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별’ 동네 책방 기행 ❹ [한경 머니 = 배현정 기자 | 사진 이승재 기자, 숲속작은책방 제공]‘책방 주인’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로망이다. 하루 종일 책 속에 파묻혀 지내며 책을 매개로 사람들과 소통하는 일이라니, 참으로 낭만적이지 않은가. 하지만 현실의 책방 운영은 실험에 가깝다. 동네 작은 책방이 장사가 될까. 책방지기 2인의 진솔한 얘기를 들어봤다.

“적게 벌고 행복할 수 있을까요?”
이보람 헬로인디북스 대표
SPECIAL ‘사랑방 같은 책방’을 지키는 사람들
헬로인디북스에서 손님들이 독립출판물을 살펴보고 있다.
헬로인디북스에서 손님들이 독립출판물을 살펴보고 있다.
‘헬로인디북스’는 서울 연남동에 위치한 작은 책방이다. 26㎡ 남짓한 공간엔 화려한 인테리어도, 앉아서 책을 읽을 좌석도 없다. 하지만 독립출판물을 좋아하는 이들에겐 소문난 ‘사랑방’이다. 일반 서점에서는 좀처럼 접하기 어려운 인디 작가들의 자유로운 이야기들이 가득한 공간이다.

어느 서점이나 가면 볼 수 있는 그 흔한 베스트셀러는 보이지 않는다. 그 대신 볼륨도, 판형도 제각각인 개성 강한 책들이 독자들을 기다린다. 책을 읽다가 마음에 드는 엽서 한 장, 달력, 굿즈 등을 구매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책을 직접 들고 오는 독립출판물 제작자들과 독자들이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독립출판물에는 제작자들 본인의 색깔이 가감 없이 투영돼 있다. 이보람 헬로인디북스 대표는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온라인에서 독립출판물 제작자의 인터뷰를 싣고, 작품을 소개한 지 6개월 만에 오프라인에 ‘책방’을 내게 됐다. 이제 책방지기 5년 차, 매주 블로그에 써내려 간 책방에서 만난 다양한 일화들을 담아 <적게 벌고 행복할 수 있을까>를 펴냈다. 책방을 운영하며 겪은 소소한 이야기와 고민 100가지가 일기처럼 솔직담백하게 담겼다.

‘적게 벌고 행복할 수 있을까’에 대한 답을 찾으셨나요.
“독자들이 ‘뒷부분’부터 읽으시더라고요. 하하. 궁금하니까요. 그런데 정답은 없죠. 행복할 때도 있고, 행복하지 않을 때도 있어요. 저는 책방을 내기 전에 회사생활을 7년간 했어요. 이제 책방 5년 차인데, 지금까지 가졌던 직업 중 가장 잘 맞는다고 생각해요.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고, 비교적 자유롭게 시간을 활용할 수 있고, 스트레스를 덜 받으니까요. 돈 걱정은 늘 하죠. 조금 더 안정적으로 책방을 운영하는 것은 계속 고민해야 하는 문제인 것 같아요.”

헬로인디북스의 차별점은 무엇인가요.
“독립출판물을 다루는 동네 서점의 초창기에 생겨 많은 독자들이 알아줍니다. 5년 동안 책방지기를 하면서 그만큼 책에 대한 정보를 쌓은 것도 무형의 자산이 된 것 같아요. 가령 신간 책이 나오면 독자에게 소개할 때, 저자가 이전에는 어떤 책을 썼었는지 히스토리를 얘기해줄 수 있죠. 위치도 좋았어요. 홍대 부근인 연남동에는 젊은이들이 많이 다닙니다. 젊은 독립출판물 제작가들이 책을 만들고, 구매하는 사람들도 비슷한 또래입니다. 기성 출판물과는 결이 다른, 내 친구가 만든 것 같은 점을 좋아해 많이 구매하는 것 같아요.”

책방 운영의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얼마 전에 새로 생긴 책방에 들렀는데, 책방을 지키는 게 이렇게 힘든 것인 줄 몰랐다 하더라고요. 붙박이 삶이 생각보다 쉽지 않아요. 작은 책방은 혼자 운영해서 잠시도 자리를 못 비우잖아요. 저는 오후 3시부터 9시까지 책방을 운영하는데, 6시간 동안 자리를 지킨다는 게 쉽지 않아요. 또 장사는 안 되는데, 사람들만 북적이면 공황장애가 와요.”

창업비용 부담은 없었나요.
“동네 서점의 경우 다른 직종보다 창업비용은 크지 않아요. 가게 공간 구하는 것이 가장 목돈이 드는 것인데, 가게 위층에 사시는 건물주인 할머니·할아버지 내외가 다행히 임대료를 크게 올리지 않으셨어요. 독립출판물의 경우 위탁 판매로 하기 때문에 책 구매 비용은 별도로 들지 않고요. 판매수수료로 운영되는 방식입니다. 그 대신 책방을 운영하는 것은 생각보다 일이 많은데, 판매수수료는 적은 편이라 이 일을 지속해야 하나 갈등도 생겨요.”

월 매출은 얼마나 되나요.
“다행히 적자는 아니에요. 예전에는 책이 하루 안 팔리면 굉장히 불안하고 조급해졌어요. 그러다 책방 운영 3년 차가 되면서 심리적인 안정을 찾았어요. 3년 동안 책방을 꾸준히 운영하면 그래도 사람들이 알아주는 것 같아요. 지금은 가게 월세 70만 원 내고 생활하면서 적금도 소액 넣고 있습니다. 하루 3000원씩(월 10만 원) 저축합니다.”

책방 주인을 꿈꾸는 이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
“인테리어나 콘셉트는 요즘 새로 생기는 책방들이 너무 잘해서 저도 가서 배워야 할 것 같아요. 위치가 중요하단 얘기는 꼭 하고 싶어요. 홍대 산울림소극장 근처에서 처음 책방을 1년 운영했는데, 연남동으로 이전하지 않았다면 접었을 것 같아요. 책방은 책이 돌아야 하는 공간이잖아요. 책이 팔려야 제작자들도 다음 책 만들 때 입고해주고요. 임대료가 저렴하다고 유동인구가 적은 곳에 가게를 내면 많이 힘들 수 있습니다.”

info 헬로인디북스
운영시간 15:00~21:00
위치 서울 마포구 연남동 227-16
문의 070-8288-8715
사이트 www.hello-indibooks.com


“책 파는 비결은 전문성과 열린 소통”
김병록 숲속작은책방 대표
SPECIAL ‘사랑방 같은 책방’을 지키는 사람들
SPECIAL ‘사랑방 같은 책방’을 지키는 사람들
충북 괴산군에 위치한 ‘숲속작은책방’은 동네 서점의 ‘교과서’ 같은 곳이다. ‘가정식 백반’이란 말은 있어도 ‘가정식 서점’이란 말은 없던 2014년, 국내 최초의 북스테이(bookstay)로 문을 열었다.

시골마을에 살며 책 마을을 만들고픈 꿈을 꾸던 김병록 숲속작은책방 대표가 아내를 설득해 귀촌했다. 아내인 백창화 씨는 작가이자, 경기 일산과 서울 마포에서 어린이도서관을 운영한 경험이 있다. 애초에는 괴산에서 도서관을 열 계획이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2년을 고심하다가 집에 남는 방 한 칸을 비워 민박 형태인 북스테이를 시작했다. 일주일에 단 이틀만 하룻밤 머물기를 청하는 이들을 위해 다락방 민박을 운영하면서 책을 판다.

언뜻 보면 예쁜 전원주택이지만, 거실을 서점으로 꾸몄다. 자연과 환경에 관한 책, 평화를 이야기하는 책을 중심으로 2000여 권을 엄선해 배치했다. 권하고 싶은 책에는 일일이 손글씨로 띠지를 둘렀다. 마당의 오두막에는 어린이를 위한 책들이 가득하고, 흔들흔들 누워서 책을 볼 수 있는 해먹도 걸려 있다. 곳곳에 배치된 캐릭터 인형 같은 소품들이 숲속의 동화나라를 연상시킨다.

과연 외딴 시골마을에 책을 사러 올까? 지난해에만 이곳에 6000명이 넘는 손님이 다녀갔고, 1억 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하지만 2014년 첫 해 7개월간의 매출은 759만3000원에 불과했다. 부부는 책방 운영 초기 다른 동네 서점들은 어떻게 운영되는지 궁금해 전국을 돌았다. 전국의 작은 책방 68곳을 소개한 <작은 책방, 우리 책 쫌 팝니다!>를 펴내기도 했다.

국내 최초의 가정식 서점을 어떻게 시작했나요.
“귀촌을 하면서 책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었어요. 저는 회사원이었지만, 아내는 작은 도서관을 운영하기도 했고요. 하지만 서점 운영은 엄청난 모험이라며 주변에서 다들 말렸어요. 워낙 책을 안 읽는 시대니까요. 먼저 방 한 칸을 비워 북스테이를 시작했어요. 그런데 책을 좋아하는 손님들이 오니까 책을 갖고 싶어 했어요. 처음에는 서점 운영에 확신이 없어서 ‘조그맣게나마 해보자’ 실험삼아 도전했죠.”

첫해 7개월간의 매출이 700만 원대에 불과했는데, 실망하지 않으셨나요.
“혹자는 7개월간 759만3000원이란 매출이 실망스럽지 않았냐고 하지만, 저는 그 기간 동안 200여 명이 다녀간 것에서 의미를 찾았어요. 시골 외딴 마을에 책을 사러 오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그것도 전국에서 온다는 것에서 가능성을 봤어요. ‘전국에 책을 좋아하는 분들이 신기함에 한 번은 오실 거다’ 생각했고, 예상이 맞아떨어진 거죠. 2015년 <작은 책방, 우리 책 쫌 팝니다!>를 내고 알려지면서 방문객이 크게 늘었습니다.”

성공적인 책방 운영의 비결이 궁금합니다.
“북스테이는 일주일에 2번만 운영하고, 서점도 월·화는 꼭 쉬어요. 창업자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인건비와 임대료 부담이 없으니, 부부가 살 수 있을 정도로만 운영하자는 원칙이죠. 그런데 일반 창업자들과는 조금 출발선이 달랐어요. 아내가 오랫동안 글을 쓰고, 도서관도 해서 책에 관한 기본 지식이 있었으니까요. 기존에 책을 봤던 독자들, 도서관의 회원들이 기본 바탕이 됐습니다. 또 책방을 열기 몇 해 전에 유럽에 갔었는데, 그곳에서 한국과는 전혀 다른 책방을 봤습니다. 인테리어나 책 배치들이 예술적으로도 보기 좋고 신선했어요. 그때 시골 가서 책방을 하는 것도 괜찮겠다고 생각했고, 그때 봤던 것을 책방에 하나씩 구현하기도 했습니다.”

책방 운영의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일반 서점에 가면 책을 구매하지 않는다고 뭐라고 하지 않잖아요. 하지만 숲속작은책방의 방문객들은 책을 1권 이상 구매해야 하는 ‘행복한 소비 의무’가 있어요. 이 원칙이 정착되기까지 3~4년이 걸렸어요. 일반 서점처럼 와서 책만 보고 가려다 현관에서 돌아가는 경우도 있곤 했죠. 요즘 동네 서점이 늘어나고 있지만, 과연 책 판매가 늘었을까요? 저희 사례를 보고 문을 연 책방들도 많이 있어요. 책에도 소개하면서 널리 알려졌지만, 관광객들만 오고 책은 안 산다는 얘기를 들으면 안타까워요. 통계적으로 서점 방문객의 70~80%는 책을 사지 않는다고 해요. 요즘 동네 책방이 많이 문을 열었는데 이 책방들이 사라지면, 한국의 동네 책방 문화는 이제 끝일 수 있어요. 과거에는 진짜 돈이 없어 책을 못 사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3만 달러 시대잖아요. 어디든 서점을 가면 꼭 책을 사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책방 주인을 꿈꾸는 이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
“작은 동네 책방은 가게를 내는 비용은 크지 않아요. 저희는 살고 있는 집에 가게를 냈기 때문에 책 구입비 정도만 들었고요. 작은 동네 책방이라면 1000만 원 정도로도 책을 어느 정도 구비할 수 있어요. 그 대신 책을 선별하는 능력이 매우 중요해요. 종합 서점이라기보다는 주인장 개성에 맞는 책방을 꾸며야 하는 거죠. 여행 분야에 강하다면 여행 책방을, 그림이나 시 전문, 소설 전문 등 동네 책방이 진화하고 있죠. 작은 책방은 책에 대한 전문성, 그리고 사람과의 소통이 매우 중요해요. 어떤 서점에 가면 주인들이 숨는 경우가 있어요. 독자들이 책을 잘 모르는데 ‘골라주면 어떨까’ 하는 안타까움이 있어요. 판매 노하우를 교육받거나 소통하는 능력이 있어야 성공적인 책방 운영이 가능합니다.”

info 숲속작은책방
운영시간 수~일요일 13:00~18:00,
월·화요일은 휴무
위치 충북 괴산군 명태재로 미루길 90
(미루마을 28호)
문의 043-834-7626
블로그 blog.naver.com/supsok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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