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제 672호 (2008년 10월)

‘억, 억’ 추락…‘깡통 아파트’ 등장

현장을 가다 - 용인·분당

“2년 전 고점 대비 20~30% 떨어졌다고 보면 됩니다. 지금 분위기로 봐선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요.”(용인 죽전지구 C부동산중개 관계자)

강남권 주거지로 각광받았던 용인과 분당신도시 부동산 시장은 요즘 조용하다 못해 적막한 분위기다. 전세 매매를 막론하고 거래가 뚝 끊겼기 때문이다. 중개업소마다 매물이 쌓이는데 찾는 사람이 없다. 예년 같으면 가을 이사철 매물을 문의하는 전화가 이어졌겠지만 지금은 그마저 사라졌다. 이 지역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신기하리만큼 개미 한 마리 얼씬거리지 않는다”고 입을 모으면서 “수지 죽전 동백 등 대규모 아파트 공급이 이뤄진 용인 전체와 분당 신도시가 비슷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용인·분당 지역을 뒤덮은 집값 하락의 그림자는 추석 이후 농도가 짙어지고 있다. 공사가 한창인 판교신도시의 망치 소리가 무색하게 경계를 맞대고 있는 두 지역의 시름이 깊어만 가는 형국이다. 거의 모든 아파트 단지에서 연일 ‘억’ 소리 나는 가격 하락세가 나타나는 중이다. 이 때문에 개점휴업이나 다름없는 부동산 중개업소가 부지기수다.

급기야 감정가가 대출 원금보다 싼 이른바 ‘깡통 아파트’까지 등장했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80%까지 받을 수 있었던 2005년에 수억 원의 빚을 내 집을 샀다가 집값이 추락해 배보다 배꼽이 더 크게 된 케이스다. 죽전지구 K부동산중개 관계자는 “3년 전에 6억5000만원 하던 149㎡(옛 45평) 아파트를 5억 원 대출을 받아 샀다가 최근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경매에 넘어간 사례를 알고 있다”면서 “집을 팔아도 대출 원금을 갚을 수 없는 지경인데, 문제는 그마저도 팔리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이들 지역의 아파트 거래량은 가격이 고점을 찍었던 2006년 하반기에 비해 급감한 상태다. 국토해양부 통계에 따르면 용인 수지는 2년 전인 2006년 10월 2762건에 달하던 아파트 거래량이 올 8월 현재 282건으로 줄었다.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 셈이다. 분당은 사정이 더 좋지 않아서 2006년 11월 2494건이었던 거래량이 8월 현재 180건으로 뚝 떨어졌다. 이후 통계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9~10월에는 이보다 훨씬 더 떨어질 것이란 게 현지 중개업소들의 전언이다. 그나마 8월까지는 사정이 좋았던 편이었다는 이야기다.

‘외환 위기 버금가는 쇼크 상태’

용인에선 중대형 아파트들이 수난을 겪고 있다. 특히 입주한 지 3~4년 된 새 아파트의 106㎡(32평형) 이상에서 하락 폭이 크다. 입주 4년이 지난 죽전 현대7차 106㎡(33평)의 경우 2년 전 5억5000만 원이었던 가격이 현재 4억 원대 초반으로 떨어졌다. 지은 지 10년 안팎의 중고 아파트 중에서는 3억 원대로 가격이 떨어진 곳이 적지 않다.

그나마 165㎡(50평) 이상 대형 아파트 매물은 문의조차 없어서 현지 중개업소도 가격을 가늠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성복지구의 A부동산 관계자는 “성복동 LG빌리지 2차 204㎡(62평)가 올 초 8억5000만 원에 나왔지만 아직까지 팔리지 않고 있다”면서 “집주인이 7억 원대로 가격을 내리고 추가 조정이 가능하다고 하는데도 팔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개중에는 ‘참혹한’ 상황에 직면한 아파트도 있다. 한성컨트리클럽 조망 덕에 죽전에서도 가장 비싼 아파트 반열에 올랐던 동아솔레시티 274㎡(83평)는 최고 15억 원선까지 올라갔던 가격이 지금은 10억 원대로 떨어졌다. 무려 30% 이상의 하락 폭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골프장 조망이 어려운 저층의 경우 8억 원대에서도 매물을 고를 수 있다. B부동산 관계자는 “많이 오른 아파트일수록 하락 폭이 크다”면서 “몇 달 사이 5억 원이 떨어졌는데도 사겠다는 사람이 없다”고 했다.

분당신도시도 아파트 매매 시장이 거의 ‘스톱’됐다. “외환위기 버금가는 쇼크 상태”라고 말하는 공인중개사도 있다. 역세권 소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신혼부부 등 전세 수요가 간간이 이어지고 있지만 중대형 아파트 시장은 꽁꽁 얼어붙었다.

이는 분당 대표 주거지로 꼽히는 서현동 이매동 등에서도 예외 없이 나타나는 현상이다. 서현동 시범단지 삼성한신아파트 105㎡(32평)는 7억5000만 원까지 올랐던 가격이 6억 원선으로 떨어졌다. 저층 매물 중에선 5억~5억2000만 원을 부르기도 한다. 서현동 H공인 관계자는 “몇 달 동안 거래가 없어 중개업소도 가격 동향을 체크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밝혔다.

월세 못내는 중개업소 속출

분당 외곽에 있는 구미동 야탑동 분당동 등지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분당동 S공인 관계자는 “올 초에 내놓았던 매물이 아직 팔리지 않고 있다”면서 “중대형 비중이 높아서 전세 수요를 찾기도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낙폭이 커지면서 용인·분당 아파트 시장에선 ‘바닥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떨어질 만큼 떨어진 것 아니냐는 의견이다. 죽전지구의 임원택 공인중개사는 “수지 집값은 99㎡(30평)대 기준으로 4억 원이 지지선이 아닌가 싶다”면서 “이 정도 가격이면 실수요 중심으로 매수 타진을 해봐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당분간 더 떨어질 것”이라고 보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올 연말부터 판교신도시가 입주를 시작하고 광교신도시 분양이 본격화되는 만큼 물량 증가에 따른 하락세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그것이다. 분당 이매동의 안한선 공인중개사는 “매수자가 제시하는 가격에 거래가 되는 급급매물이 늘고 있다”고 전하고 “판교, 광교 물량을 감안하면 내년 상반기까지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한편 몇 달 째 거래가 끊기면서 수익을 내지 못해 운영난을 겪는 부동산 중개업소가 급속도로 늘고 있다. 용인 H공인 관계자는 “추석 이후 거래를 한 건도 못했다”면서 “두 달째 빚내서 월세를 막았다”고 했다. 분당 정자동 등지에서는 권리금을 포기하고 폐업하는 중개업소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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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08-10-16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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