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g story] 부동산 규제 시대, 안전한 투자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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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머니 = 김학렬(뺘숑)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 쉬지 않고 오르기만 하는 것처럼 보이는 서울 아파트 시세도 조정 시장이 올 것이다. 사고 싶어도 못 살 정도로 매물까지 사라진 이 시장에서 무슨 말이냐고 반문하는 전문가들도 있을 것이다. 다들 너무 조급하다. 주택을 구입하려는 이들도 조급하고, 이런 시장을 바라보는 정부도 조급하다. 모두 조급하다. 곧 서울도 조정 시장이 될 것이다. 그런데 그 조정 시장의 원인은 정부의 강력한 정책 때문이 아니라 시장의 자정 작용일 가능성이 99%다.

현재 급등세인 부동산 시장에서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걱정이 생기기 시작했다. ‘특정 입지에 대해서는 거품 시장이 또 발생하겠구나’ 하는 우려가 생기기 시작했다. 결국 시장 실패인 것이다.

많은 부동산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은 현재 정부의 정책은 이런 단기 급등 시장에 가장 큰 원인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8·2 부동산대책으로 설명할 수 있다. 8·2 대책은 실수요자 보호를 위해 단기 투기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정책이다.

하지만 정책의 주 목적인 실수요자를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 실수요자들을 조급하게 했다. 경기 광명 철산동 아파트의 매도 계약을 했던 한 지인은 계약금으로 받은 3500만 원의 배액인 7000만 원을 주며 계약 해지를 요구했다. 하지만 매수자는 7000만 원을 받지 않겠다며 오히려 버티기를 하고 있다. 정상적인 시장이 아니다.

1~2년 후에 이사 갈 집을 탐색하고 있는 지인은 지난 2주 동안 서울 주요 지역 매물이 급속도로 줄어들고 있는 것을 파악할 수 있었다. 요즈음 네이버 부동산, 호갱노노, 직방 사이트가 거의 다운이 됐다. 직후에는 검색하는 단지들의 매물들이 아예 사라져 버렸다. 거래가 된 것이 아니었다. 대부분 매도 희망자들이 물건을 거두어들인 것이다. 시장에 매물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러한 시장에서 정부는 추가 규제 대책을 내어놓는다.

중학생인 딸아이에게 질문을 해보았다. 부동산이라는 분야를 당연히 전혀 모르는 어린 나이다.

“아파트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어. 왜 아파트 가격이 계속 오를까?”
“아파트를 살려는 사람 수보다 아파트를 팔려고 하는 사람이 더 적지 않을까요? 아닌가요? 아니면 아파트를 팔려는 사람보다 사려는 사람이 더 많겠지요.”

중학생도 이렇게 대답을 하는데, 정부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한다. 이 시장 실패의 잘못은 모두 투기 세력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투기 세력 억제를 위해 추가 대책까지 발표했다. 이번 대책에는 더 놀라운 내용이 포함돼 있다. 강남에 1가구 1주택자들도 투기 세력에 포함해서 이해하고 있다.

1가구 1주택자라도 세금을 부여하는 기준인 기준시가를 현실화하겠다고 한다. 세금이 부담되면 팔라는 것이다. 그래서 시장에 매물이 나오도록 유도하려는 것이다. ‘이 정도면 부동산 전문가로서 정말 더 이상 할 말이 없겠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한 경제학자는 이런 말을 했다. 국토교통부 장관으로서 일을 열심히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동안 자신이 잘못 생각한 것 같다고 하며, 그분은 국토부 장관이 아니라 국세청장으로서의 업무를 충실히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번 시장의 원인과 결과에 대해 후대에 평가를 다시 받겠지만, 지난 20년간 지켜봐온 부동산 시장 중에서는 시장과 정책이 가장 미스매칭 되는 신비한 경험을 하게 됐다.

3.3㎡당 1억 원 매수자, ‘갭투자’ 하려는 투기꾼일까?
[big story] 부동산 규제 시대, 안전한 투자법은
얼마 전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79.3㎡가 24억5000만 원에 거래가 됐다. 3.3㎡당 1억 원이 정말 넘은 실거래 사례가 발생한 것이다. 일반 아파트로서는 최초다. 79.3㎡를 24억5000만 원에 매수한 사람은 과연 갭투자를 하려는 투기꾼일까. 아니면 실제 거주하기 위한 매수였을까.

투기꾼이든 실수요자든 재산세를 올려서 기존에 300만 원을 내던 것을 500만 원으로 올려 내게 한다고 해도 그 돈이 부담돼서 매물로 내어놓을 거라고 생각하는가. 더군다나 1가구 1주택자가 말이다. 그렇다면 투기지역을 아무리 많이 지정하고 재산세를 올린다 해도 시장에 매물이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판단되지 않을까.

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의견도 있다. 79.3㎡을 24억5000만 원으로 주고 매수한 세대에서 대출을 얼마나 받을 거라고 생각하는가. 얼마 전 뉴스에서 17억 원 이상 강남 아파트를 매수한 세대 중 79%는 대출을 전혀 받지 않았다고 한다. 현재 시장과 정책의 미스매칭이 바로 이것이다.

다시 딸아이에게 질문을 했다.
“아파트 가격이 계속 오르는데 그럼 어떻게 해야 하니?”
“더 오르기 전에 사야지요. 더 오르면 부담되잖아요.”


아마도 이것이 일반인들의 심정일 것이다. 정말 어려운 질문을 딸아이에게 마지막으로 했다.
“그럼 아파트 가격이 오르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파트를 많이 지어주면 되지요.”
“아파트를 많이 짓고 싶은데 땅이 없고 돈도 없는데, 그럼 어떻게 해야 해?”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요? 그러니까 비싸지는 거잖아요!”
“그럼, 그럼 말이야. 누가 아파트를 못 사게 하면 아파트 가격이 내려가지 않을까?”
“못 사게 하면 왠지 더 사고 싶을 거 같은데요!”

딸아이의 말에 더 추가해 줄 말이 있을까. 어떤 강력한 규제가 나온다 해도 원인 진단이 잘못됐기 때문에 처방이 잘못될 수밖에 없다. 더 올라갈 시세를 그나마 정책으로 저지했다고 말하는 정부 인사들도 있다. 이 부분은 필자가 20년 동안 해 오고 있는 전문 분야라서 자신 있게 설명할 수 있다. 소비자들은 아무리 좋아도, 조급해도 상품의 가치 대비 너무 비싸다고 판단되면 매수하지 않는다. 시장과 소비자들을 너무 만만히 본 발언이다.

투기 세력을 확실하게 억제하게 하지 않느냐는 평가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생각이 다르다. 2016년 하반기 이후로 서울에 갭투자 세력은 거의 없어졌다고 생각한다. 이미 정책이 펼쳐지기 한참 전 일이므로 정책의 결과가 아니라 매매가와 전세가의 갭이 전세 레버리지 투자를 할 만한 금액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의 실수요자 보호를 위해 제거 대상으로 지정했던 투기 세력이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았던 시장이었다는 것이다. 존재하지 않는 대상을 상대로 규제 정책을 펴고 있는 것이다. 규제 정책이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정말 실수요자를 위한 정책인지 여러분들이 직접 판단해보길 바란다.

거품 시대에 안전한 아파트 투자법

정상적으로 거래가 되고 있는 부동산 시장에서도 필연적으로 거품이 발생한다. 부동산 시세에는 원가와 프리미엄이 모두 포함돼 있다. 바로 이 프리미엄에 거품 가격까지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서초구 반포동의 반포주공1단지나 용산구 동부이촌동의 한강맨션이 입주할 때 즈음부터 본격적인 대한민국 아파트 역사가 시작됐다고 한다면 5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다. 지난 대한민국 50년 아파트 역사는 결국 이 프리미엄, 즉 거품이 발생했다가 일부 제거되기를 반복하는 역사였을 것이다. 결국 우리가 매수하고 거주하는 아파트 시세에는 늘 이 거품이 존재했다는 것이다.

결국 거품 가격이 과도하게 많이 발생될 시기가 있고 제거되는 시기도 있다는 것을 알고 주택 거래를 해야 한다. 어떤 시기에서도 거품이 완전히 제거될 수는 없다. 그 거품 가격에는 아파트 상품 본연의 가치가 아닌 주변 입지 가치가 훨씬 더 많이 반영돼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퍼스티지에는 2009년 준공된 2444세대 대단지로서의 상품 가치 외에 지하철 3·7·9호선 황금 라인 3개를 동시에 소유한 역세권으로서의 프리미엄에, 강남구 학군에 버금가는 반포동 학군 프리미엄을 가지고 있으며, 대한민국 최고 상권으로 명품 백화점과 중저가 백화점, 저가 고속버스터미널 상권까지 도보권에 있다. 게다가 가톨릭병원이라는 대형 병원과 서리풀공원, 한강반포고수부지까지 포함하고 있다. 이런 다양한 입지 조건을 가지고 있는 단지이기에 112.3㎡(34평형)가 25억 원, 즉 3.3㎡당 7000만 원 전후로 거래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와 많은 전문가들은 이 가격이 거품이라고 한다. 맞다. 거품이다. 분양 원가하고는 매우 큰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입지, 이 상품에는 이 거품 시세를 알고도 매수하고 싶어 하는 수많은 대기 수요층들이 존재한다. 그런 수요층이 충분하다는 것을 지난 50년간의 부동산 시장이 확인시켜주었으니까.

강남구, 서초구, 용산구, 송파구 등 소위 잘나가는 지역의 아파트 시세는 모두 거품이다. 하지만 매수자도 이 가격대가 거품인 거 알면서도 거래가 된다. 훗날 매도자가 됐을 때 거품 가격으로 매도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실제 시장이다. 거품인 줄 알면서도 매수해줄 수요층이 있으면 시장이 작동된다. 그것도 정상적으로 작동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서울이라고 해서 모든 지역이, 모든 아파트가 이런 정상적인 거품 거래가 되는 것이 아니다. 이처럼 거품인 줄 알고도 정상적인 거래가 된다고 하면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는 시장이 된다.

문제는 상위 시장이 아니다. 이런 거품을 인정하고 거래되는 상위 시세 지역이 아닌 하위 시세 지역에서는 거품인 줄 모르고 거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말 운이 좋아서 매수한 가격보다 매도 가격이 높은 시장이라면 문제가 발생하지 않겠지만, 기대와는 달리 거품이 빠지게 되면 매수가보다 더 낮은 매도가로 어쩔 수 없이 거래될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이곳은 자체 수요가 많아서 거품이 발생한 것이 아니라 주변 지역의 거품이 흘러 넘쳐서 생긴 거품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신이 얼마만큼의 거품을 만들었는지 전혀 알 수가 없다. 결국 시세 조정기가 오게 되면 하락할 위험, 즉 리스크가 훨씬 더 크다는 것이다.

수요가 적은 지역, 시세가 낮은 지역일수록 호재성 뉴스에 대단히 큰 반응을 한다. 실제 가치가 아닌 기대가치로서 큰 거품 가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1호선부터 9호선까지 9개 서울도시철도가 모두 같은 프리미엄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다. 지하철은 고정 이용 수요가 있어야 한다. 메인 일자리 지역과 연결된 노선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150만 개의 메인 일자리가 있는 강남권을 지나는 노선의 프리미엄이 그 외 지역만 지나는 노선 대비 더 높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1·4·5·6·8호선 대비 2·3·7·9호선의 프리미엄이 더 높다. 서울의 극히 일부 지역만 지나는 6·8호선의 프리미엄은 가장 낮을 것이다. 하물며 우이신설경전철의 프리미엄은 더 낮을 것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 동북권 경전철 조기 착공을 권고하면서 현재 동북권의 부동산 시장이 매우 급격하게 뜨거워지고 있다. 착공을 한 것도 아니고 예산을 확보한 것도 아니다. 동북권 지역을 지나는 GTX B·C노선은 아예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지도 못했다. 호재가 없었던 지역에서의 호재는 지역 내 축제이고 지역 발전의 큰 원동력이 될 수 있다. 이만큼 좋은 국가에서 제공하는 복지 혜택이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의 시장을 대비해야 한다. 너무 급하게 의사결정을 하지 않았으면 한다. 개발이 확정되고 착공하는 것을 확인하고 매수해도 충분히 늦지 않다.

거품은 호재가 만들기도 하지만 심리가 더 크게 만든다. 부동산 투자는 장기적이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 발 물러서서 심적 여유를 가지고 시장을 보길 기대한다. 단언컨대 지금 매물이 없어 급등하는 지역 내 단지들 중에서는 비상식적인 거품이 있는 단지들이 꽤 포함돼 있다. 특히 매물이 아예 없는 단지들은 더 조심해야 한다. 매물이 어느 정도는 있어야 적정 가격을 산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변 시세 대비 단순히 가격만 싸다는 이유로 실거주든, 투자든 ‘묻지마 투자’를 하고 있는 시장을 바라보면서 단기간에 부동산으로 돈을 벌겠다는 투기 심리를 내려놓기를 희망한다.

부동산은 장기 투자여야 한다. 주식 같은 데이트레이딩이 아니다. 정상적인 시장의 입지가치와 상품가치를 모른 채 단기 투자를 하는 주택 매수층들은 반드시 실패한다. 부동산의 가치는 쉽게 만들어지지도 않지만, 한번 만들어진 가치는 거의 떨어지지 않는다. 미래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면 언제든지 매수해도 된다. 다만 최소한 5년 이상 10년 정도를 내다보는 매수 전략이 필요하다. 매도 시점을 10년 후로 예상한다면 되도록 준공 10년 미만의 새 아파트를 공략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입지와 상품 경쟁력 모두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두 조건만 지킨다면 어떤 부동산 규제 시장이 펼쳐진다 해도 ‘헤지(hedge)’할 수 있다. 이것이 부동산 규제 시대에 가장 안전한 투자 방법이다.

미래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면 언제든지 매수해도 된다. 다만 최소한 5년 이상 10년 정도를 내다보는 매수 전략이 필요하다. 매도 시점을 10년 후로 예상한다면 되도록 준공 10년 미만의 새 아파트를 공략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입지와 상품 경쟁력 모두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학렬 소장은…

현재 더리서치그룹(www.theresearchgroup.co.kr)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이며, 국내 대표적 시장조사기관인 한국갤럽조사연구소에서 부동산 조사본부 팀장을 역임했다. 지난 17년간 1000여 개의 국내외 부동산 리서치 프로젝트를 진행했으며, 현재 팟캐스트 부동산 분야 1위인 ‘부동산 클라우드’와 아이튠즈 팟캐스트 도서 분야 1위인 ‘다독다독’을 진행하고 있다. 블로그 이웃 7만 명이 방문하는 ‘빠숑의 세상 답사기(http://blog.naver.com/ppassong)’를 운영하고 있다. 저서로는 신간 <서울이 아니어도 오를 곳은 오른다>, <서울 부동산의 미래>, <대한민국 부동산 투자>, <부자의 지도, 다시 쓰는 택리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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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61호(2018년 10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