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dustry 제 625호 (2007년 11월)

‘100달러 PC 만든다’…구글·인텔 등 지원

후진국 IT 격차 해소가 목표…북한에도 보급 추진

누구나 어릴 때는 무언가 되고 싶다는 꿈을 꾼다. 군인 소방관 과학자 대통령 등 자신의 꿈은 커가면서 구체화되고, 여기에는 주위 환경이 미치는 영향이 크다.

‘형사 콜롬보’를 보면서 형사를, ‘600만불의 사나이’나 ‘슈퍼맨’을 보고 과학자를 꿈꾸는 것처럼 어린 시절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자극을 많이 받는다. 하지만 그런 자극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자신이 어떻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할 수도 없을 만큼 가난한 일상이 지배하고 있다면 그 속에 살고 있는 어린이들은 꿈조차 가질 수 없을 것이다.

이런 환경에 있는 어린이들을 빈곤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해 MIT 미디어 연구소 니콜라스 네그로폰테(Nicholas Negroponte) 교수는 그 가능성을 정보기술(IT)에서 찾고 있다. 그는 어린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교육이며, 그 교육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방안으로 어린이들에게 교육용 PC를 보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OLPC(One Laptop Per Child) 재단을 설립했다.

네그로폰테 교수는 2005년 1월 스위스 다보스경제포럼에서 ‘100달러 노트북’을 만들어 전 세계 어린이들에게 보급하겠다는 ‘OLPC’ 프로젝트를 처음으로 공개해 세상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당시 노트북 PC 가격은 대당 1000달러가 넘었기 때문에 IT 업계에서는 현실성 없는 계획이라는 시선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OLPC 프로젝트 배경에 대해 아는 사람들은 네그로폰테 교수의 계획이 단순한 이상(理想)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OLPC 프로젝트는 천재 수학자이자 MIT 교수인 시모어 페퍼트(Seymour Papert), PC의 창시자로 알려져 있는 앨런 케이(Alan Kay) 등 IT 선구자들이 제시한 이론을 바탕으로 구성했다. 또 네그로폰테 교수는 이미 그의 저서 ‘디지털이다(Being Digital)’를 통해 비슷한 내용을 저술한 바 있다. 그는 글로벌 기업들의 참여를 이끌어내 OLPC 사업을 11월 12일 정식으로 시작했다.

네그로폰테 교수는 OLPC 프로젝트가 개발도상국 어린이들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역할을 할 것이며, 이는 IT 기술을 확산시켜 새로운 일자리와 시장을 창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7일 산업자원부가 주최한 ‘부품소재 국제포럼 2007’에 참석차 방한한 네그로폰테 교수는 “미래에는 지식의 격차보다 IT를 아는 자와 IT를 알지 못하는 자로 나눠질 것이기 때문에 개발도상국과 선진국과 격차는 더욱 커질 것”이라며 “OLPC 프로젝트는 IT 사업이 아니라 어린이들에게 최소한의 교육 기회를 제공해 주는 인권 운동”이라고 말했다.

네그로폰테 MIT대 교수가 주도

네그로폰테 교수는 OLPC 프로젝트를 밝히면서 ‘100달러 PC’를 표방했으나 실제 판매 금액은 188달러로 알려졌다. 각 언론들은 네그로폰테 교수가 처음 말한 것과 달리 PC 가격이 두 배로 뛰었다며 사업의 연속성에 의문을 제시했지만 정작 본인은 느긋한 표정이다. 그는 “우리도 처음부터 100달러 PC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100달러 PC’는 오히려 홍보 면에서 효과적일 것 같아서 사용했다. 하지만 내년에는 100달러에 원가를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네그로폰테 교수는 현재 OLPC 재단 연구진이 OLPC 가격을 더 낮추는데 연구를 계속하고 있으며 2008년에는 대당 원가를 100달러, 오는 2010년에는 50달러 수준으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가격을 지속적으로 낮출 수 있는 것은 대규모 생산을 통한 가격 경쟁력, 최소 원가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에서 비롯된다. OLPC ‘XO-1’은 LCD, CPU 등 주요 부품을 제외하고 통합 칩셋을 사용해 가격을 낮췄으며, 운영체제는 마이크로소프트 윈도 대신 무료인 리눅스를 사용했다.

현재 나이지리아 르완다 브라질 우루과이 페루 캄보디아 등 일부 국가에서 OLPC 7000대로 시범 사업이 진행 중이며, 연말까지 30만 대, 내년부터 월 100만 대를 생산해 해당 국가를 더 늘릴 계획이다. 제품 생산은 대만 PC 업체 콴타가 맡고 있다.

네그로폰테 교수는 “OLPC가 저렴한 것은 맞지만 싸구려 제품은 아니다”라며 “사업을 확대해 북한에도 꼭 OLPC를 보급하고 싶다. 한국 정부와 기업들이 도와줬으면 한다”고 의지를 밝혔다.

현재 OLPC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은 3000여 명, 이 중 미국 델라웨어에 있는 OLPC재단(www.laptop.org)에서 근무하는 50여 명만이 월급을 받으며 일하고 있으며 나머지는 모두 자원봉사자들이다.

사업 초기 무보수로 일할 수 있는 자원봉사자들을 모집했는데 글로벌 기업에서 근무하고 있는 전문직 종사자들이 앞 다퉈 지원한 것이다. 덕분에 OLPC 재단은 세계 최고 수준 인력들을 갖출 수 있었다.

가장 많은 인력인 OLPC 소프트웨어 개발자 2500여 명, 회계 법률 마케팅 등 실무를 담당하는 400여 명 및 네그로폰테 교수는 무보수로 일하고 있다. 네그로폰테 교수는 “자원봉사자들이 아니면 OLPC 사업을 진행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재정적인 지원은 글로벌 기업들이 맡고 있다. AMD, 브라이트스타(Brightstar Corporation), 이베이, 구글, 마벨, 노텔, 레드햇, 인텔 등 기업들은 OLPC 사업에 각각 200만 달러씩을 기부했다.

일반 소비자들은 OLPC를 구입함으로써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 12일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OLPC를 400달러에 구입하는 ‘G1G1(Give One Get One)’ 프로그램이 시작됐다. 400달러에는 기부금 200달러가 포함돼 OLPC 한 대를 구입하면 한 대를 제3세계 어린이에게 기부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개발도상국에서는 부담스러운 가격’

OLPC 사업에 대한 업계와 일반인들의 뜨거운 관심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는 OLPC가 개발도상국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않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다른 시각을 가진 진영에서 내세우는 것은 ‘비효율성’이다. 판매 가격에는 원가만 계산되었지 유지, 보수 등 현실적인 부분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OLPC 사용법을 교육시킬 수 있는 인력이 제3세계 국가에는 부족한 점도 문제다.

200달러에 가까운 OLPC 한 대가 한 명의 어린이밖에 교육 혜택을 제공하지 못하지만 2000달러로 도서관을 세우면 400명의 어린이들이 교육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튀니지(Tunisia), 말리(Mali) 등 대다수 아프리카 국가들에서는 OLPC보다 깨끗한 물과 학교가 시급한 문제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OLPC 특성상 네트워크 기능을 활용해야 충분한 교육적 효과를 볼 수 있는데 개발도상국의 경우 인터넷 인프라가 열악할 뿐만 아니라 비용이 비싸게 든다. 또 일부 지역에서는 인터넷으로 인해 성인물과 폭력 등에 어린이들이 노출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100달러 PC가 싼 가격인 것 같지만 개발도상국에는 여전히 부담스러운 가격이며, 현재 인도 인적개발자원부(Human Re-source Development)가 진행 중인 교육용 노트북 PC 사업이 대당 10달러 수준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너무 비싸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OLPC는 IT 기술을 이용해 어린이들에게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선진국과 개발도상국과의 IT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열쇠가 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브라질 및 남미 국가에서는 정부가 앞장서 OLPC 사업에 협력할 것이라고 밝힌 이유도 여기에 있다.

OLPC는 그것이 가져올 수 있는 부작용, 다른 PC 산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 등 산업적인 의미가 아니라 인간이 최소한 누릴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 주는 인권 운동으로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네그로폰테 교수가 세계를 대상으로 하고 있는 이 거대한 실험이 제3세계 개발도상국 어린이들의 운명을 바꿀 수 있을지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돋보기 OLPC ‘XO-1’ 성능은?

성능 개선보다 낮은 가격에 치중

제품 사양으로만 본다면 OLPC는 시대착오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낮은 사양이다. 크기는 242×228×32㎜, 무게는 1.45kg으로 언뜻 보면 어린이 장난감처럼 생겼다.

1200×900 해상도의 19.05cm(7.5인치) LCD, AMD 지오드 LX-700(433㎒) CPU, 256MB 메모리, 1GB 플래시를 저장매체로 사용한다. USB 단자 3개와 30만 화소 카메라, 유선 및 무선랜을 지원한다. SD메모리 슬롯이 있어서 메모리를 확장할 수 있으며 소비 전력이 2W밖에 되지 않아 장시간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전원이 없는 곳에서는 옵션으로 제공되는 팔찌, 펌프 형태 충전기를 사용해 전원을 충전할 수 있으며 충격과 습기 등에 잘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다.

매시 컴퓨팅(Mash Computing) 기술을 사용해 여러 대 OLPC를 연결한 뒤 한 대의 PC처럼 사용할 수 있어 저장용량 및 처리 속도를 높일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OLPC 재단은 향후 XO-1 후속작을 계속해 생산할 계획이지만 성능을 개선하는 것보다 가격을 더욱 낮춰 더 많은 OLPC를 생산하는 데 치중할 예정이다.

이형근·디지털타임스 기자 bruprin@gamil.com



당사의 허락 없이 본 글과 사진의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입력일시 : 2007-11-22 13:57


2014.10
통권984
Business 통권984호 이미지
대한민국 재도약의 조건
지난호 보기정기구독신청
콘텐츠 제작문의
콘텐츠 제작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