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분석 전문가 심층 설문

[한경 머니=공인호 기자] 한국 경제의 주요 디스카운트(평가 절하) 요인으로 지목돼 온 오너리스크가 어김없이 반복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새 정부의 ‘재벌 개혁’ 의지와 맞물리면서 이전 정부와의 정경유착 의혹이 연일 도마 위에 오르는 모습이다. 수많은 기업들이 사정기관의 표적이 되면서 오너리스크로 몸살을 앓는 기업도 속출했다.

일부 대기업 오너는 회사 돈을 유용한 혐의로 구속 위기에 놓였고, 횡령, 배임 등의 혐의로 오너 일가가 줄줄이 수사 선상에 오른 기업도 나왔다. 한경 머니는 은행, 증권, 투자자문사, 기업연구소 등의 기업 전문가 62명을 대상으로 올해 네 번째 오너리스크 설문조사(10월 20~30일, 설문분석 글로벌리서치)를 진행했다. 평가 대상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자산총액 10조 원 이상 31개 기업집단(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중 오너가 있는 기업집단 24곳이다.
[2017 오너리스크] ‘비리 늪’ 빠진 롯데·한진…LG ‘오너 메리트’
횡령, 배임은 기본, 편법 승계, 형제간 법정 싸움, 일감 몰아주기, 직원 갑질 및 성추행 의혹, 자택 공사 비리 등 올 한 해 불거진 ‘오너리스크’는 줄줄이 열거하기에 숨이 찰 정도다. 기업 오너의 일탈 행위는 해당 기업에 대한 유무형의 손실은 물론 한국 경제의 신인도 하락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매년 어김없이 반복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6월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정우현 MP그룹(미스터피자) 전 회장은 경비원 폭행에 이어 가맹점에 대한 갑질 논란으로 결국 회장직에서 물러났고, 같은 달 ‘호식이두마리치킨’ 오너인 최호식 전 회장은 여직원을 성추행해 대중의 공분을 샀었다.

이처럼 올해에도 오너의 부적절한 행위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기업이 속출했다. 해당 기업들은 대내외 이미지 실추에 따른 실적 저하는 물론 중소 가맹점들의 줄 폐업 등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했다. 특히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고 있는 주요 대기업의 오너리스크는 수치화하기 힘든 유무형의 비용을 초래한다.
[2017 오너리스크] ‘비리 늪’ 빠진 롯데·한진…LG ‘오너 메리트’
◆ LG, 4년째 오너리스크 적은 기업 1위
올해 설문조사에서 LG그룹은 3.78점(100점 환산 75.7점)으로 1위를 차지하며, 구본무 회장의 무결점 뚝심경영이 또 한 번 빛을 발했다. LG가 관련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은 올해로 네 번째로 ‘오너 메리트’라는 호평이 무색하지 않다. LG는 ‘경영 전문성과 자질’ 평가에서는 경쟁사에 다소 못 미치는 3.72점을 기록했지만, ‘지배구조의 투명성과 책임성’ 평가에서는 3.79점으로 경쟁사를 압도했다. 또 ‘윤리 경영’ 평가에서도 3.85점으로 조사 대상 24곳 중 1위를 차지했다. 특히 기업별 잠재 리스크 요인을 묻는 질문에서 LG는 단 한 건도 거론되지 않았다.

그동안 LG는 국내 대기업 가운데 가장 모범적인 지배구조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국내 대기업들을 상대로 ‘셀프 개혁’ 압박에 나선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조차 “LG는 총수 일가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적도 거의 없는 데다 지배구조 차원에서 가장 모범적인 곳이다”라고 치켜세웠을 정도다.

실제 LG는 지난 1999년 지주사 체제 허용 이후 2003년 국내 기업 가운데 가장 먼저 지주사로 전환해 지배구조의 모범적 기준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여기에 최근에는 구 회장(3.01%)을 비롯해 오너 일가의 개인 지분이 많았던 LG상사 지분을 매입해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편입 조건을 충족시켜 이목을 끌기도 했다. 이로 인해 LG상사의 지배구조는 개인 대주주 중심에서 지주회사와의 수직적 출자구조로 전환됐다.

이번 조치는 상당수 대기업집단이 지주회사 밖 계열사를 과도하게 보유하면서 편법적으로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LG 관계자는 “이번 결정은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시장의 기대에 적극 부응함과 동시에 지주회사 체제 본연의 경쟁력을 더욱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2017 오너리스크] ‘비리 늪’ 빠진 롯데·한진…LG ‘오너 메리트’
◆ 삼성 ‘리더십 장기 부재’, SK ‘사생활 리스크’
LG와 마찬가지로 주요 대기업들 역시 올해 평가 순위에서는 큰 변동이 없었다. 삼성그룹은 종합평가 3.71점(74.3점)으로 지난해에 이어 3년째 2위를 차지했다. 오너의 부재에도 매 분기 괄목할 만한 성장세가 긍정적 평가를 이끌어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삼성은 ‘경영 전문성과 자질’ 평가에서 4.27점을 기록해 경쟁사를 크게 앞질렀다. 하지만 ‘지배구조의 투명성과 책임성’ 및 ‘윤리 경영’에서는 각각 3.31점, 3.56점으로 각각 3위에 랭크됐다.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는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힘입어 올해 3분기 영업이익과 매출 등 모든 분야에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반도체 부문은 ‘제조업의 꿈’으로 불리는 영업이익률 50% 선을 돌파했고, 스마트폰 점유율도 21.2%로 3분기 연속 세계 1위를 지켰다. 또 삼성전자의 주가는 파격적인 주주 환원 정책이 더해지면서 ‘마의 200만 원’ 고지를 돌파한 뒤 300만 원 진입을 코앞에 두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400만 원대 목표가까지 등장했다.

하지만 삼성은 경영 불확실성 측면에서는 사실상 정점에 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건희 회장은 지난 2014년 5월 자택에서 쓰러진 뒤 3년째 병상 생활을 이어가면서 사망설, 위독설 등 갖은 추측을 낳았고, 이재용 부회장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결국 구속 수감이 됐다. 전문가들도 삼성의 최대 리스크 요인으로 ‘오너의 부재’를 꼽고 있다. 현재의 리더십 공백 사태가 인수·합병(M&A) 등 중장기 성장 전략 마련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건희 회장의 ‘자택공사 비리’ 의혹을, 일부는 ‘1등 삼성전자’를 이끈 권오현 부회장의 경영 일선 퇴진을 리스크 요인으로 꼽아 눈길을 끌었다. 또 이 부회장이 재판 중이라는 이유로 삼성증권의 ‘초대형 투자은행(IB)’ 인가 심사가 보류된 것도 오너리스크의 부정적 단면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SK그룹 역시 지난해에 이어 2년째 오너리스크가 적은 기업 3위로 꼽혔다. SK는 ‘지배구조의 투명성과 책임성’ 및 ‘윤리 경영’ 평가에서는 각각 3.56점, 3.65점으로 2위에 올랐지만, ‘경영 전문성과 자질’ 평가에서는 삼성에 뒤진 3.92점을 기록해 전체 평가에서는 3.71점(74.2점)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도시바 인수전 등 올해 최태원 회장의 적극적인 현장경영 행보에는 높은 점수를 줬다. 특히 최 회장은 지난 2011년 주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하이닉스반도체(현 SK하이닉스)를 인수했고 결국 글로벌 2위 규모의 D램 생산업체이자 그룹의 핵심 캐시카우로 키웠다. 올해 실적 개선 역시 반도체와 함께 석유·화학(SK이노베이션) 부문이 이끌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 전문가들은 SK의 오너리스크에 대해 ‘현재 진행형’으로 판단하고 있었다. 지난 2015년 최 회장의 특별사면 과정에서 대기업 총수 가운데 유일하게 사면 대상이 되면서 전 정권 차원의 특혜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검찰 수사에서는 ‘무혐의’ 결론이 났지만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재판이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점에서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특별사면 이후 불거진 최 회장의 사생활 논란도 시민단체의 반발을 사는 등 평판리스크를 키우는 요인이다.

특히 법조계에서는 최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과정에서 ‘유책주의’에 따른 재산 분할이 예기치 않은 파장을 낳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현재 최 회장은 지주사인 SK(주) 주식만 23.4%를 보유하고 있으며 주식가치는 4조7000억 원에 이른다. 노 관장의 경우 SK(주) 0.01%, SK이노베이션 0.01%만을 보유하고 있지만, 재산 분할이 상당 부분 이뤄질 경우 자칫 그룹 경영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2017 오너리스크] ‘비리 늪’ 빠진 롯데·한진…LG ‘오너 메리트’
◆현대차·신세계그룹 ‘3세 경영’ 안착
지난해 각각 4위와 5위를 차지한 현대자동차와 신세계그룹 역시 올해 순위 변동은 없었다. 현대차의 경우 환율 하락과 중국의 ‘사드(THAAD) 보복’, 대규모 리콜 사태 등으로 실적 부진을 겪었지만 최근 한·중 관계 개선을 계기로 실적 우려를 일부 떨친 상황이다. 정의선 부회장 역시 연일 글로벌 행보를 이어가는 등 3세 경영에 대한 연착륙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노사 갈등과 최근 불거진 ‘다스(DAS)’ 연루 의혹은 잠재적 위협 요인으로 꼽힌다. 현대차는 지난 2004년 서울 서초구 양재동 사옥 증축 과정에서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시장으로 재임했던 서울시로부터 도움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이 전 대통령의 실소유 논란이 불거진 ‘다스’ 매출이 급증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지난 2014년에는 한국전력공사 부지 매입 과정에서 감정가의 3배에 가까운 10조 원이 넘는 자금을 쏟아 부어 ‘오버 페이’ 논란에 시달려야 했다.

정용진 부회장이 이끌고 있는 신세계그룹도 지속된 내수 부진과 유통 규제 강화에도 불구하고 3세 경영이 안착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정 부회장은 대형 마트, 복합쇼핑몰 등을, 정유경 백화점부문 총괄사장은 백화점, 면세점 등을 각각 책임지며 ‘남매 경영’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또한 신세계가 LG와 GS, LS, 현대백화점, 현대중공업그룹 등과 함께 오너리스크가 감소한 기업군에 포함된 것도 눈길을 끌었다. 실적 측면에서도 ‘사드 해빙’에 따른 면세점 영업환경 개선 등이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 CJ 친인척 ‘보험 몰아주기’…한화 ‘자녀 리스크’
이재현 회장의 구속 수감과 건강 악화로 몸살을 앓았던 CJ그룹도 4계단이나 뛰어오르며 오너리스크가 크게 완화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회장은 지난 2013년 조세포탈,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된 이후 지병까지 겹치면서 안팎의 우려를 키웠다. 하지만 지난 5월 이 회장이 경영에 복귀한 이후 식품, 물류, 콘텐츠 등 주력 계열사의 사업 확장에 가속도가 붙는 모습이다.

하지만 4년 가까이 이 회장의 경영 공백을 메워 온 손경식 회장이 자신의 친인척에게 보험을 몰아줬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구설수에 올랐다. 금융권에 따르면 2010년 이후 CJ그룹이 맺은 보험 계약 12만여 건 중 90% 이상(계약 금액 2015억 원)이 손 회장의 친인척이 운영하는 대리점을 통해 가입된 것으로 밝혀졌다. 대기업들의 경우 보험료 절감을 위해 다수 보험사를 상대로 공개입찰을 진행한다는 점에서 극히 이례적이라는 지적이다. 해당 대리점은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챙긴 수수료만 219억 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룹 측은 뚜렷한 해명에 나서고 있지 않다.

한화그룹의 경우 지난해 7위에서 11위로 오히려 순위가 뒷걸음질 쳤다. 김승연 회장의 경영 복귀 이후 삼성그룹과의 석유화학·방산 부문에서의 ‘빅딜’이 성사되는 등 사업구조 재편이 마무리됐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터진 방산 비리가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전문가들은 한화의 잠재 리스크로 김 회장의 ‘자녀 리스크’를 꼽아 눈길을 끌었다. 승마선수로 활동 중인 김 회장의 삼남인 김동선 씨는 올해 초 술집에서 만취 상태로 난동을 부리고 직원을 폭행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최근 대한체육회의 ‘솜방망이 징계’ 논란이 불거지면서 문화체육관광부가 감사에 나선 상황에서 또다시 변호사 폭행 사건이 뒤늦게 알려져 여론의 공분을 사고 있다. 이에 앞서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도 지난 2007년 유흥업소 직원들과 폭행 시비에 휘말렸으며, 이 과정에서 김 회장의 ‘보복 폭행’으로 1심에서 1년 6개월을 선고받기도 했다. 김 상무는 이후에도 뺑소니 사건과 대마초 흡연 등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2017 오너리스크] ‘비리 늪’ 빠진 롯데·한진…LG ‘오너 메리트’
◆ ‘엎친 데 덮친’ 한진…롯데 예상 밖 선전?
오너 일탈의 대표 주자라는 오명을 쓴 한진그룹은 올해에도 최하위권을 맴돌았다. 3년 전 조양호 회장의 장녀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건은 대기업 오너 일가의 도덕 불감증과 ‘갑질’에 대한 국민적 반감을 증폭시킨 대표적 사례로 기록됐다. 여기에 최근에는 조 회장 본인의 자택공사 과정에 회사 돈을 유용한 의혹이 불거지면서 창립 이후 최악의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 조 회장은 지난 2014년 자택 인테리어 공사 당시 30억 원가량을 그룹 계열사인 대한항공 호텔 공사비에서 빼돌려 쓴 혐의를 받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지난해 ‘한진해운의 몰락’을 비롯해 자택공사 비리, 주력 계열사인 대항공의 내분사태 등의 원인을 오너 일가의 소통 능력 부재에서 찾는 시각도 나온다.

롯데 역시 아직까지 오너리스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롯데는 현재 신동빈 회장을 비롯해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신격호 총괄회장 등 오너 일가 모두가 경영 비리 혐의에 휘말린 상황이다. 특히 검찰이 신 회장에 대해 과거 대기업 오너들에게 적용했던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라는 관행을 깨고, 10년 중형을 구형하면서 실형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실제 2000년대 이후 한진(조양호 회장)을 비롯해 SK(최태원 회장), 두산(박용만 회장), 현대차(정몽구 회장), 삼성(이건희 회장) 등 대기업 오너들에게 내려진 형량은 모두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었다.

다만 롯데는 올해 오너리스크 평가 순위에서는 8위로 크게 뛰어올랐다. 올 들어 신동빈-신동주 ‘형제의 난’이 일단락되는 수순을 밟고 있으며, 롯데에 대한 신 회장의 지배력이 더욱 견고해졌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롯데지주 상장 등 그룹 지배구조 개편 노력도 긍정적 평가로 이어졌다. 다만 전문가들은 롯데의 잠재 리스크로 신 회장의 구속 가능성과 오너 일가의 법정 다툼 재현 가능성을 꼽고 있다. 일부 전문가는 허수영 롯데그룹 화학BU장 등의 세금포탈 혐의와 함께 롯데홈쇼핑의 후원금 로비 의혹을 잠재적 위협 요인으로 제시했다.
[2017 오너리스크] ‘비리 늪’ 빠진 롯데·한진…LG ‘오너 메리트’
◆ 현대重 13위 ‘껑충’, 효성 ‘형제의 난’ 일단락?
올해 평가 순위 13위로 큰 폭의 순위 상승을 나타낸 현대중공업그룹은 오너리스크가 감소한 기업군에 이름을 올렸다. 지주사 전환을 통한 순환출자 해소 노력이 우호적 시각을 이끌어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현대중공업그룹은 최근 지주회사 전환 작업을 마무리하면서 현대중공업지주 대표이사에 권오갑 부회장을 내정했다. 기존 현대중공업은 강환구 사장의 단독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된다. 특히 오너 3세인 정기선 현대중공업 전무는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경영 전면에 나선 점이 관심을 끌었다.

효성그룹도 분식회계 재판이 마무리된 가운데 투명경영위원회 설치 등 자체적인 지배구조 개선 노력에 힘입어 순위가 상승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조현준 회장과 동생인 조현문 전 부사장의 ‘형제의 난’이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는 점을 리스크 요인으로 꼽았다. 조 전 부사장은 지난 3년간 조 회장을 비롯해 전·현직 임원들을 상대로 총 20여 건의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하지만 조 전 부사장은 지난 8월 최현태 지원본부 전무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1심에서 패소해 향후 소송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반면 현대백화점그룹은 전체 순위에서 2계단 하락했다. 정지선(회장)-정교선(부회장) 형제간 공동 경영이 큰 잡음 없이 순항 중이라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순환출자 해소 등 지배구조 개선은 풀지 못한 숙제로 남아 있다. 업계에서는 정지선 회장이 백화점 사업을, 정교선 부회장이 홈쇼핑 사업을 주도할 경우 ‘현대그린푸드’의 지분이 지배구조 개선의 열쇠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14위를 기록한 두산그룹도 과거 ‘형제의 난’을 극복하고 국내 최초로 4세 경영에 시동을 걸었다. 박정원 회장은 형제 경영에 따른 경영권 분쟁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두산가(家) 4세들과 정기적인 친목 도모에 나서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적 측면에서도 두산밥캣 등 그동안 그룹의 유동성을 압박했던 주력 계열사들이 강력한 구조조정 등에 힘입어 턴어라운드에 성공한 모습이다.

대림그룹은 올해 평가 순위가 올랐지만 여전이 일감 몰아주기와 편법 승계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최근에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부당내부거래 및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 의혹에 대한 현장 조사까지 받았다. 대림은 대림산업을 지주사로 자회사와 손자회사를 거느리는 형태지만, 대림산업은 이해욱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대림코퍼레이션이 지분 21.67%를 보유하고 있다. 대림코퍼레이션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가 부회장의 지배력 강화에 활용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공익재단을 활용한 편법 승계도 여전히 논란거리다. 앞서 이 부회장은 자신의 운전기사를 상대로 상습적인 폭행과 폭언을 일삼아 갑질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영풍 역시 장형진 명예회장 등 오너 일가의 그룹 지배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문화재단을 활용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문화재단이 영풍문고 지분 10%를 증여 받으면서 증여세 감면 효과와 함께 오너 일가를 포함한 특수관계인 지분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대기업 공익재단이 오너 일가의 지배력 강화에 악용되고 있다며 대대적인 전수조사를 예고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이들 기업이 공정위 전수조사의 첫 타깃이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게 됐다.

하림과 부영그룹도 지난해에 이어 최하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하림의 리스크 요인으로 계열사 부당 지원 의혹, 가금사육 농가에 대한 갑질 논란, 김홍국 회장의 편법 승계 등을 제시했고, 부영에 대해서는 이중근 회장의 조세포탈 혐의, 부실 시공,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등을 주요 리스크 요인으로 꼽았다. 금융그룹 가운데서는 미래에셋이 복잡한 지배구조와 일감 몰아주기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바 있다.
[2017 오너리스크] ‘비리 늪’ 빠진 롯데·한진…LG ‘오너 메리트’
공인호 기자 ba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