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알아야 할 남성의 섹스

[한경 머니 기고=배정원 행복한성문화센터 대표·성전문가·보건학 박사·유튜브 ‘배정원TV’]몸과 마음이 함께 만나는 섹스에서 남녀가 서로를 정확하게 맞추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하지만 서로의 몸과 마음을 잘 이해할 수 있다면 섹스는 서로의 사랑을 붙들어주는 강력한 소통 방법이 될 것이다.

“얼마 전에 남편과 길을 걷다가 남편이 어떤 여자를 너무 쳐다보는 바람에 마음이 상했어요. 그녀가 가슴이 많이 파인 옷을 입고 있긴 했지만 눈알 굴러 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더라고요. 정말 창피해서….”

“부부관계를 하려면 제가 흥분하기도 전에 남편이 무리하게 삽입하려 하는 바람에 아프기도 하고, 짜증이 나요. 정작 저는 흥분도 안 됐는데, 자신은 사정을 다 끝내고 일어나 씻으러 가는 모습을 보면 얼마나 얄미운지. 이제는 포기했어요.”

여성들이 흔히 말하는 성적 불만들이다. 사실 남성은 여성보다 더 시각적으로 예민하고, 보는 것으로 성적인 자극을 강하게 받기 때문에 여성의 드러난 맨살을 볼 때 흥분을 느낀다. 길을 걷다가 위의 경우를 당하면 상대 여성에게 성욕을 느낀다기보다는 성적인 자극을 받았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다. 그런데 여성의 경우는 이렇게 시각적으로 즉각적인 자극을 받기보다는 후각, 청각, 촉각의 복합적인 자극이 성욕과 성흥분을 불러온다.

이렇듯 남녀의 성 반응은 기저는 같지만 나타나는 반응의 양상이 다르기 때문에 흥분과 만족의 단계를 맞추어 가기가 쉽지 않다. 이를테면 성적으로 흥분하면 남성도 여성도 성기로 피가 몰려 들어가는 충혈현상이 일어난다.

이 충혈현상은 성기의 발기로 이어지는데, 이것은 남성에게는 빳빳한 성기의 강직함과 발기를 가져오고 여성에게는 성기 발기와 함께 질 윤활의 현상을 이끈다. 그래서 여성이 충분히 성적으로 흥분을 하면 아프지 않고 부드럽게 삽입과 피스톤운동이 가능한데, 충분히 흥분되지 않으면 삽입 시 통증을 느끼게 되고 심리적으로도 불편해진다. 당연히 흥분이 충분히 안 되면 만족하기도 어렵다.

◆남녀의 성심리는 같은 듯 다르다

몸만 만나는 것이 아니라 마음도 만나는 섹스는 남녀의 성심리가 다른 관계로 서로에게 맞추기가 쉽지 않다. 오죽하면 존 그레이 박사가 쓴 <화성 남자, 금성 여자>라는 책이 오랜 세월에 걸쳐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키고 있을까. 서로의 몸과 마음을 잘 이해할 수 있었다면 우리에게 인생은 좀 더 달콤한 것이 됐으리라.

성욕을 일으키는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은 대표적인 남성호르몬이다. 이 호르몬은 성욕을 부추기고, 경쟁하고, 정복하며, 성취하게 한다. 남성뿐 아니라 여성에게도 성욕을 일으키는 호르몬인데 남성에게는 여성보다 무려 20배가 많은 테스토스테론이 분비된다. 또한 남성은 성적으로 주도적이 돼야 하는 수컷으로서의 생리적인 욕구 외에도, 성충동을 드러내는 것에 관대한 사회·문화적 학습을 받아 왔기에 남성에게 성욕의 유무나 발현은 늘 중요한 관심거리다. 그런데 이 남성호르몬은 30대가 넘어가면서 1년에 1~3%씩 떨어지기 시작한다.

남성에게 성욕이 안 생기고, 일상생활에 재미가 없어지면 자신의 성호르몬 수치를 체크해볼 필요가 있다. 만약 호르몬 수치가 너무 낮으면 남성호르몬의 보충요법을 의사와 상의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러한 육체적인 요인 말고도 과도한 스트레스나 수면 부족, 좋지 않은 음식, 섹스보다 재밌는 다른 여러 가지가 성욕을 떨어뜨리거나 대체한다.

성흥분에 있어서 남성은 위에 말한 대로 시각적인 자극만으로도 즉각적인 발기가 가능하다. 여성은 분위기나 애무 등의 준비가 더 필요하지만 남성은 맨살을 보는 것만으로도 발기가 가능하기 때문에 삽입의 준비가 빨리 된다(물론 결혼생활에 익숙해지면 남성에게도 더 많은 것들이 필요하다. 이를 테면 정갈한 침구나 잘 정리된 아늑한 방, 로맨틱한 아내 같은).

그런데 인간 남성은 다른 동물들보다 여성과 좀 더 길게 관계를 가질 것이 요구돼 왔기 때문에 더욱 삽입 후 발기의 유지와 적기의 사정에 신경을 쓰게 됐다. 여성이 충분히 흥분하고 만족할 때 사정을 하면 좋다는 것을 남성들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그래서 기를 쓰고 강직상태를 유지하려 하기 때문에 삽입을 서두르는 것이다. 그러면서 정작 여성의 몸을 활짝 열게 하는 것은 부드럽고 섬세한, 때론 거친 애무라는 것을 모르는 남성이 많다. 그래서 아내들은 자신의 요구와 상태를 남성에 부드럽게 알려줄 필요가 있다.

남성의 흥분상태(발기상태)를 유지하려면 상대 여성의 협력이 필요하다. 당신의 애무에 만족하고 내가 흥분하고 있다는 신호로 신음소리를 낸다든가, 그런 몸짓을 보여주는 것이 남성의 흥분 유지에 도움이 된다. 또 이불로 목까지 꽁꽁 감추고 있기보다는 자신의 몸과 흥분한 몸짓을 보여줘라. 여기서 많은 여성들은 자신의 몸이 너무 말라서, 혹은 너무 뚱뚱해서 감추려는 경우도 많은데 대부분의 남편들은 아내의 몸을 좋아하고 만족해한다. 정작 남편을 흥분하게 하는 것은 날씬한 에스(S)라인의 모델 같은 몸매가 아니라 내 아내의 흥분한 모습, 자신의 성행위에 만족하는 아내의 몸짓인 것이다.

그래서 너무나 적나라한 형광등 불빛은 불편하지만 아주 캄캄한 것보단 오렌지 빛 적당한 조명 아래 드러난 아내의 몸이 남편을 더욱 흥분시킨다. 그리고 남성의 고환 부위(음낭)는 너무나 예민하다. 그래서 애무나 오럴섹스 등을 통해 음낭을 부드럽게 만져주는 것은 좋지만, 너무 거칠게 만지거나 때리면 극심한 고통을 느끼게 되니 조심해야 한다. 또 나이가 들면 남편에게는 더 많은 애무와 강한 자극이 필요하다. 결혼생활이 오래된 부부일수록 아내의 적극적인 참여가 남편의 성생활 만족도를 높인다. 자신에게 정말 혐오스러운 것이 아니라면 오럴섹스는 남편의 성감을 자극하는 데 효과적이다. 성기는 잘 씻기만 한다면 손이나 입보다 깨끗한 기관이다.

무엇보다 결혼생활이 그저 흘러가는 대로 무심하게 두지 않기 바란다. 섹스에 무관심해지면 점차 상대에게 무심해지고 냉담해진다. 섹스는 서로의 사랑을 붙들어주는 가장 강력한 소통 방법이다. 섹스만큼 서로에게 본질적으로 접근하고 알아 가면서 새로운 관계를 창조하는 행위는 없다.

배정원 행복한성문화센터 대표·성전문가·보건학 박사·유튜브 ‘배정원TV’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73호(2019년 10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