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제 163호 (2018년 12월)

[big story] 피아노, 어린 시절로 회귀하는 태엽 감기

명사들의 위로와 치유③  김용연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상임고문

[한경 머니=김용연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상임고문 | 정리 이현주 기자] 상임고문젊은 시절엔 에너지가 삶을 이끄는 동력이었다. 그 힘으로 지금까지 생존 경쟁의 한가운데에서 치열하게 살아왔다. 평생을 항공과 문화 사업에 몸담으면서 많은 이들에게 위로를 주는 일을 해 왔다. 때론 나 스스로에게도 위로와 치유가 필요했다. 그때마다 피아노 앞에 앉았다. 나는 노래하듯 피아노에 호흡을 실어 보냈다.

Oh ! je voudrais tant que tu te souviennes
오! 나는 그대가 기억하기를 간절히 원해요
Des jours heureux où nous étions amis
우리가 정다웠었던 행복한 날들을
En ce temps-là la vie était plus belle
그때는 삶이 더욱 아름다웠고
Et le soleil plus brûlant qu’aujourd’hui.
그리고 태양은 오늘보다 더 작열했었지요
Les feuilles mortes se ramassent à la pelle
낙엽이 무수히 나뒹굴어요
Tu vois, je n’ai pas oublié...
(중략)
En ce temps-là, la vie était plus belle
그땐 삶이 더욱 아름다웠고
Et le soleil plus brûlant qu’aujourd’hui
그리고 태양은 오늘보다 더 작열했었지요
Tu étais ma plus douce amie
그대는 나의 가장 감미로운 친구였어요
Mais je n’ai que faire des regrets
하지만 나는 미련없이 지내고 있어요
Et la chanson que tu chantais
그리고 그대가 불렀던 노래를
Toujours, toujours je l’entendrai !
언제나 언제나 듣고 있을 거예요

계절의 모퉁이를 돌아 한 해를 마감할 때가 다가왔다. 이 무렵이면 떠오르는 노래가 있다. 이브 몽탕이 부른 ‘고엽(Les Feuilles Mortes)’이다. 영어 버전으로는 ‘Autumn Leaves’가 있다. 에디트 피아프, 냇 킹 콜을 비롯해 수많은 가수가 불렀지만 그중에서도 이브 몽탕의 고엽을 추천한다.

이 계절에 어울리는 또 하나의 곡은 프랑크 시나트라가 부른 마이 웨이(My Way)다. 팝송곡은 특히 부르는 사람에 따라서 느낌에 차이가 크다. 같은 선율을 표현하더라도 성별에 따라서, 또 가수에 따라서 전혀 다른 곡처럼 표현할 수 있다. 만약 오케스트라 곡을 피아노로 바꿔 연주한다면 연주자의 실력 차이는 있지만 구분이 크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팝송을 피아노로 바꿔 치면 그 차이는 더 벌어진다.

그런 이유 때문에 복잡한 개인의 감성을 표현할 때 팝송을 피아노로 연주하는 게 효과적이라 할 수 있다. 같은 음계를 가지고 있어도 상황과 감정에 따라 매우 폭넓은 표현이 가능하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를 위로하고 싶을 때, 피아노 앞에 앉아 팝송을 연주하곤 한다.
때로 내면의 감정이란 여러 갈래의 다발로 엮어 있다. 터져 나오지 못한 울분 같은 것도 깊숙이 존재한다. 너무 힘이 들 때면 하소연도 나오지 않는다. 그럴 때 내 목소리를 대변해주는 게 피아노의 소리다. 몇 곡이나 몰입했을까. 손가락 끝에 호흡을 실어 마음을 흘려 보내면 나도 모르게 꽉 막혀 있던 것들이 풀리는 위로를 경험하곤 한다.

나는 전문 피아노 교육을 받은 적은 없다. 10대 시절에 학교에서 교과과정으로 배운 게 전부다. 하지만 그 시절의 기억과 감성은 나의 평생을 지배한다. 당시 미술과 음악 분야에서 탁월한 재능을 발휘했지만, 결국 전공으로 살리지는 못했다. 대학 시절 ROCT를 거쳐 육군 중위로 전역해 사회생활에 뛰어든 이래로 나는 치열한 생존 경쟁에 몸담아 왔다. 항공사에 입사해 일찍이 해외를 돌아다닐 수 있는 기회를 얻었는데 그때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받았던 충격, 그 에너지가 평생을 일할 수 있는 동력이었다. 나에게 피아노는 어린 시절로의 회귀다. 다시 과거로 귀환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있다면 그것이 음악이다. 

4년 전 집 안에 그랜드 피아노를 들여놓았다. 이브 몽탕은 자신이 떠나기 전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고엽’을 노래했다. 시간이 흘러 인생의 많은 것을 정리해야 할 때가 온다면, 그때 피아노가 곁에서 나를 아름답게 위로하고 치유해줄 것이라 믿는다. 기회가 된다면 짧은 단편 곡들을 묶어 하나의 테마를 만들어보고 싶다. 계절에 따라 들어야 할 곡들이 따로 있다. 홀로 즐길 뿐 아니라 사랑하는 지인들과 함께 나눌 수 있다면 더 좋은 위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김용연 상임고문은…
기업과 문화예술과의 만남, 기업 메세나 활동의 선봉에 서 있다. 과거 아시아나항공의 서비스 표준을 만들고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공헌을 세웠다. 금호문화재단의 장으로 자리를 옮긴 후 10여 년간 음악, 영화, 미술 등을 지원해 왔다. 유럽의 메디치가와 같이, 될성 부른 무명의 아티스트를 발굴해 후원하는 영재 지원 사업을 통해 손열음, 조성진 등의 걸출한 스타를 배출했다. 전문가 수준의 연주 실력을 보유한 기업가 겸 예술가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63호(2018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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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8-12-04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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