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제 665호 (2008년 09월)

‘어머니의 궁중요리 참뜻, 이어갑니다’

궁중요리 전문가 한복려 한복선 한복진 자매

각자의 분야에서 우리 전통음식, 그중에서도 궁중음식 연구와 보급에 뜻을 펼치는 세 자매가 있다. 궁중요리 전문가 한복려(62), 한복선(60), 한복진(57) 자매가 그 주인공이다.


한복려(가운데) 고려대 대학원 식품공학 석사. 중요무형문화재 제38호 조선왕조궁중음식 보유자. 드라마 ‘대장금’ 요리 자문. 궁중음식연구원장(현).

한복선(왼쪽) 한양대 식품영양학과 졸업. 경기대 외식산업경영학과 석사. 중요무형문화재 제38호 조선왕조궁중음식 기능이수자. MBC TV 요리 프로그램 ‘오늘의 요리’ 진행 및 다수의 TV 프로그램 출연. 한복선식문화연구원 원장(현), 한F&B HOLDINGS 회장(현).

한복진(오른쪽) 이화여대 가정대, 고려대 대학원 식품공학 석사 및 한양대 식품영양학 박사. 무형문화재 38호 조선왕조궁중음식 기능이수자. 전주대 문화관광학부 전통음식문화전공 교수(현).

한복려 한복선 한복진 자매를 이야기할 때 꼭 언급되는 사람이 있다. 바로 지난 2006년 작고한 고(故) 황혜성 선생이다. 자칫 사라질 뻔한 우리 고유의 전통음식 문화, 그중에서도 궁중음식 문화 연구에 평생을 바치는 한편 궁중요리 보급에 앞장서고 후학을 배출했던 고 황혜성 선생은 이들 자매의 어머니이자 다시없는 큰 스승이었다.

“어머니는 일본에서 서양 요리를 전공하셨지만 우연히 조선 요리를 배우기 위해 찾아간 낙선재에서 고종과 순종 대왕을 모셨던 고 한희순 주방상궁을 만나신 후 30여 년간 궁중음식 조리법을 전수받으셨죠. 한 상궁님이 제1대 궁중음식기능보유자셨고 어머님이 제2대 궁중음식기능보유자셨어요.”(한복려) 그 어머니의 뒤를 이어 제3대 궁중음식기능보유자가 된 이가 바로 한복려 궁중음식연구원장이다. 황혜성가(家)의 장녀이자 가장 먼저 황혜성 선생의 요리를 배운 첫 번째 제자이기도 한 그는 드라마 ‘대장금’의 자문을 담당하며 우리 음식을 전 세계에 알린 일등 공신으로도 유명하다.

“어머니의 자식들인 우리가 모두 궁중음식을 하게 된 것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이에요. 저 역시 언니나 동생처럼 어려서부터 어머니에게서 궁중음식을 배웠죠. 가장 훌륭한 스승 밑에서 평생을 배운 셈이기 때문에 요리 이외에 단 한 번도 다른 진로를 꿈꿔 본 적이 없어요.”(한복선)

한복선식문화연구원을 운영하는 한복선 원장은 MBC ‘오늘의 요리’ 프로그램을 다년간 진행하며 대중에게 잘 알려졌다. 현재 (주)한F&B홀딩스의 회장으로 전통음식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레시피를 개발하고 상품으로 대량생산, 판매하고 있다.

“어머니를 생각하면 늘 요리 연구에 몰두하시던 모습이 떠올라요. 그만큼 한길밖에 모르던 분이셨는데 그러면서도 우리에게는 너무나 자상한 어머니, 그 자체이기도 하셨죠. 아직도 어렸을 때 공부하던 제 옆에서 가만히 연필을 깎아주시던 어머니 모습이 선해요.”(한복진)

세 자매 중 막내로 전주대 문화관광대에서 전통식문화를 가르치고 있는 한복진 교수 역시 언니들처럼 어머니의 조교를 하며 궁중음식을 배웠다고 한다. 평생 맛의 세계를 탐구했던 어머니처럼 한복진 교수는 방학 때면 세계 여러 나라를 다니며 다양한 세계 식문화를 탐방하는 데 여념이 없다.

같지만 다른, 궁중요리를 향한 세 가지 길

세간에서는 이들을 모두 ‘궁중요리 전문가’란 이름으로 통칭한다. 하지만 같은 궁중요리 전문가라고 하더라도 이들 세 자매의 전문 분야는 저마다 다르다.

“어머니가 쓰신 자서전에도 언급돼 있지만 우리 세 자매는 같은 자매지만 참 달라요. 각자 타고난 재능도 다를뿐더러 성격도 많이 달라요. 그래서 어머니가 하시던 일을 받드는 것도 각자의 방법으로 하고 있는 것이죠.”(한복진)

한복진 교수의 말대로 세 자매는 가지고 있는 분위기조차도 참 다르다. 한복려 원장이 단아하면서도 올곧은 성품이 고스란히 나타나는 종갓집 안주인의 분위기라면, 한복려 원장은 유연한 분위기와 보는 이를 기분 좋게 하는 미소가 인상적이고, 한복진 교수에게서는 단단하면서도 예민한 학자다운 카리스마가 풍겨 나온다.

“다른 자매들처럼 우리도 언제나 서로가 반갑고 대견하고 기특한 그런 사이죠. 다른 점이 있다면 우리는 여느 자매들처럼 누구네 집에서 만나 정담을 나누는 게 아니라 주로 연구원에서 만나 서로가 가진 정보를 공유하며 함께 연구를 한다는 점이고요.”(한복려)

서로가 왕성한 활동을 하는 만큼 한자리에 모이는 일이 쉽지 않지만 때로는 연구 결과를 토론하고 함께 저술 활동을 하기 위해 종종 한자리에 모이곤 한다. 이들이 모이는 장소이자 공부하는 공간인 ‘궁중음식연구원’은 1971년에 설립된 궁중음식 전수 기관이다. 이 연구원의 ‘조선왕조 궁중음식’은 중요무형문화재 제38호로 지정됐다. 황혜성 선생이 직접 사재를 털어 마련한 이곳에서는 궁중음식의 연구와 전수 교육이 이뤄져 왔는데 이들 자매에게는 ‘또 하나의 집’이나 마찬가지다.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궁중요리인 까닭에 세 자매는 각자의 역할에 대해 저마다 커다란 자부심과 책임감을 느끼며 산다.

“아직도 우리 궁중 식문화에는 더 섭렵하고 공부해야 할 것이 많아요. 궁중 식문화의 엄청나게 방대한 분량을 연구하고 정리해 후대에 남겨줘야 할 뿐만 아니라 우리 궁중음식의 대를 이어갈 전수자며 후학들을 많이 키워야 하죠. 전통 식문화 관련 서적 출간도 꾸준히 해야 하고요. 현재도 궁중의궤 중 하나를 정리하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한복려)

“궁중음식 연구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궁중음식의 대중화라고 할 수 있어요. 음식은 사람이 먹어야 비로소 그 의미가 생기는 거 아닐까요. 그래서 저는 궁중음식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가정 대용식 상품을 개발하고 있어요. 언니가 전통을 가르친다면 저는 그 전통을 보다 생활 속으로 끌어들일 수 있도록 역점을 두고 있죠. 매스미디어를 통한 다양한 활동들도 바로 그 때문이에요.”(한복선)

“전통의 계승과 대중에의 보급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학문적인 뒷받침이죠. 맛과 조리법뿐만 아니라 하나의 식문화로서 궁중음식이 가지는 가치를 연구하고 발전시켜야 한다고 봐요. 그게 제가 하고 있는 일이고요.”(한복진)

궁중요리의 뜻은 계속 이어질 것

같은 길을 서로 다른 방법으로 걷고 있지만 이들 세 자매의 목표는 결국 같다. 그것은 바로 선대로부터 전해 받은 소중한 문화유산인 궁중요리를 보다 발전시켜 후대에 전승하는 것이다. “결국은 사람이 가장 중요한 거죠. 그래서 제자라고 할까 다음 세대를 제대로 잘 가르치는 것, 사람을 잘 기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 제자를 잘 키우는 것, 그게 우리의 소망입니다.”(한복려)

“다행히 앞으로 이어져 가야 하는 무형문화재 38호는 우리 다음 세대로도 이어질 수 있을 것 같아요. 인하대 교수로 재직 중인 딸(정라나 교수)이 있는데 다행히 이 아이가 궁중음식에 조예가 깊고 외국에서도 오래 공부해 국제적인 감각도 갖추고 있어 기대를 하고 있죠. 그리고 언젠가는 우리 세 사람이 공부한 방대한 자료들을 모은 전통음식박물관을 세우고 싶기도 해요.”(한복선)

“궁중음식의 발전과 계승이라는 대승적인 소망을 제외하면 나머지 꿈은 그저 소박해요. 지금까지 너무 바쁘게 살아왔기 때문에 일을 그만두고 난 뒤에는 평범한 사람으로 살고 싶다는 거죠.”(한복진)

‘궁중요리의 발전과 계승’이라는 커다란 꿈과 ‘소박한 노후를 보내고 싶다’는 작은 소망까지 꼭 닮은 이들이 바로 오늘 우리가 만나는, 우리가 맛보는 궁중요리를 있게 한 주인공들이다. 앞으로 제2의 한복려, 제2의 한복선, 제2의 한복진이 등장하는 그날까지 열심히 달릴 이들 세 자매의 꿈과 소망이 모두 이뤄지길 바란다.

김성주·자유기고가 helieta@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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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08-08-26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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