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맞는 속궁합의 진실은

[한경 머니 기고=배정원 행복한성문화센터 대표·성전문가·보건학 박사·유튜브 ‘배정원TV’]‘속궁합’은 말 그대로 ‘섹스 궁합’이다. 섹스도 음식이나 옷에 대한 취향만큼이나 개인적인 호불호가 다양하며, 사람의 쾌감이나 즐거움을 배려하지 않으면 섹스의 만족도는 높을 수가 없다.

얼마 전에 ‘속궁합’에 대한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더니 엄청난 댓글과 조회수가 이에 대한 열화와 같은 관심을 대변했다. ‘속궁합’은 말 그대로 ‘섹스 궁합’이다. 섹스 궁합이라고 하니 사람들은 성기 규격의 궁합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1만 명의 남자와 자보기 전에는 속궁합에 대해 말하지 마라.”
“20여 년 같이 산 아내와 속궁합이 안 맞아 부부생활이 별로였는데 얼마 전 어떤 여자와 한번 맞추어(?)봤을 뿐인데 기가 막히게 맞았다. 그러니 속궁합은 있다.”
“속궁합은 맞추어 가는 것이 아니라 섹스 한 번에 알 수 있는 것이다. 모르면서 아는 척하지 마라.”
“무조건 남자의 성기가 커야 여자들이 좋아한다.”

정말 많은 의견이 쏟아져 들어왔다. 그렇다. 나도 잘 맞는 ‘속궁합’이 있다고 생각한다. 남녀의 성기는 깊이, 길이, 두께 등의 규격과 감촉이 각각 있는 것이기에 당연히 나와 특별히 잘 맞는 성기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처음부터 아주 잘 맞는 속궁합보다는 점점 더 좋아지는 속궁합이 더 많고, 서로의 노력 여하에 따라 더욱 더 좋아질 수 있는 것이 ‘속궁합’이라고 생각한다.

◆섹스에서 교합점이란

무엇보다 섹스의 만족도는 성기의 크기나 질의 촉감만으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다. 어떤 여자가 자신을 존중하지도 배려하지도 않는 남자를 성기 크기만으로 좋아한단 말인가. 또 어떤 남자가 질의 촉감이 좋다는 이유만으로 그녀와 평생의 사랑을 약속한단 말인가. 이것은 최근의 소음술 성형술, 이쁜이 수술, 양귀비 수술 같은 성기성형으로 남편의 마음을 잡을 수 있다는 궤변과 다르지 않다. 자신과 상대를 사랑하고 존중하며 배려하는 마음 없이, 성기의 모습을 달리하면 상대의 마음을 잡아 둘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얼마나 어리석은가.

섹스도 음식이나 옷에 대한 취향만큼이나 개인적인 호불호가 다양해서 얕게 삽입하는 것을 좋아하는 여자도 있고, 클리토리스 애무로 오르가슴을 느끼는 여자도 있고, 깊게 삽입하는 것을 좋아하는 여자도 있다. 남자들도 마찬가지다.

결국 상대가 원하는 방식을 알아가는 것, 그리고 나와의 멋진 교합점을 찾아가는 것이 답이다. 또한 섹스는 성기만의 말초적인 쾌감이 아니라, 나와 상대의 온 정신과 심리, 관계가 다 결합된 행동이다. 혹자는 ‘낮에는 죽이고 싶도록 미워도 밤에 만나면 너무 좋아서 못 헤어지는 관계’가 좋은 속궁합이라 하지만, 몸만 그렇게 잘 맞는 경우는 20여 년이 넘는 상담을 통해서도 거의 보질 못했다.

커플 간의 섹스가 어려워지는 여러 이유가 있는데, 이러한 문제를 풀어보려 할 때 몸만의 감각만 좋게 해준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그 사람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 사람을 얼마나 존중하고 배려하는지, 그 사람과 얼마나 사이가 좋은지에 따라 섹스의 만족도는 비례한다.

몸의 감각이 아무리 좋아도 배려하지 않고 나를 무시하는 사람이라면, 이를테면 애무도 없이 삽입만 서두르는 자기만족만 우선이고 함께 있는 사람의 쾌감이나 즐거움을 배려하지 않으면 섹스의 만족도는 높을 수가 없다.

특히 일회성 만남이라면 자신의 순간적인 쾌감만 챙기면 그만이지만, 부부나 사랑하는 사람같이 계속 만나고 함께 해야 하는 커플이라면 성기의 즐거움만으로 오래도록 가기 어렵다.

◆섹스와 탱고는 닮았다

섹스와 가장 가까운 행위는 탱고 같은 춤이다. 마음에 드는 파트너에게 일별을 보내 마음을 확인한다. 그의 동의를 확인하면 다가가 춤을 청하고, 허락을 받으면 손을 잡는다. 파트너와 호흡을 맞추어서 발을 내딛고 방향을 바꾸고, 파트너의 손에 의지해서 돌고, 파트너에게 몸을 맡긴다.

이때 파트너와 상관없이 내 마음이 가는 대로 발을 내딛거나, 욕심대로 돌면 여지없이 쓰러지고 비틀거리게 된다. 그런 사람과 춤을 추는 파트너는 상대가 아무리 멋지고, 좋은 향기가 나고 나긋한 몸을 가졌더라도 마침내 불쾌한 기분이 되고, 다시는 춤을 청하지 않게 될 것이다. 하지만 정말 멋지게 서로의 마음을 읽고 함께 교감하고 동행하는 춤을 추었다면 다시 그 사람과 춤을 추게 될 기회만을 기대하게 될 것이다.

섹스는 그렇게 내가 있고, 상대가 있는 그런 행위다. 그래서 나 혼자 하는 섹스인 자위행위보다 훨씬 어렵지만 더욱 즐겁다. 따라서 섹스파트너의 수가 많아 경험이 많다고, 좋은 섹스를 하게 되지는 않는다.

물론 그 많은 사람들과 섹스를 하면서 기술보다 더 필요한 것이 상대에 대한 이해와 배려와 존중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면 모르지만, 단순하게 숫자가 좋은 섹스를 담보하지는 않는다. 속궁합은 아주 드물게 처음부터 잘 맞을 수도 있지만, 처음엔 잘 안 되는 듯싶어도 상대를 잘 알게 될수록 더 좋아질 수 있는 것이다.

또 상대를 아주 많이 사랑하면 처음부터 모자란 기술 부분을 마음이 채워 상쇄할 수도 있겠지만, 그와 함께 하는 경험이 많아지고,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이해하게 되고, 그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세심하게 살피고, 솔직하게 표현하고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고받으면서 점점 더 멋진 속궁합을 맞춰 가게 된다.

그래서 고작 한두 번의 경험으로 그와 ‘맞는다, 아니다’를 속단하지 말라는 것이다. 섹스는 몸과 마음, 영혼이 함께 가는 통합적인 소통 방식이므로!

배정원 행복한성문화센터 대표·성전문가·보건학 박사·유튜브 ‘배정원TV’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74호(2019년 11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