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제 672호 (2008년 10월)

집값 ‘정상’…‘한국판 서브프라임 없다’

‘폭락론’ 갑론을박 - 거품은 없다

세계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져 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어서 주식시장의 폭락과 함께 환율이 급상승하고 있고 시중 금리도 오르고 있는 추세다. 어느 것 하나 희망적인 소식이 없다. 이 틈에 부동산 폭락론까지 고개를 들면서 국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부동산 폭락론을 펴는 이들이 내놓는 주된 논리는 ‘현재 집값은 상당한 거품이 끼어 있기 때문에 언젠가는 폭락할 것’이라는 것이다. 이것부터 짚어보자.

근거1-집값이 오른 것은 돈 가치 하락 때문

그동안 집값이 오른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가 유동성의 증가, 즉 돈의 가치가 그만큼 떨어졌다는 것이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1997년의 통화량(M₂ 기준)은 482조4000억 원이었다. 반면 지난 8월 말 현재 우리나라의 통화량은 1386조1000억 원이다. 11년 동안 돈이 2.87배나 풀린 것이다. 다시 말해 1997년에 1억 원짜리 땅을 샀거나 1억 원어치의 금을 사 두었다면 올해 7월 말에는 2억8733만 원어치가 되어 있어야 본전을 한 셈이다.

그러면 그동안 집값은 얼마나 올랐을까. 국민은행 자료에 따르면 1997년 8월 말부터 2008년 8월 말까지 11년 동안 전국 주택 매매 가격 상승률은 49.7%다. 11년 전에 사둔 1억 원짜리 집이라면 많이 오른 곳도 있고 적게 오른 곳도 있어 평균적으로 올해 8월 말 현재 1억4970만 원 정도라는 의미다. 만약 서울에 연립주택이나 빌라를 사 두었다면 1억4180만 원 정도 할 것이고, 단독주택을 사 두었다면 1억5230만 원 정도 할 것이다. 서울에 아파트를 사 두었다면 시세가 조금 다른 주택보다 더 올라서 2억5420만 원 정도 할 것이다. 서울 중에서도 한강 이북 지역이라면 현재 시세는 1억9950만 원 정도, 한강 이남 지역의 아파트를 샀다면 2억8850만 원 정도 될 것이다.

결국 통화량 증가보다 집값 상승률이 높았던 곳은 서울 한강 이남 지역의 아파트 시장뿐이다. 그것도 돈 가치가 떨어진 것에 비해 0.4% 정도 더 올랐을 뿐이다. 일부 주택 시장이 이 정도 오른 것 가지고 전체 부동산 시장이 거품이니 폭락할 것이란 말은 심한 과장이 아닐 수 없다. 지방의 경우 11년 전보다 시세가 하락한 곳도 많다.

물론 인기 지역의 랜드마크 아파트나 전철 개통 등 지역적 호재를 가지고 있는 아파트의 경우 시장 평균 상승률 이상 오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들 아파트가 시장 평균 상승률 이상 올랐다는 의미는 한강 이남 아파트라도 일반 아파트의 경우 통화량 증가율보다 적게 올랐다는 의미가 된다. 결국 부동산 폭락론자들이 말하는 거품론은 (본인들이 관심있는)몇몇 인기 아파트에 거품이 끼어 있다는 주장에 불과한 것이다.

근거2-주택담보대출 심각한 상황 아니다

부동산 폭락론자들은 한국에서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 사태와 같은 일이 벌어질 것으로 믿는 것 같다. 그러나 미국의 대출 시장과 우리나라는 그 성격이 전혀 다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크레디트 포인트 620점 이하의 신용 불량자에게 대출해 주는 고위험 상품이다. 평소에 다른 페이먼트(납부금)도 성실히 지불하지 않는 신용불량자들에게 담보 가치의 80~100%까지 대출해 주었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담보 가치가 대출 잔액보다 더 떨어지자 이들 신용 불량자들이 주택을 포기했다.

예를 들면 자기 돈 5만 달러와 대출 45만 달러를 합해 50만 달러짜리 주택을 샀는데 주택 값이 40만 달러로 떨어지자 원리금 납부를 거부한 것이다. 갚을 능력이 있어도 갚으면 손해라는 생각 때문에 갚지 않는 자발적 채무 불이행자가 늘어났던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상황은 미국과 전혀 다르다. 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2007년 말 현재 주택 담보 대출자의 평균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은 37%에 불과하다.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을 통해 추가로 대출 받아서 담보 대비 80~90% 되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출 없이 사는 사람도 있으므로 그 평균이 37%라는 의미다.

물론 담보 비율이 높은 주택 중에 대출 원리금을 갚지 못해 경매로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평균 수준의 대출자라면 아무리 이자 부담이 높아진다고 하더라도 63%의 자기 돈을 포기하지는 않는다.

더구나 은행이 담보를 잡고 대출해 줄 때 대출금만큼만 담보로 잡는 것은 아니다. 통상 주거용 부동산은 대출금의 120% 정도를 담보로 확보해 놓기 때문에 부실의 가능성은 그만큼 더 낮다.

한국은행이 지난 9월 중순에 16개 시중은행을 상대로 조사한 ‘국내 은행의 대출 태도 지수 추이 및 전망’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국제 금융 환경의 악화에 따라 4분기의 대출은 좀 더 보수적으로 운영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러나 중소기업 대출(마이너스 41)이나 대기업 대출 (마이너스 28)에 비해 가계 대출, 특히 주택 담보대출은 마이너스 9로, 이전보다 대출 받기가 더 어려워지겠지만 기업 대출에 비하면 사정이 훨씬 양호하다고 할 수 있다. 은행이 어떤 곳인가. 한 푼의 손해도 보지 않으려는 가장 보수적인 집단이다.

결국 현재의 우리나라 금융권의 문제는 국제 경제 환경 악화에 따라 전 분야에 나타나는 현상이지 주택 담보대출 시장에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근거3-부동산 폭락론의 이중적 태도

폭락론자에 따르면 거품은 가만히 나둬도 저절로 터지기 때문에 정부가 아무리 부양하려고 해도 헛고생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부동산 규제 완화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그들이다. 어차피 터질 거품이라고 생각하면 정부가 규제를 완화하건 하지 않건 상관없을 것이다. 더 나아가 한국 경제의 앞날을 걱정한다면 오히려 급격한 거품 붕괴를 막고 연착륙을 유도하기 위해 부동산 규제 완화를 적극적으로 주장해야 앞뒤 논리가 맞다.

결국 폭락론자의 논리는 객관적 사실에 근거하기보다는 ‘부동산 시장에 거품이 제거돼야 한다’는 당위성에 근거한 희망 사항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사실(factor)과 견해(opinion)는 다른 것이고 “될 것이다”와 “해야 한다”는 전혀 다른 이야기다.

투자의 알파와 오메가는 ‘탐욕’과 ‘공포’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주식을 해 본 사람이라면 이 단어의 의미를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상승기에는 아무거나 사 두어도 다 오른다고 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게 마련이다. 이들은 투자자의 ‘탐욕’을 자극해 먼 훗날의 고통을 잉태하게 한다.

반대로 하락기에는 세상이 금방 망할 것 같이 사태를 과장되게 말하는 사람들이 출현한다. 이들은 투자자의 ‘공포감’을 자극해 아까운 자산을 헐값에 던지게 한다. 10년 전 외환 위기 때 가치 있는 자산을 싼값에 취득해 자산가의 반열에 오른 사람이 있는 반면, 그 반대편에는 보석 같은 자산을 헐값에 내던지고 훗날 후회의 피눈물을 흘린 사람도 있다.

부동산 시장에도 상승기가 있고 하락기가 있다. 금융시장의 혼란은 투자 환경에도 많은 영향을 끼칠 것이다. 그러나 변화는 위기이자 기회다. 중요한 것은 세상을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 눈에만 기회가 보인다는 것이다.

아기곰·부동산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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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08-10-16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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