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g story 제 156호 (2018년 05월)

소농 시대, 새로운 유통 플랫폼이 온다

[big story] 소농의 시대 행복과 건강을 짓다

‘소농·가족농’은 소규모의 영농이기 때문에 도매시장 등 기존 농수산 유통 경로를 활용하기가 여의치 않다. 따라서 이들은 관계와 신뢰에 기반한 직거래 방식의 ‘신유통경로’를 통해 유통비용을 절감하고 부가가치를 높이는 방식을 추구하고 있다.
이창한 서울시 지역상생교류사업단 사무국장

지난 2014년은 유엔이 정한 ‘가족농의 해(International Year of Family Farming)’였다. 아마도 대부분의 국민들이 인지하지 못하고 지나쳤을 것이라 생각한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정의하는 가족농은 ‘가족의 자본과 노동력에 의존해 농산물, 임산물, 수산물 및 축산물의 생산과 관리를 하는 농가’를 의미한다. 그렇다면 왜 유엔은 ‘가족농의 해’를 지정했을까? ‘소농·가족농’은 단순히 식량을 생산하는 역할만이 아니라 이를 통해 ‘식량 안보’와 ‘영양 개선’, ‘빈곤과 기아 극복’, ‘환경과 생물 다양성 보전’, ‘지역경제 유지’ 등 다원적 기능을 수행하는 주체로서 가치를 인정하기 때문이다.

한국 농업의 미래는 건강한 ‘소농·가족농’
우리나라 농가는 다수의 중소농과 소수의 상층농으로 분화되고 있다. 따라서 ‘소농·가족농’ 중심의 농업 생산 체계를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전국 농가 수 106만8000농가 중 1만㎡ 미만 경작을 하고 있는 농가 비율이 70%에 육박할 정도다.

귀농·귀촌 가구는 상황이 더 열악하다. 2015년 전체 귀농 가구(1만2114호) 중 농작물 재배가구(7100호)의 평균 재배 면적은 4495㎡로, 전국 농가 평균 재배 면적의 30%에 미치지 못한다. 이들 ‘소농·가족농’은 소규모 영농을 통해 자가 소비를 하고 초과하는 농산물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판매하면서 생활을 영위해 나간다.  

‘소농·가족농’은 소규모의 영농이기 때문에 농산물 유통으로 도매시장 등 ‘관행유통경로’를 활용하기가 여의치 않다. 따라서 이들은 관계와 신뢰에 기반한 직거래 방식의 ‘신유통경로’를 통해 유통비용을 절감하고 부가가치를 높이는 방식을 추구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신유통경로’를 통해 최대 20%까지 유통비용이 절감되는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이로 인해 절감된 유통비용이 2014년 기준 6240억 원으로, 전체 가구로 나누어 산출해보면 가구당 3만3811원 정도 농축산물 구입비용이 절감된 것이다.

‘신유통경로’ 중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이고 있는 시장은 직거래 시장(직매장, 꾸러미, 직거래장터)과 온라인 거래 시장이다. 로컬푸드 직매장의 경우 2015년 1659억 원에서 2016년 2560억 원으로 거래액이 901억 원 증가했다. 온라인 거래의 경우에도 2015년 2월 1400억 원(모바일 519억 원), 2016년 2월 1322억 원(모바일 683억 원)으로 모바일 거래액이 대폭 증가했다.

직거래 사업은 ‘소농·가족농’이 중심이 돼 지역 단위에서 자생적으로 이루어졌었다. 이후 2000년대 후반부터 지방자치단체와 농협에서 관심을 갖게 되면서 로컬푸드 직매장과 꾸러미 사업이 양적으로 증가하고 거래액도 증가했다. 2013년 32개소에 불과하던 로컬푸드 직매장은 2017년 4월 현재 170개소에 이른다.

로컬푸드 직매장은 ‘소농·가족농’의 스토리와 생산물의 가치를 소비자와 대면할 수 있는 오프라인 플랫폼으로서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이와는 다르게 생산자 연합(협동조합, 영농조합법인 등) 또는 생산자와 소비자 연합(협동조합), 청년창업 형태의 온·오프라인 유통 플랫폼을 구축한 사례도 많아지고 있다.      

새로운 유통 플랫폼의 시도와 성장
#1 충남 아산시 송악면에 정착한 귀농인 6가구(12명)는 공동 사업을 모색하다가 2014년 1월 이웃 ‘소농·가족농’들과 함께 ‘고랑이랑 협동조합’(조합원 50명)을 설립했다. 사업은 꾸러미사업(친환경 농산물꾸러미, 반찬꾸러미, 이웃꾸러미, 콩세알꾸러미, 알찬꾸러미)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2017년 말 기준 꾸러미를 구매하고 있는 소비자 회원은 총 189가구다. 기타 사업으로는 식당 운영, 학교 돌봄 급식, 명절 선물세트, 요리 교실, 청소년 캠프 등으로 확장하고 있다. 2017년에는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기도 했다.

그동안 조합원 및 소비자들과의 소통창구는 블로그(http:blog.naver.com/sara256)였다. 그러나 2017년 홈페이지(hwww.gorangcoop.co.kr)와 온라인 쇼핑몰(www.gorangstore.co.kr)을 구축해 운영하면서 제대로 된 온·오프라인 유통 플랫폼 역할을 할 수 있게 됐다. 2017년 매출은 3억1900만 원으로 2016년 매출액 2억6300만 원에 비해 5600만 원 증가했다.

고랑이랑 협동조합 사례는 귀농·귀촌인들이 중심이 돼 주변의 ‘소농·기족농’과 협동하고 있다는 것이 큰 특징이다. 원주민과 귀농·귀촌인 간의 갈등을 회피하면서 공동의 가치를 실현하며 도시 소비자와 소통하고 있는 것이 장점이다. 더불어 온라인 활용 능력을 통해 유통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 성장 가능성을 엿보이게 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2  ‘동강愛(www.ywdga.co.kr)’는 영월군 전자상거래 영농조합법인이 운영하는 온라인 유통 플랫폼이다. 영월군 농업 생산자 82명이 자발적으로 조직을 결성해 2006년부터 온라인 플랫폼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강원도 내륙 지역인 영월군은 농가별 영농 규모가 영세하고 ‘소량 다품목’을 재배하는 전형적인 ‘소농·가족농’ 지역이다. 당연히 강도 높은 농사일에 비해 소득이 낮을 수밖에 없었고 악순환은 반복됐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온라인 플랫폼을 운영하기 시작한 것이다.

‘동강愛’는 영농조합법인에서 전담 직원을 두고 유통 플랫폼 운영과 관리를 하고 있다. 특히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을 분석해 농가들에게 소비자들이 무엇을 요구하는지 전달하며 상품화 전략을 수립할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2014년 매출액은 2억4400만 원으로 2013년 매출액보다 100만 원 상승했다.

‘동강愛’는 생산자들이 직접 온라인 유통 플랫폼 운영을 통해서 여러 가지 여건상 상업화된 농업이 어려운 영월군 ‘소농·가족농’의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3 ‘농사펀드(https://farmingfund.co.kr)’는 청년 창업형 온라인 유통 플랫폼으로 2014년 11월에 회사를 설립하고, 2015년 3월에 플랫폼을 오픈했다. 박종범 농사펀드 대표는 ‘빚 없이 농사지을 수 있으면 좋겠다’, ‘판매 걱정 없이 내 철학대로 농사지어보고 싶다’는 농부들의 고민을 도시민의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농사펀드’를 만들었다. 즉 우리가 안전한 먹을거리를 먹기 위해서는 농부가 별다른 걱정 없이 농사를 지을 수 있어야 한다고 믿었다.

‘농사펀드’는 농부와 소비자 모두 혜택이 있는 유통 방식을 자부하고 있다. 농부에게는 안전한 생산 기반을 제공하고, 안전한 먹을거리를 공정한 가격으로 받는 방식이다. 농사펀드는 자체적인 기준으로 소비자에게 알릴 농부를 선정한다. 이후 농사펀드 에디터로 표현되는 직원들이 취재를 통해 농부들이 추구하는 가치와 생산 계획 및 과정을 콘텐츠로 만들고 크라우드펀딩을 받아서 농부에게 전달하는 구조다. 

‘농사펀드’는 유통 플랫폼을 오픈한 2015년 3억 원의 매출을 올렸고, 이듬해에는 6억 원의 매출을 올려 50%의 신장률을 보였다. 2017년에는 10억 원의 매출을 올려 매출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다.

#4 ‘푸드 어셈블리(Food Assembly)’는 2011년 프랑스에서 처음 시작됐으며, 현재는 프랑스, 영국 등 유럽 12개 나라에서 활성화되고 있는 모델이다. 푸드 어셈블리는 지역의 농민과 도시 소비자를 연결하는 플랫폼(온·오프라인)이다. 도시에 사는 호스트(지역에서 농부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사람)가 지역 내 농민들이 생산하는 농산물을 조사해 도시 소비자에게 온라인을 통해 홍보하고, 도시 소비자는 구매 신청을 하게 된다.

호스트는 도시의 가정집 마당, 창고, 야외 등의 공간을 물색하고 소규모 시장인 뤼슈(Ruchu)를 열어 도시 소비자가 구매 신청한 농산물을 찾아가는 시스템이다. 현재 유럽에 1200여 개의 뤼슈가 운영되고 있으며, 생산자는 8000명, 2016년 매출액은 70억 원이다. 2015년 실리콘밸리의 유명 벤처투자가로부터 900만 달러(약 1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푸드 에셈블리’의 사명은 첫째, 농장과 주변 지역의 신선한 지역 음식을 쉽게 접하며 보다 잘 먹고 잘 사는 길을 만들어 사람들의 힘을 키우기. 둘째, 생산자들이 소비자에게 직접 농산물을 팔 수 있는 수단을 만들기. 셋째, 보다 많은 사람들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신선하고 양질의 음식을 접할 수 있도록 하기. 넷째, 보다 나은 지속 가능한 미래로 가기 위한 생태적이고, 경제적인 전환을 지지하기. 다섯째, 음식과 농업 분야에서 보람 있고 정당한 보수가 지급되는 일자리의 창출과 성장을 지지하기. 여섯째, 공동체와 웰빙을 가꾸는 데 음식의 가치와 역할을 재발견하기다. 

‘푸드 어셈블리’의 가치는 기업가정신, 지방분권, 협력, 변환, 투명성, 창의성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이러한 사명과 가치에 따른 역할은 지역공동체의 힘을 키우는 플랫폼, 농민들의 힘을 키우는 플랫폼, 공동의 사회문제에 대한 인식 제고 등이다.    

‘푸드 어셈블리’는 온·오프라인 유통 플랫폼을 통해서 지역 내 사회적 관계 재창출, 농업 생산 지원, 먹을거리 안전·안심 실현, 독특한 창업 프로젝트 지원, 소득 창출 등의 성과를 만들어내고 있는 ‘지역사회 공동체형’ 모델이라는 의미가 있다.

농촌은 경제적, 사회문화적, 환경적으로 다양한 기능이 발휘되는 공간이다. 이는 도시민의 관심과 기대를 충족시킬 뿐만 아니라 지속 가능한 농업·농촌을 실현하기 위한 핵심 요소다. 따라서 이러한 가능을 조화롭게 구현하는 것이 농촌 지역 발전의 궁극적인 목표이기도 한데 그 주체는 당연히 농가 인구의 주축인 ‘소농·가족농’이다.

온·오프라인(O2O) 유통 플랫폼은 비효율적인 유통 경로를 개선하는 것만이 아니라 ‘소농·가족농’ 보호를 지지하는 사람들을 모으는 플랫폼이며, 다양한 시도를 촉진하는 플랫폼이다. 온·오프라인 유통 플랫폼이 농촌을 국민들의 삶터, 일터, 쉼터로 발전할 수 있도록 이끄는 촉진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해본다.


box-농사펀드의 농부 선정 기준
▶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는 농부            
▶ 흙에서 농사짓는 농부(양액재배 등 제외)
▶ 친환경 농사로 차츰 전환할 의지가 있는 농부
▶ 자연의 속도로 농사짓는 농부
     (성정촉진제 등 사용 불가)
▶ 동물들이 자라는 환경을 관리하는 농부
     (위생관리, 성장호르몬, 항생제 등 불가)   
▶ 아이들에게 안전한 가공식품을 만드는 농부
▶ 농촌의 문제를 해결하는 농부
     (농촌마을, 공동체 문제 해결 노력 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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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8-05-08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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