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역대 최고가 아파트로 발표된 서울 강남 마크힐스.사진 한국경제DB
우리나라 역대 최고가 아파트로 발표된 서울 강남 마크힐스.사진 한국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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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 사진 한국경제DB

2014년 언론을 들썩이게 한 아파트가 있었다. 단군 이래 역대 최고가 아파트라고 국회의원이 발표한 강남 마크힐스 아파트다. 여기서 거래 사례로 조사된 아파트 세대의 면적은 192.86㎡인데 가격이 65억 원이라 3.3㎡당 가격이 1억1141만 원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2016년 거래가 보고된 실거래가를 조사해보니 그렇게 높지는 않았고, 3.3㎡당 7500만 원 내외 정도였다. 여전히 억 소리가 날 정도로 비싸다.

‘우리나라 최고가 아파트’라고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면 강남이 아닌 강북의 한남더힐 아파트가 많이 나온다. 일반적으로 3.3㎡당 1억 원이라고 많이 얘기하고 있는데, 2017년과 2016년에 거래된 것들은 대부분이 3.3㎡당 7000만~8000만 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었다. 하여튼 대한민국에서 제일 비싼 아파트는 3.3㎡당 1억 원 정도라고 보면 무리가 없을 듯하다.

어느 나라나 비슷비슷하지만 국민들의 재산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집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재산의 70% 정도를 부동산으로 가지고 있어서 집값에 대한 관심이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높은 편이다. 그래서인지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일주일 단위로 부동산 가격을 조사해서 발표하고 있다.

1986년부터 조사를 시작한 KB부동산 지수를 중심으로 살펴보면, 1986년부터 2017년까지 전국 아파트 가격은 연평균 5.58% 상승했고, 서울과 강남 아파트는 6.12%, 6.79% 상승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로 가격 변화를 살펴보면, 전국 아파트는 2.65%, 서울 1.03%, 강남 1.05%, 지방 3.97% 상승했다. 현재 추세와는 반대로 지방이 더 올랐다.

지난해에 전국 아파트는 1.31%, 서울 아파트는 5.28%, 강남 아파트는 6.44% 상승했고, 지방 아파트는 -1.39%로 오히려 빠졌다. 서울과 강남의 아파트 상승이 높긴 하지만 역사적으로 봤을 때, 그리고 세계 대도시의 가격 상승과 비교해봤을 때 우리는 비교적 안정적인 가격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생각한다.
강남 아파트는 진짜 비싼가?
강남 vs 지방, 아파트 가격 상승은?
실제 금융위기 이후에 강남 아파트는 우리 상식과는 다르게 무려 5개년 동안 빠졌다. 금융위기 이후 지난해까지 정확히 절반의 기간 동안 빠진 것이다. 많이 빠진 2012년에는 5.15%나 빠졌다. 그해에 지방은 3.76% 상승했고, 그 전해인 2011년에는 지방 아파트 값이 무려 18.64%나 폭등하는 양상이 나타났다. 물론 그해에도 강남 아파트는 0.62% 빠졌다. 그러던 것이 최근 3년간 강남 아파트는 연평균 5.45% 상승했다. 강한 상승이다. 그러나 30년 평균 상승률에는 못 미치는 값이다.

최근에 이렇게 올랐으니 강남 아파트는 너무 비싼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된다. 미국의 저명한 부동산학자도 집값 결정에는 심리적 요소도 강하게 작용한다는 점을 지적했는데, 일반인들이 현재의 집값을 너무 비싸다고 여기면 앞으로 빠질 가능성이 높고, 지금도 비싼 게 아니라고 여기면 여전히 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 된다.

일반적으로 집값이 비싼지 아닌지는 가구의 소득 대비 주택 가격 비율(PIR)을 국제적으로 비교해 판단한다. 즉 중간 정도의 집값이 중간 정도 소득을 버는 가구의 1년 치 소득 대비 몇 배인지를 비교해 우리나라 집값이 높은지 아닌지 판단하는 것이다.

2013년에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에서 발간된 보고서 중 세계 주요 도시권별 PIR 수치 비교 내용을 살펴보면, 서울의 경우 7.8, 수도권은 5.9로 나타나 높은 것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뉴욕보다도 높은 것처럼 보이니 더욱 그렇다. 대표적으로 높은 수치를 보이는 도시들은 홍콩(13.5), 밴쿠버(9.5), 시드니(8.3), 샌프란시스코(7.8), 런던(7.8), 도쿄(7.7), 뉴욕(6.2)을 들 수 있다.

일반적으로 서울의 수치를 다른 도시와 직접적으로 비교해 서울 주택 가격의 심각성을 부각시키는데, 이는 통계 작성 과정에 대한 오해로 볼 수 있다. 다른 나라의 경우 행정구역상 도시 자체가 아니라 해당 도시가 포함된 대도시권의 주택 가격을 기준으로 산출하고 있으므로, 우리도 서울의 경우를 직접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무리다.

아마 서울 대도시권의 경우는 서울의 7.8과 수도권의 5.9 사이의 값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해외 다른 대도시권과 비교해 높다는 결론을 내리기가 쉽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오히려 대도시권으로 보았을 때는 세계적 추세와 비슷하다고 결론 내리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얼마 전에 책을 저술하는 과정에서, 세계 대도시 아파트의 최고가 아파트는 얼마일까 궁금해 현지인들의 도움을 받아서 조사한 적이 있다.

런던 최고가 아파트는 21 체샴 플레이스(Chesham Place)로 조사됐다. 2014년에 거래가 이루어진 걸 보면, 523㎡의 집이 약 4601만 파운드에 팔렸다. 당시 환율을 적용하면 무려 791억 원이고, 3.3㎡당 가격은 5억 원으로 거래가 됐다. 그 외에 가장 비싼 아파트로 많이 회자된 것으로는 원 하이드 파크(One Hyde Park)가 있다. 이 아파트는 2012년에 거래된 적이 있는데, 321㎡의 집이 2500만 파운드, 당시 환율로 환산하면 455억 원에 이르렀다. 3.3㎡당 가격은 4억6858억 원이다.

뉴욕 맨해튼의 경우는 센트럴파크 사우스의 펜트하우스가 2억5000만 달러로 책정됐다고 한다. 당시 환율로 약 3000억 원이다. 펜트하우스인데 연면적이 2137㎡이니, 3.3㎡당 가격은 4억6407만 원이 된다. 이외에 센트럴파크 사우스는 지난해 376.2㎡ 정도의 아파트가 4800만 달러 당시 환율로 540억 원, 3.3㎡당 가격은 4억7368만 원에 거래됐다. 아무리 비싸다고 해도 아파트치곤 가격이 지나치게 높다는 느낌이 든다. 특히 런던과 뉴욕 맨해튼은 글로벌 자산가들이 구입하므로 서울과는 차이가 있다고 여겨지지만 그래도 너무 비싼 게 아닌가 싶다.

도쿄의 경우는 파크코트 아카사카 히노키초 더 타워다. 지상 44층 건물로 올해 2월 입주 예정인데 도심 내 대형 복합시설인 미드타운에 인접해 건설되고 있다. 분양가는 소형과 대형이 이 있어서 일률적이지 않으나 최고가는 15억 엔으로 책정됐다. 이는 버블기 이후 최고가로 평가받고 있다. 최고가 아파트는 3.3㎡당 가격이 2430만 엔으로 2억3890만 원이다.

베이징의 경우는 타이허-중궈위엔즈(泰禾-中國院子)가 베이징에서 제일 비싼 것으로 조사됐다. 최고 분양가는 632.93㎡에 주택이 3억 위안으로 대략 500억 원 정도다. 그런데 이를 3.3㎡당 가격으로 환산하면 무려 2억6139만 원에 이른다.

이렇게 보니 강남 아파트 가격이 비싼지 잘 모르겠다. 실제 주요 도시별 최고가 아파트의 3.3㎡당 가격과 각 나라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과 비교해보면 예상 외의 결과가 나온다. 최근 경기가 살아나고 있긴 하나, 장기간 침체를 면치 못했던 도쿄조차 최고가 아파트의 3.3㎡당 가격은 1인당 GDP의 5.9배나 된다. 런던과 맨해튼, 홍콩은 대략 10배 내외이고, 베이징은 27.4배로 훨씬 높게 나타난다. 서울은 최고가 아파트의 3.3㎡당 가격이 3.7배로 비교 대상 중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비교 대상이 엄밀하게 정해진 것은 아니어서, 일반화된 이론으로 다루긴 곤란하지만 이들 도시만을 보았을 때 서울의 최고가 아파트는 상식과 달리 오히려 싸게 느껴지기도 한다. 절대 가격도 비교 도시들보다 월등히 저렴하고, 3.3㎡당 가격을 1인당 GDP로 나눈 값도 현저하게 낮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강남 집값에 대해 비교적 길게 서술한 이유는 정부의 정책과 관련이 있어서다. 암스테르담의 주택 가격을 300년 이상 조사한 연구 결과에서도 그렇고, 지난 100여 년간 선진국의 주요 대도시 주택 가격도 경제 위기 기간을 제외한다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금처럼 강남은 오르고 지방은 빠지는 시기에 더 강한 정책들이 계속된다면, 강남 집값은 잡을지 몰라도, 지방 시장은 붕괴될 수도 있으므로 전국을 염두에 둔 정책으로 전환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