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제 699호 (2009년 04월)

뿔난 충청도 ‘세종시 할껴 말껴’

“여권에서 ‘이명박이 되면 행복도시(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시)는 없다’고 모략하고 있다는 걸 잘 안다. 그러나 대통령이 되면 행복도시 건설은 정책의 일관성 측면에서 예정대로 추진할 것임을 분명히 한다. 대신 기존 계획에 과학기업도시 기능을 추가하고 주변 대도시와의 연계 시스템을 강화해 행복도시와 주변 지역 간 자족·상생적 발전이 가능하도록 만들겠다. ‘이명박표’ 행복도시를 만들 테니 지켜봐 달라.”

지난 2007년 11월 28일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는 충남 연기군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존 행복도시에 복합기반시설을 구축해 자족 기능을 대폭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 대선 공약을 재차 확인했다. 하지만 대선이 끝난 지 1년여간이 지난 지금, 행복도시 건설 논란은 다시 가열되고 있다. 지난 4월 7일 한나라당 차명진 의원은 국회 대정부 질문을 통해 “행복도시는 망국의 길로 가는 대재앙이다. 이대로 가면 행복도시는 유령시가 될 것”이라며 “국가 균형 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러자 야당을 비롯해 충청도민들은 “뭉그적거리던 이유를 이제야 알았다”며 대여 공세의 포문을 열었다.

차명진 의원은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보좌관 출신으로 김 지사의 지역구인 부천 소사에서 17, 18대 국회의원에 내리 당선됐다. 김 지사의 심복으로 통하는 그가 대정부 질문에서 그동안 여권이 쉬쉬 하던 뇌관을 건드린 것을 두고 “행복도시 건설을 포기하기 위한 수순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보내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논란이 일자 답변에 나선 한승수 국무총리가 “행복도시 건설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원안대로 추진할 것”이라며 한발 물러섰지만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민주당 자유선진당 등 야당과 충청도민이 의구심을 보내는 이유는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해 한나라당 상당수 의원이 과거 참여정부 시절 행복도시 건설에 적극 반대했다는데 있다. 이 대통령은 서울시장 재직 시절 “탱크를 동원해서라도 막겠다”고 얘기했을 정도로 행복도시 건설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었다.

세종시 지위 놓고 여야간 입장 차

비록 대선 과정에서 선거 공약으로 채택했지만 애초부터 건설 의지가 없었던 것 아니냐는 것이 근본적인 물음이다. ‘이명박 표’식 행복도시를 도통 알 수 없다는 것이 야당과 충청도민들의 생각이다.

도시 지위를 골자로 하는 ‘세종시 설치특별법’이 아직도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해당 지역 주민들의 불안감을 키우는 이유다. 일단 지난 1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에서 세종시에 대해 정부 직할의 광역시로 지위를 부여한다는데 여야가 합의를 도출했다. 하지만 법이 시행되기 위해선 전체회의와 본회의 처리라는 산을 넘어야 한다. 아직도 한나라당 수도권 의원들은 세종시를 기초 시군수 수준의 특례시로 하겠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만약 행복도시가 특례시로 지정되면 9부2처2청의 중앙부처와 38개 산하기관만 옮겨가 충남도에 소속된 지방자치단체로 격하된다. 여기에 정부 조직 개편으로 이전 부처를 재조정하는 상황에서 주무 부처인 행정안전부가 ‘정부기관 이전 변경고시’에 미온적인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문제는 해결책이 뚜렷하지 않다는데 있다. 행복도시를 건설해야 하는 당위성은 충분하지만 사업성을 따져보면 해법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는 게 정부 여당의 판단이다. 시간을 더 거슬러 올라가면 행복도시는 처음부터 성격 자체가 불분명했다는 것이 학계나 관련 업계의 중론이다.

신행정수도 위헌 판결로 누더기가 된 상태에서 도시 성격이 불분명해졌다는 것은 심각한 골칫거리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자족 기능이다. 정부 부처 이전에 따른 인구 유입이 많아야 6만 명으로 추산되기 때문에 나머지 44만 명 인구를 어떻게 끌어들이느냐가 현재로선 관건이다. 당장 정부는 행복도시에 교육, 정보기술(IT)산업을 집중 육성할 계획이지만 경기 침체에다 행정 부처 이전까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선 이마저도 쉽지 않아 보인다.

한 정부 관계자는 “지금 상태라면 행복도시 자족 기능은 6~7% 수준이다. 이는 30~50%에 달하는 기업도시, 혁신도시보다도 낮은 수치”라며 “정부 기관 일부가 대전으로 이전한 지 10여 년이 지났지만 관련 직원 25%가 아직도 가족을 서울, 수도권에 놔두고 있는 것은 곱씹어 봐야 할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행복도시에 너무 급급하지 말고 값싸게 토지를 제공하고 세금 부담을 줄여 국내외 기업들을 유치하는 것에 신경을 쓰는 것이 차라리 낫다”고 주장했다.

송창섭 기자 realsong@kbizwee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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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09-04-23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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