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봉 신임 농협생명 대표, 보험업 '전문성' 논란

“지역 농·축협이 봉이냐?” NH농협보험의 씁쓸한 ‘특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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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머니 = 배현정 기자]

또 특혜다. 지역 농·축협의 보험특례(방카슈랑스 규제 유예) 적용 기한이 당초 2017년 3월 1일에서 2022년 3월 1일로 5년 더 연장됐다. 보험업계는 “공정하지 못하다”며 눈을 흘기면서도 비교적 덤덤한 반응이다.

분통을 터트리는 건 오히려 지역 농·축협이다. “조합이 사업다각화를 할 수 있음에도 보험특례로 묶어 두고 농협보험만 팔란 얘기냐”며 반발이 인다.

방카 특혜 연장, 지역 농·축협 반발

“농·축협 조합에 대한 방카슈랑스 규제 유예 기한이 2017년 3월로 다가온다. 보험 수수료 수익 감소로 농·축협에 대한 경제 사업 재원 마련 등이 우려된다. 이에 특례 기한 연장을 건의한다.”

2016년 10월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 나선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다급하게 건의했다.

2012년 농협 신경분리로, 기존 농협공제는 NH농협생명과 NH농협손해보험으로 새롭게 출범했다. 이때 농협생명과 농협손해보험은 5년간 지역 농·축협의 보험특례를 인정받았다. 대표적인 게 ‘방카슈랑스 25%룰’이다. 방카슈랑스 25%룰은 “자산총액 2조 원 이상 금융기관이 특정 보험사의 상품 판매 비중을 25% 이상 넘길 수 없다”는 규제다.

농협보험은 이러한 규제에서 자유로웠다. 지역 농·축협에서 농협보험을 제한 없이 팔 수 있는 것이다. 이외 점포 내 지정된 장소에서만 대면으로 모집이 가능하며, 점포별로 2명의 임직원만 모집을 해야 하는 방카슈랑스 규제도 적용받지 않는다.

실제 보험특례를 등에 업고 농협보험은 고속 질주했다. 출범 당시 39조 원이던 농협생명의 자산 규모는 4년여 만에 60조 원(2016년 9월 말 기준)으로 불어났다. 같은 기간 농협손해보험의 총자산도 2조 원에서 8조 원으로 무려 4배나 급성장했다.

이후 5년. ‘농민을 볼모로 한 떼쓰기’라는 비난에도 농협보험은 또다시 5년의 특례 연장을 따냈다. 방카슈랑스 규제 유예 기한은 당초 2017년 3월 1일에서 2022년 3월 1일로 5년 더 연장됐다. “특례 유예가 안 되면 지역 농민들이 보험 상품을 쉽게 살 수 없게 된다”는 논리다. 농민을 앞세운 명분은 이번에도 통했다.

주목할 것은 지역 농·축협 조합의 반응이다. 2016년 12월 농협협동조합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를 전후해 국회와 농협중앙회 앞에서는 ‘농협법 개악 저지’를 위한 1위 시위가 수차례 진행됐다. ‘지역 농·축협이 봉이냐?’는 문구가 담긴 피켓에는 방카슈랑스 룰 유예 폐지가 붉은 글씨로 새겨져 있었다.

민경신 전국협동조합노동조합 위원장은 “보험특례로 인해 지역 농·축협이 농협보험의 전속대리점으로 전락하고 있다”며 연장 반대 입장을 밝혔다.

“농민을 위한다는 명분은 어불성설이죠. 농협보험 전체 판매의 거의 90%를 지역 농·축협에서 팝니다. 농협보험 입장에선 ‘땅 짚고 헤엄치기’인 거죠. 그러면서 지역 농·축협에 수수료는 적게 주고 그냥 농협보험만 팔라는 얘기잖아요.”

방카슈랑스 룰 유예는 농협보험을 통한 농협금융지주의 수익 구조 안정을 위한 정책이지, 지역 농·축협을 안정화하는 정책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민 위원장은 “지역 농·축협의 보험 판매 수수료는 신경분리 이전인 농협공제 시절보다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며 “농협중앙회는 지역 농·축협을 보호하고 육성하는 대신 보험특례로 수익다변화의 길을 막고 있다”고 말했다.

농협보험은 방카슈랑스 룰 유예라는 특혜 대신 변액·자동차보험에 진출하지 않겠다는 딜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농협생명에 의하면 2016년 1~9월 기준 지역 농·축협의 판매 비중이 87.6%다. 이와 관련, 농협생명의 한 관계자는 “지역 농·축협의 보험 수수료는 2012년 농협보험 출범 전에 비해 전반적으로 일부 감소한 것은 사실이나, 종전의 절반 수준으로 급감한 곳은 거의 없다”고 해명했다.

특례법, 독이 됐나…방카슈랑스 비중 96%

그야말로 ‘태풍의 눈’이었다. 2012년 농협보험의 출범은 보험업계를 바짝 긴장시키기에 충분했다. 당시 보험업계는 ‘보험업법에 따라’ 정정당당하게 기존 보험사들과 경쟁하지 않는 농협보험에 비난과 경계의 눈초리를 보냈다. 농협생명은 출범 당시 이미 생명보험업계 ‘빅4’에 들어가는 공룡보험사인 데다 전국에 개의 혈관처럼 뻗어 있는 지역 농·축협 판매망은 특혜가 없더라도 위협적이었다.

이후 5년이 지나 다시 특례 연장을 받은 농협보험에 대해 다른 보험사들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면서도 비교적 잠잠하다.

“5년 유예 기간을 준 데 이어 또 연장해주는 것은 특혜 같죠. 그런데 다른 보험사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 같아요.”

한 생명보험사 관계자의 말이다. 5년 전 예상과 달리 농협생명은 ‘찻잔 속 태풍’에 그쳤고, 앞으로 5년 더 유예 기간을 준다고 해서 위협이 될 것이라 생각지 않는다는 말이다.

농협보험은 지난 5년간 외형적으로 크게 성장했지만, 방카슈랑스 판매에 의존한 성장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덩치는 크지만, 허약 체질로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 과도한 방카슈랑스 비중, 저축성 보험 위주의 판매, 낮은 운용수익률 등 3대 만성질환에 시달리고 있다.

농협생명의 방카슈랑스 판매 비중은 전체의 무려 96%다(2016년 1~9월 초회 보험료 기준). 거꾸로 얘기하면 방카슈랑스 판매 외에는 설계사 등 다른 채널의 판매가 불과 4% 이하라는 얘기다.

빅3 생보사의 경우 전체 판매채널에서 방카슈랑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삼성생명 66%, 한화생명 65%, 교보생명 26.6%다. 전체 생보사 평균은 77.2%다.

농협생명도 방카슈랑스 의존도를 낮추고 설계사 채널을 강화하기 위해 고심 중이다. 2012년 1500명 수준이던 농협생명의 설계사 수는 2016년 9월 말 기준 2091명으로 크게 늘었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 삼성생명 3만3352명, 한화생명 2만1271명, 교보생명 1만8106명과는 비교도 어려울 뿐 아니라 중소형사인 신한생명(9586명), KDB생명(4273명) 등과의 격차도 크다.

“지역 농·축협이 봉이냐?” NH농협보험의 씁쓸한 ‘특혜’
재무건전성 ‘빨간불’… 서기봉 신임 농협생명 대표 '낙하산' 논란

새해 농협생명은 후순위채 발행을 검토 중이다. 빅4 생보사 중 처음으로 자본 확충을 위한 후순위채 발행에 나설 예정이다. 재무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보험사 자본적정성을 보여주는 핵심 지표인 보험금 지급여력(RBC) 비율이 최근 크게 악화됐다. 농협생명의 2016년 3분기 RBC 비율은 201.4%다. 2014년 말 270%, 2015년 말 207.4%에서 내리막 세다. 금융감독원 권고 수준인 150%는 웃돌지만 생보사 평균(288%)을 크게 하회한다.

오는 2021년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17)이 도입되면 RBC 비율이 더 떨어질 수 있다. 이는 농협생명이 타 생명보험사들보다 방카슈랑스 의존도가 높고, 이로 인해 저축성 보험 판매 비중이 압도적인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IFRS17은 보험 부채(보험금) 평가 방식을 계약 시점 기준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한다. 저금리 상황에서 저축성 보험은 매출이 아닌 부채로 잡혀 RBC를 낮추는 요인이 된다. 최근 대부분의 생보사들은 저축성 보험 판매보다는 보장성 보험 판매에 주력하면서 IFRS17 도입 충격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농협생명도 2015년 이후 보장성 보험 확대로 체질 개선에 나섰다. 그 결과 2014년 말 15.8%에 보장성 보험 비중은 2015년 말 29%, 2016년 1분기 34.7%로 상승했다. 그러나 아직 업계를 따라가기에는 벅찬 수준이다.

운용자산이익률도 업계 하위권이다. 2016년 1~9월 말 기준 농협생명의 운용자산이익률은 3.4%로 전체 생명보험사들의 평균 운용자산이익률 4.0%에 크게 못 미친다.

2017년 농협생명은 상품군을 늘려 농협 계열사 채널뿐 아니라 타 은행, 독립대리점(GA)을 통한 판매 확대에 나선다. 격랑이 예고된 시기에 서기봉 전 농협은행 부행장이 새 수장이 됐다. 새롭게 농협생명을 이끌게 된 서 사장은 농협은행에서 오래 근무해 보험업을 잘 모르는 '낙하산' 인사라는 논란에 휩싸여있다. 전남 출신으로 김병원 농협중앙회장과의 지연이 주요하게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하면 된다!"는 마음으로 도약을 선언한 그가 과연 신년 목표로 제시한 농·축협과 상생 방안을 적극 추진하며, 약골 체질을 어떻게 개선해 나갈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