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제 177호 (2020년 02월)

[special] 박용우 교수 "식탐이 아니라, 몸이 망가져 살이 찌는 겁니다"

interview 박용우 강북삼성병원 교수 


[한경 머니 = 배현정 기자 | 사진 서범세 기자]당신이 알고 있는 건강 상식을 의심하라. 새해가 되면 많은 사람들이 운동을 시작하고 소식을 실천하려 다짐한다. 하지만 박용우 강북삼성병원 서울종합건진센터 비만클리닉 교수는 “적게 먹고 움직이면 살이 빠져야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만약 어제까지 담배를 피우던 사람이 있다고 치자. 그가 오늘 아침 담배를 끊었다면 금연에 성공한 것일까. 속단하기엔 이르다. 얼마나 금연을 유지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10kg 체중 감량한 사람이 있다고 하자. 그는 완벽하게 다이어트에 성공한 것일까. 이와 관련해 박용우 강북삼성병원 서울종합건진센터 비만클리닉 교수는 “강한 의지로 감량된 체중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착각에서 벗어나라”고 말했다. 30년간 비만 환자를 치료하며 비만 명의(名醫)로 통하는 박 교수는 “의지와 노력으로 언젠가는 살을 뺄 수 있으리라는 착각을 하기에 살을 빼기 점점 더 어려워진다”고 지적한다.


“살이 찐 이유는 게으르고 식탐이 있어서가 아닙니다. 살이 안 빠지는 이유는 의지력이 부족해서도 아닙니다. 흔히 비만 때문에 건강이 나빠진다고 생각하지만, 몸이 망가졌기 때문에 살이 찌는 겁니다.”


그는 다이어트의 정석으로 통하는 “적게 먹고 운동하는 방법은 100% 실패한다”고 단언한다. 그리고 “잘못된 건강 상식이 몸을 망가뜨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왜 적게 먹고 운동하는 다이어트 방법이 실패할까요.
“예컨대 하루에 500kcal를 적게 먹고 500kcal를 소비하는 운동을 한다고 가정해 보죠. 그러면 일주일에 체지방이 약 1kg 빠집니다. 그런데 그런 삶을 1년 내내 유지할 수 있을까요. 계속 소식을 하면 살이 빠질까요. 우리 몸은 달라진 환경에서 살아남으려는 적응 본능이 있습니다. 음식이 적게 들어오는데 에너지를 많이 쓰면 고갈되잖아요. 그러면 기초대사량을 떨어뜨립니다. 그리고 식욕을 강하게 만듭니다. 그렇게 참다 참다 음식을 먹으면 어떻게 될까요. 기초대사량이 떨어져 있으니 음식을 조금만 먹어도 살이 찌죠. 요요현상이 오는 겁니다.”


의지로 살을 뺄 수 있다고 착각하지 말라고 하셨는데요.
“체중이 한 번 올라가면 낮추기는 정말 어렵습니다. 일시적으로 살을 빼도 다시 돌아가니까요. 그렇다고 체중 감량을 포기해서도 안 됩니다. 포기하면 점점 더 살이 찌기 쉽습니다. 살을 빼겠다가 아니라 체중의 최고점을 높이지 않으려 노력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적어도 ‘지금 체중은 고수하자’를 목표로 하면 좋습니다. 전문가의 도움 없이 혼자서 무리하게 살을 빼겠다고 하다간 자칫 건강을 잃을 수 있습니다.”


건강하지 않기 때문에 살이 찐다고 하셨는데, 자세히 설명해 주신다면.
“살이 찐다는 건 일종의 ‘증상’입니다. 통증이나 발열도 증상이죠. 증상은 내 몸에 이상이 생겼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바꿔 말하면 몸 속 이상이 정상으로 돌아와야 살이 빠집니다. 지금보다 더 살이 찌지 않으려면 몸이 건강해져야 합니다.”


그렇다면 비만인 사람은 건강하지 않은 건가요.
“건강한 비만은 없습니다. 비만인이 일찍 죽는다는 통계도 많이 나왔죠. 최근 ‘비만의 역설’이라고 나이 들면 통통한 체형이 낫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는데, 저는 관점이 다릅니다. 나이 들수록 근육이 줄고 지방이 늡니다. 마른 비만이 되는 거죠. 체중을 재면 정상 범위에 있지만 근육량은 너무 적고 상대적으로 배가 나온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과체중군은 근육도 어느 정도 있기에 더 건강하다는 결과가 나왔으리라 봅니다. 나이 들어도 근육량을 유지하는 게 관건입니다. 체중보다는 허리둘레가 중요합니다. 중년 이후 고지혈이나 당뇨 등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배가 나오지 않은 사람입니다.”


중년이라면 어느 정도 뱃살이 있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 아닌가요.
“흔히 ‘나잇살’이라고 나이 들면 살찌고 배가 나오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느냐고 하는데, 나이 들었다고 누구나 고혈압, 당뇨가 오는 것이 아니잖아요. 현대 의학이 치매 원인을 아직 밝히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치매 악화 요인은 널리 알려졌습니다. 당뇨, 고지혈, 고혈압, 비만, 수면 부족, 스트레스 등입니다. 좋은 음식을 잘 챙겨 먹고 잘 자고 스트레스를 줄이려고 노력하면 치매나 중풍 요인을 키우지 않는 것이고, 배가 나오고 당뇨인데 대충 지내면 나중에 치매가 올 확률이 매우 커지는 겁니다. 배가 나오기 시작했다면 치매와 중풍을 향해 이미 발을 내디딘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비만에서 벗어나 건강해질 수 있을까요.
“좋은 음식을 잘 먹는 것이 핵심입니다. 칼로리 따지지 말고 좋은 탄수화물, 좋은 단백질, 좋은 지방을 먹어서 망가진 몸을 회복시키는 것이 우선입니다. 적게 먹고 유산소운동을 하면 무조건 ‘근육’이 먼저 빠집니다. 소식(小食)이 장수에는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지금은 100세 시대입니다. 최빈 사망 연령이 90세에 이르렀습니다. 예전에 환갑을 맞고 80세까지 살면 오래 산다고 할 때는 소식이 권장될 수 있겠지만, 근육 없이 100세까지 산다면 휠체어에 의지하기 쉽지 않을까요. 개인적으로는 몇 년 수명이 짧아지더라도 잘 먹고 다니고 싶은 데 다니며 살고 싶습니다. 그럼 살이 안 빠지지 않느냐고 우려하는데, 몸을 회복시킨 후 간헐적 단식을 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소식과 간헐적 단식은 어떻게 다른가요.
“하루에 한 끼 정도 굶고 간헐적 단식이라고 하는데, 이 경우 소식에 가깝습니다. 비만인 사람은 몸 속 지방대사가 꺼져 있습니다. 몸이 지방을 잘 쓰지 못합니다. 대개 단식 후 12시간이 지나면 지방대사가 켜집니다. 하지만 인슐린 저항성이 있으면 12시간 단식으로는 인슐린 수치가 떨어지지 않습니다. 이때는 24시간 단식을 시행했을 때 효과가 나타납니다.”


간헐적 단식은 어떻게 해야 효과적인가요.
“간헐적 단식은 일주일에 1~2일 실천하면 효과적입니다. 최소 24시간 이상 물을 제외한 아무것도 먹지 않아야 합니다. 그러면 기운이 없지 않느냐고 걱정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동물들은 배가 고플 때 사냥에 나섭니다. 배가 고프면 에너지가 부족한 상태인데 어떻게 전력으로 뛸 수 있을까요. 우리 몸은 전력으로 뛸 수 있는 에너지를 지방으로 비축해 둡니다. 그 지방을 에너지로 꺼내 써야 건강하게 살이 빠집니다. 우리가 언제부터 한 끼도 굶지 않고, 냉장고 문을 열면 음식이 넘쳐나게 됐나요. 우리 조상들은 굶는 것을 밥 먹듯이 했죠. 그때 배 나오고 당뇨인 사람이 있었나요. 평소 좋은 음식으로 잘 챙겨 먹고 간간이 굶어라. 여기에 답이 있습니다.”


생활습관은 어떻게 바꿔야 할까요.
“우선 오랜 시간 앉아 있는 것을 주의해야 합니다. 우주인들이 우주 비행을 갔다 오면 가장 큰 변화가 뼈와 근육이 약화된 것입니다. 지구에서는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중력의 힘이 작용합니다. 앉아 있으면 그 힘이 반감되겠죠. 영국에서 버스 운전기사와 차장을 대상으로 심근경색 발병도를 조사했을 때, 차장의 위험도가 1이라면 운전기사는 2 이상 높았습니다. 계속 앉아 있는 사람과 서 있는 사람의 차이입니다. 식사 후에는 20분 정도 걷는 것을 무조건 습관화해야 합니다. 당 수치는 140 이하가 정상인데, 어느 날 제가 짬뽕을 먹으니 190까지 올라갔습니다. 이후 운전을 했는데 당 수치가 내려가지 않았어요. 차에서 내려 걸으니까 당 수치가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만일 빵이나 면을 먹고 사무실에 앉아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계속 당이 올라간 상태를 유지하게 되고, 혈액이 설탕물처럼 끈적해져서 노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혈관이 나빠져 중풍이나 치매에 걸릴 확률이 높아집니다.”


하루 1시간 정도의 운동이 도움이 될까요.
“식사와 운동은 모두 중요합니다. 주의할 것은 운동을 너무 과신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예컨대 운동을 전혀 안 하는 동료들도 많은데 본인은 하루 1시간씩 운동한다며 술 마시고 밀가루 음식 먹고 밤늦게 야식하고,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진다면 몸은 망가집니다. ‘운동하니까’라는 생각으로 방심하는 건 곤란합니다. 평소 꼼짝 않고 앉아 있지 말고 1시간에 한 번씩이라도 일어나서 스트레칭이라도 하는 것이 좋습니다.”     


박용우 교수의 다이어트 팩트 체크


Q. 간헐적 단식을 하면 기초대사량이 떨어지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 단식은 적게 먹는 게 아니라 아예 안 먹는 것이다. 너무 적게 먹으면 근육 손실을 피할 수 없고 기초대사량도 떨어진다. 그래서 다시 식사했을 때 체중이 올라간다. 하지만 아무것도 안 먹으면 상황이 달라진다. 단식을 하면 지방대사가 켜진다.


Q. 갑자기 탄수화물 섭취를 끊으면 몸에 무리가 가지 않을까.
탄수화물 섭취를 극도로 제한하는 저탄고지(저탄수화물 고지방) 다이어트는 단기간은 할 수 있지만, 지속적으로 실천하기 어려운 방법이다. 그보다는 지방대사의 스위치를 켜기 위해 초반에만 탄수화물 섭취를 제한했다가, 점차 탄수화물 섭취를 늘려 나가는 것이 현실적이고 실천 가능한 방법이다.


Q. 다이어트 중 영양제를 챙겨 먹어야 할까.
아이러니하게도 뚱뚱할수록 영양 결핍이 더 심하게 나타난다. 많이 먹어서 살은 쪘지만 영양소를 제대로 얻지 못한 것이다. 종합비타민, 오메가3 지방산, 유산균 등은 건강에도 좋고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된다.


생체리듬을 회복하고 살 안 찌는 생활습관


살을 빼고 싶다면 생체리듬을 회복하고 살을 찌우는 생활습관을 끊어야 한다. 생체리듬이 깨지면 식욕 조절 호르몬 분비에 교란이 와서 체지방이 계속 늘어나게 된다. 수면-각성 주기, 단식-섭식 주기를 되돌려 놓는 것이 시작이다. 7시간 이상의 숙면과 14시간 공복을 가장 권장한다. 술, 담배, 블랙커피 같은 중독성 있는 음식과 정제탄수화물, 액상과당, 트랜스지방 등을 삼가는 것도 중요하다.


오래 앉아 있는 것을 피하고 30분마다 일어나서 가볍게 움직인다. 하루 8컵 이상 물을 충분히 마시고, 최소 6시간 이상 숙면해야 한다. 기상 시간과 잠자는 시간도 가급적 일정하게 유지하고, 대사가 원활히 이루어지도록 영양제도 섭취해야 한다.
안 해야 할 것도 많고 해야 할 것도 많다. 그만큼 고치고 바꿔 나가야 할 생활습관이 많다는 뜻이다.








박용우의 건강다이어트 음식 피라미드





건강한 다이어트를 위해서는 규칙적인 운동과 숙면, 스트레스 조절이 가장 기본이다. 그 위에 내 몸의 조절 기능을 되살리는 유익한 식품을 잘 섭취해야 한다. 피라미드 그림에서 아래로 갈수록 몸에 유익한 식품이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77호(2020년 0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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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20-01-22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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