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공인호 기자] 무술년 새해는 과거 어느 해보다 대체투자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통적인 투자자산인 주식과 채권, 여기에 부동산마저 과열 우려가 나오면서 대안투자처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져서다. 전문가들은 개인투자자들 역시 지나친 욕심만 버린다면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시기에 쏠쏠한 투자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조언한다.
올해 재테크 주머니에 담을 유망 상품은
가상화폐 시장이 들끓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위험자산 선호 분위기가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에 주식시장에도 온기가 돌고 있지만 가상화폐 투자 열기에는 못 미치는 형국이다. 금융시장에서는 개인투자자 위주의 코스닥 뭉칫돈이 가상화폐 시장으로 대거 몰리는 것 아니냐는 다소 극단적 전망까지 나온다. 사실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가 국내에 본격적으로 알려진 것은 1년여에 불과하다. 가상화폐로 수십 배, 혹은 수백 배의 투자수익을 올렸다는 입소문이 확산되며 개인투자자는 물론 주부, 학생들까지 몰리면서 ‘투기 광풍’이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직접 나서서 가상화폐 투자를 명백한 ‘투기’로 규정하고 전방위 규제에 나설 태세지만, 세계 각국이 저마다 가상화폐에 대한 대응을 달리 하고 있어 한동안 혼란은 지속될 공산이 크다. 혹자는 가상화폐를 대체투자 자산으로 인식하기도 한다. 전통적인 투자자산인 주식, 채권 등과는 별개의 투자자산에 속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대다수의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이런 해석에 손사래를 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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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의 경우 변동성이 워낙 커 화폐로서의 교환수단으로 활용하기 힘들뿐더러 내재가치가 없어 가치평가 기준도 모호하다는 것이다. 특히 가상화폐의 이동 통로인 블록체인의 경우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활용이 가능하지만 비트코인 자체는 미래 산업과 연관성이 없다는 지적도 빼놓지 않는다. 정삼영 대체투자연구원장은 “비트코인을 투자자산으로 볼 수 있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데 그렇게 보지 않는다”며 “가상화폐는 단순히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구조인 데다 내재가치가 블록체인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현재의 가치가 정상적 범위에 있느냐는 또 다른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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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주식시장 ‘신중한 낙관’
그렇다면 전문가들은 전통 투자처인 주식시장을 어떻게 전망하고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맑음’이다. 지난해 무려 6년여 만에 박스권을 뚫었던 코스피는 올 들어서도 기업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지속되면서 2500선에서 하방 지지력을 강화하고 있고, 코스닥은 정부의 시장 활성화 정책에 힘입어 연초부터 강한 상승 탄력을 나타내고 있다.

은행과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들이 올해 유망 투자자산으로 중소형주 펀드를 꼽고 있는 것도 정부의 정책 수혜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실제 코스닥 지수는 지난해 11월 800선 돌파 이후 올 1월에는 16년 만에 900선 고지에 올라서기도 했다. 코스닥 시장이 달아오르면서 중소형주 펀드로의 자금 유입도 거세지고 있다. 다만 시장 일각에서는 제약·바이오 업종 쏠림현상의 완화 국면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약·바이오 업종의 단기 급등에 따른 밸류에이션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실적 전망치도 소폭 하향 조정 중이라는 이유에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코스닥이 단기 급등하면서 추가 상승에 대한 부담이 높아진 것은 사실지만 정책·수급 동력이 유효한 1분기까지는 코스닥 상승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2월 KRX300 신설로 연기금과 기관 매수가 유입될 수 있다는 점도 코스닥 수급에 우호적인 변화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지난 2002년 3월 코스닥 고점권인 940~950포인트마저 넘어 연내 1000포인트 돌파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급등세를 보였던 코스피 역시 추가 상승 가능성은 열려 있다. 노무라금융투자는 지난해 말 ‘2018년의 아시아’ 보고서에서 올 연말 코스피가 3000포인트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노무라금투는 “한국 증시의 구조적 할인 요소인 기업지배구조 문제가 개선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바탕으로 추정했다”며 “지배구조 개선이 계속된다면 오는 2020년까지 한국 증시가 꾸준히 재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현재 코스피의 주가수익비율(PER)은 8~9배 수준으로 미국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18배), 홍콩 항셍지수(12배), 유로스톡스600(15배) 등과 비교해 낮은 평가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다만 대다수 증시 전문가들은 올해 주식시장에 대한 전망을 ‘신중한 낙관’으로 요약하고 시장 흐름 역시 ‘상고하저’로 예측하고 있다. 무엇보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본격화되고 있는 만큼 하반기로 갈수록 신중한 자산 배분 전략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전통 투자자산인 채권 투자 역시 금리 상승기에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지난해 고수익 상품으로 관심을 모았던 신흥국 채권의 경우 급격한 환율 하락에 따른 환 손실이 커지면서 지난 3개월 수익률이 줄줄이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0년 만기 브라질 국채를 보유한 투자자들은 최근 3개월간 무려 12%에 가까운 손실을 기록 중이며, 멕시코 국채의 투자수익률도 –13%에 이른다. 인도네시아와 러시아 국채 역시 환 변동에 노출되며 줄줄이 4~5%대 손실을 나타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환율 상승을 염두에 둔 채권 투자에도 신중할 것을 조언하고 있다. 당분간 국내 경기가 호조세를 이어갈 경우 1000원대 초반 환율이 고착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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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투업계 “대체투자는 메가트렌드”
그렇다면 올해 기관투자가들이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투자처는 어디일까? 은행과 증권사, 연기금 등 많은 기관투자가들은 올해 자산 운용 포트폴리오에서 대체투자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6년 말 부동산, 항공기, 원자재 등 국내 대체투자 규모는 260조3000억 원으로 10년 만에 무려 4배가량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통적인 투자 수단인 주식과 채권 등에서의 기대수익률이 낮아진 영향이다.

최현만 미래에셋대우 수석 부회장은 올 초 범금융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올해 금융시장은 지난해 정도는 아니겠지만 좋을 것이다”라면서도 올해 투자 계획의 우선순위를 대체투자에 두겠다는 뜻을 밝혔다.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도 주요 투자 대상으로 아시아 신흥국 채권 및 부동산 펀드 등 대체투자 상품을 꼽았고, 김원규 NH투자증권 사장도 “개인과 기관투자가를 막론하고 해외나 대체투자 자산에 대한 요구가 확대되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메가트렌드다”라고 강조했다.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자산운용업계 역시 대체투자 역량 강화에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주식, 채권 등 전통적인 투자자산 운용만으로는 외연 확대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올해 조재민 대표와 함께 KB자산운용의 각자 대표로 합류한 이현승 대표는 부동산 등 대체투자 부문을 진두지휘 하고 있다. 옛 재정경제부 출신으로 이 대표는 GE에너지코리아, SK증권, 코람코자산운용 최고경영자(CEO)를 거쳐 지난해 1월 이후에는 현대자산운용 CEO를 맡았다.

이 대표의 합류로 KB자산운용은 대체투자 비중을 대폭 확대하는 한편, 개인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공모펀드 형태의 ‘중위험·중수익’ 대체투자 상품 개발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말 선임된 김성훈 키움투자자산운용 대표도 취임 일성으로 “2018년에는 국외 시장에서 부동산과 대체투자, 대안투자 부분에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을 선보이겠다”며 “내부 인력과 자원을 확충해 현재 1조4000억 원 규모의 국외 자산 규모를 더욱 늘려나갈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일부 금융지주사 계열 자산운용사들은 아예 ‘대체투자’를 사명에 반영해 기업 정체성에 변화를 꾀하고 있다. 지난해 말 신한금융지주 계열인 신한프라이빗에쿼티(PE)는 ‘신한대체투자운용’으로, 하나금융지주 계열인 하나자산운용은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으로 각각 사명을 변경해 새롭게 출범했다. 특히 신한대체투자운용의 경우 기존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에 전문사모집합투자업 인가를 새롭게 받은 만큼 대체투자 전문 인력을 충원하는 등 사업 다각화에 고삐를 죄고 있다.

개인투자자 역시 자산가들을 중심으로 대체투자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확산되면서 실물자산을 비롯해 인프라, 은행 대출채권 등 대체투자를 할 수 있는 방편이 늘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개인투자자들 역시 위험 분산 원칙을 위해 주식, 채권뿐 아니라 부동산, 원자재, 외화 등 대체투자 자산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최근에는 다소 주춤하지만 국내에서도 개인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항공기, 선박, 미술품, 와인펀드 등 공모형 대체투자 펀드가 출시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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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망 대안 투자처는 어디?
대체투자는 시장 불안에 대비한 일종의 ‘보험’ 성격을 지닌다는 점에서 전통 투자자산에 대한 리스크 요인을 먼저 살펴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먼저 올해 글로벌 금융시장의 최대 리스크 요인으로는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금리 인상’이 꼽힌다.

전문가들은 금리 상승기에 투자수익을 낼 수 있는 대표적인 투자 상품으로 뱅크론펀드와 하이일드펀드 등을 추천하고 있다. 뱅크론펀드는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BBB- 미만)에 해주는 선순위 담보대출 채권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수익률은 3개월 만기 리보(런던은행 간 대출)금리와 연동된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리보금리 상승에 따른 수익률도 높아지는 구조다. 국내에 출시된 공모 뱅크론펀드엔 ‘프랭클린 미국금리연동 특별자산’, ‘이스트스프링 미국뱅크론 특별자산’ 등이 있다.

하이일드펀드는 신용등급이 낮은 채권(BBB+ 이하)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기업부도율에 영향을 받는다. 통상적으로 경기가 호전되는 시기에 금리 인상이 단행된다는 점에서 수익률이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 과열 우려가 나오는 국내 부동산을 대신해 연간 5% 이상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부동산펀드와 함께 글로벌 리츠에 주목해야 한다는 조언도 있다. 부동산 리츠의 경우 전문 회사가 투자 자금을 모아 수익을 배당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는 평가다.

특히 싱가포르 리츠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싱가포르 리츠의 경우 수익의 90% 이상을 배당해야 법인세가 면제되는 만큼 수익의 대부분이 투자자들에게 돌아가는 구조다.
원화 강세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환(換) 테크도 적절한 투자 수단이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에도 신흥국과 유럽 등의 경기 회복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달러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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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거주자의 외화예금도 연일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국내 거주자 외화예금 잔액은 지난해 10월 732억8000만 달러, 11월 804억1000만 달러, 12월 830만3000만 달러 등으로 3개월 연속 사상 최대치를 기록 중이다. 이 가운데 달러화 예금은 707억9000만 달러로 사상 처음으로 7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이는 수출 기업들이 결제대금을 달러로 보유하고 있는 데다 ‘쌀 때 사두자’는 개인들의 수요도 늘어난 영향이다.

아베노믹스에 따른 엔저 현상이 지속되면서 엔화 역시 투자 수요가 늘고 있다. 지난해 초 100엔당 1000원 초중반을 오르내렸던 엔화는 올 들어 940원에서 저점을 찍은 후 소폭 상승세로 돌아선 상태다. 통상적인 환 테크 수단은 외화예금이지만 공격적인 투자 성향이라면 FX(Foreign eXchange market)마진거래를 이용하면 환차익의 최대 10배까지 수익이 가능하다.

도입 7년 차에 접어든 ‘한국형 헤지펀드’도 자산가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다. 국내 헤지펀드 설정액은 지난해 12월 1일 기준 12조3958억 원에 달한다. 주식·현물뿐 아니라 선물·옵션, 메자닌 증권, 공모주(IPO), 유상증자 등 다양한 투자 전략으로 성과를 내는 헤지펀드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헤지펀드 운용사 가운데서는 교보증권과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이 1조 원대 자금을 운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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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공격적인 투자를 원하는 자산가라면 49인 이하 비공개로 모집하는 사모펀드(PEF)에 관심을 둘 만하다. 공모펀드의 경우 전체의 10% 이상을 한 주식에 투자할 수 없고, 주식 외 채권 등 유가증권에도 한 종목에 10% 이상 투자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지만 사모펀드는 어떠한 대상에도 투자할 수 있다.

다만 사모펀드는 환금성이 낮고 운용상의 제한이 완화돼 있는 만큼 예상보다 큰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해당 펀드의 투자 대상과 담당 펀드매니저의 과거 운용 경력 등을 꼼꼼히 살펴야 하는 이유다. 정 원장은 “대체투자는 1~2년 원금 손실을 보더라도 호흡을 길게 가져가야 하고 특히 ‘몰빵 투자’는 금물”이라며 “기존 투자자산이 흔들릴 때를 대비해 보험에 가입한다는 생각으로 투자해야 한다. 개인은 대체투자 분야에서 검증된 기관을 선택하면 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