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제 164호 (2019년 01월)

못난이 청춘들의 순정을 조각하다


LIFE • Artist  [한경 머니 = 김윤섭 한국미술경영연구소장·미술사 박사]

김윤섭 소장의 바로 이 작가 - 김원근
못난이 청춘들의 순정을 조각하다

정말 못생겼다. 짜리몽땅 배불뚝이에 깍두기 머리, 면도하지 않은 꺼끌꺼끌한 콧수염과 턱수염, 번쩍번쩍 촌스러운 코디. 말 그대로 혐오감이 쩐다. 그런데 볼수록 왠지 모를 정감이 돋는다. 김원근의 조각 작품 이야기다. 작품 제목은 <크림맨>과 <순수맨>이다. 미워할 수 없는 못난이 청춘들의 순정을 담았다.

“우리 현대 사회는 외모지상주의 시대입니다. 못생기고 뚱뚱한 사람이 천대받는 것이 일상입니다. 우리 인생은 마치 홀로 싸워야 하는 복서처럼, 어디로도 도망갈 수 없는 사각의 링 속에서 살고 있는 듯합니다. 하지만 고군분투하는 청춘들의 모습은 더없이 아름답습니다. 그들에게 응원의 박수와 행운을 빕니다. 어떤 영웅이나 위인, 연예인이 아닌 평범한 우리들의 이야기로써 ‘청춘들의 초상’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저에 대한 자전적 에세이이기도 합니다.”

김원근 작가의 말처럼 외모지상주의로 해석된 ‘루키즘(lookism)’은 현대 사회를 읽는 키워드 중 하나다. 2000년 8월 미국의 칼럼니스트 윌리엄 새파이어(William Safire)가 뉴욕타임스의 ‘인종, 성별, 종교, 이념 등에 이어 새롭게 등장한 차별 요소’로 지목하면서 처음 사용되기 시작했다. 그러니 미인박명(美人薄命)은 옛말이다. 현실에선 외모(용모)가 개인 간의 우열뿐 아니라 인생의 성패까지 좌우하는 사례가 다반사다. 미디어와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외모지상주의나 외모차별주의는 더욱 활개를 치고 있다.

외모에 대한 집착은 상상 그 이상으로 심각한 사회적 풍조로 만연하고 있다. 외모는 연애나 결혼 등의 사생활은 물론, 취업이나 승진 등 사회생활 전반까지 좌우한다. 오죽하면 결혼이나 취업을 준비하면서 ‘외모 가꾸는 법’을 별도로 배워야 한다고 할까.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도 ‘외모 꾸미기’ 아이템이 최상위 팔로어 파워를 차지한다. 일부 유명 셀러브리티가 외모를 가꾸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인다고 해 막연히 따라하는 현상을 넘어섰다. 이미 수많은 청춘 사이에선 ‘생존을 위한 전략’으로 외모지상주의가 자리 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 작가는 현대인의 올가미가 된 외모우선주의를 위트 있게 풍자한다. 못생긴 얼굴의 큰머리, 촌스러운 무늬의 티셔츠, 올챙이배와 가짜 금목걸이 등 작품의 특징은 몇 가지 키워드로 요약된다. 보자마자 딱 드는 생각은 ‘삼류 영화배우’의 전형이다. 훤칠한 키와 준수한 외모의 주인공을 더욱 빛내주기 위해 병풍처럼 스쳐 지나가는 조력자로서의 존재감. 아무리 화려한 삶을 그린 영화라도 조연의 몫은 언제나 한정적이다. 그는 그런 조연에게 스포트라이트를 아낌없이 선사한다. 주인공 못지않게 살아 있는 생동감과 깊은 표정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 표면 질감과 강렬한 색채감 살리기에 최선을 다한다.

김 작가 작품의 남자들을 보고 있으면 영화배우 마동석이 떠오르곤 한다. 둔하고 무뚝뚝한 표정과 귀염성을 겸비한 정감 어린 캐릭터의 표상이다. 마침 마동석은 한국갤럽 조사에서 ‘2018년을 빛낸 영화배우 1위’에 등극했다. 2018년에만 <챔피언>, <신과 함께-인과 연>, <원더풀 고스트>, <동네사람들>, <성난 황소>까지 5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2000년 이후 동일 배우의 한 해 주연작 개봉 편수로는 가장 많은 기록이다. 마동석이 처음부터 주인공은 아니었다. 장시간 동안 말 그대로 대표적인 조연 배우였다. 어쩌면 그를 수많은 이들이 응원하는 이유는 ‘못난 자신’을 위로하기 위한 대리만족일 수도 있다. 김 작가의 조각에 더욱 친밀감을 갖는 이유와 같다.

실제로 김 작가의 요즘 인기는 영화계 마동석 못지않다. 웬만한 국내외 아트페어는 물론 굵직한 기획전에 러브콜이 쉴 새 없다. 미국 뉴욕·샌프란시스코·시카고·휴스턴·햄스턴·마이애미, 스위스, 덴마크 등. 프랑스의 닐갤러리와 국내의 진선갤러리가 함께 협력해 미국과 유럽의 대표적인 아트페어에 그의 작품을 꾸준히 선보이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불과 3년 전만 해도 해외의 조각심포지엄에 신청해도 초대받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역전됐다. 최근엔 해외의 기획자들이 SNS 메신저로 직접 프러포즈를 할 정도로 바빠졌다.

“‘슬픔, 기쁨, 분노, 거만함, 두려움, 연약함 등 어떻게 한 작품에 인간의 모든 감정이 다 들어 있을 수 있을까? 한 번 보면 절대 잊히지 않는 작품이다’라는 한 관람객의 평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작품 감상에 대한 관객의 진심 어린 한 마디에 작가는 큰 힘을 얻게 되지만, 다른 한편으론 그런 달콤함에 안주해선 안 됩니다. 새로운 작품을 하고 싶은데 기존의 작품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한번 인기를 누린 캐릭터를 벗어나 또 다른 변신을 도모한다는 것이 가장 큰 고민이자 어려움이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작품 외에 다른 길은 생각하지 않는 ‘진짜 작가’로 평가받도록 한 길을 가려고 노력합니다.”

<어린 왕자>로 유명한 프랑스의 소설가 생텍쥐페리는 “완벽함이란 더 이상 추가할 것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더 이상 걷어낼 것이 없는 상태다”고 말했다. 어차피 ‘예술은 끝없는 미완성’의 연속이다. 김 작가의 작품도 어딘가 모르게 어눌하고 비어 보이는 미감이 빼어놓을 수 없는 특징이자 매력이다. 무엇인가 채워서 완성하려고 애쓰기보다는, 애당초 채우는 것에 몰입하지 않았다. 그의 미학 코드는 ‘빈약함의 역설’에서 찾아볼 수 있겠다.

반면에 김 작가는 자신만의 색채 감각을 발휘해 시각적으로 풍요로운 충족감을 선사해준다. 주인공 캐릭터가 전하는 다소 모자란 듯 ‘2%의 감성적 아쉬움’을 현란한 색채의 하모니로 극복해낸다. 마치 칸딘스키의 “색은 영혼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위력을 지니고 있다”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특유의 색채 감각의 연출력이 돋보인다. 그 덕분에 미워할 수 없는 친근한 동네 건달의 순정을 만나게 된다. 부지불식간에 눈길을 사로잡는 색채의 향연은 무의식 속에 잠든 연민의 정을 깨우기에 충분하다. 김 작가 작품의 색은 “영혼은 생각의 색으로 염색된다”는 말의 또 다른 발견이다.

한 가지 캐릭터로 수많은 사람의 다양한 감정을 대변하긴 참으로 힘들다. 그런 면에서 ‘김원근의 사내들’이 보여주는 애잔한 친밀함과 거부할 수 없는 공감대는 더더욱 특별하다. 공동사회의 변방으로 밀려났던 조연들이 함께 상생할 수 있는 새로운 삶의 방식을 일깨워주기 때문이다. 작품의 주인공은 작가 자신의 아바타이기도 하다. 겉모습은 물론 내면심리까지 판박이인 그 ‘웃픈(웃기면서 슬픈)’ 모습에 투영된 것은 우리들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김 작가의 작품은 ‘가로 25×세로 20×높이 60cm’ 정도의 실내용 소품일 경우 350만 원 정도이고, 특수 시멘트로 제작된 야외 전시용 큰 작품은 사방 1m 정도에 1000만 원 정도로 판매되고 있다.

김윤섭 소장은…

미술평론가로서 명지대 대학원 미술사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월간 미술세계 편집팀장, 월간 아트프라이스 편집이사를 역임했다. 현재는 국립현대미술관 및 서울시립미술관 작품가격 평가위원, (사)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 전문위원, 대한적십자사 문화나눔프로젝트 아트디렉터, 교보문고 교보아트스페이스 기획위원, 숙명여대 겸임교수, 계간 조각 편집장,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심의추천위원, 한국미술경영연구소장 등으로 활동 중이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64호(2019년 0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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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9-01-07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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