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제 676호 (2008년 11월)

탈권위 시대 … 균형잡힌 인재 키워야

잭 웰치 전 GE 회장에게 듣는 인재 육성법

이번 포럼에서 가장 화제를 모은 주인공은 잭 웰치 전 GE 회장이었다. 개막식이 열린 5일 ‘미래를 주도할 핵심 인재, 어떻게 기를 것인가’를 주제로 진행된 위성 좌담에서 잭 웰치 전 회장은 73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예리한 통찰력과 유머 감각으로 행사장의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이날 좌담에는 장 로베르 피트 전 프랑스 소르본대 총장과 서남표 카이스트 총장이 참여했으며 이두희 고려대 교수가 사회를 봤다.

이두희 교수: 현재 금융시장이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어떤 리더십과 인재가 필요한가.

잭 웰치 전 회장: 우선 용기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리더는 모든 사람에게 현실을 정확히 알려야 한다. 자신이 원하는 쪽으로 현실을 색칠하지 말고 현실을 알려야 한다. 그럼으로써 구성원들이 현실에 대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기업이 위기에 처했을 때일수록 정직하고 명확한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

이 교수: 금융 산업이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금융이 미래에도 중요한 역할을 계속할 수 있을까.

웰치 전 회장: 절대적으로 그렇다고 본다. 물론 더 효과적인 규제도 필요하고 새로운 관행도 구축돼야 한다. 이를 통해 리스크를 보다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미국을 문제의 근원으로 본다. 하지만 상당수 나라들이 그동안 크레디트에 너무 느슨한 정책을 취해 왔다. 많은 나라들이 과도하게 차입했고 아이슬란드 같은 작은 나라도 마찬가지였다. 앞으로 1년간은 과도한 레버리지를 해소하는 정책을 취해야 한다. 개인 소비자도 마찬가지다. 가장 먼저 부채를 줄여야 한다.

장 로베르 피트 전 총장: 글로벌 지도자의 교육에 대해 묻고 싶다. 미래의 글로벌 지도자는 금융이나 경영, 법학, 커뮤니케이션 등 이론적 지식뿐만 아니라 인문학과 예술에 대한 지식도 필요하다고 본다. 경제 위기도 기술적 문제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문화적 문제이기도 하지 않은가.

웰치 전 회장: 인문학도 큰 역할을 해야 한다. 특히 사회학을 통해 서로의 문화적 태도를 이해해야 한다. 전 세계 비즈니스스쿨에 대한 비난이 쏟아진다. 미국이 특히 그렇고 유럽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기술에만 치중해 인간을 간과하고 있다. 인간관계와 사회학, 대인관계를 가르치는 학습이 비즈니스스쿨의 근간이 돼야 한다. 전략과 기술은 그런 토대 위에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정반대 상황이다.

서남표 총장: 인재 선정과 교육에서 특별히 강조한 것은 무엇인가.

웰치 전 회장: 회사에서는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인재 육성의 핵심은 ‘4E1P’로 요약된다. 첫째는 에너지(Energy)가 있어야 한다. 두 번째는 이 에너지를 주위 사람에게 전파하는 에너자이저(Energizer)가 돼야 한다. 날선 사람처럼 어려운 결단을 내리는 결단력(Edge)도 필요하다. 강한 실행력(Execution)과 모든 것에 관심을 갖는 열정(Passion)도 빼놓을 수 없다. 최고경영자(CEO)의 가장 중요한 자질을 묻는다면 첫 번째가 진실성이라고 답하고 싶다. 본인의 마음속 생각을 속이지 않고 있는 그대로 말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래야 주변 사람들이 믿을 수 있고 자발적으로 따르기 때문이다. 거짓말을 하지 않고 자기 말을 번복하지 않는 사람이어야 한다. 또 힘든 상황을 이겨내는 저력과 끈기도 필요하다. 마지막은 모퉁이를 다 돌아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모퉁이를 돌아서 무엇이 나타날지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1990년대 초반에 아시아의 금융 위기를 미리 예측한 사람이 있다. 미래를 예견하는 능력이 있어야만 CEO로서 성공할 수 있다.

이 교수: 그런 기준으로 보면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의 리더십은 어떤가.

웰치 전 회장: 우선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다. 또한 대규모 인원을 조직할 만큼 에너자이저다. 게다가 어려운 결정을 하는 결단력과 추진력도 갖췄다. 조금 전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왜 당선됐는지에 대해 칼럼을 하나 썼다. 그 이유는 세 가지라고 생각하는데, 다른 경영자들에게도 좋은 교훈이 될 것이다. 첫째는 비전과 메시지가 명확했기 때문이다. 중간에 메시지를 바꾸면 혼란만 주게 된다. 명확한 비전을 세우고 이를 계속 반복해야 한다. 둘째, 오바마 상원의원은 캠페인을 현명하게 이끌었다.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과 경선할 때 힐러리 진영은 중요한 주는 빼놓지 않고 다 방문했다. 세일즈맨처럼 기존 큰 고객을 방문하는 식이었다. 하지만 오바마 상원의원은 오히려 새로운 주를 찾아갔다. 네바다 등 그동안 별로 관심을 받지 않았던 작은 주들을 돌았다. 새로운 시장을 연 것이다. 바로 CEO가 할 일이다. 셋째는 인적 자원이다. 성공을 위해서는 주변에 훌륭한 사람을 둬야 한다. 오바마 상원의원은 주변에 언론과 미디어가 있었다. 그들은 오바마 상원의원을 매우 좋아했다. 그래서 실수를 했을 때도 언론에 많이 보도되지 않았다. 언론이 잘 모르는 깜짝쇼도 벌이지 않았다. 언론이 충분히 예상한 조지프 바이든 상원의원을 부통령 후보로 지명한 것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매케인 상원의원은 달랐다. 사라 페일린 주지사를 부통령 후보로 내세우면서 깜짝쇼를 벌였고 언론을 당황하게 했다. CEO는 이사회 멤버들 앞에서도 깜짝쇼를 해서는 안 된다.

피트 전 총장: 사회 여러 부문에서 진화가 이뤄지고 있다. 기술과 지정학, 경영 환경도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 미래에 필요한 인재는 어떤 유형인가. 또 이를 위해 대학들은 어떤 준비를 해야 하나.

웰치 전 회장: 앞서 말했듯이 인간의 균형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또한 동시에 급속히 나타나는 변화들에도 주목해야 한다. 대표적으로 권력 구조가 변하고 있다. 위에서 지시하는 방식에서 상향식으로 바뀌고 있다. 인터넷에서는 페이스북이나 마이스페이스 등을 바탕으로 온라인 커뮤니티가 구축된다. 과거에는 조직 구성원이 아이디어를 냈을 때 상사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이 아이디어를 바로 없앨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다양한 지적 커뮤니티에 대응해야 한다. 이들은 ‘지위’에 대해 반문할 것이다. 학습을 갈구하는 기업들은 이러한 커뮤니티들의 노하우를 반영해야 한다. 전 세계의 지식은 방대하고 많은 변화가 빠르게 일어난다. 기업 안에 수많은 커뮤니티가 생기고 수많은 정보가 교류된다는 사실을 잘 이해해야 한다. 리더들은 이제 권위에 대한 도전을 인식하고 이런 지식들을 긍정적으로 활용하지 않으면 안 된다.

서 총장: 한국에서는 대학 교육 개혁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진정한 개혁을 위해서는 균등 분할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보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웰치 전 회장: 모든 파이 조각을 똑같이 잘라선 안 된다. 차별화가 필요한 것이다. 이는 대학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라 기업도 마찬가지다. 삶의 모든 활동은, 예를 들어 피넛 버터를 골고루 바르는 식으로 한다면 성공할 수 없다. 한국도 계속해서 차별화를 추구해야 한다. 대학이나 기업이나 마찬가지다. 균등 분할이 아닌 차별화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이 교수: 평소 ‘20대 70대 10 법칙’을 주장했는데, 하위 10% 인재를 퇴출시키는 게 특히 아시아 문화권에서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웰치 전 회장: GE는 아시아에도 많이 진출해 튼튼한 기반을 갖추고 있다. 일부 조정은 가능하지만 기본 원칙은 같다. 기업은 상위 20% 인재가 이끌어 간다. 중간 70%는 그 20%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한다. 반면 하위 10%는 해고는 아니더라도 하위 10%라는 점을 이야기해 준다. 그 어느 누구도 10%에 있고 싶어 하지 않는다. ‘당신은 하위 10%다’라는 말을 들으면 대부분은 더 노력하거나 다른 곳으로 직장을 옮긴다.

서 총장: 카이스트도 개혁 과정에서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다. 우선 하위라는 것을 알려주고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도록 해줬다. 처음에는 큰 충격이었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받아들여진 상태다. 그렇게 하는 게 오히려 더 잘 맞는 부분을 찾아 가도록 도와주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

웰치 전 회장: 지금의 실력을 사실대로 알려주는 것은 우리가 베풀 수 있는 최고의 호의다. 너무 늦은 후에 알리는 것보다 훨씬 나은 일이다. 경기 침체나 위기 상황에서 기업들이 직원을 해고할 수도 있다. 그때 특정 직원에게 더 이상 나오지 말라고 하면 이유를 물을 것이다. 지금까지 성과가 좋지 않았다, 실적이 떨어졌다고 설명하면 또 반문할 것이다. 30년이나 근무했는데 왜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느냐고 말이다.

이 교수: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사람은 누구인가.

웰치 전 회장: 정말 궁금하다면 우리 어머니라고 말하고 싶다. 나는 어머니가 40세에 나은 외아들이었다. 어릴 적 언어장애가 있었고 잘 알겠지만 그게 지금도 남아 있다. 말을 더듬을 때 어머니는 ‘걱정하지 마라, 혀가 너의 빠른 머리 회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라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나는 키가 작았지만 자신감을 갖고 항상 열심히 했다. 부모님은 늘 나에게 자신감을 줬다. 자랄 수 있는 햇빛을 준 것이다. 대학에서도 잘하는 학생에게 자신감을 북돋워 줘야 한다. 이런 학생들이 스스로를 큰 사람으로 느끼도록 해야 한다. 이게 누군가에게 베풀 수 있는 가장 큰 호의다.

장승규 기자 skjang@kbizwee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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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08-11-13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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