체 기반 소자 개발 특허 등록(2013년 6월 ~ 2014년 11월)
Polymer Light-Emitting Diode(PLED) 제작 프로젝트(2013년 6월 ~ 진행 중)
해외 연수 및 해외 경험 필리핀 어학연수 및 봉사활동(2009년 9 ~ 12월)
교육 이수 내역 H대학교 정전용량 터치패널 제작 실습(2013년 12월)
S대학교 조명기술교육(2014년 6월)
OA능력 문서 작성(한글/MS-Word) 전문가 수준 스프레드시트(Excel) 업무 바로 가능 프레젠테이션(PowerPoint) 전문가 수준 인터넷(정보검색/outlook) 전문가 수준


헤드헌터가 메일을 보내왔다
이력서를 올리고 난 후, 메일 한 통이 도착했다. 헤드헌터의 메일이었다. 서울시 구로구에 위치한 매출 100억 원, 임직원 60명 규모의 코스닥 상장 기업을 소개했다. 해당 기업의 연구소 연구기획팀을 모집하고 있으며 함께할 의지가 있다면 이력서를 보내달라는 요청이었다.

다음날, 또 다른 헤드헌터가 메일을 보내왔다. 판교에 있는 매출액 1250억 원, 직원 수 140명 규모의 기업을 소개했다. 정규직 신입·경력을 선발하고 있는데, 지원 의사가 있다면 첨부된 이력서 파일을 작성해 회신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전날 받은 메일의 회사보다 규모가 크고, 안정적인 것 같아 마음이 혹했다. 바로 첨부된 양식에 맞게 꼼꼼히 이력서를 작성했다. 메일에 ‘만약 해당 고객사에 지원 의사가 없더라도 이력서를 보내주면 적합한 포지션을 찾아주겠다’는 말도 있어 더욱 열심히 이력서를 작성했다. 이 헤드헌터가 나를 구원해주리라! 3시간 넘게 이력서를 작성해, 메일을 보냈다. 하지만 연락은 오지 않았다. 기다리다 못해 헤드헌터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 돌아온 대답은 ‘경력직을 구하는 자리라 적합하지 않다’는 말이었다. 그럼 애초에 왜 연락을 했는지 따져 물으려다 기운이 빠져 전화를 끊어버렸다. 기대는 실망으로 돌아왔다.


대기업 영업직에 마음이 흔들흔들
‘K기업 영업 및 영업관리직군 모집 전형 안내’라는 제목의 메일이 도착했다. 영업을 지원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대기업 이름을 보니 마음이 혹했다. 메일에는 하반기 해당 직군의 모집 전형을 진행 중인데, 사업 확장에 따라 수시 모집을 진행하고 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일정 기간 세일즈 실무 기간을 거친 후 영업 관리 또는 전문 세일즈 등의 직무를 담당한다는 소개도 있었다. 세일즈 실무 기간은 6~9개월(개인 역량에 따른 차등 적용)이며 급여는 ‘기본급 + 인센티브’로 적용된다고 명시했다. 보통 3000만 원에서 4800만 원 수준이라는 꽤 높은 급여를 받을 수 있다는 문구에 마음이 흔들렸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같은 연락을 받았다는 사람들의 숫자가 꽤 많았다. 하지만 실제 기본급이 90만 원선이라는 후기에 좌절하며 컴퓨터를 꺼버렸다.


일주일 체험 보고서
이력서 열람 기업 총 12개 기업(IT컨설팅업체, 기업연합회, 솔루션·CRM업체, 시설관리·경비·용역업체, 연구소·컨설팅·조사 업체 등)
연락 횟수 3회



test 2
상경계열 이력서 올려보니


이력서
지원 분야 마케팅, 기획
희망 연봉 3000만 ~ 3200만 원
이름 전지현
생년월일 1989년 1월 20일
학력 사항 C대학교 경영학과 졸업(3.6/4.5)
어학 점수 TOEIC 800점, TOEIC Speaking Test 6급
주요 활동 및 사회 경험 어학원 사무보조 및 보조 강사(2013년 3월 ~ 2014년 2월)
마케팅 인턴 근무(2014년 3 ~ 10월)
OA능력 문서 작성(한글/MS-Word) 업무 바로 가능 스프레드시트(Excel) 업무 바로 가능 프레젠테이션(PowerPoint) 업무 바로 가능 인터넷(정보검색/outlook) 전문가 수준


금융권에는 관심 없으세요?
이력서를 업로드 하고 1시간도 채 지나지 않은 시간,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전지현 님, 취업 포털에서 이력서 보고 연락드려요. 아직 취업 준비 중이신가요? 저는 H생명의 인사담당자인데요. 경영학과를 졸업하셨는데, 혹시 금융권에는 관심 없으세요?”

‘금융권’, 그리고 대기업 이름에 솔깃했다. 전화를 걸어온 사람은 “회사 내에서 채용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력서를 보고 추천하고 싶어 연락했다”며 채용 설명회에 참석할 수 있는지를 물었다. 물론 바로 OK. 다음날 오후 4시까지 시청역 부근 H기업 사옥으로 정장 차림을 갖춰 참석하라는 문자가 도착했다.

시간에 맞춰 회사에 도착하니 회의실로 안내를 받았다. 회의실에는 취업준비생 E씨가 앉아 있었다. E씨와 함께 소규모(?) 채용 설명회에 참석했다. 담당자는 간단히 본인 소개를 하고, 해당 프로그램의 팸플릿을 나눠준 뒤 설명을 이어갔다.

“혹시 저희 프로그램 검색해 보셨어요? 인터넷에 보면 안 좋은 이야기도 많죠? 이쪽 업계에 경쟁사가 많거든요. 일부러 서로 안 좋게 평가하고, 안 좋은 소문을 내는 거예요. 그런 이야기는 신경 쓰실 것 없어요.”

팸플릿에는 ‘현장 세일즈 교육을 통해 역량 있는 금융전문가 및 영업 관리자를 육성하는 프로그램’이라 적혀 있었다. 담당자는 “원래 공채로만 진행하는데, 이번에 특별히 인원이 좀 부족해 추가 채용을 진행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특별히 추가 채용은 추천 채용으로 진행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연봉 5500만 원? 영업직과 다르다?
대한민국 광복과 6·25전쟁 등이 거론되는 ‘보험의 역사’ 강의 후 프로그램 소개가 시작됐다. 1개월간 합숙 교육을 받은 뒤 1년여간 영업 활동을 하고 관리직으로의 평가가 이어진다는 내용이었다. 합숙 교육 후 처음 3개월간은 기본급 150만 원(세전)만 받고, 영업으로 얻은 수익은 기본금을 받지 않는 이후 9개월간 나눠서 할당된다고 했다. 3개월 근무 후 퇴사할 경우 그간의 영업 수익은 어떻게 되느냐 물으니, 1년 6개월 후에 받을 수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렇게 1년간의 영업 활동이 끝나면, 매니저 평가가 진행된다고 했다.

“정량 20%, 정성 80%의 절대평가죠. 절대로 실적을 보는 게 아니에요. 관리자를 뽑는 과정이기 때문에 인성을 중점적으로 보는 거죠. 매니저는 SM(Sales Manager)과 CM(Coaching Manager)으로 나뉘어요. SM으로 1년 정도 활동하고, 이후 PSM(부지점장) 6개월 정도를 거치면 BM(지점장)으로 승급되는 거죠. 지점장이 되면 그때 정규직으로 근무할지, 사업가형으로 근무할지 선택할 수 있고요.”

올해 2년차, 28세라고 밝힌 담당자는 본인이 영업만 하던 초기에는 연봉이 5500만 원이었다며 화이트보드에 크게 ‘5500’이라는 숫자를 적었다. 옆에 앉은 취준생 E씨는 연봉 5500만 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담당자의 이야기를 꼼꼼히 받아 적고, 중간 중간 질문도 해가며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E씨는 해외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금융권 취업을 희망해 관련 자격증이나 인턴 경험도 상당했다.

설명회가 끝나고, E양과 회사를 나서며 “왜 공채를 지원하지 않냐”고 물으니 “외국에서 살다 와서인지 기업 인적성 시험을 통과할 수가 없다”며 한숨을 지었다. 그러고는 기자에게 “어떻게 (그런 스펙으로) 이 자리에 초대 받았냐”고 물었다. “그냥 취업 포털에 이력서만 올리면 연락이 온다”고 하자 그녀는 허망한 표정을 지었다.


일주일 체험 보고서
이력서 열람 기업 총 10개 기업(은행·보험·증권·카드, 광고·홍보·전시·시설관리·경비·용역업체, 연구소·컨설팅·조사 업체 등)
연락 횟수 5회
[스페셜 리포트] 취업 포털에 이력서 올리면 정말 연락 오나요?
test 3
인문계열 이력서 올려보니

이력서
지원 분야 홍보, 교육
희망 연봉 2800만 ~ 3000만 원
이름 한예슬
생년월일 1989년 6월 16일
학력 사항 K대학교 한국어문학과 졸업 (언론정보학과 부전공) (3.6/4.5)
어학 점수 TOEIC 820점
주요 활동 및 사회 경험 사무보조 아르바이트(2013년 3월 ~ 2014년 2월)
홍보대행사 인턴 근무(2014년 3 ~ 9월)
해외 연수 및 해외 경험 호주 어학연수 (2010년 3 ~ 12월)
OA능력 문서 작성(한글/MS-Word) 전문가 수준 스프레드시트(Excel) 업무 바로 가능 프레젠테이션(PowerPoint) 업무 바로 가능 인터넷(정보검색/outlook) 전문가 수준


밤 10시까지 전화통에 불났다
올려놓은 3개의 이력서 중 가장 많은 연락을 받은 것은 인문계였다. 밤 10시가 넘어서까지 “한예슬 님, 아직 구직 중이신가요?”라는 전화가 끝없이 걸려왔다. 하지만 걸려온 수십 통의 전화는 모두 같은 업체. 홈스쿨링업체인 D기업이었는데, 서울권의 각 지사에서 모두 전화를 거는 듯한 느낌이었다. 지인에게 혹시 그 업체에 대해 아느냐고 물어보니, “과외 알선 업체”라며 “수수료 엄청 떼어먹는 악덕 기업”이라고 이를 갈았다.


학습지 교사, 영업 압박? 그런 거 없다니까
이력서를 올리고 3일 뒤,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학습지로 유명한 K기업이었다. 밝은 목소리의 중년 여성은 곧 채용설명회가 있으니 참석해보라고 권유했다.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기자에게 “이 일을 굉장히 잘할 것 같다”는 이해되지 않는 말도 덧붙였다. 채용설명회 당일, 찾아간 사무실에서 그녀는 대학 시절 과외를 해 보았냐 물으며 학습지 업무는 그에 비해 굉장히 쉽다고 설명했다. 프로세스가 정확히 만들어져 있고, 방문해 채점하고 정해진 해설만 하면 되기 때문에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쉬운 업무라는 것을 누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학습지 교사라고 하면 가장 걱정되는 것이 무엇이냐” 물으며 “영업에 대한 부담은 가질 필요 없다”고 장황한 설명을 늘어놨다.

“선생님은 수업만 성실하게 열심히 하시면, 엄마들 사이에서 다 소문이 나게 돼 있거든요. 선생님들이 영업을 할 필요가 없는 거죠. 내 할 일만 제대로 하면 실적은 자동으로 늘게 돼 있어요.”

‘열심히 영업하라’는 말보다 더 무서운 압박이었다. 실적이 늘지 않는다는 것은 곧 불성실로 취급된다는 뜻이기도 했으니 말이다. 본인이 담당하는 학생들의 과목 수에 따라 급여가 결정됐다. 과목당 37%의 수수료가 교사의 몫이었다. 초기에는 보통 100과목 정도를 담당하게 되기 때문에 월 급여는 120만 원 정도로 예상하면 된다고 했다. 6개월 만근하면 수수료는 42%로 올라가고, 15과목을 늘릴 때마다 1%씩 또 높아진다. 열심히 하면 46~47%까지 수수료를 높일 수 있다고 귀띔했다.


정직원 따질 때가 아냐, 일단 돈부터 벌어야지
그녀는 이어서 교사들의 과목 배당표를 보여줬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수업이 빽빽하게 차 있는 선생님도 있었다. 그에 비해 80과목이 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100과목이 안 되지 않냐” 물으니 “과목 수가 적더라도 처음 3개월은 100만 원까지는 보장을 해준다. 한예슬 선생님은 신경 써서 과목을 많이 받을 수 있는 지역으로 배당해주겠다”고 설명했다.

수업은 주 3일만 하더라도, 5일간 사무실 출근은 필수였다. 처음 설명할 때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쉬운 일’이라더니 “의외로 배울 게 상당히 많다”며 “사무실에 출근해 다른 선생님들 하는 일도 돕고, 업무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거기에는 학습지 채점 등의 업무도 포함돼 있었지만 따로 급여는 책정돼 있지 않았다.

학습지 선생님도 정직원이냐 물으니 지국장은 “정직원이라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며 “일단 돈이라도 좀 벌어야 하지 않겠냐”고 말을 돌렸다. “일반 학습지 교사는 정규직은 아니지만, 2년 정도 열심히 하면 정규직 지부장이 될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하지만 해당 지부의 지부장 경력을 물으니 “학습지 교사 10년차”라고 답했다. 학습지 교사 신청서를 작성하라는 지국장의 끈질긴 요구를 겨우 뿌리치고 사무실을 나왔다.


일주일 체험 보고서
이력서 열람 기업 총 50개 기업(교재·학습지 업체, 건설·건축·토목·시공 업체, 증권·보험·카드 업체, 기계·설비·자동차 업체 등)
연락 횟수 13회


글 박해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