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도 심플(simple)을 강조하는 최고경영자(CEO)가 늘고 있다. ‘심플’은 급변하는 현대 경영 환경에서 그 필요성이 더해지고 있다. 스티브 잡스의 성공 비결에도 ‘심플 경영’이 녹아 있다.
스티브 잡스의 심플스틱
과거 물자가 부족한 시대에는 물건을 버리지 않고 쌓아 두면 절약이 돼 도움이 된다고 믿었으며, 책이나 사진, 상패, 기념패 등은 추억이고 과거의 흔적이라고 생각해 차근차근 쌓아 두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현재는 이런 물건들을 보관하는 것이 공간을 많이 차지할 뿐더러, 관리할 시간과 에너지를 지나치게 허비하는 요소가 됐다.

그 결과 시간이 흐르면서, 사용하려고 보관한 물건의 노예가 된 것이다. 이런 복잡한 환경에서는 혼란스러워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다. 그러므로 중요한 것에 집중할 수 있게 모든 것을 단순화해 줄여야 한다. 그래야만 시간과 에너지를 부가가치가 있는 곳에 쓸 수 있고, 건강이 나빠지는 것도 방지할 수 있게 된다.

잡동사니로 가득 찬 곳을 가면 에너지장(場)의 변화가 느껴진다. 잡동사니가 실내 에너지의 흐름을 방해하고 있기 때문에, 매우 불쾌하고 거부당하는 듯한 느낌과 음산한 느낌이 들며, 마치 보이지 않는 거미줄 사이로 걸어가고 있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어느 누구든 이런 경험을 해본 사람은 잡동사니가 사람들의 삶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설사 잡동사니가 보이지 않는 장소에 숨겨져 있다 하더라도, 문을 여는 순간 뭔가 이상한 느낌을 가질 수 있으며, 이 방에 사는 사람들의 아우라(aura: 몸을 둘러싼 에너지장) 속에서 어떤 기운이나 영기를 전혀 느낄 수 없다. 잡동사니가 인간의 아우라를 빼앗아 갔기 때문이다. 이 사람들의 건강은 본인도 모르게 서서히 약해진다. 그러나 잡동사니를 치우고 나면 이와 같은 해로운 에너지와 기분 나쁜 느낌은 순식간에 사라지게 된다. 정리정돈이 철저히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다.

무언가 삶의 변화를 원할 때면 우리는 본능적으로 집 안에 쌓인 잡동사니를 치우고 새롭게 출발하려고 한다. 잡동사니를 정리정돈 해 우리 몸의 ‘아우라’를 강하게 만들어 생명의 에너지가 완전히 재생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잡동사니 청소가 이토록 효과적일 수 있는 이유는, 주변을 정리정돈하면 에너지의 조화로운 흐름을 막는 물리적 장애물들이 제거되기 때문이다.

생활은 조화로움으로 가득 찰 것이며, 더불어 새롭고 멋진 희망의 공간이 만들어질 것이다. 이것이 ‘단순한 삶’의 시작이다. 단순함의 삶을 살기 위해서는 가정부터 단순화해 가정의 행복을 추구해야 한다. 어느 가정이든 제일 잡동사니가 많은 곳은 냉장고와 옷장이다. 가정을 단순화해 새로운 활기를 얻으려면 잡동사니 식재료가 많이 들어 있는 냉장고와 입지 않는 옛날 옷들을 정리해 옷장 속을 단순화시켜야 한다.

냉장고의 음식과 식재료를 단순화하기 위해서는 냉장고 안에 어떤 음식이 있는지, 그리고 냉동고, 다용도실에도 어떤 식재료가 쌓여 있는지 먼저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냉장고 안에 있는 모든 재료를 남김없이 먹어 치우거나 버려 냉장고를 깨끗하게 비우는 것이다. 다음은 옷장 속에 있는 유행이 지난 옷이나 체형의 변화로 맞지 않는 옷은 전부 재활용센터에 기증하는 것이 좋다.
스티브 잡스의 심플스틱


주변 정리정돈부터 시작하라

단순한 냉장고 만들기를 통한 이득은 우선 식비가 절약되고 냉장·냉동 효율이 높아지니 전기료가 줄어들고, 상해서 버리는 음식이 줄어드니 음식물 쓰레기도 감소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주방의 불필요한 일로부터 해방되게 돼 소모되는 시간이나 경비를 자기 발전에 투자함으로써 일상생활에 새로운 활기를 얻을 수 있게 되는데 이것이 ‘단순한 삶’의 시작이다.

‘단샤리’, ‘심플 라이프’, ‘노마드 워크’ 등이 가장 대표적인 활동이다. 이 활동들은 보유하고 있는 거추장스러운 물건을 줄여야 마음 편하게 자유롭게 살 수 있다는 ‘단순함의 사고’에서 나온 삶의 방식이다. ‘단샤리’는 기본적으로 요가의 수행법인 단행(斷行), 사행(捨行), 이행(離行)의 사고방식을 응용해 인생과 일상생활에 불필요한 물건을 단절하고, 버리고, 멀리하는 것을 의미하며, ‘심플 라이프’는 필요 없는 물건을 처분하고 엄격히 선별된 물건만 두고 살아가는 단순한 삶의 방식이다.

그리고 ‘노마드 워크’는 노트북이나 태블릿 등으로 자택이나 사무실 같은 특정 장소가 아닌 어느 곳에서나 언제든 편리하고 간단하게 일할 수 이도록 일의 방식을 단순하게 만든 것을 말한다. 어디서든 이메일을 확인할 수 있고, 드롭박스(drop box)로 자료를 저장해 로그인해 두면 시간과 장소를 떠나 어디서든 작업을 할 수 있는 상태로 보관할 수 있고, 클라우드 스토리지에 파일을 저장하면 어디서든 파일을 열어 작업할 수도 있다.

회의도 ‘스카이프’로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할 수 있다. 이 모든 일들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단순함의 삶을 추구하는 방식이다. 과학의 발전과 함께 혁신적인 물건이 등장하면서 점점 단순함의 사고가 세상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단순함의 사고를 가지고 세상을 바꾼 대표적인 사람이 바로 애플의 스티브 잡스다.

애플에서 쫓겨난 잡스가 복귀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모든 업무의 단순화’를 위해 현장의 정리정돈을 통한 잡동사니 줄이기라는 단순화 활동이었다. 정리정돈을 먼저 실시한 이유는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제품’을 내놓는 데만 집중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주위 환경이 단순해져야 집중력이 강화돼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기 때문이다.

그는 매년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신제품을 발표할 때마다 늘 검은 터틀넥과 청바지를 입은 단순한 복장으로 나와 세상을 놀라게 했는데, 이런 복장을 한 이유도 핵심 업무만을 제외하고는 매사를 단순하게 해 원하는 목표에만 집중하게 하기 위함이었다. 오늘 같은 초스피드한 경쟁 사회에서 애플이 승리자가 된 것은 바로 잡스의 단순화(simplicity)의 힘인 것이다. 잡스의 경영철학을 한 문장으로 압축하면 ‘단순함’이라고 말할 수 있다.

다음으로 잡스는 창의적 인재들의 창의적 활동이 복잡한 회사의 프로세스로 인해 방해되는 일이 없도록 애플의 업무 구조를 수평적으로 만들어 프로세스를 단순화했다. 이와 같이 제품뿐만 아니라 조직운영상에서도 그의 원칙은 ‘단순화(simplicity)’였다. 단순화를 향한 잡스의 의지는 대단했다.

어떤 원칙보다도 단순함은 목표이자 업무 프로세스이며, 평가의 척도였다. 프로젝트를 실행할 때도 철저히 단순화된 작은 집단을 추구했다. 애플에는 대기업에 흔히 있는 많은 위원회는 단 1개도 없으며 필요할 때마다 구성하고 업무 완료 후 즉시 해체하는 단순한 운영 방식이었다. 이런 단순화 사고에 의한 활동을 통해 복잡한 제품군을 4가지로 단순화했으며, 신제품 개발에 있어서도 잡스가 만들어낸 물건은 단순함의 극치를 이룬 제품들로써 하나같이 불필요한 부분을 최소한으로 줄여 단순화시켰다.

신제품을 개발할 때 단순함의 원칙에 위반됐을 때는 직설적인 언사로 호되게 지적했다. 이를 두고 직원들은 “심플스틱(simple stick)으로 맞았다”고 표현했다. 오늘날 복잡한 형식과 절차에 매몰된 모든 조직에는 잡스의 ‘심플스틱’ 같은 호된 지적이 필요하다. 심플함이 복잡함보다 더 어렵다. 그러나 심플함에 이르는 순간, 대단한 위력을 느끼게 된다.

잡스가 청바지를 입는 까닭
애플의 아이팟이 세상에 나오기 전까지 MP3플레이어는 버튼이 여러 개 달린 복잡한 물건이었다. 아이팟은 ‘복잡한 것은 복잡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선입견을 깬 대표적인 제품이다. 핵심만 남긴 단순한 디자인, 단순한 사용법은 MP3 시장의 판을 바꿨고, 곧이어 휴대전화 시장의 판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이런 단순화된 제품을 만들게 된 배경에는 잡스가 생전에 ‘미니멀리즘(minimalism)’의 사상적 바탕이 되는 선(禪) 사상에 심취해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모든 제품에서 필요 없는 부분을 없애고 미니멀하게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세상에 태어나면서 손에 뭔가를 쥐고 나온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태어났을 때 우리는 누구나 ‘미니멀리스트(minimalist)’였다. 그러나 살아가면서 끝없는 욕심으로 필요한 것 이상의 물건을 가지려고 노력한다. 아무리 좋은 물건이라도 물건으로 행복해지는 건 아주 잠깐 동안일 뿐이다.

그래도 인간은 끝없는 욕망으로 물건을 계속 사 들이고 있는 것이다. 필요 이상으로 많은 물건에 공간과 에너지와 시간을 빼앗겨 결국에는 평화롭고 안락한 삶을 영유할 수 없게 만들기 때문에 결국 단순하게 살아가려는 사고를 가지게 되는데 바로 이 생각이 ‘미니멀리스트’의 시작인 것이다. 넘쳐나는 물건을 단순화하기 위해서는 무소유가 최선의 방법이다.

이런 사고에 맞춰 탄생한 것이 바로 ‘공유문화(shared culture)’다. 그러므로 미니멀리스트가 공유문화를 탄생시킨 것이다. 최근에는 물건을 자기 혼자 소유하지 않고 공유하거나 나누는 카셰어링, 에어비앤비, 우버 같은 공유문화가 우리 생활을 지배해 나가고 있다. 이제 공유문화는 혼자 소유해 즐기는 소유문화보다 더 긍정적이고 효율적인 문화가 됐다. 그러나 공유문화는 서로간의 소통이 가장 큰 어려움이다. 소통이 원활해져 분쟁이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에어비앤비와 같이 서로 간의 규칙을 단순화해야 한다.

숙박 공유 서비스 기업 에어비앤비는 현재 세계 200여 개국 3400개 도시에서 하루 5만~6만 명에 달하는 숙박객을 받는 규모로 성장했다. 이런 규모로 운영함에도 불구하고 각각의 집주인과 트러블이 일어나지 않는 이유는, 에어비앤비의 접객 원칙을 집주인과 혼선이 생기지 않을 수준의 단순한 내용으로 정립했기 때문이다. 단순한 접객 규칙을 최소한으로 제공하면서 집주인이 재량을 행사할 수 있는 여지를 충분히 주었기 때문에 좋은 효과를 낸 것이다.

반면 ‘복잡한 규칙’은 모든 사태를 예측하고 각 상황에서 무엇을 어떻게 처리할지 자세히 지시하게 되면 경직화되기 때문에 발생되는 모든 문제를 대처하지 못하게 된다. 그리고 도리어 혼란스러워져 업무를 지연시켜 쓸데없이 바쁘게 만든다. 단순한 규칙은 재량을 행사할 자유를 주기 때문에 에어비앤비와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래서 단순한 규칙은 개인과 조직, 사회 전체를 압도하는 복잡성(complicity)에 맞서는 강력한 무기인 것이다.

개인과 마찬가지로 기업도 복잡성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일이 적지 않다. 복잡성으로 인해 기업이 치러야 하는 비용은 전체 제품 원가의 10~25%를 차지할 정도라고 한다. 뒤집어보면 복잡성으로 인한 낭비를 줄이면 조직 전체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증대시킬 수 있다.

경제 발전 초기에는 제품, 조직, 생활용품들이 너무 단순해 소비자 욕구를 충족시켜 주지 못해 기술이 계속 발전하면서 모든 것이 점점 복잡한 형태로 발전했다. 현재는 발전의 속도가 너무 빨라 소비자가 따라갈 수 없는 수준이 됐다. 소비자가 기술 발전을 이끌고 가다, 현재는 기술이 소비자를 이끌고 가는 시대가 된 것이다.

마하속도로 변화가 이루어지고, 파악할 수 없을 정도의 정보의 홍수, 복잡한 각종 기기, 물건의 산적, 이 모든 것이 복잡함을 넘어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는 현실에서 모든 분야의 업무에 단순화가 이루어져야 향후 생존이 가능하게 된다. 그러므로 단순화를 위해 경영자는 심플스틱을 휘둘러야 할 시대가 된 것이다.

백대균 월드인더스트리얼매니지먼트인스티튜드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