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오르가슴 버튼 '지스폿'의 진실은

[한경 머니 기고=배정원 행복한성문화센터 대표·성전문가·보건학 박사·유튜브 ‘배정원TV’]여성 오르가슴의 진원지는 어디일까.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여성에게 강력한 오르가슴을 선사한다는 ‘지(G)스폿’을 언급한다. 하지만 여성의 몸속에서 오르가슴 버튼을 찾기에 급급해 정작 중요한 부부간 소통은 잃어버리고 있는 건 아닐까.

“여성 사정, 지스폿의 설왕설래?”
“여성도 사정을 하나요? 듣기로는 여성도 강력한 오르가슴을 느끼면 하얀 액체를 소변보듯이 뿜는다고 하던데, 정말 여성도 사정을 하나요?”

여성이 오르가슴을 느끼면 남성처럼 사정을 하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또 그런 영상을 증거라며 보여 주는 사람도 있다. 여성의 오르가슴은 사실 상상만으로도 가능하다고 한다. 또 온몸이 성감대라서 성기와 거리가 먼 발가락을 빨거나, 머리카락을 애무함으로써도 오르가슴을 느끼는 여성도 있고, 허벅지에 힘을 주어 조이는 것으로 오르가슴을 느낀다는 여성도 있다.

실제 꼭 성기가 아니라도 유두를 자극하거나, 목이나 귀 주변을 자극해도 오르가슴을 느끼는 이도 있으니 여성은 가히 섹스에 있어서 신의 축복을 받은 존재임이 분명하다. 남성들이 이러한 부위의 자극을 통해 오르가슴을 느꼈다는 예를 들은 적이 없고, 아마 이 다채로운 오르가슴 부분에서는 남성들은 여성들이 부러워 미칠 지경일 것이다.

여성에게도 강력한 오르가슴은 역시 성기로부터도 온다. 여성의 성기를 통한 오르가슴 역시 클리토리스 오르가슴, 자궁경부 오르가슴, 지스폿 오르가슴 이렇게 3가지나 된다. 물론 이조차 명확하게 3개라고 하기 어렵고, 그 주변부나 자극의 강도와 부위에 따라 따라올 수 있는 오르가슴 또한 분명 있을 것이다.

오래전 프로이트 박사는 여성의 오르가슴을 2가지로 분류한 바 있다. 클리토리스 오르가슴과 자궁경부 오르가슴인데, 프로이트 박사는 클리토리스 오르가슴은 삽입하지 않고, 성경험이 없는 소녀들조차 느낄 수 있는 오르가슴이라 해 미성숙한 오르가슴이라 불렀고, 삽입을 통해 얻는 오르가슴인 자궁경부 오르가슴이야말로 성숙한 오르가슴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성에 과학적인 접근과 연구가 이루어져 온 지금은 클리토리스 오르가슴이 미성숙하기는커녕 오르가슴을 느끼는 여성들의 99%가 느낄 수 있는 쉽고 강력한 오르가슴이며, 여러 가지 오르가슴의 선행 요인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여성 사정의 진실 혹은 오해

여성의 사정 현상은 지스폿을 자극해 얻는 오르가슴 끝에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하는데, 실제로 사정이라고 부를 수는 없는 것이 여성에게서 분출되는 이 액체에 정자가 들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 여성 사정은 ‘소변이다’, ‘좀 많이 나오는 질액이다’, ‘남성의 전립샘액과 같은 성분이므로 사정액이라 봐야 한다’ 등 의견이 분분하지만, 현재는 여성 성학자들에 의해 그 존재가 입증되고, 또 전립샘액의 성분과 비슷한 액체라 해 ‘여성 사정’이라 불리고 있다.

그런데 오르가슴을 느낄 때 이렇게 많은 액체를 분출(?)하는 여성의 쾌감이, 하지 않는 여성의 그것보다 특별히 더 강하다는 증거가 거의 없다. 또 오르가슴이란 현상이 실제로 몸에 일어나는 증상이긴 해도 그 감각의 정도가 지극히 개인적이라 비교하기가 쉽지 않다.

이 사정을 일으키는 지스폿은 50여 년 전 독일의 산부인과 의사 어니스트 그라펜버그 박사가 발견했다는 ‘여성에게 극대한 오르가슴을 느끼게 하는 질 안의 어느 지점’으로, 미국의 유명한 성학자 비버리 휘플 박사 외 2명의 여성 성학자들이 연구를 통해 그라펜버그 박사의 이름 첫 자를 따서 부르면서 그에 대한 관심이 집중됐다.

이 지스폿을 통한 오르가슴은 여성의 어떤 오르가슴보다 강력한 쾌감과 만족감을 선사한다고 알려져 왔기 때문에 여성들 자신이나, 여성들을 성적으로 극대하게 만족시켜 주려는 남성들의 열렬한 관심을 받아 왔다.

실제로 지스폿 오르가슴을 경험했다는 여성들은 그 지점의 자극을 통한 오르가슴은 클리토리스나 다른 부분을 자극한 오르가슴과는 상대가 안 되게 ‘아무리 요조숙녀라 해도 소리를 지르지 않을 수가 없이’ 강력하고 황홀하며 온몸에 번지는 행복한 쾌감이라는 데 동의한다.

하지만 오랫동안 지스폿을 증명하려는 연구가 진행돼 왔지만 해부학적으로 증명하기가 어려웠는데, 최근 성학자들의 의견은 이 지점이 분명히 존재하며, 지스폿 오르가슴은 클리토리스 오르가슴이 선행된 후 더욱 강력하다는 연구도 잇달아 발표되고 있으니 여성의 질 안에 또 다른 곳의 강력한 오르가슴의 진원지가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오래전 파올로 코엘료가 발표한 소설 <11분>에도 지스폿의 위치를 자신 있게(?) 설명한 부분이 있다. ‘현관을 들어서서 고개를 들면 시계 방향으로 1~3시 방향’에 그것이 있다는 것인데, 대체로 지스폿의 존재를 자신하는 성학자들의 주장에 의하면 ‘여성의 질 속에 손가락을 넣어 2마디쯤 들어갔을 때 만져지는 부분’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 지점은 평소에는 100원짜리 동전만 한데 자극하면 500원짜리 동전만큼 부풀고 커진다고 하며, 위치가 질 앞쪽이라 남성의 성기로는 자극하기 어렵고 손가락을 넣어 좀 더 강하게 자극해야 오르가슴을 얻을 수 있다.

그래서 심지어 얼마 전까지 몇몇 산부인과에서는 양귀비수술이니 해서 인위적으로 지스폿을 만들어 주기도 했으니 참으로 난센스다. 요즘은 그런 수술이 무용함을 인지한 덕에 더 이상 하지는 않는 모양이다.

하지만 여성에게 그토록 강력한 오르가슴을 선사할 수 있다는 지스폿을 찾는다면 더없이 좋을 일이나 그것을 찾느라고 다른 기쁨과 즐거움을 포기할 필요는 없다. 여성의 질 속에 그런 기막힌 버튼이 있다면 여성으로서 당연히 환영을 할 일이지만, 지스폿을 탐험하느라 정작 부부간의 가장 멋진 소통 방식이며, 결속감과 친밀감을 높이는 섹스의 여러 행위를 등한시한다면 그것 또한 너무 안타까운 일 아닌가.

배정원 행복한성문화센터 대표·성전문가·보건학 박사·유튜브 ‘배정원TV’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78호(2020년 03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