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를 위한 섹스 사용설명서
[한경 머니 기고= 배정원 행복한성문화센터 대표·성 전문가·보건학 박사]시니어로서 섹스를 업그레이드하려면 나이에 맞는 섹스에 적응해야 한다. 오르가슴에 집착하지 말고 다른 즐거움을 찾고 유지하라는 것이다.

요즘은 각 지방자치단체나 비정부기구(NGO) 혹은 노인종합복지관 등에서 ‘노년을 위한 성교육’ 강의를 마련하는 곳이 많아졌다.

대체로 노년이라 함은 보통 55세부터인데, 기대수명이 세계에서 가장 높고, 초고령사회로 급속하게 진행되는 우리나라에서 이제 50~60세를 노년이라 부르면 지청구 소리를 듣기 십상이다.

세계의 이런 현실을 감안해서 2015년 유엔에서는 인간 발달 단계를 다시 정의해 발표했다. 이에 의하면 0~18세는 청소년, 19~65세 청년, 66~85세 중년, 86~99세 노년, 100세를 넘긴 사람은 ‘많이 산 사람’이라 부르자는 것이다. 이 나이는 지금 나이든 사람들의 몸과 마음의 상태를 볼 때 적절해 보인다.

‘노년의 성교육’의 내용은 주로 몸의 노화에 따른 정보를 제공하고, 노년의 심신 건강에 있어서 사랑과 섹스라는 교감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그런데 여전히 발기부전, 폐경에 따른 질 건조, 민감하지 않은 피부 등 몸의 이야기, 섹스의 감각적인 면에 치중하는 경우가 많다.

또 질문 역시 민감하지 않은 몸의 감각을 깨우기 위한 터치법, 오르가슴을 성취하기 위한 방법, 또 그를 보조하는 섹스토이에 대한 이야기 중심으로 진행되곤 한다.

필자는 그간 수천 번의 부부 상담과 교육을 통해 섹스를 하는 부부인지 얼굴이나 태도를 보면 거의 알아채곤 하는데, 교육생들의 얼굴을 보면 ‘벌써 섹스를 그만둔’ 사람들이 태반이다.

그럴 때면 종종 회의가 든다. 이들은 왜 벌써 섹스를 그만두었을까? 상대의 몸을 안고, 만지고, 키스하고, 사랑하면서 얻는 위안과 행복을 포기하고, 그저 ‘재미있는 이야기’로서 귀만 열고 있는 그분들이 참 안타깝다.

“사실 남편과 각방을 쓴 지 20년이 넘었어요. 나이 드니 외롭고, 종종 예전의 그 행복했던 느낌이 그리울 때도 있지만, 어쩌겠어요? 새삼 시작하자니 멋쩍고, 쑥스러워서….”

“수년간 아내와 가족같이 살아왔네요. 아직 인생이 구만리인데,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되겠다 싶어 얼마 전 슬쩍 시도를 했다가 ‘나이도 들어 주책’이라고 핀잔만 받았죠. 사실 발기가 잘 될까 자신도 없고요.”

“몇 년 전 자꾸 발기가 잘 안 돼서 슬그머니 그만두었죠. 다행히 아내도 그걸 좋아하지 않아서. 이젠 어렵지 않을까요? 하긴 다시 멋지게 아내를 만족시킬 수 있다면 다시 남자가 된 것같이 신나겠죠.”

아마도 지금 자신의 파트너와 섹스를 하지 않는 분들의 사정은 대체로 이럴 것이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가면 섹스에 대한 생각이 좀 바뀌어야 한다.

상대만 보면 달아오르고, 키스 한 번에 온몸에 힘이 빠지고, 녹아드는 것 같고, 간단한 애무에도 짜릿한 감각이 느껴졌던 젊은 날의 섹스는 열정이 반 이상이다. 하지만 살아보면 알듯이 사랑은 열정만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반 이상이 마음과 의지에서 유지된다.

익숙한 관계에서는 안정감 또한 사랑의 한 모습인 것을 우리는 안다. 나이든 연인들에게 애정이 없고, 지속하려는 의지 없이는 섹스도 없다. 또 나이가 들어가면 몸 감각의 민감도가 떨어진다.

그런데 우리는 나이 들어가는 것이 두려워서 무작정 ‘젊음’을 향해서 해바라기를 한다. 날씬한 몸매가 되려고 다이어트를 하고, 미용 성형을 하고, 보톡스를 맞고, 일명 ‘이쁜이’ 수술을 한다. 섹스에 있어서 감각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전부도 아니다.

◆시니어의 섹스 업그레이드

시니어의 섹스를 업그레이드하려면 나이에 맞는 섹스에 적응할 필요가 있다. 나이 들기 때문에 즐거움을 포기하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다른 즐거움을 찾고 유지하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오르가슴에 집착하지 않는다.

남자들은 사정을 하면 대체로 오르가슴을 느낀다. 물론 그것이 절정의 쾌감이 아닐 수 있지만, 어쨌든 그래서 남자들은 섹스를 통해 여자들도 오르가슴을 꼭 느끼게 해야 좋은 섹스라 생각한다.

오르가슴은 현대에 있어서 남자와 여자 모두에게 강박이 돼 가고 있다. 하지만 섹스의 목표는 오르가슴이 아니다. 오르가슴은 오히려 우리가 마트에서 물건을 사면 ‘1+1’으로 따라오는 것이라 생각하면 마음이 편할 것이다.

물론 오르가슴은 섹스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멋진 쾌감이고, 이것은 다음 섹스에 대해 기대를 갖고 기다리게 한다. 또 그 오르가슴을 통해 우리는 ‘작은 죽음’이라 부르는 잠시 까무룩 의식이 없어질 정도의 해탈(?)의 세계를 경험하기도 한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해서 오르가슴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다. 그래서 사랑하는 이들이 섹스를 하고 상대가 오르가슴을 느꼈다고 해서 내가 그것을 똑같이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르가슴도 좋지만 그 무엇보다 섹스를 통해 두 사람이 하나가 됐다고 느끼는 친밀감, 성적인 일치가 오히려 섹스의 목표라 할 만하다.

또 남자의 발기부전도 마찬가지다. 노화와 함께 자연스레 따라오는 것이 발기부전이지만, 섹스는 단순히 성기 삽입과 피스톤 운동이 따르는, 그런 기계적인 동작이기보다 서로의 모든 것이 교류되는 행위다.

그래서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의 오감각, 부드럽고 오랜 애무, 다정한 사랑의 말, 서로에 대한 존중과 믿음의 마음이 함께 할 때 우리는 섹스를 통해 진정한 만족감을 느낄 수 있게 된다.

심지어 탄트라 섹스에서는 “성기를 그저 맞대고 있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섹스를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성기는 자신들의 임무(?)를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것은 꼭 힘찬 발기와 삽입 운동이 아니더라도 서로의 전인격을 받아들이고, 몸을 받아들이는 행위 속에 충분히 만족감을 느낄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중요한 것은 상대를 집중해서 느끼는 것이다. 또한 시니어는 여자가 남자만큼 주도적이면 더욱 좋다. 함께 산 세월만큼 서로에 대한 신뢰가 쌓였다면 가끔 역할을 바꾸어 남자는 수동적으로 여자는 주도적으로 리드를 하는 것이 서로에게 더욱 즐거움이 된다.

결국 섹스를 통해 서로가 상대의 전존재를 인정하고, 서로 돌보고 사랑하고 존중한다는 느낌이야말로 섹스가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다. 물론 젊어서의 섹스는 이런 수준의 만족감을 얻기 어렵다, 왜냐하면 감각이 너무 예민하기 때문이다.

60세 이후 여자의 성은 신체적인 것보다 두뇌와 훨씬 관련이 있다. 그래서 상대를 여전히 좋아하고 사랑하면 열정도 지속되고, 멋진 섹스의 느낌도 유지된다. 나이가 들면 ‘안쓰러워서’ 같이 산다고들 하는데 그런 연민, 자비심도 중년 이후 섹스에는 좋은 연료가 된다.

배정원 행복한성문화센터 대표·성 전문가·보건학 박사/ 일러스트 민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