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월급, 얼마나 받으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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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머니 = 김동엽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상무] “은퇴 후에도 회사 다닐 때처럼 월급을 받을 수 있을까?” 노동의 대가로 회사에서 받는 월급은 아니라도, 각종 연금제도와 금융상품을 활용하면 매달 고정적인 소득을 만들어낼 수는 있다. 이를 위해서는 은퇴 생활 기간부터 점검해봐야 한다.

회사원들이 은퇴하고 나서 가장 아쉬워하는 것은 무엇일까.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다달이 받던 월급도 그중 하나일 것이다. 퇴직 후 별다른 소득 없이 살아야 하는 은퇴자 입장에서 직장 다닐 때 매달 꼬박꼬박 받았던 월급이 그리운 건 어쩌면 인지상정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래서일까. 최근 ‘평생월급’이라든가 ‘은퇴 후 월급’이라는 말이 종종 회자된다. 사전에서 ‘은퇴’라는 말을 찾아보면, ‘직임에서 물러나거나 사회 활동에서 손을 떼고 한가히 지냄’이라고 돼 있다. 자의가 됐든 타의가 됐든 일자리에서 물러났으니 월급을 못 받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 ‘은퇴’라는 말 뒤에 버젓이 ‘월급’을 붙여 놓으니 생경해 보이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모순된 단어의 배열 속에는 어색함만큼이나 은퇴자의 간절함도 묻어 있다.

1단계 은퇴 생활 기간 파악하기

먼저 은퇴 생활 기간부터 파악해야 한다. 은퇴 생활 기간이란 은퇴한 다음부터 본인과 배우자가 모두 사망할 때까지를 말하는데, 은퇴 시기와 수명에 따라 그 기간이 달라진다. 여기서 은퇴란 생애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하는 시기를 말한다. 이때부터 본인과 배우자가 모두 사망하는 때까지를 은퇴 생활 기간으로 본다. 문제는 은퇴 시기에 비해 사망 시점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그래서 보통은 기대여명을 참조해 은퇴 생활 기간을 판단한다.

하지만 기대수명을 참조할 때는 몇 가지 조심해야 할 점이 있다. 우선 평균의 함정에 빠져서는 안 된다. 기대여명은 어디까지나 특정 연령인 사람들이 앞으로 몇 년을 살 수 있는지 평균을 낸 것에 불과하다. 기대수명에 이르기 전에 죽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기대수명이 한참 지나서도 건강하게 활동하는 사람도 있다. 기대수명보다 더 살았을 때도 기본적인 생활을 할 수 있을 만큼 소득이 있어야 한다.

부부간 수명 차이도 살펴야 한다. 남편이든 아내든 한 사람이 먼저 사망하고 나면 남은 사람은 홀로 살아가야 한다. 남편이 먼저 사망하든, 아내가 먼저 사망하든 간에 홀로 남은 사람이 생활할 만큼 충분한 소득이 있는지 살펴야 한다.

2단계 은퇴 후 생활비 규모 예측하기

이번에는 은퇴 생활 기간 동안 필요한 생활비에 대해 살펴볼 차례다. 노후생활비로 얼마가 적정할까. 국민연금연구원의 지난해 12월 발표에 따르면, 50대 이상 중·고령자들은 기본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최소생활비’로 부부는 월 176만100원, 개인은 최소 월 108만700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최소생활비란 어디까지나 최저 수준의 생활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말하는 것이고, 표준적인 생활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적정생활비’는 이보다 많다. 같은 조사에서 적정생활비로 부부는 월 243만3900원, 개인은 월 153만7100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퇴 후 생활비 규모를 결정할 때 이 같은 통계를 참고할 수는 있겠지만, 그대로 사용할 수는 없다. 생활비 규모는 은퇴자가 어느 곳에 사느냐, 누구랑 사느냐, 원하는 생활수준이 어떠하냐 등에 따라 저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은퇴 후 생활비를 보다 정확히 예측하려면 지출항목을 세분화해볼 필요가 있다. 이에 지출항목을 주거비, 식료품비, 의료비, 통신비 등으로 나눈 다음 항목별로 현재 지출 규모를 파악해본다. 항목별 지출 파악이 끝났으면, 이를 기초로 은퇴 후 예상 생활비를 산출해본다. 이때는 은퇴 전후 어떤 환경 변화가 있는지 꼼꼼히 살펴야 한다. 주거비를 예로 들어보자. 은퇴한 다음 외곽으로 이사를 간다든지, 지금보다 적은 집으로 이사를 한다든지, 자녀가 결혼해 독립한다든지 하면 지금보다 주거비가 줄어들 수 있다. 이 같은 방식으로 다른 항목도 점검해보면 비교적 정확하게 은퇴 후 생활비 규모를 예측할 수 있다.
은퇴 후 월급, 얼마나 받으면 될까
3단계 공적연금 수령 기간 동안 소득 파악하기

은퇴 생활 기간 중에 필요한 생활비 규모를 결정했다면, 이번에는 해당 생활비를 충당할 만한 소득이 있는지 살펴볼 차례다. 이를 위해서는 은퇴 생활 기간을 소득 공백 기간, 공적연금 수령 기간, 독거 생활 기간으로 나눠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공적연금 수령 시기와 연금액부터 살펴보자. 예를 들어 국민연금 가입자라면 국민연금공단 홈페이지(www.nps.or.kr)의 ‘내 연금 알아보기’ 서비스를 이용하면 된다. 금융감독원이 제공하는 ‘통합연금포털(100lifeplan.fss.or.kr)’ 서비스를 이용하면 해당 내용을 파악할 수 있다. 본인과 배우자가 공적연금 수령액을 파악했으면, 이 둘을 더해 은퇴 생활 기간 동안 필요한 생활비와 비교해본다. 부부가 받는 공적연금 수령액이 필요생활비보다 많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부족한 생활비를 어떻게 충당할지 생각해봐야 한다.

먼저 주거용 주택이 있다면, 주택연금 가입을 검토해볼 만하다. 주택연금이란 주택을 담보로 맡기고 연금을 받는 것인데, 내 집에 계속 살면서 연금을 받을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주택연금에 가입하려면 부부 중 한 사람이 60세 이상이고, 주택 가격이 9억 원 이하면 된다. 연금액은 가입자의 나이와 주택 가격에 따라 달라진다. 일단 연금액이 정해지면 본인과 배우자가 모두 사망할 때까지 매달 동일한 연금을 수령한다.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은 매년 물가상승률만큼 연금액이 인상되지만, 주택연금 가입자는 물가 상승과 무관하게 일정한 금액의 연금을 수령한다.

부부가 받는 공적연금에다 주택연금 수령액만 더해도 은퇴 생활 기간 동안 필요한 생활비를 전부 충당하고 남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그 정도는 아니라도 부족분이 상당히 줄어들었을 것이다. 이제 남은 일은 현재 보유 자산과 미래 소득을 활용해 부족분을 메워 나가면 된다.

4단계 소득 공백 기간을 점검하기

공적연금 수령 기간 동안 생활비 마련 방안을 수립했으면, 이번에는 소득 공백 기간을 살펴보자. 퇴직하고 바로 공적연금을 받으면 소득 공백이 없겠지만, 대다수 직장인은 그렇지 못하다. 직장인의 정년이 60세로 늘어났다고 해도, 국민연금 수급 개시 시기도 65세로 늦춰지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주된 직장에서 퇴직한 다음부터 공적연금을 수령하기까지 소득 공백 기간이 얼마나 되는지 파악하고, 소득 공백을 메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우선 퇴직급여와 개인연금을 활용하는 소득 공백을 메우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 퇴직급여를 연금계좌(IRP, 연금저축)에 이체하고 55세 이후에 연금으로 수령하면 퇴직소득세를 30% 절감할 수 있다. 연말정산 때 세액공제를 받으려고 가입하는 연금저축에서도 55세부터 연금을 받을 수 있다. 보험 회사에 가입한 일반 연금보험은 45세부터 연금을 수령할 수 있다. 이렇게 각종 개인연금과 퇴직급여를 이용해 만들어낸 현금흐름을 가지고 소득 공백 기간을 버텨낼 수 있는지 판단해본다.

만약 부족하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경우 국민연금 가입자라면 조기 노령연금을 신청하는 방법이 있다. 조기 노령연금을 신청하면 노령연금 수급 개시 시기를 최장 5년 정도 앞당길 수 있다. 62세부터 노령연금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조기 노령연금을 신청하면 57세부터 연금을 수령할 수 있다. 다만 연금을 빨리 받는 것은 장점이지만, 연금액이 줄어드는 단점도 있다. 수급 시기를 1년 앞당길 때마다 연금액이 6%씩 감액되므로, 최장 5년을 앞당겨 노령연금을 수령하면 연금액이 30%나 줄어든다. 따라서 당장은 일찍 연금을 수령해 득이 되는 것처럼 보여도 장기적으로 손해가 되기 때문에 조기 노령연금을 신청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

5단계 독거 생활 기간을 점검하기

결혼할 때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될 때까지 함께 살자’고 다짐했던 부부도 한 날 한 시에 죽는 일은 드물다. 결국 부부 중 한 사람은 ‘언젠가 싱글’이 된다. 따라서 은퇴생활비를 점검할 때 빠뜨리지 말아야 할 것이 독거 생활 기간에 대한 준비다. 혼자 살면 부부가 함께 살 때보다 생활비가 30~40% 정도 줄어든다고 한다. 하지만 사망자가 가입한 연금 종류에 따라 소득도 함께 줄어들 수 있기 때문에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

부부 중 누가 먼저 사망할지 알 수 없다. 따라서 남편이 먼저 사망하는 경우와 아내가 먼저 사망할 경우에 각각 대비해야 한다. 먼저 국민연금 가입자가 사망하면 배우자에게 유족연금이 지급된다. 유족연금액은 사망자의 국민연금 가입 기간에 따라 차등 지급된다. 가입 기간이 10년 미만이면, 사망자가 받던 연금의 40%, 10년 이상 20년 미만이면 50%, 20년 이상이면 60%가 지급된다. 부부가 모두 노령연금을 수령하다가 한 사람이 먼저 사망하면, 남은 생존자는 사망한 배우자의 유족연금을 수령하든가, 아니면 본인의 노령연금에다 배우자의 유족연금의 30%를 더한 금액을 수령해야 한다.

주택연금은 주택 소유자가 사망하더라도 배우자가 살아 있는 동안 계속해 연금을 수령할 수 있다. 다만 남은 배우자가 해당 주택의 소유권을 온전히 확보해야 한다. 예를 들어 별다른 유언 없이 주택 소유자가 사망하면, 해당 주택은 법정 상속 순서에 따라 배우자와 자녀에게 공동으로 상속된다. 이때 배우자가 주택연금을 계속 수령하려면 자녀들이 해당 주택에 대해 소유권을 포기해야 한다.

보험 회사에 가입한 일반 연금보험은 연금 수령 방식에 따라 차이가 난다. 일정한 기간을 정하고 연금을 받는 ‘확정형 연금’을 선택하면, 보험가입자(피보험자)가 사망하더라도 정해진 기간이 끝날 때까지 연금을 받는다. 하지만 연금 수령 방식을 ‘종신형’으로 선택하면, 보험가입자(피보험자)가 사망하면 연금도 중단된다. 다만 보증 지급 기간을 정한 경우에는 보증 기간이 끝날 때까지는 연금을 받을 수 있다.

종신보험의 활용 여부도 확인해봐야 한다. 종신보험은 피보험자가 사망했을 때 수익자에게 약정한 보험금을 지급해주는 금융상품이다. 보통은 직장생활을 하던 가장이 사망했을 때 유가족의 안정적인 생계 보장을 위해 주로 가입한다. 그렇다면 가장의 은퇴 기간이 끝나고 나면 종신보험은 그 용도를 다한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부부가 함께 은퇴 생활을 하던 중 종신보험 가입자가 먼저 사망할 경우 생존자는 사망보험금을 생활비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본인이 먼저 사망할 경우와 배우자가 먼저 사망할 경우 각각 생존자가 받을 수 있는 연금이 얼마나 되는지 계산해보고, 해당 금액이 생활비를 충당하기에 부족하지 않은지 점검해봐야 한다.

지금까지 평생월급을 만드는 5단계 프로세스를 살펴봤다. 은퇴 생활 기간을 소득 공백 기간, 공적연금 수령 기간, 독거 생활 기간으로 나누고, 각 기간마다 준비된 월급봉투가 얼마나 되는지 확인하는 방법을 살펴봤다. 당신의 은퇴 후 월급봉투에는 얼마가 들어 있는가. 은퇴생활비를 충당할 만큼 넉넉한가. 부족하다면 언제 얼마가 모자라는가. 지금 당장 확인해보자.
은퇴 후 월급, 얼마나 받으면 될까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65호(2019년 02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