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 리먼 사태보다 심각한 ‘G2 리스크’ 올 것”
인터뷰/ 김영익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한경 머니=이윤경 객원기자 | 사진 이승재 기자 ]서울 여의도 증권가의 ‘족집게’로 군림해 온 김영익(60)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가 경제지표 관련 책으로 돌아왔다. 거시경제 변수와 주가의 상관관계를 분석, 스스로 개발한 주가예측모형으로 시장의 상승과 하락을 포착하는 김 교수는 여러 글로벌 지표를 토대로 “내년에 리먼 사태 때보다 더 심각한 ‘G2(미국, 중국)’발 경제위기가 올 것이다”라고 경고한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증권가를 떠난 지금도 여전히 새벽 4시에 기상한다. 밤사이 글로벌 증시를 모니터링하고 국내외 뉴스와 각종 기관의 보고서를 꼼꼼하게 읽는 일과로 하루를 시작한다. 30여 년간 거시경제전문가이자 증권분석가로 살면서 몸에 밴 습관이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는 틈틈이 기업과 기관에서 몰려드는 특강 요청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요즘. 그의 바람대로 예순이 넘어서도 이코노미스트로서의 건재함을 자랑하고 있다.

신간 <3년 후 부의 흐름이 보이는 경제지표 정독법>(한스미디어)에는 김 교수가 근면성실함으로 쌓아 올린 노하우가 응축돼 있다. 이 책은 애초에 경제지표 수업을 듣는 제자들과 금융권 후배들을 위한 참고 교재용으로 펴냈지만, 일반 투자자들이 공부해야 할 내용이 수두룩하다.

12개의 경제지표로 돈과 경제의 흐름을 읽는 법을 알려주고 이를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김 교수는 책에서 “예측할 수 없는 경제란 없다. 수많은 지표들이 곧 다가올 미래의 경제를 생생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가령, 경기가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지 보여주는 지표인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만 제대로 읽어도 주식과 채권 투자의 타이밍을 잡을 수 있다는 얘기다.

◆구조조정으로 환골탈태할 중국, 내수주에 투자하라

9·11 테러 직전의 주가 폭락과 그 후의 반등, 2004년 5월 주가 하락과 2005년 주가 상승, 2015년 중국 주가의 급락 등을 정확하게 예측해 온 김영익 교수가 최근에는 ‘G2 리스크’로 인한 글로벌 경제위기가 이미 시작됐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는 2008년 리먼 사태 때보다 더욱 심각한 위기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중국의 기업 중 상당수가 부실 위험을 안고 있죠.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로 2009년 세계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할 때도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9%를 넘었어요. 그러나 내용을 분석해보면 투자 중심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기업부채가 지난 5년 동안 50% 이상 늘었습니다. 경제 성장 둔화에 따라 기업 부실은 더 심화되고 기업회계마저 투명해진다면 부채비율은 갈수록 높아질 겁니다. 지난해 중국 국내총생산(GDP)이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5%로 높은 만큼, 중국의 구조조정은 원자재 생산국을 중심으로 위험요인이 될 것임에 틀림없죠.”

그는 중국 기업과 금융사의 구조조정은 반드시 한번은 거쳐야 할 과정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기업들이 위기를 겪으며 투명해질 수밖에 없으며, 금융시장 개방 압력에 따라 더 큰 성장을 이룰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 장기적으로 볼 때 기업이든 개인이든 반드시 중국 시장에 투자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위기는 우리나라 금융 회사들이 중국에서 금융으로 국부를 늘릴 절호의 기회입니다. 과거 2007~2008년 미래에셋그룹이 중국 투자를 선도했죠. 그러나 타이밍이 맞지 않아 고객들에게 손실을 끼쳤습니다. 한 번 실패를 경험한 그들은 누구보다 중국 시장을 잘 알고 있습니다. 구조조정을 거치며 중국 시장의 자산 가격이 떨어진 타이밍을 놓치지 않는다면 위안화로 돈을 벌고, 글로벌 금융사로도 발돋움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는 또 중국이 향후 ‘소비 중심’의 성장을 할 것으로 내다보고 중국 소비재 펀드, 소비재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눈여겨보라고 귀띔했다. 김 교수는 “내년 상반기쯤 상하이 종합지수가 2000선까지 떨어지면 지수에 투자해봄 직하다”며 “주가가 우리나라와 동반 하락하더라도 반등할 때 중국이 훨씬 높이 올라갈 것이고, 내수 기업의 우량주는 4~5년 기다리면 큰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투자자들에게 “지금부터라도 중국을 공부해보라고 권한다”고도 덧붙였다.

◆2008년보다 더 큰 충격(?)…유동화 자산 늘려야

미국은 외관상 경기지표가 좋지만 정점을 찍고 하락국면에 접어들었다. 초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으로 주가와 집값 등 자산 가격이 크게 올랐는데, 이들 가격이 경기를 과대평가한다는 데 문제가 있다고 김 교수는 지적했다.

“미국 주가는 산업생산, 소매판매, 고용 등 주요 경제변수에 26% 정도 앞서가고 있어요. 이는 1999년 정보통신혁명 때의 거품 그 이상이죠. 경기 확장국면은 오랫동안 천천히 진행되나 수축국면은 짧고 급격하게 전개되는 것이 경기순환의 중요한 특징입니다. 주식시장도 마찬가지고요.”

과거에는 전 세계 거품이 붕괴되는 과정에서 선진국이 돈을 풀었지만, 지금은 일본이나 독일 정부의 부채가 100%를 넘어서 그마저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 당장 미국이 금리 인상을 실시하고 신흥국에서 자금 유출이 시작되면 우리나라에서도 자금이 빠져나갈 수밖에 없다. 여기에다 중국 시장까지 구조조정에 들어가면 우리나라는 더 큰 타격을 받게 된다. 김 교수가 이번 위기를 거치며 경제가 정말 어려워질 것으로 예측하는 이유다.

“하지만 2년여 위기를 견디고 살아남은 기업들은 다시 잘될 겁니다. 궁극적으로 기업의 수는 줄이고 질적 성장을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보거든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최근 높은 이익을 낼 수 있는 이유는 반도체업종의 글로벌 경쟁사들이 많이 사라졌기 때문이에요. 그렇지만 기업이 망하면 수요가 줄어들고 실업률이 증가하는 것은 또 다른 비극이 될 수 있지요.”

그렇다면 이런 시기에는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그는 어느 후배의 이야기를 꺼냈다.
“한 후배는 1997년 외환위기 당시 회사를 그만두면서 받은 퇴직금을 모두 주식에 넣었습니다. 싸게 산 주식들이 엄청나게 올라 시세 차익을 챙겼죠. 2008년 경제위기 때는 돈을 빌려 떨어진 주식을 샀고 더 큰 부를 거머쥐었지요. 안타까운 건 대부분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는 현금이 부족하다는 겁니다. 은행도 돈을 빌려주지 않죠. 그래서 경제위기를 겪으면 부의 양극화가 심화돼요. 위기의 징후가 보이면 현금과 같이 유동화 자산을 보유하고 은행 신용도도 미리 높여 두는 게 좋겠죠.”

김 교수는 개인적으로 올해 코스피가 고점을 찍었다고 판단, 떨어지는 데 베팅하는 인버스 ETF를 매수하고 있단다. 또한 유동성이 높은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현금을 갖고 있으면서 때를 기다리는 전략이다. 그는 “요즘에는 주가가 떨어질 때 돈을 벌 수 있는 여러 금융상품들이 생겨서 잘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교수·농부로 인생 2막 “학생들에게 희망 주고파”

김 교수는 여의도를 떠난 이후 주중에는 서강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주말에는 강화도 시골집 텃밭에서 농사를 짓는 농부의 삶을 살고 있다. 낮밤 없이 일만 했던 증권맨 시절에 비하면 훌륭한 ‘워라밸(일과 라이프스타일의 밸런스)’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학교에서는 제자 취업에 발 벗고 나서는 교수로 유명하다. 현업시절 쌓은 인맥으로 인턴 취업을 가장 많이 시키고 있는 교수 중 한 명. 취재차 김 교수의 연구실을 방문한 날도 그와 상담을 기다리는 학생들이 줄을 서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김 교수는 증권가의 ‘대표 흙수저’이면서 ‘꾸준함의 표상’이자 ‘희망의 증거’로 통한다.

가난 때문에 검정고시로 중고등학교를 마쳤지만, 피나는 노력으로 우리나라에서 손에 꼽히는 이코노미스트가 됐다. 정글 같은 업계에서 역대 최다 베스트 애널리스트상을 수상했고, 증권사 임원과 대표를 거쳐 원래의 꿈이었던 교수까지 됐으니 스스로 ‘운이 정말 좋은 사람’이라고 말한다.

“요즘 캠퍼스 분위기가 무척 살벌합니다. ‘3포 세대’들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아프죠. ‘좋아하는 일이 뭔지 모르겠고, 잘할 수 있는 일이 하나도 없다’는 친구들이 정말 많아요. 저 역시 대학시절 잘하는 게 하나도 없다고 생각했지만, 회사에 들어와 맡은 바를 열심히 하다 보니까 잘하고 또 좋아하는 일이 돼 있었지요. 학생들에게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것이 지금 저의 사명이자 보람입니다.(웃음)”

김영익 교수는…
전남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서강대에서 경제학 석사와 박사과정을 밟았다.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 대신경제연구소 대표이사, 하나대투증권 부사장, 한국창의투자자문 대표를 거쳐 현재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이자 LG하우시스 사외이사로 재직 중이다.

이윤경 객원기자 | 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