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경기 찾아온 아내와의 섹스는

[한경 머니 기고=배정원 행복한성문화센터 대표·성전문가·보건학 박사·유튜브 ‘배정원TV’]폐경 전후로 여자들은 성욕이 줄어드는 등 몸과 마음의 급격한 변화를 겪는다. 이 시기에 남자들도 갱년기가 찾아오게 되며, 이른바 부부관계는 위기를 맞이할 확률이 높다. 소소한 로맨스를 살릴 정서적인 윤활유가 필요한 이유다.

“아내가 얼마 전부터 폐경기 증후를 겪고 있는 것 같아요. 아침이면 땀에 푹 젖어 일어나고, 잠도 잘 못 자고, 갑자기 얼굴에 열이 오르는가 하면 걷잡을 수 없이 더워하다가 추워하고 아무튼 정상이 아니에요. 성격도 거칠어져서 별것 아닌 일에도 막 화를 내거나 소리를 지르는 일이 많아졌어요. 아주 힘듭니다.”

“아내가 지난해쯤 폐경이 찾아왔습니다. 그 이후에 성욕이 급격히 줄어들고 요즘은 부부관계를 하자는 두 달에 한 번도 말을 안 해요. 우리는 중년 이후도 규칙적으로 섹스를 해 왔고 둘 다 만족하는 편이었는데요. 간혹 섹스를 시작해 봐도 윤활액이 잘 안 나오는지, 아파해서 조심하다 보니까 저 역시 성욕이 덩달아 사라지는 것 같습니다.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아내가 폐경기를 겪고 있는 남편들의 호소다. 생식의 문을 닫지만, 자유롭고 대담한 새로운 인생 후반전의 문을 열어젖히는 폐경을 전적으로 부정적인 증상으로만 생각할 일은 아니지만, 폐경은 여성의 인생 단계를 통해 잘 겪어 내야 하는 시기인 것은 분명하다.

폐경기에 위와 같은 증상을 겪는 것은 단순히 몸만의 이유가 아니고 정서적·사회적 여러 원인들을 들 수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이 시기에는 신체적으로 성호르몬 분비에 이상이 생긴다는 점이다. 남성도 여성도 성호르몬은 그들의 성욕이나 흥분, 만족도에 큰 영향을 끼친다. 건강하면 평생 죽을 때까지 아기를 만들 수 있는 남자와 달리, 여자는 초경을 시작하고 대략 400~450번의 월경을 하고 나면 폐경(혹은 완경이라고도 하는)이 찾아와 더 이상 월경을 하지 않고 종족 보존의 사명을 다하게 된다.

남자들은 30대가 되면서 매년 1~3% 정도씩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수치가 떨어지며 점진적인 하향 변화를 겪는 데 반해 여자들은 폐경을 맞으면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분비가 거의 바닥을 치게 된다. 물론 난소와 부신, 또 지방대사에서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성욕을 부추기는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을 아주 조금 분비하지만 전과 비교하면 거의 안 나오는 것과 마찬가지라 여자는 성적으로 커다란 변화를 겪는다.

◆여성의 폐경과 남성의 갱년기

폐경 전후로 여자들은 성욕이 줄어들고(모든 사람이 다 똑같은 것은 아니지만), 질 윤활이 잘 되지 않아서 건조함을 느끼게 된다. 이 건조함은 단순히 성기만이 아니고 전신의 건조함으로 나타나 피부의 탄력을 잃을 뿐 아니라 눈과 입안의 물기도 적어진다. 그래서 아침에 일어나면 심하게 입이 마르고, 눈이 뻑뻑한 증상을 호소하기도 한다.

재채기를 하거나 웃기만 해도 소변이 새는 요실금이나 요도 부근의 감염으로 방광염이 자주 발병한다. 또 질 윤활의 부족과 에스트로겐 분비의 극감으로 인해 질벽이 얇아지는 현상은 삽입 시 화끈거림을 느끼거나 통증을 일으키기도 해 점점 섹스를 기피하게 만든다. 또한 성감대가 둔화되고, 성기로 향하던 혈액 감소로 자극에 무딘 반응이 일어나 애무나 피스톤 운동으로 인한 오르가슴이나 흥분의 감각이 약해진다.

이렇게 폐경에서 비롯되는 육체적인 변화와 함께 여자는 더 이상 월경을 하지 못하고, 아기도 가질 수 없다는 사실에 ‘여자로서의 정체성’을 잃은 듯한 상실감을 느끼는 경우도 많다. 또 탄력을 잃은 피부와 허물어져 가는 몸매에서 오는 자존감의 저하는 여자를 더욱 힘들게 한다. 그리고 사회적으로는 많은 시간 열심을 다해 쏟아 왔던 자녀들이 독립을 해 ‘빈 둥지 증후군’으로 인한 우울증과 함께 남편의 은퇴라는 높은 스트레스의 시기를 통과해야 한다.

설상가상 이때 중년 커플을 더 힘들게 하는 것은 파트너인 남자 또한 갱년기의 변화를 겪고 있다는 점이다. 남자 역시 갱년기를 겪으면서 가슴이 울렁거리고 식은땀이 나고, 성욕이 낮아진다. 또 이 시기쯤은 그동안의 폭식과 폭음, 흡연 등 나쁜 생활습관으로 인해 피돌기가 안 좋아지는 경우도 다반사다. 그래서 발기가 쉽게 잘 안 되거나, 발기가 돼도 강직도가 전 같지 않거나 금방 사라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더불어 사회에서는 젊은 시절부터 다니던 직장에서 은퇴를 앞두고 있는 경우가 많아 스트레스가 높아지고 미래에 대한 자신감은 떨어지고 두려움은 높아진다. 성을 능력으로 생각하는 많은 남자들은 발기가 사라질까 봐 삽입을 서두르거나, 배우자에게 이야기하지 않고 혼자 병원에 가서 비아그라 같은 발기부전 치료제를 처방받아 전과 같은 섹스를 하려고 하지만, 그것이 자칫 아내를 다치게 할 수 있다. 남편과 같이 이 시기의 아내에게는 준비가 필요하다.

바로 성호르몬의 보충요법이다. 자궁암이나 유방암의 유전적 요소가 없는 경우는 여성호르몬의 보충요법이 분명히 많은 도움이 된다. 호르몬의 보충요법을 통해 다시 질벽이 두툼해지면서 탄력을 찾고, 질 건조증이 많이 해소된다. 홍조나 식은땀 등 불편한 증상이 없어지고, 피부에도 탄력이 생기며, 많은 경우 불면증 해소에 도움을 받는다. 무엇보다 잠을 잘 자게 되니 기분도 훨씬 부드러워지고 좋아진다. 혹시 자궁 적출이나 난소를 없애는 수술을 받은 경우나 암의 재발이 걱정돼 호르몬 사용이 어려운 경우라면 윤활제를 듬뿍 사용해보는 것도 효과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에 우선해 가장 필요한 것은 남편의 돌보는 마음이며, 소소한 로맨스를 살리는 것이다. 남자의 성도 그렇지만 여자의 성은 호르몬 말고도 더 많은 정서적인 윤활유가 필요하다.

섹스는 몸만의 만남이 아니라 마음과 영혼이 만나는, 서로의 전 존재가 만나는 소통 방식이고 가장 중요한 성감대는 뇌이기 때문에 그렇다. 영혼의 감동이 없이 몸은 열리지 않는다. 남편들은 아내에게 당신을 여전히 사랑하고, 당신에게 반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야 한다.
인생의 반 너머를 함께 돌아온 나의 반쪽, 그 영혼에 연민과 위안을 나누고 싶다는 당신의 간절한 마음과 함께 말이다.

배정원 행복한성문화센터 대표·성전문가·보건학 박사·유튜브 ‘배정원TV’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77호(2020년 02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