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nance 제 169호 (2019년 06월)

인생 후반전, 낙관론자들의 성공법

[한경 머니 기고=곽재혁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전문위원] 성공적 인생을 판가름하는 기준은 비단 화려한 경력과 사회적 지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특히 100세 시대의 후반전을 코앞에 둔 40~50대에게 준비 없는 은퇴는 인생 최대의 위기로 다가올 수 있다.

<삼국지>에서 최대의 라이벌이었던 원소와 조조. 하지만 이후 원소의 몰락과 조조의 번영을 결정지은 가장 큰 배경은 시련과 역경을 대하는 둘의 상반된 태도에 있었다. 한때 북방의 최대 맹주였던 원소는 관도전투의 대패 이후 상실감에 빠져 화병으로 목숨마저 잃었다. 그리고 이후 그의 아들들은 조조에게 멸망을 당했다.

반면 적벽대전에서 더욱 큰 대패를 당한 조조는 퇴각 후 ‘패배는 더 큰 승리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일 뿐’이라며 실의에 빠진 장졸들을 되레 위로하며 전열을 정비했다. 이후 자기가 최고라는 자만심을 버리고 현실에 맞는 외교와 내정을 펼쳐 나간 덕에 조조의 위나라는 빠르게 패자의 지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현재 40~50대들이라면 누구나 조만간 겪게 될 대표적인 인생의 위기와 시련으로 은퇴를 들 수 있다. 특히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에 다니는 50대 초중반의 직장인이라면 사회적 지위와 수입이 인생에서 최고조에 달하는 만큼 이때 갑자기 맞게 되는 은퇴와 소득절벽은 인생에서 엄청난 스트레스인 동시에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과거의 영광과 현실의 좌절감에만 사로잡혀 있기에는 앞으로 남은 인생이 너무나도 길다. 생명과학의 발달로 100세 시대가 점차 현실화되고 있는데 2010년 고려대 박유성 교수팀은 1958~1971년생들의 경우 100세에 도달할 확률이 43~49%라는 다소 충격적인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은퇴 후에도 미래지향적 마인드와 실천적 낙관론으로 무장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은퇴 후 맞게 될 신(新)사춘기
“내가 아무래도 쓸모없는 인간이 된 것 같네.” 유명 은퇴 교육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A씨는 저녁자리에서 과거 상사였던 B씨가 눈물을 보이며 한숨을 쉬는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 B씨는 금융감독원 간부와 금융기관 임원을 수차례 역임한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로 여생을 즐기는 데 재산도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하지만 그는 은퇴 후 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채 괴로워하며 시간을 허비하고 있었다. 바로 은퇴 후에 겪는 신사춘기 때문이다.

인생에 있어서 첫 번째 사춘기는 13, 14세 때 통상 찾아와서 2~3년을 앓다가 지나간다. 사춘기를 심하게 앓는 경우 공부를 잘하던 아이가 갑자기 반항을 심하게 하거나 어긋나기도 하고 심하면 성적 및 교우관계를 비관해 자살과 같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자녀들이 사춘기를 잘 넘기게 하는 것은 부모들의 한결같은 고민거리다.

그런데 시간이 한참 지나서 은퇴를 하게 되는 시점에서도 사춘기가 찾아온다. 40년 전에 겪은 사춘기가 신체 내부의 호르몬 변화에 의한 것인 반면, 지금은 외부 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의한 것이라는 차이는 있지만 강도나 부작용은 그때 겪었던 사춘기 못지않다.

은퇴의 사춘기는 우선 은퇴 직후 한두 달 정도 겪는 1춘기 ‘거부’ 국면에서 시작된다. 은퇴를 했지만 왠지 장기 휴가를 간 것 같은 느낌에 빠지며 이전에 회사에서 만났던 인맥들에게 전화를 하고 저녁에 만남을 갖는다. 인간관계의 정리 차원도 있지만 그보다는 아직도 그 끈과 지위를 쥐고 싶은 심리가 강하게 작용하는 것이다. 사실 그들에게 은퇴한 당신은 상사의 친구 또는 선배로서 여전히 불편한 존재일 뿐이지만.

그리고 두 달 정도가 지나면 2춘기 ‘우울’ 국면이 찾아온다. 연락할 사내 인맥도 거의 끝나고 뭔가는 하고 싶은데 자신을 뚜렷이 찾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이때 조울증 환자처럼 기분이 좋았다가 저녁이 되면 다시 우울해지는 상황이 반복된다고 한다. 앞서 소개한 잘나가던 B씨의 사례가 이에 해당된다.

2춘기 이후 1년이 지나도 재취업을 하거나 집중할 만한 취미를 가지지 못한 경우에는 3춘기 ‘분노’ 국면이 찾아온다. 같이 퇴직한 후 좋은 조건에 재취업한 동료들의 소식을 들을 때마다 세상의 불공평함에 분노를 느끼게 된다. 매일 술자리에서 인맥만 쌓던 실력 없는 동료, 모두들 바쁠 때 대학원 다닌다고 먼저 퇴근하는 얌체 동료보다 묵묵히 일한 자신의 가치를 폄하(?)한 회사가 원망스럽다.

이 시기를 잘 넘겨 마지막 4춘기인 ‘수용’ 국면으로 빠지면 현실을 인정하고 다시 인생을 즐겁게 살아갈 수 있다. 하지만 2춘기와 3춘기의 함정에서 잘 빠져나오지 못하는 이들이 의외로 주변에 많다. 특히 과거 직장생활에서 지위가 높았을수록 함정의 깊이는 더욱더 깊다. 화려했던 자신의 지난 시절을 들춰볼 때마다 속에서 분노는 치밀고 주변에서는 점점 왕따가 되는 것이다.

모 기업체 임원으로 있다가 퇴직한 C씨는 쓰레기를 버리러 현관 앞을 나섰다가 경비원이 “전무님, 오늘은 집에 계시네요”라고 크게 인사하는 소리에 민망함을 느낀 이후부터 해지기 전에는 동네를 다니지 않고 집에만 있다며 자신의 처지에 대해 하소연을 했다. 2춘기가 대인기피증으로 잘못 진행된 것이다.

<두 번째 단계>의 저자인 사회심리학자 배티 프리던은 “노년이란 인간이 자신을 완성해 가는 시기다”라고 했다. 성장과 죽음처럼 은퇴 또한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자연스런 과정이라면 빨리 은퇴 사춘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스스로 노력해야만 즐거운 인생 2막을 열 수 있다. 이를 위해 화려했던 과거의 기억들은 가급적 빨리 버리고 현실을 인정하는 가운데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

인생 2막의 성공을 위해 실천적 낙관론으로 무장
인기 만화가 허영만 씨가 자수성가형 부자 100명의 이야기를 정리해서 만든 <부자사전>이라는 책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부자들은 낙관론자다. 물론 낙관론자라고 전부 부자는 아니겠지만 내가 만난 부자들은 낙관론자들이었다.” 또한 미국의 유명 시인 칼 샌드버그는 “아침에 깨어나서 눈을 뜨는 순간부터 당신은 낙관론자가 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낙관론은 실천적 낙관론이다. 그냥 허황된 꿈을 찾는 막연한 낙관론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아니 뭐 말은 그렇게 하지만 이제 나이가 있어서 머리도 몸도 굳고…. 이 나이에 무슨.” 당신이 꿈꾸는 모든 것을 이룰 순 없겠지만 꿈꾸지 않는 것은 그 어떤 것도 이룰 수 없다. 의심과 두려움 같은 부정적인 생각을 밀어내고 항상 긍정적인 생각만을 할 수 있도록 스스로를 컨트롤하자.

현재 울산의 유력 정치인이자 사회사업가인 D씨는 E증권사에서 알아주는 영업의 달인이었다. 2000년대 중반, 그가 울산에서 유치한 수신자금이 5000억 원이었는데 당시 10명 정도 있는 은행 1개 지점의 수신고가 2000억 원이 채 안 되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성과였다. 그것도 현대증권의 텃밭인 울산에서.

강의장에서 성공 비결을 묻는 청중들의 질문에 그는 “초기에 영업을 하다가 문전박대 당하는 일이 많았지만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자신감을 잃지 않았던 것이 중요한 비결 중 하나였다”고 답했다. 이에 대한 일환으로 그는 새벽에 회사로 가기 전 문 앞에 붙여 놓은 자기만의 주문을 하루도 빼먹지 않고 여러 번 외쳤다고 한다.

“모든 사람들은 나를 만나고 또 보고 싶어 한다.”
“모든 고객들은 나를 만나서 부자가 되고 있고 또 행복해졌다.”
“모든 고객들은 내가 하는 조언을 듣고 싶어 한다.”

100세 시대에서 인생이라는 축구 게임은 이제 막 전반전을 끝냈을 뿐이다. 이미 과거의 스코어에 집착해봐야 다음 경기에 악영향만 미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현실을 인정하되 긍정적 마인드를 잃지 않고 차분히 전략을 다시 짜면 인생의 후반전에서도 빛나는 승리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도 좋다. 오늘부터라도 자신만의 긍정에너지를 샘솟게 하는 마법의 주문을 적어보고 아침저녁으로 힘차게 외쳐보면 어떨까.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69호(2019년 06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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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9-05-30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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