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제 672호 (2008년 10월)

부동산 대폭락설 업체 추적

“잔치는 끝났다. 거품의 시대는 가고 붕괴의 시대가 온다. 나라 전체가 아파트 거품에 취해 살던 시대가 저물어간다. 이제 빚잔치를 해야 한다. 가뜩이나 힘겨운 한국 경제에 엄동설한이 다가온다.”(‘부동산 대폭락 시대가 온다’(한경BP) 중)

“모든 종류의 자산은 가격이 오르거나 내린다. 단순히 가격이 내린다고 해서 거품이 꺼진다고 할 수 없다. 지금은 국제 금융시장 상황 등이 한국 부동산에 부정적으로 작용하면서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 담보대출 문제로 금융 시스템이 흔들릴 정도로 심각한 상황은 아니다.”(손재영 건국대 부동산대학원장)

한국 부동산 시장을 두고 이렇게 상반된 이야기가 나온다. 한쪽에선 부동산 시장이 L자형으로 뚝 떨어지는 ‘대폭락’을 이야기하고 또 한쪽에서는 ‘기우’라고 응수하는 격이다. 현재 한국 부동산 시장에서 벌어지는 ‘폭락론’ 공방의 한 장면이다.

‘폭락론’은 최근 갑자기 대두된 게 아니다. 사설 경제연구소인 김광수경제연구소와 정태인 성공회대 겸임교수 등은 몇 년 전부터 부동산 거품 붕괴 가능성을 제기해 왔다. 인터넷에선 ‘아내모(아파트 값 거품 내리기 모임)’ 등이 수년 전부터 목소리를 높여 왔다. ‘부동산 대폭락 시대가 온다’의 저자 선대인 씨도 이미 3년 전 ‘대한민국은 부동산 공화국이다?’라는 책을 통해 경고를 시작했다.

그런데 왜 하필 지금 폭락론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것일까. 최근 나타나는 국내외 징후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세계 경제, 그중에서도 부동산과 금융의 움직임에 일제히 적신호가 켜지면서, 한편으로는 대폭락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관련 데이터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우선 건설업계의 골칫거리 미분양 통계부터 보자. 국토해양부는 최근 ‘7월 말 현재 전국 미분양 주택이 16만595가구로 1993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와 관련, 건설업 체감 경기가 사상 최악이라는 소식도 이어졌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발표한 9월 건설업 경기실사지수(CBSI)는 지난 4월 이후 6개월 연속 50대(기준치 100을 넘으면 경기가 좋은 것, 100 미만이면 악화됐다는 의미)에 머물렀다. 조사를 시작한 이후 가장 좋지 않은 기록이라는 게 건산연의 설명이다.

시세 정보 업체 부동산뱅크는 ‘버블세븐 지역 매매가 올 들어 평균 2500만 원 하락’이라는 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특히 목동 분당 용인 서울 강남의 하락폭이 컸다는 조사 결과였다. 또 부동산114는 9월 서울 66㎡(20평) 이하 아파트 값이 0.2% 떨어지며 올 들어 첫 하락세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내내 강세를 보이던 소형 아파트도 꺾이고 말았다는 것이다.

심각성은 실제 거래 현장에서도 느낄 수 있다. 특히 2006년 하반기 고점을 찍으며 전성시대를 구가한 용인과 분당신도시는 시장이 ‘올스톱’이나 마찬가지다. 한때 15억 원을 호가하며 골프장 조망 아파트로 이름을 날린 동아솔레시티 274㎡(83평)는 지금 10억 원대 매물이 나와 있지만 팔리지 않고 있다. 30% 이상의 하락 폭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이를 증명하듯 용인의 아파트 거래량은 2년 전에 비해 10분의 1 이하로 떨어졌다. 분당신도시는 2006년 11월 2494건이었던 거래량이 올 8월 현재 180건으로 줄었다. 그나마 8월까지는 사정이 나은 편이었고 아직 나오지 않은 9~10월 통계는 이보다 훨씬 더 떨어질 것이란 게 현지 중개업소들의 전언이다.

대세 하락 vs 일시적 현상

선대인 씨 등 대폭락 전망을 내놓는 쪽에서는 이런 현상들을 ‘대세 하락기 진입의 증거’로 보고 있다. 특히 부동산을 매입하기 위한 담보대출이 늘면서 가계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이는 금융 회사의 부실을 불러올 수준이 됐다는 지적이다. 또 집값 거품 때문에 투자 수익률이 사실상 마이너스로 돌아섰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더 이상 아파트에 투자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세계 경제 동조화 현상으로 한국 부동산 시장 역시 장기 침체에 들어섰다고 보고 있다. 선대인 씨는 “지금의 집값 하락은 외환위기 때처럼 일시에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이미 집값은 변곡점을 지나 대세 하락기에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가격 하락세가 ‘정상 범위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선 씨 등이 펴는 폭락론은 과도한 우려라는 것이다. 모든 자산이 그렇듯 시장 환경 변화에 따라 가격이 오르내리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다.

손재영 건국대 부동산대학원장은 “자산의 가격이 내재가치를 초과했을 때 거품이라고 하는데, 현재 집값 하락은 내재가치 하락이 아닌 경기 침체 때문”이라고 했다. 또 “미국 일본과 같은 거품 징후가 보이지 않는다”며 “주택 수요 예측을 해 보면 2030년까지 수요가 이어진다”고 밝혔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동산연구소장도 비슷한 의견을 내놓았다. 그는 “최근의 가격 하락세는 거품 붕괴로 보기 힘들다”면서 “폭락론에 경제 논리 외 이데올로기가 포함된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고 했다. 재미 부동산 칼럼니스트 아기곰은 “주택 가격 상승은 돈 가치 하락에서 기인한 측면이 크며 한국판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사태는 없다”고 잘라 말하기도 했다.

부동산은 한국인 가계 자산의 80%를 차지하며 그동안 제1의 재테크 수단으로 맹위를 떨쳤다. 이 때문에 부동산의 운명은 전 국민의 관심사나 다름없다.

“부동산 거품기의 치어리더인 부동산 전문가의 말을 믿다가는 낭패 본다.”(선대인) “변화는 위기이자 기회다. 공포감 때문에 아까운 자산을 헐값에 던질 것인가.”(아기곰)

자, 당신은 어느 쪽에 표를 던질 것인가.

박수진 기자 sjpark@kbizwee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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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08-10-16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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