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 = 김수정 기자]서울시립교향악단이 오는 10월 프랑스가 낳은 세계 최정상급 피아니스트인 장이브 티보데와 함께 프랑스 음악의 상징인 ‘생상스의 피아노 협주곡 5번’을 연주한다. 낭만적이고, 아방가르드 한 생상스의 음악과 함께 깊어가는 가을의 정취를 느껴보자.
프랑스 피아니즘의 정수, 서울시향 <장이브 티보데의 생상스>
2013년, 12년 만에 내한해 서울시향과 ‘거쉬윈의 피아노 협주곡 F장조’를 협연했던 장이브 티보데가 10월 18일과 19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장이브 티보데의 생상스> 공연으로 국내 관객들을 만난다.

음악칼럼니스트 김문경은 2013년 티보데의 연주에 대해 “‘열광의 시기’였던 1920년대의 대호황이 느껴지는 아찔하고 찬란한 질주를 객석에 선사했다”라고 호평했다. 티보데는 당시 자신의 연주가 없는 부분에서도 몸짓을 통해 관객들과 호흡하며 즐거움을 선사했다.

티보데는 지난 30년간 세계 각국에서 연주하며 50장이 넘는 음반을 발매했고, 오늘날 최고의 피아니스트 중 한 명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연주 경력 초반부터 정규 레퍼토리를 넘어 재즈부터 오페라, <오만과 편견>, <어톤먼트> 등 영화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에 참여하는 등 여러 장르의 음악을 피아노곡으로 직접 편곡해 연주하기도 했다. 특히 그는 무대의상으로 세계적인 디자이너 비비안 웨스트우드가 직접 제작한 감각적인 의상을 착용하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는데, 이번 공연에서는 어떤 의상을 착용할지도 주목된다.

생상스 음악의 정점
고전과 낭만 사이에서 프랑스의 음악을 고민했던 생상스는, 프랑스에서 피아노 협주곡이 주목받지 못했던 시기에 리스트의 영향을 받아 ‘피아노 협주곡 5번’을 작곡했다.

이 곡은 그가 자신의 데뷔 50주년 기념음악회를 위해 준비했다. 생상스의 피아노 협주곡 5번에는 그가 1870년대부터 겨울을 보내던 아프리카와 이집트의 풍경이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진다. 이집트에서 생상스가 접했던 개구리와 귀뚜라미 소리뿐 아니라 다채로운 이국적 선율이 전반적으로 곡에 가득 담겨 있어, ‘이집트’라는 부제가 붙은 이유이기도 하다. 한편으론 아이러니하게도 이집트뿐 아니라 스페인과 중국 등 다양한 나라의 이미지가 투영돼 있기도 하다. 관객들이 좀처럼 실연으로 듣기 어려운 곡에 속하는 이 곡은 총 3개의 악장으로 구성돼 있다.

서울시향의 수석객원지휘자이며 유타 심포니의 음악감독으로 활동 중인 티에리 피셔는 2022년 마린 알솝 후임으로 상파울루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으로 취임할 예정이다. 피셔와 서울시향은 메시앙의 제자이자 아방가르드의 선구자 중 한 사람인 피에르 불레즈의 ‘노타시옹’으로 연주를 시작한다.
프랑스 피아니즘의 정수, 서울시향 <장이브 티보데의 생상스>
프랑스 피아니즘의 정수, 서울시향 <장이브 티보데의 생상스>
[사진 : 장이브 티보데(위), 티에리 피셔]

1945년에 피아노곡 시리즈로 탄생한 ‘노타시옹’은 불레즈의 가장 인기 있는 작품 중 하나로 파리 오케스트라의 위촉으로 관현악곡으로 재탄생하게 됐다. 관현악곡으로 편곡된 4곡은 1980년 6월 다니엘 바렌보임의 지휘로 초연됐다.

관현악 ‘노타시옹’은 불레즈가 I-IV-III-II의 순서로 배치할 때 대비가 가장 크게 이루어진다고 언급한 이후 대부분 이 순서대로 연주되며 서울시향의 이번 연주에서도 마찬가지다. 극작가이자 철학가이며 고고학자로도 활약했던 생상스는 50대에 다섯 번째 교향곡인 교향곡 3번 ‘오르간’을 작곡했다.

그가 독일 고전음악에 거리를 두고 낭만주의 음악에 몰두하던 시기로 그의 성향이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그는 교향곡의 네 부분은 유지하면서도 이를 2개씩 묶어 두 악장으로 만들어 마치 교향시와 같은 형식으로 만들어냈다. 3관 편성과 2명의 피아니스트, 그리고 오르간의 등장은 리스트의 영향을 받은 성대한 구성이다. 특히 생상스는 오르간에 독주악기와 같은 역할을 부여해 교향곡의 흔적을 지우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 생상스는 이 곡에 본인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줬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가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미래의 관객들에게 선물했던 것은 아닐까. 그 질문의 답을 찾고 싶다면 이번 공연을 꼭 놓치지 말자.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73호(2019년 10월) 기사입니다.]