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제 140호 (2017년 01월)

꿈꾸는 바보, 사랑의 방법론을 말하다

Merry go round, 캔버스에 유채,60.6×72.7cm, 2013년


[Artist] 김윤섭 소장의 바로 이 작가 - 문형태

[한경 머니 = 김윤섭 한국미술경영연구소장·미술사 박사]

판매되는 작품의 1할은 다른 작가들이 산다. 문형태는 ‘작가가 사랑하는 작가’로 알려져 있다. 국내외 아트페어 부스 초대전까지 합치면 40여 회의 개인전과 150회 이상의 기획단체전 경력을 자랑한다. 이력으로만 보면 영락없이 60대 전후의 중견작가로 보이지만, 놀랍게도 그의 나이는 이제 갓 마흔에 접어들었다.

대학 졸업 이후 연 평균 3회의 개인전과 10회 이상의 단체전을 치른 셈이다. 놀라운 열정이다. 작품 형식이 아주 특별해 보이진 않는다. 그렇다면 볼수록 매력에 흠뻑 빠지게 만드는 문형태만의 마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문형태 작가의 작품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드로잉적 요소다. 일정한 틀이나 격식에 얽매이지 않아 자유로움이 풍부한 화면을 구성하고 있다. 문 작가는 스스로 ‘어리석은 선’이라고 부른다. 누구나 할 수 있을 것 같은 편안하고 친숙함이 풍기지만, 실제로는 고도의 숙련된 필력이 구비돼야 가능한 연출력이다. 그런 ‘거부감 없는 중후한 깊이’가 그만의 경쟁력으로 꼽힌다. 드로잉으로 시작해서 드로잉을 끝나는 작업, 못생겨도 아름다울 수 있는 선의 흥겨운 리듬감, 색채와 색채가 부딪치며 뿜어내는 사랑스러운 에너지의 조화로움이 그저 신비롭다.

“작가로서 느끼는 작품의 매력이라면 ‘함부로 드러나지 않는 슬픔’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작가가 그렇겠지만, 저 역시 모든 작업 과정은 살아가는 나날의 ‘완성해야 할 큰 그림 한 점의 일부분’이라고 믿습니다. 예술의 공통된 주제가 죽음일 수밖에 없는 것처럼, 삶은 이별하고 사라지는 것들의 연속일 것입니다. 만나는 사람과 주변의 모든 일들, 소유하게 될 물질의 주체인 나 자신조차 소멸돼 가는 과정이 삶이기 때문입니다. 간혹 행복하거나 밝아 보이는 그림들이 ‘오래 바라볼수록 슬퍼진다는 말’을 듣게 되면 공감 받는 기분에 기쁩니다.”

실제로 문 작가의 그림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치 온갖 감정들이 뒤범벅이 된 ‘내면의 일기’를 색채로 옮겨 적은 것처럼 진한 여운이 맴돈다. 그림에 등장하는 주인공들 역시 잘 짜인 대본을 받고 열심히 자기 배역에 충실한 배우들을 연상시킨다. 예외 없이 작품 속엔 풍부한 스토리텔링이 담겨 있다. 잘 차려 입은 정장차림이나, 결혼식 장면이나 데이트 중인 연인, 신화 속 한 장면이 연상되거나 피에로 등의 등장으로 보는 재미와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하지만 모든 작품이 즐겁고 흥겨운 것만은 아니다. 허연 이빨을 드러낸 미소 띤 얼굴에서도 뭔가 말 못할 비밀을 간직한 것처럼 진중함이 배어난다. 그 속을 쉽게 드러내질 않는다.

“피에로는 이 모든 이야기들의 최소 단위입니다. 나이거나 너이거나 혹은 그 무엇도 아닙니다. 가끔 피노키오의 분위기가 느껴진다는 말을 듣습니다. 스스로 거짓말하는 피노키오가 자신을 바꾸기 위해서 코를 잘라 버렸다고 상상해보십시오. 뭉툭하게 잘린 코가 핏빛으로 얼룩진 이미지는 영락없는 피에로입니다. 습관적으로 떠올리는 고정관념 속의 피에로처럼, 이보다 삶을 더 잘 표현하는 초상도 없습니다. 모든 감정을 소유한 동시에 완벽하게 무표정한 인상까지 표현해낼 수 있으니까요. 피에로는 인간의 감정이 시작되는 곳과 죽음의 마지막에 위치한 접점인 셈입니다.”

피에로와 피노키오를 함께 묶은 그의 해석은 매우 신선하고 독창적이다. 위선과 가식이 만연한 우리 현대인의 삶을 질책하는 것 같지만, 한편으론 동병상련의 애잔함으로 다독여주기도 한다. 문 작가가 집착하는 작품의 메시지는 결국 ‘사랑’이다. 그냥 남녀의 가벼운 사랑놀이의 연작이 아니다. 좀 다른 관점의 사랑법이다. 나를 존중하고 신뢰하는 법, 남을 인정하고 배려하는 법, 주변의 환경을 이해하고 먼저 포용하는 법 등에 관한 가이드이기도 하다. 아무리 남이라도 진정성이 통하면 ‘진짜 가족보다 더 가족 같은 인연’이 되듯, 그의 그림에서도 그런 꿈속의 기적들이 일어날 것만 같다.  

Pierrot, 캔버스에 유채, 91×116.8cm, 2013년 Fast car, 캔버스에 유채, 53×33.4cm, 2012년


작가에게 경험들은 고스란히 작품의 씨앗을 발아시키는 자양분이 된다. 문 작가의 ‘마법 속 드라마 한 장면’ 같은 그림의 소재 역시 마찬가지다. 대학 시절의 그는 대부분 흑백이거나 추상이었다. 여느 작가가 그렇듯 경제적인 이유로 작가의 길을 포기하기도 했었다. 그때 만들었던 디자인회사에서 인쇄와 웹, 상품디자인 등의 메커니즘(mechanism)을 익히게 돼 지금의 ‘자유구상회화’의 표현 형식이 가능해진 것이다. 특히 주거공간을 자주 옮기다 보니, 집조차 ‘머무르는 공간이 아니라 잠깐 올라탔다 내리는 자동차 같은 존재감’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그래서일까. 유독 말이나 자동차처럼 ‘탈것’에 대한 표현도 자주 등장한다.

작품에 대한 이해는 작가의 뒷이야기 외에도 제작 과정을 살펴볼 때도 큰 도움이 된다. 문 작가의 경우엔 남다른 제작 습관을 갖고 있다. 우선 캔버스에 흙물을 바르는 것으로 시작한다. 흙이 마른 후 먼지가 나지 않을 때까지 문질러 털어내고, 크레파스 또는 물감으로 구상한 이미지를 순식간에 완성한다. 이때 규격에 상관없이 가능하면 하루를 넘기지 않고 완성한다. 머릿속엔 이미 주제에 맞는 화면 구성, 색의 조합 등이 완성됐기 때문이다. 작품은 미리 준비해 둔 액자에 곧바로 끼워 보관한다. 또한 작업실의 시계 위엔 늘 막대포스트잇을 붙여 놓고, 작업 시간을 정해 두는 버릇이 있다. 이러한 엄청난 집중력과 체계적인 자기관리가 그를 지켜내는 셈이다.

모든 화가의 꿈은 작품성과 시장성을 동시에 갖추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보통 시장에서의 작품 가격 변동 요인은 ‘수요와 공급의 균형’ 문제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특히 전시장에서 매매 가격과 경매에서 낙찰 가격 등이 상호 얼마만큼의 격차를 보이는가도 비교 대상이다. 문 작가의 작품 가격은 10년 사이에 거의 약 10배가 상승했다. 2007년 10호(53×45.5cm) 기준 30만 원 정도였던 것이 현재에는 270만 원 정도 한다. 이 가격도 2013년부터 유지된 것이고, 최근 옥션에선 같은 크기가 300만~400만 원에 거래된 사례도 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곧 가격을 상향 조정하지 않을까 싶다. 

문 작가는 지난 10년을 치열하게 달려오며 수많은 작업량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정작 그의 작업실엔 작품이 거의 없다. 지금까지 판매된 그의 작품은 적어도 500여 점은 족히 될 것이다. 그는 마치 “국내의 컬렉터에게 모두 소품 하나씩을 소장하게 만들자”는 오기 같았던 시기라고 회상했다. 지금까진 그의 바람이 피그말리온 효과처럼 이뤄졌다. 하지만 그의 욕심은 끝나지 않았다. 평면회화 위주의 작업 형태를 초창기의 초심으로 다양한 오브제 설치작업까지 더욱 확장해 가고 있다. 어떤 이는 예술가를 꿈꾸는 바보라 했다. 문형태도 꿈을 꾼다. 그의 꿈을 통해 우리는 ‘사랑의 방법론’ 새롭게 익히게 된다.

아티스트 문형태는…

아티스트 문형태



문형태(1976~ ) 작가는 조선대 순수미술학부에서 서양화를 전공했다. Siamese(미르갤러리, 대구)·Play Ground(맥화랑, 부산)·True, Lies of Life(에이블뉴욕, 첼시 미국)·생각하는 잠수함(진화랑, 서울) 외 개인전 34회, BAMA 2016, 2014 G-Seoul(동대문DDP, 서울), 대구아트페어 2015, 2013 아트광주(김대중컨벤션센터, 광주) 외 개인 부스전 5회 등을 가졌다.

또한 아트카오슝(보얼예술특구, 대만), 어포더블아트페어 싱가포르(F1빌딩, 싱가포르), 어포더블아트페어 홍콩(홍콩컨벤션센터, 홍콩), Art Cosmopolitan JEJU(호텔 신라스테이, 제주) 등 150회 이상의 국내외 기획단체전에 초대됐다. 더불어 SOAF 2009 영아티스트 10인 선정, LA Art Show 2011 어메이징 아티스트 선정, LA Western Art Show 2011  ‘이머징 아티스트 상’ 수상, SOAF 2009 영 제너레이션 아트 아티스트 10 선정 등 주목을 받고 있다.

김윤섭은…
김윤섭은 미술평론가로서 명지대 대학원에서 미술사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국립현대미술관 및 서울시립미술관 작품가격 평가위원, (사)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 전문위원, 대한적십자사 문화나눔프로젝트 아트디렉터, 교보문고 교보아트스페이스 기획위원, 숙명여대ㆍ세종대 미술대학 겸임교수 및 수원대 미술대학 대학원 객원교수, 한국미술경영연구소장 등으로 활동 중이다.

김윤섭 한국미술경영연구소장·미술사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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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7-01-06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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